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999
신음 소리가 비명으로 바뀌었다.
“아악! 아아악!”
부모의 얼굴이 하얗게 뜨는 것을 확인한 시로네가 이미지 존으로 다가갔다.
“괜찮아, 위저드.”
비명이 뚝 그쳤다.
“나도 그랬어. 여태까지 확신했던 모든 게 무너지고,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지.”
“…….”
“이것이 옳은가?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 실패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는 건 아닐까?”
위저드는 무아지경에서 들었다.
“하지만 그건 네가 여전히 싸우고 있다는 증거야. 정답을 찾아서 편해지려고 하지 마. 지금 너를 괴롭히는 그 불확실성을, 통째로 끌어안고 나아가는 거야.”
나침반 같은 건 없다.
“싸워.”
시로네가 해 줄 수 있는 말도 이것뿐이었다.
“관철시켜.”
“으아아아아!”
위저드의 눈에 초점이 되돌아오고, 심박동이 엄청난 속도로 상승했다.
시로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다.’
에누리 없는 초당 1만 2천 회를 유지하며, 위저드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으아아아, 이게 뭐야?”
여전히 겁이 나는 모양이지만 그보다 더 짜릿한 고양감에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짝. 짝. 짝.
바르토크가 박수를 치자, 이어서 마도 10인회가, 에이미가, 교사들과 학생들이 뒤를 이었다.
“세상에…….”
마법에 문외한인 위저드의 부모님도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는 느낄 수 있었다.
심박동을 멈춘 위저드가 이미지 존에서 내려오자 모두가 달려들었다.
“최고다, 위저드! 엄청난 실력이었어!”
피를 많이 흘려 얼굴이 창백했지만 아이의 표정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헤헤! 마지막에 오빠의 말을 안 들었으면 실패했을 거예요. 그때는 너무 무서워서…….”
수많은 사람에게 축하를 받는 가운데 오직 시로네의 눈빛만이 슬펐다.
‘증명해 냈다.’
하비츠를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마음껏 즐겨라.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해도 돼. 세상은 너에게 무한한 자유를 줄 거야. 네가 무엇을 하든, 아무도 너를 비난하지 못할 거야.’
그래서 더욱 슬펐다.
‘하지만 그 대가로 짊어져야 하는 게 있다. 절대로 네가 내려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희망이다.
‘너는 어떤 상황에서도 불가능하다는 말을 입에 담아서는 안 돼. 모두가 포기해도, 모두가 좌절한 채 마지막을 기다려도, 너는 반드시 이렇게 말해야 한다.’
할 수 있다고.
‘그것이 너의 숙명. 너에게 주어진 미래.’
일곱 살 아이가 짊어지고 있는 거대한 희망 앞에서 시로네는 웃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이제는 싸울 수 있다. 사탄을 죽일 수 있는 천적이 만들어졌어.’
마음을 다잡은 시로네가 바르토크에게 물었다.
“람파 씨에게 연락이 왔나요? 카샨의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죠?”
“아직 기별이 없습니다. 하비츠 또한 아가노스에 입성한 이후 종적을 감췄습니다.”
‘무슨 짓을 꾸미는 거지?’
카샨에 가서 직접 확인하면 될 테지만 우오린이라는 강적이 존재했다.
‘성전 총회가 열릴 때까지는 특별한 대응을 해서는 안 돼. 그녀의 미래시는 정국을 바꾼다.’
모든 결착은 성전에서.
‘시간이 없어. 위저드의 훈련을 끝내고, 마계 정화도 성공시켜야 한다.’
시로네의 동시 사건이 만든 결과에 따라 그날 인류의 판도가 결정될 터였다.
‘앞으로 23일.’
성전 총회까지 남은 기간이었다.
***
“나쁜 자식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대공의 고성을 빠져나온 레테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두 번 다시는…… 응?”
전방에서 터진 굉음에 고개를 들었을 때, 도시의 구역 하나가 완전히 날아가고 있었다.
“저게 뭐야?”
레테의 생각에도 지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충격의 강도는 아니었다.
“응?”
흐릿하게 점으로 보이는 거리에서 2명이 치열하게 박투를 벌이고 있었다.
‘누구지? 마족?’
1명은 분명 악마족이었으나 다른 1명은 지옥에 존재하지 않는 종족이었다.
콰아아아아앙!
마족의 손에서 튀어나온 섬광이 다른 자의 몸에 처박히자 파천황의 폭음이 터졌다.
“…….”
일개 생물의 육체에 맞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충격과 굉음이 아니었다.
“뭐야?”
레테가 곧바로 몸을 날렸다.
“크으으으!”
바닥을 미끄러지는 손유정의 얼굴이 구겨졌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아무리 혈기 왕성한 육체를 가진 젊은이라도 무술의 고수를 이길 수 없다더니.
‘내 공격을 전부 무력화시킨다.’
지금 눈앞의 마족과 싸우는 꼴이 딱 그랬다.
“흐읍!”
발에 힘을 주자 미끄러지는 발바닥이 땅 밑으로 들어가며 흙더미가 산을 이루었다.
“너, 누구야?”
손유정이 눈을 치켜뜬 곳에 붉은 피부의 마족이 금빛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그게 뭐가 중요한데?”
시로네는 화가 난 상태였다.
그녀가 다른 강적과 다른 이유는, 전투 외에는 무엇에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천둥벌거숭이.’
세상이 소멸하든 인류가 멸망하든,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투쟁심뿐.
‘정말로 귀찮구나, 나네.’
시로네의 표징이 차갑게 변할수록 몸에서 피어오르는 빛의 무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저게 문제란 말이야.’
손유정은 바짝 긴장했다.
어떤 이치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나네의 설법과 같은 깊이가 느껴졌다.
“너, 마족이 아니지? 왜 나를 방해하는 거야? 그냥 할 일을 하면 되잖아.”
“뭐?”
시로네는 비웃음을 지었다.
“착각하지 마라. 네가 내 일을 방해하고 있는 거야. 너에게 무슨 목적이 있든…….”
두 손을 감싸자 찬란한 빛의 무리가 무서울 정도의 압력으로 압축되었다.
“나보다 하찮다.”
시로네가 두 손을 펼치자 율법 그대로의 섬광이 전방을 환하게 수놓았다.
‘이 자식…….’
그 빛보다 빠르게 눈앞으로 쳐들어온 시로네를 노려보며 손유정이 이를 악물었다.
‘화안금정.’
대단한 척하는 놈들을 보면 일단 역함이 밀려드는 그녀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뭐?’
진리를 관통하는 눈에 비치는 것은 지독히 순수한 사랑의 마음이었다.
‘야훼?’
등골을 타고 소름이 돋았다.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
그 누가 알았겠는가, 부처에게 얻어맞고 떨어진 곳에 또 하나의 진리가 있을 줄은.
“가라.”
시로네가 손바닥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자 빛의 구체가 그녀의 복부를 강타했다.
“에이, 씨……!”
더 이상 의문은 없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졌다고 몸에 가해지는 충격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으아아아아!”
쾅! 쾅! 쾅! 쾅! 쾅!
손유정이 연거푸 건물을 관통하며 사라지는 것을 시로네는 무심히 바라보았다.
가장 짜증 나는 것은 아직 멀었다는 것.
“후우.”
그렇기에 나네도 긴고아를 채워 손유정을 지옥으로 떨어뜨린 것이었다.
“두고 보자, 나네.”
그의 웃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리안이 물었다.
“두 가지 방법?”
“그래. 게헨나의 사슬이 끊어지는 이유는 들어서 알고 있겠지. 당장 이 오류를 고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네. 하나, 시스템적으로 고친다. 둘, 자네를 고친다.”
“흐음.”
리안은 무엇이 좋은지 선택하지 못했다.
“각기 장단점은 있어. 우선 시스템을 손보게 되면 자네는 더 이상 카르마에 얽매이지 않게 될 것이야. 어차피 시스템을 초월한 이상 규격 외로 설정하는 게 좋지.”
심장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더 이상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나를 고친다는 것은 뭐죠?”
“자네에게 설정되어 있는 카르마를 우회하는 거지. 그러니까, 시스템이 착각하게 만드는 것일세. 그게 가능한 이유는 바로 자네의 무기 지.”
리안이 대직도를 꺼내 들었다.
“이거요?”
“그 검은 절대로 깨지지 않는 코드가 적용되어 있어. 마스터 코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옥에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물건일세. 그것을 이용해서 카르마를 우회시킬 수 있을 거야.”
“저는 전문적인 말은 모릅니다.”
마그리트는 리안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다.
“게헨나의 사슬을 에 연결하는 거지. 불의 고통은 지속되지만, 더 이상 이 세계가 자네의 카르마를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야.”
“아하.”
마그리트가 검지와 중지를 펼쳤다.
“첫 번째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자네에게 유리하네. 두 번째는 금방 끝나지만, 고통을 감당해야 하지. 사실 어느 것도 내키지 않아. 생각 같아서는 자네의 모든 것을 분석하고 시스템을 복구시키고 싶지만…….”
레테가 그렇게 오래 시간을 줄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니 자네가 결정하게. 전자인가, 후자인가.”
리안은 생각하지 않았다.
“두 번째로 하죠.”
“……정말 괜찮겠나? 여태까지 받은 고통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게헨나의 사슬이 에 연결되면 고통은 순환하게 되네. 물론 자네의 검이 마의 정화를 일으키는 용량도 무제한이 되겠지만.”
“그런 건 상관없어요.”
리안이 대직도를 등 뒤에 꽂으며 말했다.
“시로네가 걱정됩니다. 그 녀석은 설령 마족이라도 이야기를 들어 보려는 쪽이니까요.”
“자네는 다른가?”
마그리트가 보기에는 리안도 인간적이었다.
“네.”
리안이 말했다.
“마족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시로네보다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매서운 눈초리로 리안을 노려보던 마그리트가 한숨을 내쉬며 칼을 들었다.
“이쪽으로 오게.”
수술이 시작되었다.
신인류 (1)
진천의 황성 염라는 자정이 가까울 무렵에도 수많은 곳에 불이 켜져 있었다.
진강이 시로네를 불렀다.
“들어가겠습니다.”
황제의 거처로 들어가자 진강이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들어오게.”
문이 닫히고 시로네가 조심스럽게 앉자 진강이 도자기 술병을 들었다.
“일이 바쁜가 보군.”
술을 받으며 시로네가 말했다.
“진천은 넓으니까요. 도와주신 덕분에 여러 안건들이 빠르게 처리되고 있습니다.”
진강은 시로네의 적극적 아군이었고, 이는 성전 총회에서 큰 힘이 될 터였다.
어색한 정적을 깨고 시로네가 말했다.
“현재 성음은…….”
“오해하지 말게. 그것 때문에 부른 게 아니야. 약속을 했으면 기다리는 것이 대장부지.”
어찌 궁금하지 않겠냐마는, 진강은 사적인 감정으로 대사를 보는 인물이 아니었다.
“진천의 국민들은 감사하고 있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마계의 피해가 훨씬 컸을 거야.”
바싸고가 마계를 개방한 청룡 산맥은 현재 완벽하게 격리된 상태였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정신 방사의 범위가 넓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반경 300킬로미터를 좁다고 할 수는 없으나 진천에 비하면 국소적이었다.
진강이 본론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