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Leveling: Murim RAW novel - Chapter 45
45화 – 18. 철인삼종(鐵人三種) in 무림 (2)
● ● ●
소가 걸어서 만 리를 간다고?
다 필요 없다.
날개 없는 오리도 만 리 따위 우습지.
내가 지나칠 때마다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폭설이 내리는 와중에 오리걸음이라니. 내가 봐도 미친 짓이 아닌가.
하나, 이미 내친, 미친 걸음이다. 끝까지 해낸다면, 미친 보상이 기다리고 있겠지.
‘아마도?’
어떤 이들은, 그런 날 보며 비웃거나 손가락질까지 했지만 내가 알 바는 아니었다.
나는 그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앞으로 나아갈 따름이었다.
오히려 이렇게 추운 겨울에 땀이 난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말이다.
(211,124/1,000,000)
[체력을 한계치 이상 사용하셨습니다! 체력 Up! 체력이 1 증가합니다.]
[체력이 10%(1할) 회복됩니다.]
섬서를 벗어나,
……
……
……
(527,447/1,000,000)
[체력을 한계치 이상 사용하셨습니다! 체력 Up! 체력이 1 증가합니다.]
[체력이 10%(1할) 회복됩니다.]
호북을 지나,
……
……
……
(884,215/1,000,000)
[체력을 한계치 이상 사용하셨습니다! 체력 Up! 체력이 1 증가합니다.]
[체력이 10%(1할) 회복됩니다.]
호남을 거쳐,
……
……
……
체력의 한계를 몇 번이나 돌파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오리걸음을 포함해서, 대략 500만 보쯤 걸음 달성했을 때, 마침내 뇌주에 도착했고, 저 멀리 해남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띠링-.
(1,000,000/1,000,000)
[임무완료]
귀하께서는 돌발임무를 완수하셨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귀하께서는 [칭호 : 압보(鴨步)의 달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칭호 : 압보(鴨步)의 달인]을 지금 장착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달칵.
[칭호 : 압보(鴨步)의 달인]을 장착하셨습니다.
압보 시, 공격 속도가 10% 상승합니다.
압보 시, 이동 속도가 10% 상승합니다.
압보 시,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이 칭호는 진화가 가능합니다.
“…….”
내가 이러려고 그 먼 길을 오리걸음으로 왔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처참한 칭호다.
쪼그린 상태에서, 능력치 상승이 다 뭔 소용이야!
미칠 정도로 허망한 보상에, [돌발임무]를 받았을 때보다 훨씬 긴 시간을 얼음인 채로 있었다.
“칭호는 개뿔…….”
한참 뒤.
간신히 현실을 받아들인 나는 고개를 들어 저 남쪽 바다 건너를 바라다보았다.
그걸 보니, 우습게도 금세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그간의 고생에 대한 진정한 보상이 바로 저기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뭐, 그래도 그새 다 왔네.”
대륙 최남단의 섬, 해남도.
평생을 가도 눈 한 번 보기 힘든 이곳이, 바다 건너에서 보아도 하얗게 변모되어 있었다.
“화-, 이거 살짝 곤란한 풍경이네?”
게다가 눈발이 꽤 가늘어졌음에도,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또, 여기서 가까워 보인다고, 실제로 가까운 건 결코 아니었다. 저 푸르디푸른 물은 동네 개울도, 나들이용 호변도, 그저 그런 강가도 아니다.
바다.
이 세상의 민물을 다 합친 것보다 넓고, 그 어떤 강보다 깊은 그런 해양이다.
육로는 개고생했으니, 해로라도 편케 가자.
“그럼 배 타러 가볼까?”
나는 그런 마음으로 뇌주 최대의 포구로 향했다.
● ● ●
뇌주 포구.
대형범선에서부터 뗏목까지 가지각색의 배가 정박해있었다.
문제는, 정박만 해 있다는 점.
배를 빌리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아도 어쩐 일인지 뱃사람을 거의 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몇 명 안 되는 사람들에게 해남도로 갈 수 있느냐고 의뢰해봤으나, 서안 마장에서의 ‘사태’가 재현될 뿐이었다.
“미친 녀석이로군. 이…….”
“……날씨에 바다를 건너달…….”
“……라니. 같이 죽자는 건가? 죽으려…….”
“……면 혼자 죽으라고.”
결국 다 합치면,
― 미친 녀석이로군. 이 날씨에 바다를 건너달라니. 같이 죽자는 건가? 죽으려면 혼자 죽으라고.
이 문장이 된다.
어딜 가나, 인간들이 개성이 없이 이 말만 되풀이했다.
바다 건너 해남도가 아스라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배를 띄우겠다는 인간 하나가 없었던 것이다.
어쩜 이렇게 똑같이 도전정신들이 없나, 그래?
“크크크. 그렇게 급하면 맨몸뚱이로 바다에 풍덩하시든가.”
“흐흐흐. 한겨울 냉수마찰이 그렇게 정력에 좋다던데?”
“좋겠수? 조만간에 여인네들 한 수레 가득 달려들겠네?”
크크크, 흐흐흐.
비웃는 인간들.
하지만 그들의 조롱 속에서 나는 정답을 찾았다.
‘해야 되면 하면 된다.’
씨익. 내 입술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그거 겁나 좋은 생각이구만. 고맙수다. 뱃삯 굳게 해줘서.”
“…….”
“안 그래도 하체단련만 엄청 해서, 상체도 좀 키워야 했는데.”
그래, 바다 건널 미친놈이 없으면 내가 미친놈이 되면 그만 아닌가?
뭐, 오리걸음으로 4000리를 횡단했다.
바다?
그까이 거 그냥 건너면 되는 거 아냐?
뭐, 대~충 양팔을 휘적휘적하다 보면 도착해있겠지?
“뭐, 추가보상으로 여인네 한 수레? 것도 좋네.”
난 그렇게 다시 한 번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그렇다고 맨땅에 머리를 처박는 정도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풍덩!
[영구지속 무공 : 수영/잠수]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영구지속 무공 : 수영/잠수]
Lv. 1 : 숙련도 1%
상태 : 수영입문
※수영/잠수 속도 및 수중 공격속도 등은 Lv.뿐만 아니라, 귀하의 민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어푸, 쏴아아-.
‘좋아! 예상대로다!’
지금까지 내게 일어났던 일들을 종합해보면 수영도 [무공]화할 수 있을 거라 짐작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실제로 그런 무공이 생겼다.
이러면 진짜로 할 만하지 않은가!
가자, 가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어푸어푸, 쏴아아-.
띠링-.
[수영을 열심히 해, 일정 경지 이상에 이르셨습니다! 수영 능력 Up! 수영 능력이 Lv. 2가 되었습니다.]
……
……
……
“끄, 끄아아아아아아아!”
[체력을 한계치 이상 사용하셨습니다! 체력 Up! 체력이 1 증가합니다.]
[체력이 10%(1할) 회복됩니다.]
뇌주 해안을 벗어나,
……
……
……
[수영을 열심히 해, 일정 경지 이상에 이르셨습니다! 수영 능력 Up! 수영 능력이 Lv. 3이 되었습니다.]
……
……
……
“……돌아갈까 그냥?”
뒤를 돌아보니, 온 거리와 가야 할 거리가 이미 비슷해진 상태.
“……가자, 그냥.”
어푸어푸!
[체력을 한계치 이상 사용하셨습니다! 체력 Up! 체력이 1 증가합니다.]
[체력이 10%(1할) 회복됩니다.]
중간지점을 지나,
……
……
……
[수영을 열심히 해, 일정 경지 이상에 이르셨습니다! 수영 능력 Up! 수영 능력이 Lv. 4가 되었습니다.]
……
……
……
“다, 다 와 간다! 다 왔다고! 악!”
파, 팔에 쥐가…….
[체력을 한계치 이상 사용하셨습니다! 체력 Up! 체력이 1 증가합니다.]
[체력이 10%(1할) 회복됩니다.]
바, 발에도 쥐가…….
어쨌건 해남도 해안에 임박.
……
……
……
개헤엄이, 어느새 접영이 되고 자유형이 되고,
내 팔이 자유자재로 물살을 가르게 되었다.
“아자! 가자!”
나는 물속에서도 무한 성장한다고!
● ● ●
천기자가 클클거리며 다시 덧붙였다.
“이 녀석아. 네놈은 속고만 살았느냐? 노부가 언제 농담지꺼리하는 걸 본 적이 있느냐?”
“설마 지금 하시는 말씀이 과장이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어허이~ 내가 방금 말하지 않았더냐? 무식하디 무식한 놈이라고. 어디 오리걸음으로 중원횡단뿐이랴? 앞에 닥치기만 한다면 헤엄을 쳐서 바다를 건너고도 남을 놈이니라.”
제갈총이 거듭 허허 웃었다.
“하하하. 역시 관주님 농은 가히 천하제일이십니다.”
제갈총의 웃음과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천기자의 음성이, 간만에 분 남풍을 타고 남으로 남으로 날아갔다.
● ● ●
눈보라가 몰아친 지도 어느덧 달포.
해남도의 겨울답지 않게 매서운 추위가, 초겨울 내내 어부들을 포구에 묶어두었다.
“허이구-. 추워서 꼼짝도 못허겄네.”
“옴짝달싹도 못허니 다행이지. 이 날씨에 바다에 나가 봐. 딱 얼어죽기 십상이여.”
포구 인근의 움막.
고기잡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움막 밖을 내다보며 그물정비도 할 겸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들이 쉴 사이 없이 입을 놀리는 걸로 추위를 이겨내고 있을 즈음.
“……저거 사람 아녀?”
한 어부가 바다 먼 쪽을 향해 손짓했다.
“뭔 헛소리여?”
기도 안 찬다는 듯 콧방귀를 뀌는 맞은편 어부. 그는 계속해서 그물 손질을 하다가 앞쪽의 어부가 시종일관 그쪽으로 손짓을 하자, 결국 뒤로 돌아보았다.
“어!?”
확실히 뭔가가, 저 차가운 해파(海波)를 가르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건 분명…….
“진짜네?”
사람이었다.
● ● ●
“푸우-.”
마침내 해남도의 포구에 닿았다.
나는 입에 밴 짠기를 뱉어내며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허연 포말이 일고 있었고, 그 위로 어렴풋이 보이는 거대한 육지, 중원.
정확히는 뇌주의 포구.
“……미친. 진짜 건넜어…….”
직접 바닷속에 뛰어든 내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내가 미친놈이란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는 걸 어쩌겠나?
솔직히, 중도에서 몇 번이나 되돌아가고 싶었다.
위기? 그걸 꼭 말해야 아나.
이 날씨에! 이 파도에! 이 눈발에!
여간 지독한 게 아니었다.
몇 차례나 빠져 죽을 뻔했고, 몇 번이나 조류에 휩쓸려 물귀신이 될 뻔했다.
그럼에도 해낸 건 역시 [영구지속 무공 : 수영/잠수]와 체력 상승으로 회복되는 10%체력 덕분.
……단숨에 수영의 달인이 됐지만, 한동안은 물이라면 사양하고 싶군.
“으- 추워.”
뒤늦게 현실감이 돌아온 탓일까?
살을 에는 추위가 느껴졌다.
나는 일단 [창고]에서 새 옷을 꺼내, 탁탁 털어 얼어붙은 몸에 꽁꽁 싸맸다.
“……귀신인가?”
누군가의 읊조림.
소리가 들린 쪽을 보니, 어부들이 움막에 옹기종기 모여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하나같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게 여간 놀란 게 아닌 모양.
하긴 어느 미친놈이 이 날씨에 헤엄쳐서 바다를 건너겠나. 보통 사람이나 하수면 바다에 나서질 않을 테고, 초절정고수 이상이라면 수상비(水上飛)를 펼쳐 건널 터이니.
나는 앞으로 걸어 나아가며 대답했다.
“그냥 미친놈입니다. 하던 얘기들 마저 하십시오.”
그렇게 멍하니 날 바라보는 사람들을 지나쳐 멀어지고 있는데, 누군가의 외침이 다시 들려왔다.
“어이, 거기 가는 미친놈!”
“…….”
……그렇다고 그걸로 부르라는 건 아니었는데.
아무튼 나는 고개를 다시 움막 쪽으로 돌렸다.
“설마 이 날씨에 뭍에서 왔는가?”
“네.”
“미친놈 맞구마이.”
“…….”
“뭐 타고 왔나?”
“수영으로 왔슴다.”
“수영? 미친놈 맞구마이.”
“…….”
인상 좋은 어부가 움막 안쪽으로 손짓을 하며 다시 말했다.
“아무튼지 이 날씨에 솔찬히 힘들었을 터인디, 여서 쉬다가이.”
사심 없이 순박한 사람들.
그들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아져 대꾸했다.
“제가 진짜 귀신이면 어쩝니까?”
“왜? 귀신은 쉬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당가? 저승에 잘 갈래도 푸~욱 쉬어줘야 된당게.”
세상 사람들이 다 이들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나는 움막 안에 좁쌀만큼 남은 자리에 끼어 앉았다.
“그럼 실례 좀 하겠슴다.”
움막 한가운데에 모닥불이 피워져 있어 얼었던 전신이 금세 뜨뜻해져 왔다.
역시 인심은 시골인심임을 재차 느낀다.
불에 손을 녹이던 날 보며 툭 질문을 던지는 한 어부.
“해남에는 초행이당가?”
“네.”
그 말에 어부가 다시 물어왔다.
“그럼사 목적지가 어딘고?”
남서쪽, 나는 자연스레 그쪽을 향해 고개를 틀었다.
이 먼 해안가 움막 안에서도 확연히 보이는 높디높은 산이 허연 외투를 두껍게 껴입고 그곳에 서 있었다.
“옥산(玉山)이오.”
“옥산? 그거이 어디여?”
어부가 고개를 갸웃하자, 옆에 앉아 있던 다른 뱃사람이 그의 어깨를 탁 치며 대답했다.
“아, 긍께 오지산(五指山)하고 여모봉(轝母峰) 말이여. 외지 사람들은 그 근방 산들을 쓰악~ 모아서 옥산이라하잖여. 옥이 겁나게 난다고이.”
“아, 근가?”
“그려.”
그러고는 뱃사람이 내 쪽을 보며 걱정스레 말했다.
“여 봐, 젊은이.”
“네.”
“머땀시 쩌그 갈랑가 나가 당최 모르게써야. 근디 시방 오지산 주변 백 리는 입산금지여.”
입산금지?
“왜요?”
“왜긴. 이 날씨에 그 험준한 산에 올랐다간 십중팔구 낙사항께 그라제이. 젊은이가 뭍에서 와서 잘 모르나본디, 중원오악이니 뭐니고 간에 오지산은 그것들보담 배는 높고 험하당게.”
씨익, 그 말에 오히려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그럼 제대로 찾아왔군요.”
“잉? 무신 소리당가?”
“높고 험할수록 좋은 옥이 난다더군요.”
“쯧쯧쯧. 나가 자네가 느자구 있어 보여 하는 말인디, 모가지 중헌지 알드라고.”
“목숨을 소중히 할 거면 여기 오지도 않았겠죠.”
탁탁, 손바닥을 쳐보니 물기 한 점 튀지 않는다.
체온도 이제 다 돌아온 것 같고.
슬슬 일어날 시간.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어부들에게 인사를 건내려는데, 뱃사람 중 한 명이 다시금 혀를 찼다.
“쯧쯧. 역시 제대로 미친놈이구마잉.”
“…….”
“좌우당간 그라믄 디게 미친 김에 겁나 미친 옥이나 따뿍캐서 댕겨와이. 천지 누구도 줏은 적 없는 그런 옥 말이시.”
겁나게 미친 옥.
‘그래, 창광비취(蒼狂翡翠)라면 충분히 그런 소릴 들을 만하지.’
천하십대기병(天下十大奇兵)으로 바뀔 재료였으니까.
그런데…….
멈칫, 나는 가려다가 문득 발을 멈추었다.
옥산에 입산하기 전 먼저 해야 할 일이 떠오른 까닭이었다. 그에 잠시 다시 움막 쪽을 돌아보며 질문했다.
“혹시 무림맹 해남지부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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