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45
나 혼자 S급 소환수 45화
서머너 페스티벌 (6)
조명 하나 없이 어두운 공간.
은하 길드의 서머너들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 진즉 그렇게 본색을 드러내니 얼마나 좋아? 남자답고.”
이로써 확실히 편해졌다.
녀석들이 인정한 마당에, 증거 따위를 찾는 데 심력 소모 안 해도 되는 거니까.
이제 녀석들을 제압하고 심문하거나 기억을 읽어내기만 하면 되는 거다.
‘놈들이 좀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좋으련만.’
프리덤.
과연, 우습게 볼 집단이 아니었다.
세계에서 알아주는 은하 길드의 간부들까지 포섭할 정도면, 확실히 무언가 있는 게 분명했다.
쿠르릉! 쿵! 쿵!
녀석들이 먼저 진출시킨 소환수는 3m를 훌쩍 넘는 바위 골렘이었다.
얼마나 무거운지, 대리석을 아작내다 못해 으깨며 달려오는 골렘.
“흐이이익?”
김태호는 그 위압감에 뒤로 훌러덩 자빠졌다.
그로서도 어이없는 상황일 거다.
호의적인 줄로만 알았던 은하 길드가 자신에게 이빨을 드러냈으니.
‘좋아, 해보자고.’
진도윤도 신속히 데몰리션을 불러내, 용가리의 위엄을 보여주려 할 찰나였다.
“어째서 은하 길드가 이런 짓을 벌이는 거죠?”
뒤에서 날카로운 음성이 들려왔다.
대월의 유민정이었다.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폭발!
콰아아아앙!
강력한 화염 스킬이 골렘의 중앙 부분에 적중했다.
대월 길드의 공격이었다.
결국, 은하 길드에 맞서기로 한 것이다.
‘오우, 상황이 편하게 됐네?’
빅3와 빅3의 대결이라니.
일반 서머너들은 돈 주고도 못 볼 진귀한 장면일 거다.
“은하는 이번 사건에 대해 길드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 할 거예요.”
“그 책임도 살아 있을 때나 물을 수 있지 않을까?”
유민정의 말에 은하 길드의 사내가 코웃음 쳤다.
“더욱이 고작 C급 서머너 따위에게 들을 소린 아닌 것 같고.”
“정말 안 되겠군요. 대월의 명예를 걸고 저들을 제압하세요.”
“직접 앞에 나설 힘도 없는 년이 말이 많구나.”
“나중에 상황 종료되고 다시 이야기 나눠보자구요.”
기 싸움과 함께 시작된 전투.
그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김제하의 무전이 도착했다.
– 형님!
– 왜?
– 신속히 자리를 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들려오는 녀석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무슨 일이지?’
잠깐 뒤로 빠진 진도윤이 무전에 집중했다.
어차피 대월이 나선 이상, 그 정도의 여유는 충분했다.
– 뭔데, 놈들의 힘이 생각보다 세냐?
– 그건 아닙니다. 문제는…… 놈들의 흔적을 추적하던 중, ‘아그니의 함정’을 발견했습니다.
– 뭐?
진도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그니의 함정’(A급).
불법적인 A급 아이템으로 협회에서 취급 제한시킨 아이템 중에 하나다.
폭탄식으로 설치하는 건데, 터지는 순간 막강한 화염이 반경 100m를 순식간에 휘감아버린다.
범위 내의 모든 생명체를 단숨에 불살라 버리는 끔찍한 대량살상무기인 것이다.
물론, 화력이 거센 만큼 얻기도 까다롭다.
‘이 새끼들 제대로 마음먹었네.’
이것은 협회를 무너뜨리겠다는 대의를 넘어선 일이었다.
주변 민간인들까지 전부 죽이겠다는 잔혹한 술수니까.
– 아시다시피, 아그니의 함정은 해제도 못 합니다. 건드는 순간 폭발이에요!
– 시간은?
– 약 10분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10분이라…….’
소란이 터진 후, 은하 길드 멤버들이 본부장을 납치하는 시간으로 딱 적절한 시간이었다.
– 위치는 어딘데?
– 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아시다시피 아그니의 함정은…….
– 잔말 말고 위치나 보고해. 내가 해결할 테니까.
– ……E-8 테이블 옆 벽면입니다!
진도윤은 신경질적으로 무전을 끊었다.
‘프리덤 새끼들…….’
대충 테러한 줄 알았는데 귀찮은 장치들을 많이 마련해 뒀다.
진도윤은 자빠져 있는 김태호를 질질 끌고 한창 전투 중인 유민정에게 다가갔다.
“도윤 씨! 괜찮으세요? 혹시, 가능하시면 힘을 조금만 보태주시면 좋겠는데……!”
인상을 잔뜩 쓴 그녀는 상황이 매우 급박해 보였다.
상황을 보니, 한 치 양보도 없는 공방이 오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도와줄 정도는 아니다.
비록 C급인 유민정이 있다지만, 다른 대월의 간부들이 충분히 잘 싸워주고 있었으니까.
“미안, 잠깐 어디 좀 다녀올 때가 있어서.”
“네?”
“본부장 좀 책임지고 맡아줘.”
“아니, 사람이 어떻게! 지금 도망가는 거예요?”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표정으로 눈을 흘기는 유민정.
“급한 일이야. 금방 올게.”
그러나 진도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 * *
‘E-8 테이블이 있는 지역이라.’
위치는 사전에 전부 암기해 뒀기에, 그곳까지 가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아직도 시야가 번쩍이며 혈투를 벌이는 서머너들.
‘도대체 몇 명이 온 거야?’
녀석들이 빠르게 진압되지 않는 이유는 분명했다.
첫째는 어두운 환경에서 게릴라를 펼치기 때문이고
둘째는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리를 뜬 서머너들 때문이다.
“쯧쯧.”
진도윤은 안타깝게 혀를 찼다.
원래 사람이란 게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자신과 하등 상관없어 보이는 싸움에 자신이 가진 부를 포기하고 목숨을 걸 자가 얼마나 될까?
“형님! 오셨습니까?”
그 순간, 어둠 속에서 김제하가 나타났다.
“정확한 위치가 어디야?”
“이쪽 벽면 뒤입니다. 영리하게도 안 보이는 구석 틈에 정확히 설치해 뒀습니다.”
“잘했다.”
진도윤이 김제하를 칭찬했다.
그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수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왔을 것이다.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한 트럭이니까.
“그나저나 어쩌시려고 그럽니까, 형님!”
“어떡하긴, 해제해야지.”
“안 됩니다! 아그니의 함정은 건드는 순간 폭발한단 말입니다. 피하는 것밖에 방법이…….”
“이 세상에 해결 방법 없는 살상 아이템은 없어. 그냥 모르는 것일 뿐.”
진도윤이 틈으로 과감하게 들어섰다.
김제하는 그런 그의 모습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우우웅!
틈에 들어서자, 붉은빛을 내며 진동하는 녀석이 보였다.
언뜻 보면 누군가의 심장처럼 생긴 트랩이 벽에 융화된 듯 달라붙어 있었다.
[삐빅!] [설치된 ‘아그니의 함정’(A급)을 발견하셨습니다.] [남은 시간 – 00:08:21]‘아그니의 함정이라…….’
진도윤은 추억에 빠졌다.
화(火) 속성 트랩으로 이곳에서나 무시무시하지, 미궁에서는 수없이 마주쳤던 트랩이다.
그리고 그 트랩은 오직 그만이 처리할 수 있기도 했다.
그는 화(火) 속성의 극에 달한 소환수, 피닉스의 주인이었으니까.
‘제프리가 알려준 방법이었지.’
사방을 둘러본 진도윤은 조심스레 피닉스를 꺼냈다.
굳이 자신의 최대 전력인 피닉스를 남들에게 노출하고 싶진 않았기에, 주변을 확인한 것이다.
[죽지 않는 새 ‘피닉스’(★★)를 소환합니다.] [현재 소환수와의 친밀도가 100입니다.]“끼루루루!”
“안 불러줘서 답답했지?”
“끼루!”
날갯짓하며 목에 부리를 비벼대는 피닉스.
놀랍게도 피닉스와의 친밀도는 이미 100에 달해 있었다.
과거, 그가 이루어놓은 것 중 유일하게 그것만 승계받은 것이다.
– 혀, 형님! 저것은? 피……닉스?
– 못 본 체해.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안타깝게도 김제하에게는 들킬 수밖에 없었다.
화르르륵!
피닉스는 아그니의 함정보다 더 짙은 불을 내뿜으며 타오르고 있었다.
‘방법은 간단해.’
그냥 먹이면 된다.
폭발은 막을 수는 없지만, 피닉스 몸 안에 있는 불은 오로지 그의 통제하에 놓이게 되니까.
더욱이 현재의 피닉스는 S급이니까 걱정할 필요도 없을 거다.
“먹어라.”
“끼루루룩!”
이윽고 피닉스가 부리를 열어 트랩을 삼켜버렸다.
쿠우웅!
물론, 이제부터 시작이다.
집중한 채로, 녀석 내부에서 폭발한 불의 기운을 다스려야 한다.
* * *
“크윽.”
유민정은 현 상황이 답답했다.
치열했던 공방이 점차 대월의 열세로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페스티벌에 내가 오지만 않았어도…….’
인정하기 싫었지만 인정해야 했다.
‘다 나 때문이야.’
애초에 빅3에게 지급된 협회의 초대장은 각각 다섯 개였다.
은하도 다섯, 대월도 다섯.
그런데 정작 싸움은 4:5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저 은하 길드 사내의 말대로 고작 C급인 자신의 곰순이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으니까.
‘역시…… 그깟 정에 치우치는 게 아니었나?’
그녀는 처음으로 곰순이를 고집한 것을 후회했다.
사실, 유민정의 감응력은 이미 80을 넘어섰다.
B급 중에서도 중간 정도에 위치한 수치.
그런데도 곰순이와의 정을 버리지 못한 채, 소환수를 바꾸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 구간대에는 많이 벌어지는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래도 상관없는 것도 맞았다.
어차피 감응력 100을 쌓을 때까지는, 대월의 빵빵한 지원을 받을 예정이었으니까.
“아가씨! 점점 밀리고 있습니다!”
“먼저 대피하셔야 합니다!”
한 번 밀리기 시작하자 균형이 깨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고 놈들은 그것을 놓칠 정도의 풋내기들이 아니었다.
콰아앙! 퍼억! 퍼억!
골렘의 강력한 주먹에 대월 측 소환수들이 피를 토해내며 나자빠졌다.
“뭐야, 고작 이 정도로 명예 운운하면서 이빨을 털었던 거야?”
“크크큭, 아니야,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오래 버텼어. 수준 낮은 것들 치고는.”
은하 측 서머너들의 조롱에 유민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올랐다.
“으드득!”
표정이 일그러지고 이가 갈렸다.
‘저 골렘만 아니었어도.’
다른 A급 소환수들은 할 만했다.
그런데 저 골렘은 빈틈이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탄탄하면서도 강력했다.
“아가씨!”
대월 길드의 간부들이 간절하게 외쳐왔다.
그러나 유민정은 고개를 단호하게 흔들었다.
“피하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싸우세요. 절대 놈들이 원하는 것을 넘겨주지 마세요.”
정황은 모르지만, 놈들은 협회 간부 김태호를 원한다.
유민정은 그것을 쉽게 내어주기 싫었다.
“크큭, 그 패기 하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구나. 다 죽여라.”
“알겠습니다.”
은하 길드의 소환수들이 신난 듯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유민정의 눈빛에 절망이 가득 차게 될 찰나.
그녀의 시야에 여유롭게 걸어오고 있는 한 사내가 잡혔다.
“진도윤 씨?”
아까는 급하다며, 어딜 가더니 왜 이제야 온단 말인가.
하지만, 이미 상황은 기울었다.
대월 간부들의 소환수는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고 그에 비해 놈들의 소환수는 멀쩡했다.
그가 합세한다 해도 마땅히 답이 나오는 상황이 아닌 거다.
“뭐야, 완전히 박살 나 있네?”
“피하세요, 도윤씨! 보통 놈들이 아니에요!”
그녀는 절박하게 외쳤다.
이미 진 게임에 승산 없는 싸움을 지속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사내는 걸음을 계속 지속했다.
“도윤 씨! 제 말 듣고 있는 거예요?”
“흠, 그래도 생각보다 오래 버텨줬어.”
“지금 그렇게 한가로울 때가 아니라고요!”
“걱정하지 마.”
“……?”
어느새 눈앞에 다가온 진도윤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듯 편안한 표정이었다.
“지금부터 여기는 내가 맡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