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80
80. 무기 상인 (5)
‘무슨 생각인지 파악이 된다. 뭔가 음모를 꾸며서 세인의 재산을 강탈할 생각을 하고 있어. 그렇지 않더라도 뭔가 이득을 취할 방도가 없는지 궁리 중이야.’
수지가 바로 생각을 전달했다. 그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꼈던 감각이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알고 있어. 마치 먹이를 보는 것 같아.’
“운이 좋아 약간의 수익을 낸 것입니다. 실패한다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김세인은 에스퍼를 끌어올려 더러운 느낌을 떨치고 완곡한 어조로 거절했다. 지켜보는 눈이 있기에 대놓고 거절할 수는 없었다. 괜히 나쁜 이미지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
“드림호프 투자회사의 수익률이 캘리포니아 최고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약간의 여유자금이 있는데 그걸 좀 운용해 줄 수 없을까요? 투자회사라면 외부의 투자를 받아 운용할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드림호프는 자기자본과 고모할머니가 맡긴 자산을 운용하는 소규모 회사입니다. 투자 매니저도 많지 않기에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외부 투자를 받을 생각은 당분간 없습니다. 패밀리 컴퍼니에 불과합니다.”
패밀리컴퍼니는 슈퍼리치들이 자신의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만든 회사로 투자회사나 홀딩스란 이름을 많이 사용했다. 형태는 법인이지만 운영은 폐쇄적이라 법의 통제를 벗어나 있었다.
김세인은 로사리오를 어떻게 해서 이득을 볼까 했지만, 굳이 귀찮은 일을 자처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연루될 여지 자체를 주지 않으려고 패밀리컴퍼니라고 선을 그었다.
“혹시라도 외부 투자를 받을 생각이라면 말을 해줘요.”
“그럴 계획은 없지만 그렇게 할 거라면 연락을 드리지요.”
김세인은 일단 좋게 이야기를 마쳤지만 웃는 낯 뒤에 가려진 음흉한 속내가 내심 걸렸다. 무기상인인 로사리오라면 사람의 목숨을 쉽게 생각할 것으로 보였다.
‘철저하게 감시해야 할 것 같다. 저런 자는 뭔가 일을 저지를 수 있다. 세인의 주변을 조사할 것 같아.’
‘그런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그렇다고 무작정 죽이는 것은 능사가 아니니 일단 감시만 하자. 직접 손을 써서 처리하는 것은 최후의 방도로 생각하지.’
‘고도 비만에 온갖 성인병을 다 달고 있으니 에렌 허벌린과 비슷해. 티 나지 않게 처리하는 것은 간단하다.’
키가 크지만, 체중이 140㎏이 넘어간다고 말을 했다. 그렇기에 의자도 일반 의자가 아닌 두 사람이 앉을 정도의 광폭 의자를 별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미국에는 그런 빅사이즈의 사람이 많았고 그런 자를 위한 물품도 많았다.
‘그에게는 세 아들이 있는데 오늘은 막내아들과 같이 왔다. 장남은 안전하게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고 둘째 아들은 멕시코에서 무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막내아들 슈비스케는 홍콩 지사를 책임지면서 무기 밀매와 군수물자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면서 로사리오 켄팅턴과 같이 인사하러 오지 않은 아들을 가리켰다. 로사리오 켄팅턴과 닮았지만, 비만이 아니라서 그런지 상당히 강인해 보이는 30대 청년이었다.
대략 20분 정도 지나자 연회장에는 대략 70여 명의 사람이 20여 개의 테이블을 채웠고 주지사가 공식적인 인사말을 하고 몇몇 사람이 나서서 주지사 취임을 축하하는 축사를 하기도 했다. 그런 의례가 끝나자 악단이 가벼운 곡을 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연회로 이어졌다.
“이런 행사는 공식적으로 후원금을 모금한다. 자선모금형식이니 정치자금은 아니지만 결국 주지사의 이름으로 진행이 된다.”
결국 공짜 식사는 아니라는 말이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기업인에게 돈을 뜯어내는 것은 한국이나 차이가 없었다. 그나마 자발적이라는 것과 공개적이라는 것이 달랐다.
“그건 어쩔 수 없죠. 적당히 기금모금에 협조하는 것이 최선이죠. 얼마나 써내야 해요?”
지금은 고모할머니가 결정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이기에 그 기준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고모할머니가 생각하는 기준에 대해 언급했다. 가지고 있는 자산, 주최자의 위치, 다른 참가자의 상황, 목표금액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했다.
너무 적게 해도 욕을 먹고 너무 많이 하면 그것도 욕을 먹는다면서 일정한 기준에 대해 언급했다. 최소 1천 달러에서 최대 1백만 달러까지 격에 맞추면 되었다.
“여기서는 우리가 최고로 많이 써내야 할 것 같군요.”
“그래야지. 최대 4명이 참석할 수 있는데 풀로 채웠고. 그러니 1인당 5~10만 달러의 자선기금을 내야 할 것 같다.”
“정말 비싼 식사군요. 그렇게 많이 해야 해요?”
“모처럼 내는 금액이니 그 정도 해야지. 항상 그 정도 했어. 정치자금도 아닌 자선기금 모금이니 그렇게 해야지. 그래도 다 나중에 세무신고 할 때 공제를 받으니 다행이지.”
김세인은 고모할머니의 기부 현황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참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들이 주지사가 개최한 연회에 참석하고 돌아오지 레이튼이 일거리를 들고 찾아왔다. 이미 처리된 건에 대한 사후보고였다.
“뭐가 문제인가요?”
레이튼이 몇 가지 업무를 보고하다가 마지막에 머뭇거렸다. 뭔가 큰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샌디에이고 인근에 있는 모산나 기계를 아실 겁니다.”
“음, 거긴 드림호프가 한 2% 정도의 지분을 보유한 곳 아닌가요? 엘레스 전자의 창업주인 코스탄 엘레스가 보유했던 지분을 인수했던 것 같은데.”
김세인이 투자한 회사 리스트를 보았고 어떤 이유로 보유했는지 이력까지 파악한 상황이라 그 내용을 기억했다.
“그렇습니다. 사실 모산나 기계가 엘레스 가문의 주력기업입니다. 본가에서 지금까지 운영했고 코스탄 엘레스는 현 회장인 드리고 엘레스 회장의 6촌 동생이기도 합니다.”
“문제가 있나요? 거긴 공작기계 제작하면서도 매출의 30%는 군납인 군수업체가 아닌가요? 샌디에이고의 군함 건조 시설인 태평양 3함거에 주로 납품하죠?”
“맞습니다. 한데 얼마 전에 경영악화로 인해 사실상 부도가 났고 인수할 업체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엘스파고 은행이 주거래 은행인데 두 번의 입찰을 했지만 모두 유찰이 되면서 사실상 청산하는 상황에 몰리고 말았습니다. 군수업체이기에 폐쇄는 하지 않고 있지만 골치 아픈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제조업은 미국에서 몰락하고 말았다. 그렇기에 공작기계와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모산나 기계는 경쟁력을 상실하고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혹시 드림호프에 인수를 제안해온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부채도 50%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주당 1센트에 인수해달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지분을 100% 소각한다고 합니까? 아니라면 의미가 없지 않나요? 살려놓으면 애먼 자만 좋아질 것이고요.”
김세인은 단순히 기존 지분을 인수하는 것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그리 좋은 방도가 아니었다.
“채권단에서 지분소각을 위한 조치를 취한 상황입니다. 우리가 가진 2%의 지분도 소각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소각을 하는데 얼마나 보상한다고 합니까?”
“그게 채권단에서 주당 1센트를 보상할 것이라 합니다.”
지분을 소각하는데 1센트라도 보상을 해주는 것이 그나마 문제의 소지가 없었다. 1센트를 보상할 경우 주식을 양도하기에 모든 권리가 사라지지만 무상으로 소각하면 소송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소각을 위해 채권단이 구입한 주식을 원가로 다시 매각한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절차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주식을 신규로 발행하려면 이행해야 하는 절차가 많기에 구주를 그대로 양도한다는 의미였다.
“100% 회수를 하는 건가요?”
“강제회수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상장된 주식이니 그리 어렵지 않게 진행이 될 것입니다. 정리매매가 진행되는 상황이니 문제는 없습니다.”
“정상화를 시킬 방도가 없다면 인수할 필요는 없어. 뭔가 방도가 있는가?”
그 순간 고모할머니가 나서서 레이튼에게 물었다. 모산나 기계는 구제불능의 상황이었다. 사실 태평양 함대의 무기 제작창인 샌디에이고의 조선소, 태평양 3함거 자체가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었고 지역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고 있었다.
“마땅한 방도가 없습니다. 자동차 부품에 뛰어들었지만 몇 개의 자동차 공장이 폐쇄되었고 항공기 산업도 침체라서 문제입니다. 괜히 네오콘이 호전적인 것이 아닙니다.”
“받아도 문제라는 말이군요.”
“혹시 주지사에게 언질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런 말은 없었어. 주지사가 추진하는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투자부적격이지만 그렇다고 검토도 하지 않을 수는 없어 자료를 모으면서 거절할 명분을 쌓고 있습니다.”
“요즘 시체가 널려있어. 그게 문제야.”
고모할머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한계에 도달한 기업이 도산하고 그걸 어떻게든 정리하려는 정부와 금융기관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었다.
‘군수산업이 불황이라는 말이지. 그걸 해결하려면 어디선가 전쟁이 벌어져야 해. 이라크 전쟁의 약발도 다 사라져 버린 거야. 그렇다고 지금처럼 중동에서 내전이 벌어져도 도움이 되지 않아. 그런 정도로는 해결이 되지 않아.’
모산나 기계에 대한 보고는 그저 거절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지만 김세인은 혹시라도 인수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등 떠밀려 인수하는 사태는 피해야 해.”
“알겠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레이튼도 무슨 상황인지 알기에 심각한 어조로 말을 했다.
김세인은 TR 실리콘을 방문했다. 거기에 투자한 이후에 한국에 SI 연구소를 만들었다. 그렇기에 25%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성과는 좀 있습니까?”
조제프 레넌 CEO를 만나자 그런 질문을 던졌다. 이제 시제품을 만들어서 영업할 단계라는 말을 들었기에 확인했다.
“그럼요. 다행히 샘플 제작을 마무리하고 영업을 진행 중입니다. 몇 군데서 시제품 제작 의뢰를 받은 상황입니다. 당장 큰 성과는 없겠지만 증명은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샘플을 보여주었다. 손톱만한 칩이라 겉으로 봐서는 알 수가 없었다. 또한 업체명을 제외한 주문현황도 보여주었다. 특이한 것은 고객이 샘플 제작비용도 지급하여 크게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었다.
“성과가 있는 것 같군요. 특허 현황은 어떤가요?”
이런 기업의 성과는 수익을 내는 것보다 특허라고 할 수 있기에 그에 대하여 물었다. 특허가 사실 재산이었다.
자잘한 기술까지 전부 특허를 제출한 상황이었다. 제품 하나당 10여 가지의 원천 특허와 40여 가지의 우회특허를 내서 무려 150여 개의 특허를 출원한 상황이었다.
“이미 다른 업체에서 출원한 것도 있기에 특허가 등록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른 업체에서 먼저 특허를 낸 것은 등록이 되지 않아 별도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다른 업체와 크로스라이선스를 맺을 수도 있겠네요.”
“그건 어쩔 수 없죠. 그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요. 젤리턴 특허법률사무소와 제휴하여 진행 중입니다. 특허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무단으로 도용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특허괴물의 밥이 되고 맙니다.”
미국은 특허에 관련된 업무가 워낙 복잡해서 그런 일만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법인이 있었다. 그들에게 위탁하여 처리해야 소송의 위험을 피할 수가 있었다. 그런 업체가 사실은 특허 괴물이라고 하는 곳들이었고 현재는 그들만의 리그를 구성하고 있었다.
“거래하는 파운드리 업체도 소규모인 것 같군요?”
그저 노광기 한두 대, 라인 한두 개만 가지고 장사하는 곳이었다. 그런 곳은 많은 공정이 수동이나 마찬가지였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유연 생산공정을 추구하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