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570
00570 129. 나비효과 =========================
지구에서 그렇게 여러 가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동안, 차야 메사 역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노스페라투와 그들의 가문에 속한 자들을 추종자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형진은 반신이라는 위계에 어울리지 않는 강력한 추종자들을 손에 넣게 되었다. 당장은 차야 메사를 관리하는 일에만 그들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어느 정도 이곳이 안정화되면 다른 지역의 언데드를 축출해내는 일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곳에 그들의 전력을 이용할 생각이다.
지금의 상태로도 그들을 이용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주는 것 없이 부려먹기만 해서는 그들의 인원이나 능력은 물론이고 충성심 역시 계속해서 소모되기만 할 것이다.
형진은 공포와 죽음 밑에서 집행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추종자의 충성심과 능력을 최대로 이끌어내는 좋은 상사가 어떤 유형인지 알 수 있었다. 이미 좋은 사례와 경험이 있는데 그것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 때문에 그는 자신들의 추종자에 대한 전력 강화와 더불어 의욕고취를 위해 여러 가지 시스템을 도입하는 일을 서둘렀다.
당연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이제 막 신위를 얻어가는 초짜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형진은 이미 이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이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내 밑천까지 전부 털어먹겠다는 말이냐.]자신의 가장 강력하고 유능한 집행자였던 인물이 반신의 위계를 얻어 독립한 것도 아까운 일인데, 이제 그 옛 부하가 자신의 살림밑천을 내달라고 부탁을 한다. 공포와 죽음으로서는 당연히 툴툴거릴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부탁하면 들어주는 것이 이 신의 매력이다.
[우선은 네 추종자들에 대한 명칭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겠다.]노련한 경영 컨설턴트 같은 분위기로 바뀐 공포와 죽음이 가장 먼저 제안한 것은 바로 추종자의 이름을 정하는 것이었다.
“명칭이라… 천천히 정하면 안 됩니까?”
[신위를 얻은 뒤에?]
“네. 제가 어떤 신이 되었는지 이해한 뒤에 그에 걸맞은 이름을 붙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서요.”
일견 타당한 의견이었지만, 공포와 죽음은 그 말에 이렇게 답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반대로, 추종자의 이름이 정해지고 그들의 성향이나 역할이 확정되면 그것이 네가 얻을 신위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해.] “그런 것도 가능합니까?”형진이 조금 놀란 기색으로 되묻자, 공포와 죽음은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신의 지닌 힘의 양이 거느린 인간의 수에 비례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힘이란 결국 단순히 절대적인 수량 말고도 속성이나 질 역시 중요한 법. 그것 역시 거느린 인간들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나?] “그럴 듯 합니다만, 애초에 속성이란 건 신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까? 신의 힘이 거느린 인간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는 해도 속성까지 영향을 준다는 건 좀 납득하기 어려운데요.”
[넌 신위가 없잖아.] “아…”
그렇다. 신위가 이미 정해진 상태라면 거느린 인간들이 신의 힘에 영향을 발휘한다 한들 속성마저 변질시킬 수는 없다. 신위란 그만큼 절대적인 것이니까. 하지만 신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속성이란 것 자체를 좌우할 정도의 강력한 신위가 없는 상태이니, 거느린 인간들에게 영향을 받을 소지가 생겨나는 것이다.
“공포와 죽음께서는 제가 얻고자 하는 신위를 추종자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만약 이것이 정말이라면 그는 예상치도 못한 엄청난 노하우를 전수받은 셈이다. 지금까지 임의로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신위를 어느 정도 자신의 뜻대로 유도할 실마리가 생겨난 탓이다.
[흥. 아무한테나 알려주는 내용이 아니다. 고맙게 생각하도록.] “여부가 있겠습니까. 정말 감사드립니다.”물론 이것은 자신이 원하는 신위를 무조건 얻을 수 있는 절대적인 수단은 아니다. 그저 어느 정도 방향성을 지니게 하는 정도의 일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정도만 되어도 형진으로서는 감지덕지다. 솔직히 말해 그는 반신이 되면서 속으로 좀 걱정하고 있었다. 영문도 모를 이상한 신위가 붙어버리면 어쩌나 싶어서다.
[내 추종자였던 자가 정말로 변태 같은 신위를 얻어버리면 그것도 곤란한 일이니까.] “하, 하하하…”농담인 것 같은데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형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화를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형진은 잠시 고심한 끝에 마침내 자신의 추종자를 어떤 이름으로 부를 지를 결정했다.
[주시자?] “네. 지켜보는 자… 정도의 의미가 되겠죠. 사실 지금 막 떠올린 건 아니고 예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이긴 합니다만.”[뭔가 의미가 좀 약한 것 같다만.]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면 얘기는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과연. 순찰이나 경비 등의 의미도 포괄하는 식이로군.]
형진은 이미 지구에서 법이나 인권 등을 수호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적이 있다. 물론 그것들은 공포와 죽음의 이름으로 행해진 것이지만, 그가 나서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차야 메사에서도 그는 노스페라투 가운데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한 자들을 찾아내 배제시키는 일을 했다. 또한 수많은 소형 인공위성을 띄워 지구와 타나토스, 그리고 차야 메사를 살피는 일 역시 하고 있다.
[어떤 신위를 얻게 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일이지. 네가 훌륭한 신이 되기를 기원하겠다.] “감사합니다.”이로써 오래된 자나 노스페라투라는 명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그들이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차야 메사의 노스페라투 출신이라는 식의 설명을 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공식적인 명칭은 주시자로 정해진 것이다.
추종자의 이름을 지은 다음에는 등급과 공헌도 시스템을 도입하는 일을 서둘렀다. 기존에 노스페라투의 지위에 있는 자들은 일괄적으로 차야 메사의 각 지역을 관리하는 지부장의 역할을 맡기고 그 휘하의 인물들은 모두 하급 성도로부터 시작하도록 했다. 아직 신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상중하의 성도 계급 이상은 차후에 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무슨 임무를 맡기느냐인데…”
집행자의 의뢰 시스템을 떠올렸지만, 그런 것까지 그대로 따오는 것은 문자 그대로 살림 밑천을 거덜 내는 일이 되어 버린다. 다른 이도 아니고 공포와 죽음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아무리 뻔뻔한 그라도 쉽게 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선은 일반적인 영지 관리 업무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쪽이 좋겠군요. 필요에 따라 특별 임무를 수행해서 추가 보상을 주던가 하면 되고.”
[편의주의적 발상이군.]
“어쩔 수 없어요. 신위조차 없는 초보 신인 걸요.”
[흥. 변명은 그럴 듯 하네.]
주시자로 직위가 변경된 노스페라투들로서도 이전에 하던 일이 아닌 엉뚱한 일을 부여받는 것보다는 역시 그쪽이 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더구나 새로운 지배자는 과거의 지배자와는 달리 인간을 더 이상 사기의 생산자로 보고 있지 않은 데다, 그들로 하여금 신으로서 숭배받기를 원하고 있으니 그에 걸맞은 정책을 이어갈 필요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인간들의 삶을 살피고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주시자라는 이름에 적합한 행동이기도 하고.
그렇게 등급과 공헌도의 체계를 수립하고 나자 이번에는 주시자들에게 줄 능력을 정할 차례다.
물론 아직 신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권능을 부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지금 정할 것은 간단한 편의 기능, 이를 테면 인벤토리와 같은 기능이 그것이다.
“후… 이것도 만만치 않군요.”
[당연하지. 쉬운 게 있는 줄 알았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형진이 허세와 망상의 파편을 흡수했다는 점. 만약 그것이 없었다면 이런 식으로 수월하게 의뢰나 인벤토리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제가 처음 집행자가 되었을 때 받았던 것이 인벤토리 열 칸이었는데. 모두에게 그 정도 인벤토리를 처음부터 부여하는 것이 이렇게 등골 빠지는 일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엄살은.]
여기저기 빨대를 꼽아서 공헌도가 넘쳐나는 형진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흉내조차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모든 주시자들에게 인벤토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 시스템의 구축이 끝나자, 다음은 실시간으로 위성이나 다른 여러 가지 수단으로 취합되는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통합 정보 시스템의 구축을 시작했다.
사실 노스페라투나 오래된 자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개별적인 전투 능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정보의 수급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더구나 그들의 이름은 주시자.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기 위해서도, 정보 능력만큼은 확실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보란 많을수록 좋지만 또한 알아보기 쉬워야만 한다. 아무리 많은 정보가 있더라도 직관적이지 않으면 급박한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원하는 정보를 원하는 순간 취득하도록 만드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고, 이것은 다른 어떤 시스템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었다.
[이거… 대단하군.] “그렇습니까.”[우리 애들도 쓰게 해주고 싶을 정도야.] “에이, 그건 안 되죠. 그래도 명색이 주시자인데, 뭔가 특별한 점 한 가지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쳇. 내 건 제 멋대로 가져다 쓰면서.]
아무래도 삐칠 듯한 모양새라 형진은 급히 타협안을 제시햇다.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어떻게?]
“솔직히 정보는 단순히 모으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적절한 분석이 필요하게 마련이죠. 그러니 그 부분을 특화해 주시자들이 전담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이를테면 두 추종자의 역할 분담인 셈이다.
[요컨대, 집행자는 자신의 임무에만 충실하고, 정보 영역은 주시자들이 전담하도록 만들어라?] “이를테면 협업인 셈이죠. 주시자들은 집행자들의 현장 업무를 보며 간접적으로 경험을 얻을 수 있으니 좋고, 집행자들은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좋고.”[흠… 그럴 듯 하긴 한데.]
사실 집행자들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정보를 오직 공포와 죽음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퀘스트 정보를 통해 목표의 위치 등을 확인하는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지만, 그 모든 집행자의 상황을 전부 공포와 죽음 혼자 살펴야 한다는 건 역시 과중한 업무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건 꼼꼼한 공포와 죽음의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에게 관음증 여신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안겨준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시자들에게 이 일을 맡기게 되면, 공포와 죽음은 조금이나마 과중한 업부 무담에서 해방될 수 있다. 뿐인가. 기존에는 목표의 위치 정도밖에 제공되지 않던 정보도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며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이 가능하다. 그것은 분명 임무 수행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결국 네 놈이 모든 정보를 독점한다는 것이 되겠군.] “하하… 그게 그렇게 됩니까.”[모른 척 하지마. 처음부터 그걸 노리고 제안한 거잖아.] “크흠.”
이것은 어찌 보면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만약의 경우 공포와 죽음이 어떤 문제로 형진과 적대관계가 될 경우, 그때까지 제공 받던 정보의 공급이 단숨에 끊겨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의 예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정보의 독점은 생각보다 훨씬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문제다.
실제로 지구에서 일어난 쿠데타 같은 것을 보더라도 결국 누가 먼저 정보 체계를 장악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하는 갈림길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일개인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집단을 운용하는 일이라면 특히나 정보는 더욱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될 수밖에 없다. 하물며 그것이 추종자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필요도 없는 일.
“공포와 죽음께서는 저를 이 위치로 올려주신 분이십니다. 제가 어찌 여신을 배반하겠습니까. 제 마음 아시면서.”
[흥. 말이나 못하면.]
공포와 죽음은 그렇게 퉁명스럽게 대답하면서도 또한 그 말이 싫지 않은 듯, 형진과 간단한 업무 협약을 체결해 정보 제공에 대한 안건을 확정지었다.
============================ 작품 후기 ============================
두 편째.
후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