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208
나 혼자 S급 소환수 208화
스펙 업 (3)
“지연아…….”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던 유민정이 그녀의 동갑내기 개인 비서, 김지연을 불렀다.
비서지만 나름 B급 서머너로.
자신과는 꽤 막역한 사이로 지내는 자였다.
“네, 말씀하세요. 그 고민 다 들어드릴 테니.”
김지연은 아까부터 한숨만 내쉬는 자신의 상관을 안타깝게 쳐다봤다.
‘얼마나 부담스러우실까?’
20대 중반에 빅3의 간부로서, 막중한 임무까지 맡았다.
아무리 재벌 2세에 준하는 빅3의 자제라 해도.
어렸을 적부터 각종 교육을 받아왔다 해도.
공략 불가 판정 던전 탐사는 그 궤를 달리하는 임무였다.
본인뿐만 아니라 수많은 식솔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일이니까.
“사실, 내가 아는 사람이 하나 있거든?”
“네.”
김지연은 가만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그 사람한테 이번 던전에 같이 가고 싶다 제안하고 싶은데……. 도저히 손이 안 떨어지네.”
“왜요? 아, 공략 불가 판정 던전이라서요?”
세계 협회로부터 공략 불가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던전에서 수많은 희생자가 나와야 한다.
그러한 던전에 참여하고 싶은 서머너는 드물게 마련.
그래서 대월도 용병을 구하는 데 굉장히 애먹고 있는 상태였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요. 더군다나 아는 사람이면 같이 죽으러 가자 부탁하는 모습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아무리 대월에서 자신 있다고 외쳐도.
제삼자 입장에서는 부담될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아니,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닌데.”
“그럼 뭐가 문제예요? 거절하든 말든 제안해 보면 되잖아요.”
“흠, 그냥…… 조금 부담스러운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서. 그게 문제야.”
“엥, 간부님이요?”
김지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유민정이 부담스러워할 정도의 서머너라고?
그녀가 어떤 인물이던가.
무려 대월의 딸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세상에 그녀와 친분을 유지하고 싶어서 안달 난 서머너만 아마 수십 트럭이 넘을 거다.
“도대체 어떤 자이길래……. 무슨 서머너 마스터라도 된대요?”
“어? 어떻게 알았어?”
“……네?”
김지연의 커졌던 눈이 더욱 확장됐다.
간부가 된 이후로, 항상 자신과 붙어 다니던 유민정이 언제 서머너 마스터와 친분을?
게다가 서머너 마스터는 그 집요한 기자들조차 못 찾아내는 신출귀몰한 자였다.
사교활동을 극도로 꺼리며.
대상이 누구든 안하무인 하기로 유명한 인물.
하지만 실력이 월등하니, 그 누구도 터치하지 못한다.
그냥 월등한 게 아니다.
그가 데리고 다니던 얼음 공주만 봐도 답 나온다.
무려 반년 만에.
혼자 빅3를 박살 낼 정도의 괴물로 만들어낼지 그 누가 알았으랴?
‘확실히 그자만 섭외할 수 있다면…… 이번 공략은 거저먹게 되겠지.’
그제야 김지연은 유민정의 고민을 이해했다.
그러고는 눈을 빛냈다.
“간부님.”
“응?”
“이거 왠지 긍정적인 그림이 나올 거 같은데요?”
“갑자기?”
“지금껏 서머너 마스터의 행보를 보세요. 공략 불가 판정 던전은 꼭 참여했었잖아요. 혹시 알아요? 기다리고 있을지.”
“……그러려나?”
“글구 싫다 하면 뭐 어때요? 물어만 보는 건데. 설마 ‘감히 나에게 제안을 해?’ 이러면서 다 때려 부술까 봐요? 아, 서머너 마스터라면 그럴 수도 있으려나……?”
김지연이 혹시 모른다는 표정을 짓자, 유민정이 픽 웃었다.
“무슨,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그럼 바로 질러보죠.”
“지, 지금?”
“네, 바로요.”
“…….”
유민정이 불안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사실 그와 친분이 있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과거 몇 번 얼굴을 마주했고, 되지도 않은 스카우트 제의를 했을 뿐.
“하아, 그래. 나도 모르겠다.”
목숨이 걸린 일인데, 어색함이 무슨 대수랴.
지금은 얼굴에 철판을 깔아도 모자랄 때였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준비했던 메시지를 보내버렸다.
“으아악! 보냈어!”
휴대폰을 던지듯 놓은 유민정이 다시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솔직히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저 아이디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만 수천이 넘을 수도 있는데.
볼지도 의문일뿐더러.
‘만약, 읽고 씹는다면?’
으으으, 벌써부터 밀려오는 무안함에 몸을 떨 찰나였다.
지이잉!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다, 답장?”
“지, 진짜요?”
이번엔 김지연도 호들갑을 떨었다.
마치 연예인이랑 연락하는 친우를 마주한 것처럼.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서머너 마스터는 그야말로 서머너들의 연예인이었으니까.
유민정과 김지연은 선물을 열어보는 소녀의 마음으로 답장을 확인했다.
[몬스터 만물박사(Lv.10) : 오? 오랜만인데? 당연히 기억하지.]“꺄악!”
간부의 체면이고 뭐고.
유민정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는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답장을 이어나갔다.
단연코,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빠른 속도였다.
[곰순아 잊지 않을게(Lv.32) : 답장 감사해요. 사실 이번에 저희 대월에서 준비하는…….] [몬스터 만물박사(Lv.10) : 공략 불가 판정, 거기 말하는 거지? 참여시켜주면 나야 좋지. 안 그래도 사냥할 곳, 필요했거든.] [곰순아 잊지 않을게(Lv.32) : 정말요?] [몬스터 만물박사(Lv.10) : 응, 위치랑 공략 날짜 불러.]“돼, 됐다!”
“진짜요?”
둘의 얼굴이 급속도로 환해졌다.
약 일주일간 고생했던 피로가 단박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계약 내용 조율이나 전략의 변경 등, 할 것은 늘어났지만 그게 뭐가 대수랴?
탐험에 서머너 마스터가 참여한다는데.
그녀는 반년 전, 심사위원으로 지원했던 자신을 처음으로 칭찬했다.
* * *
[곰순아 잊지 않을게(Lv.32) : 이틀 후에 출발해요. 그 전에 아직 계약도 안 하셨으니, 일본 가고시마현, 대월 베이스캠프 쪽에 한번 들러주세요. 항공편은 지원해 드릴게요.]유민정의 연락을 받은 진도윤은 곧바로 찍어준 위치로 이동했다.
항공편은 딱히 필요 없었다.
스르륵!
그에겐 희대의 사기 스킬, ‘차원 관리’가 있으니.
“오와, 진도윤이 사는 곳과 분위기가 완전 다르네?”
그의 어깨 위에 앉은 엘라임이 열심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매번 국내나 라스베이거스만 구경하던 그녀에게 일본은 또 다른 충격이었다.
거리에 가득 풍기는 길거리 음식 냄새와 비교적 아기자기하게 지어진 건축물들.
“요새 사냥만 하느라 질렸었는데, 여행이라니! 진도유운, 최고!”
“키이이!”
“끼루루루!”
나머지 소환수들도 엘라임의 말에 동조하는 것 같았다.
‘이것들이…….’
쉴 새 없이 사냥해도 6성(★★★★★★)화 되려면 수년이 걸릴 거 같은데.
벌써 질린다고?
물론, 아쉬워하는 존재도 있었다.
“뀨웅…….”
조금 전까지 마계 몬스터를 잡던 손맛이 잊히지 않는다는 듯 앞발을 꼼지락거리는 녀석.
데몰리션이었다.
진도윤은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지금도 잠깐 들르라 해서 온 것일 뿐.
볼일을 마치면, 곧바로 마계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서쪽 숲, 레이튼의 몬스터들은 꽤나 달달했으니까.
“진도유운! 저기 좀 봐!”
그때, 엘라임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우리 가고시마현은 대월 길드의 지원을 환영합니다!] [우리 마을을 구해주세요!] [사랑해요, 대월!]마을 주민들이 걸어둔 현수막이었다.
‘하긴, 불안하겠지.’
진도윤은 오기 전, 이곳 던전에 대해 간략하게 조사했었다.
일본 측에서 무려 1년이라는 기간 동안 클리어하지 못했던 던전.
자세한 정보는 풀려 있지 않았지만, 일본 측에서 세계에 지원 요청을 할 수밖에 없는 기간이었다.
그 지원을 세계 순위권 길드인 대월이 받아들인 것일 테고.
그렇게 처음 오는 가고시마의 풍경을 즐기며 걷던 도중.
“도윤 씨!”
약속된 장소에서 손을 흔드는 유민정을 찾을 수 있었다.
“정말 오셨네요?”
“와야지. 계약해야 들어갈 수 있다는데.”
진도윤은 가볍게 인사하며 유민정의 인상을 다시 한번 살폈다.
예전, 곰순이를 다룰 때만 해도 완전히 애송이였는데.
얼마나 흘렀다고 벌써 A급 서머너의 포스를 풍긴다.
물론, 그의 눈에 차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과연, 빅3 오너의 자제일까?
확실히 성장 속도만큼은 남달랐다.
“부탁에 응해주셔서 고마워요. 세상에, 진짜 도윤 씨가 와줄 줄 알았으면 다른 용병들은 구하지도 않는 건데.”
“너무 과신하진 마. 요새 들어 세상에 얼마나 강한 놈들이 많은지 절실히 깨닫는 중이니까.”
“에이, 농담은요.”
“그래서 본론은? 내가 요즘 좀 바빠서.”
“아! 그렇죠. 바쁘시겠지요! 일단, 따라오세요.”
화들짝 놀란 유민정이 근처 공원으로 서둘러 안내했다.
길드 캠프로 갈 수도 있었지만,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서머너 마스터를 위한 배려였다.
“우선 간단한 설명부터 드릴게요.”
“응.”
“여기, 일본 협회 측에서 보내온 정보를 요약한 거예요.”
근처 벤치에 앉은 유민정이 가방에서 서류 하나를 꺼냈다.
“밀랍 날개를 통해 다녀온 선발대가 적어둔 정보인데. 역시나 굉장히 악랄한 던전이더라구요.”
“흐음, 함 읽어볼게.”
진도윤이 빠르게 서류를 훑었다.
던전 이름은 ‘용의 제단’.
등급은 A.
던전 중앙에 있는 제단으로 입장해 보스 몬스터를 죽이면 클리어되는 나름 간단한 미션이었다.
문제는…….
“조금 꼬아놨네?”
“네, 제단 안에서 보스 몬스터랑 싸우는 중에, 그 제단을 파괴하려는 몬스터들을 막아내야 한대요. 그걸 못 지키면 제단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다 죽게 되는 방식이구요.”
“팀을 강제로 나누겠다는 거구만?”
그냥 나누는 것도 아니라 밸런스 있게 나눠야 한다.
내부에 있는 자들은 보스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어야 하고.
외부에서 제단을 지키는 자들 역시, 제단을 막아낼 정도의 실력이 있어야 한다.
“거기서 더 악랄한 게 뭔 줄 알아요?”
“뭔데?”
“여긴 안 적혀 있는 거긴 한데……. 제단 내부에 들어간 사람만 던전 기여도 시스템이 적용된대요.”
“아,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깨더라도 보상을 못 받는?”
“네, 그런 셈이죠.”
확실히 악랄하긴 했다.
대다수 서머너들이 던전에 참여하는 이유는 결국, 보상 때문인데.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다 같이 노력해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내분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
“흠, 오랫동안 못 깬 이유가 있었네.”
진도윤이 대수롭지 않게 읊조렸다.
어찌 보면 예전에 깼던 ‘황금 계단’과도 비슷했다.
그것 역시, 결국은 누군가가 희생해야 깰 수 있게끔 설계된 던전이었으니까.
“심지어 포탈 외부 몬스터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소수만 남길 수도 없는 상황이죠.”
유민정이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내부 공략은 대월이 맡고, 외부는 소수의 대월 멤버와 용병들을 쓸 계획이에요.”
“반발이 좀 있을 텐데?”
“그게 용병을 구하는 조건이었으니까요. 대신 그만큼의 보상도 확실히 해줘야겠죠.”
“그게 맞지.”
진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대월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다.
보상을 용병들에게 넘기려면 뭐하러 자처해서 던전을 지원하겠는가.
“그래서 말인데요.”
“응.”
“슬슬 계약 얘기를 해봐야겠죠?”
서류를 옆으로 치운 유민정이 다시 가방을 뒤적거렸다.
이후, 계약서로 보이는 서류를 꺼내든 그녀의 표정은 어쩐지 살짝 자신 없어 보였다.
과거, 그에게 얼토당토않은 스카우트를 제의했던 그녀만의 PTSD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