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568
00568 129. 나비효과 =========================
형진이 차야 메사에서의 일에 열중할 동안, 지구에서는 마침내 비행형 퍼스널 모빌리티의 판매가 시작되었다.
이전부터 예약 구매를 시작했던 이들과 함께 가장 먼저 물건을 받아본 것은 다름 아닌 각국의 경찰들이었다.
여러 가지 새로운 물품들의 시연이 이루어지고,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비행형 퍼스널 모빌리티의 시판이 시작되자 각국은 그에 어울리는 새로운 교통 법규의 제정을 서둘렀다. 또한 해당 사용자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경찰등에 특별 기동대를 설립하고 그들에게 비행형 퍼스널 모빌리티의 탑승을 훈련시키는 일도 병행했다. 만약 비행형 퍼스널 모빌리티가 범죄에 이용될 경우 현재의 경찰이 지닌 기동력으로는 대응하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천벌 등의 영향으로 범죄율이 줄었다고는 해도 그들의 우려가 전혀 쓸 데 없는 일은 아니었다. 지구의 법률이 쓸데없이 복잡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법의 틈을 비집고 나가려는 자들이 언제나 존재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행형 퍼스널 모빌리티는 전례가 없는 운송수단이기에 그만큼 법규에도 빈틈이 많았다.
경찰들에게는 일괄적으로 호버 보드 형태의 물품들이 배송되었다. 제식 물품이라는 것은 가급적이면 규격이 동일할수록 좋은 법이고, 머리가 굳은 고위 관리들로서는 굳이 다양한 물품을 구매해야 할 이유를 알 수 없었던 탓이다.
미라지 코어는 각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예약 판매 이전에 그들에게 가장 먼저 호버 보드를 판매했다. 물론 이렇게 호버 보드가 손에 들어오자 그 나라들은 또다시 딴 생각을 했다. 이를테면, 이것을 경찰에게 전부 쥐어줄 것이 아니라 몇 개는 뜯어보기도 하고, 또 몇 개는 이어 붙여서 더 큰 운송능력을 지닌 물건을 만들어 본다든가 하는 식으로.
하지만 불행히도 호버 보드는 뜯어본다고 그 구조나 작동 원리를 알 수 있는 물건이 아닐뿐더러, 그것을 조종하는 방식마저도 현존하는 그 어떤 기계와 달랐다. 사람이 올라서는 순간 개인의 신체 움직임이나 사고를 감지해 수족처럼 움직이는 방식이니, 차량의 바퀴 같은 것에 연결한다고 해봐야 그렇게 연동된 호버 보드를 작동시킬 수단이 없는 것이다.
각국이 그렇게 뻘짓을 하는 동안 예약 구매를 신청했던 이들에게 배송이 시작되었다.
배송 당일, 인터넷은 문자 그대로 불타올랐다. 사람들은 자신이 구매한 비행형 퍼스널 모빌리티를 현실에서 탑승하는 모습을 동영상 사이트나 SNS에 올렸고, 그것은 미처 예약 판매에 참여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와! 지, 지금 봤어? 우산 들고 날아가는 사람?”
“배송 시작했다고 하더니 정말로 판매가 시작된 모양이네?”
“아우!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예약 판매 신청하는 건데.”
“정식 판매는 언제부터래?”
“내일이라는 거 같던데?”
“정말? 어디서 파는지는 알아?”
“어디서고 뭐고 게임 안에서 캐시로 사면 알아서 배송하는 방식인가 보더라고.”
“대박!”
몇몇 사업가들은 비행형 퍼스널 모빌리티의 도소매나 유통 같은 것에 한 발 얹으려 했던 모양이지만, 아쉽게도 미라지 코어는 그런 식으로 다른 자들이 중간 유통 과정에 끼어드는 행위를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
“이건 너무 한 거 아닙니까? 혼자만 다 해먹겠다는 소리잖습니까!”
“독점 금지 법안이란 건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이겠죠. 정치권에 압력을 넣어 봅시다.”
“맞아요. 기술은 공유되어야 합니다. 그게 인류 발전을 위한 일이죠!”
돈에 눈이 돌아간 몇몇 인간들은 지난 몇 달 동안 미라지 코어가 보여준 행보라든가 각국의 행보를 까맣게 잊어 버렸는지 언론과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행동에 대해 다른 이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미친 거 아니야? 천벌을 받고 싶으면 자기들이나 받든가 왜 우리까지 덤터기를 씌우려고 들어?”
그렇게 오히려 화를 내며 관계를 끊으려 하는 자들도 있었고,
“특허조차 없으니 미라지 코어는 유사품 같은 걸 만들어도 권리 행사를 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한 발 걸치고 싶으면 베끼든 뭐든 당신들도 만들어서 팔든가요. 아, 그리고 죄송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로 얼굴 마주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죄송합니다.”
나름 정중하긴 하지만 명백하게 귀찮은 기색을 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이미 미라지 코어는 너무 커버린 상태라 함부로 수저를 얹어보겠다고 나서는 자들은 그야말로 미친놈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형국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친절하게 알려왔고, 미라지 코어는 그들에게 걸맞은 보상을 하며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갔다.
비행형 퍼스널 모빌리티의 판매는 기존의 운송 수단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자동차와 비행기, 선박 등 대부분의 운송 수단이 이런 시대의 변혁에 휘말렸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역시 자동차였다.
비행형 퍼스널 모빌리티의 예약 판매가 시작된 시점에서부터 자동차 회사들의 주가는 꾸준히 내리막세를 유지했고, 만약 미라지 코어가 자동차 형태의 운송 수단을 발매하는 즉시 이 회사들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질 운명이나 다름없었다. 그것은 달리 누군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확연할 정도의 일이었고, 실제로 신규 자동차 판매 역시 내리막으로 치닫는 중이었다.
“그래? 그럼 많이 싸졌겠네?”
“네. 반토막이 난 곳도 많아요.”
“잘됐군. 뭐든 쌀 데 사두는 게 이득이지. 자동차라면 당신이 잘 알고 있을 테니 쓸 만한 곳으로 추려서 몇 군데 사둬.”
“정말요?”
요안나는 형진의 말에 크게 반색했다.
사실 그녀는 자동차에 대한 애착이 매우 많았다. 기마 시대에 태어나서 기사로서의 생을 살았던 탓인지 그녀는 탈것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다. 오죽하면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한복판의 빌딩을 한층 통째로 빌려서 자신의 컬렉션을 모아둘 정도이겠는가.
“정말 고마워요!”
“별 말씀을.”
요안나는 형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곧바로 자신이 특히 마음에 들어하는 회사 몇 군데의 주식을 개인 명의로 사들였다. 그것만이 아니다. 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 역시 몇 군데를 사들여 버렸다. 그렇게 반토막 난 주가를 쓸어 담듯 모으고 나서야, 비로소 미라지 코어의 이름으로 주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뭐? 미라지 코어가 자동차주와 조선주를 매입하고 있다고?”
“어디야! 어느 주를 산거야! 빨리 확인해!”
당연한 주식 시장은 다시 한 번 난리가 나버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휴지조각이 되어 버릴 주식을 살 이유는 없다. 미라지 코어가 자동차주와 조선주를 사들였다는 것은 그 회사를 기반으로 다음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곧바로 미라지 코어가 구입한 주식은 상한가를 치기 시작했고, 그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회사의 주식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관짝에 들어갈 날을 받아두고 있었던 회사들은 사실상의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그 일에 뒤집어 지고 말았다.
“어떻게 하면 좋겠소. 이대로는 다 망해 버린다고!”
대책 회의가 열렸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자동차는 단순히 차만 뚝딱 만들면 끝이 아니다. 부속부터 시작해서 타이어나 시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산업의 복합체나 다름없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자국의 자동차 산업이 멸망에 이르게 되면 그것은 나라 전체의 경제에 심대한 타격으로 연결된다.
미라지 코어가 보통의 기업이라면 압력이라도 가해 보겠지만, 이들은 그런 일조차 통할 대상이 아니다.
“후… 할 수 없소. 지금 미라지 코어에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할 수밖에.”
결국 해당 국가의 정부 수반과 장관까지 총동원 되어 미라지 코어의 본사를 찾아서 제발 자신들에게도 도움을 달라고 사정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몇몇 사람들은 한 나라의 정부 수반이 나라의 체면마저 깎아 먹는다고 난리를 쳤지만, 사정을 아는 이들은 모두 놀라운 결단이라며 그들을 칭찬했다.
“설마 정부 수반까지 나설 줄이야.”
“그만큼 급박하다는 얘기겠죠.”
“할 수 없지. 적당히 주식 좀 사줘.”
“그렇게 할게요.”
한 나라의 정부 수반까지 나선 마당에 매몰차게 대할 수는 없는 일이라, 형진은 적당히 대표단에 포함된 자동차 업체의 주식을 사들이고 업무 협약을 맺었다. 그제서야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는 얼굴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다.
이렇게 되자, 다른 나라의 언론들이 난리가 났다.
“저 나라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 수반까지 나서서 마침내 극적인 타결을 이루어 냈다. 우리나라는 도대체 뭘 하는 건가!”
“우리가 이러라고 세금 들여서 월급 주는 줄 아는가! 거드름만 피우지 말고 일을 해라!”
미칠 듯한 여론의 질타가 이루어지자 그때까지 눈치만 보던 각국의 정부 수반들과 업체 관계자들이 앗 뜨거라 하는 느낌으로 허겁지겁 사절단을 조직해 미라지 코어의 본사를 찾아들었다.
“이거 참… 그나마 미라지 코어의 본사가 우리나라 안에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대통령님.”
보통 이런 일이 벌어지면 해당 기업이 존재하는 국가의 위신이 상승하기 마련이지만, 불행히도 미국의 대통령은 그런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다른 나라가 나서기 전에 먼저 나섰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미친 듯이 여론에게 두들겨 맞는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짓이야. 전 세계 자동차 기업과 조선소를 우리보고 다 먹여 살리란 소리야?”
“그렇다고 기술을 공개할 수도 없는 일이니 어쩔 수 없잖아요.”
“재무재표 확인하고, 확실하게 감사 때려서 기생충 전부 털어내. 못하겠다고 배 째면 잘라버리고.”
“그렇게 할게요.”
처음에 나섰던 국가의 기업과는 달리, 뒤늦게서야 움직인 기업들은 혹독한 감사를 받아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부패와 관련된 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이 대거 법의 심판을 받아야만 했고, 그렇게 적발된 자들 가운데는 사절단에 포함된 정부 수반이나 기업인들도 다수 포함이 되어 있었다.
등 떠밀리듯 다른 나라 회사에 고개를 숙이러 온 것도 열 받는 마당에, 법의 심판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자 몇몇 사람들은 극렬하게 반발하며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버린 경우도 있었으나, 그들은 곧바로 들고 일어선 국민들과 그에 동조한 공권력의 힘앞에 허무하게 권력을 잃고 쇠고랑을 차게 되어 버렸다.
“도대체 이게 뭔 난리야.”
그렇지 않아도 차야 메사의 일 때문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 이런 일까지 겹치고 보니 형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기침 한 번 하면 그 소리를 들은 누군가는 몸살을 앓는다든가. 이쯤 되면 나비효과 같은 말도 우스울 정도다.
“이젠 무서워서 방귀도 못 뀌겠네.”
“쿡쿡.”
어쨌든 회사를 사들인 마당에 그대로 놀려 둘 수는 없는 일. 형진은 곧바로 각 회사들에게 비행형 퍼스널 모빌리티의 성능을 참고해서 새로운 운송 수단의 설계를 시작하도록 지시했고, 그들은 곧바로 컨셉트카 같은 느낌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운송장치의 개발을 시작했다.
바퀴와 엔진이라는 구동 장치의 한계를 벗어나자, 각 회사의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이 지닌 창의력을 모두 발휘해 실로 기상 천외하다는 말이 나올 법한 새로운 운송 수단의 설계를 시작했다.
어떤 회사는 공기 역학에 대한 노하우를 최대한 동원해 가장 빠른 운송수단을 목표로 개발을 시작했고, 또 어떤 회사는 가장 안전하고 안락한 운송 수단을 목표로 개발을 시작했다.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탈것이라는 것을 만드는 일에 특화된 모든 기술자와 개발자들이 저마다의 특징을 살려 무한대의 창의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쩜 좋아! 어쩜 좋아!”
그렇게 되자 가장 신이 난 것은 다름 아닌 요안나였다. 그녀는 각 회사로부터 시안들이 올라오자 곧바로 그것을 허세와 망상에게 제작 의뢰를 넣었다.
“이걸 나보고 다 만들라고?”
허세와 망상은 형진이 가지고 온 설계 도면을 보며 얼굴을 팍 찡그렸다. 형진이 보기에도 세계 각국의 자동차 기업이 경쟁하듯 만들어 보낸 설계 도면을 전부 허세와 망상에게 만들라고 하는 건 좀 무리한 일로 보였다.
“크흠. 일단 이렇게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어떻게?”
“일단 개발부에 지시해서 구동 체계와 조작 계통을 표준화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내부의 알맹이들을 신께서 만들어 주시면 나머지는 자동차 회사들이 알아서 만들도록 하는 걸로.”
“그거 괜찮군.”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