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700
00700 158. 불청객 =========================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을 하는 것보다도, 여자는 먼저 이 상황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는 얼른 레나리스의 꿈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어찌된 일인지, 그녀는 레나리스의 꿈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었다.
“올 때는 마음대로였지만, 과연 갈 때도 그럴까.”
“크윽!”
여자는 자신의 어깨를 짚고 있는 형진의 손이 문제임을 알아차리고는 몸을 돌리며 팔을 휘둘러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그렇게 휘둘러진 팔 역시 형진의 손에 그대로 잡혀버리고 만다.
“어림없다.”
형진은 그녀의 어깨와 손목을 잡은 채, 그대로 힘을 주입했다.
“아아악!”
꿈속에서 의식만 접근한 상태라 강제개종까지는 힘든 일이다. 그러나 지금 형진의 행동은 단순히 고통만을 주기 위한 일도 아니다. 의식을 파고들어 상대가 정말로 어디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바로 형진의 목표였고, 그것은 곧바로 소기의 성과를 일궈냈다.
“거기였나!”
하지만 형진의 입에서 그런 말이 터져 나오는 순간, 여자의 모습은 갑자기 신기루처럼 팍 하고 사라져 버렸다. 주입한 힘이 지나쳐서 여자의 의식이 견뎌내지 못한 것일까. 아니다. 매개체가 되었던 작은 새가 전이되어 오는 형진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잃는 바람에 꿈으로 통하는 연결이 끊어져 버린 것 뿐이다.
“칫!”
그러나 이미 단서는 찾았다. 형진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레나리스를 향해 한 마디를 던지고는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놀랄 것 없다. 자세한 건 나중에 다시 말해 줄 테니, 그대로 푹 쉬도록 해.”
“그, 그럴게요.”
그렇게 레나리스의 의식은 꿈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러나 그녀가 잠에서 깨었을 때 방금 전의 꿈을 기억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사람은 잠이 들었을 때 많은 꿈을 꾸지만 실제로 기억하는 것은 그 가운데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 애초에 여자가 이런 식으로 접근한 일 또한 그런 꿈의 속성을 이용한 것이었다.
“수고했다. 혹시 모르니 계속해서 레나리스를 살펴보도록.”
형진의 말에 두 몽마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맡겨주세요!”
“여신님의 소중한 추종자이며, 또한 폐하의 따님이신 걸요! 목숨을 바쳐 지켜드릴게요!”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지만, 아무튼 부탁한다.”
“네!”
레나리스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자 했을 때, 형진은 자신의 다른 가족들과는 달리 떨어져서 지내야 하는 그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가족들은 외부 세계와 고립된 왕성 라이언하트에서 머물고 있으니 포트니아 테론 같은 존재의 접근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하다. 그러나 레나리스는 라야바르트의 여왕으로 즉위해야 하는 입장이므로 그런 식의 생활이 불가능하다. 즉, 상대가 자신의 가족을 타깃으로 삼을 경우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레나리스에게 몇 개 없는 3세대 퍼스널 모빌리티가 주어진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3세대 퍼스널 모빌리티는 화려한 마차를 언제든 불러낼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도 강력한 개인 보호 기능이 부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냥도 훌륭하지만, 형진은 여기에 한 가지 기능을 추가했다. 그것이 바로 꿈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암살당한 라야바르트 국왕의 비들에게 포트니아 테론이 접근한 경로가 무엇이던가. 바로 꿈이다. 체포된 범인이 포트니아 테론과 접촉하여 추종자가 된 경로가 무엇이던가. 바로 꿈이다.
정확한 방법은 미처 알 수 없었지만, 포트니아 테론이 누군가와 접촉하는 방법이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그것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그래서 형진은 거짓된 천국의 잡신들과 머리를 맞대고 심혈을 기울여 그에 대한 대비를 했고, 마침 휘하에 거느리고 있는 몽마들이 다른 이의 꿈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 반지를 매개로 그와 같은 능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몽마들이 항상 붙어 있지 않아도 요정들과 마찬가지로 왕성 라이언하트에서 다른 이들의 꿈을 살펴볼 수 있으며, 위급한 상황에서는 방금 전처럼 개입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도망치지 못한다.”
그렇게 말하며 제랄딘을 바라보자, 그녀는 눈을 감더니 본신을 통해 수도 라야 인근에서 활동하는 집행자들에게 긴급 임무를 내렸다.
[추적] -타락한 신의 추종자가 포착되었다. 그 자의 위치를 추적하라.-제한계급: 모든 성도
-보수: 바이겔 기념 금화 5개, 팩션 공헌도 1000.
(주의) 상대의 능력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으므로 주의할 것. 체포할 경우 추가 보상 지급.
“응?”
“이건?”
한동안 형진에 의해 소집되어 수도 라야 주위를 경계하는데 동원되었던 집행자들은 임무가 해제되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급하게 전해진 임무를 확인하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금화 다섯 개라니. 체포도 아니고 추적에? 크흐. 이거 간만에 몸 좀 풀겠는데.”
그렇게 빙긋 웃으며 몸을 일으키는 자가 있는가 하면,
“이런 걸 그냥 보고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지. 추가 보상은 내 것이다.”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임무를 수락하고는 곧바로 어둠 속으로 모습을 숨기는 자들도 있었다.
임무를 받아들이자 집행자들의 눈에는 어김없이 하나의 화살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형진이 꿈속에서 상대의 의식을 파고들어 인지한 위치였다.
“큭…”
여자는 꿈으로의 연결이 끊어지자 전기 충격을 받은 것 같은 모습으로 의자에서 튕겨지며 정신을 차렸다.
“이건… 도대체…”
심령에 타격을 받은 것도 문제지만, 아무리 그래도 벌써 이런 대책을 마련해 두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탓에 여자는 혼란스러운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관 인근에 넓게 퍼트려 놓았던 동물들로부터 경고의 신호가 일제히 전해지기 시작한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자들이 급히 그녀가 있는 여관 건물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벌써?”
여자는 당황했다. 꿈으로의 접근이 발각되었다 한들, 이런 식으로 곧장 자신의 위치가 드러날 거라 어찌 예측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당황한 건 당황한 거고, 이대로 멀뚱히 상대의 접근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심령에 타격을 받은 탓에 정신이 자꾸만 아득해지기는 했지만, 그녀는 급히 짐을 챙긴 뒤 몸을 일으켰다.
“응? 어디 나가세요?”
“네… 잠깐, 나가 볼 데가…”
“그래요?”
아래쪽 식당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아주머니가 갑작스럽게 계단을 내려오는 그녀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저런, 몸이 안 좋은 모양이네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헉!”
여자는 아주머니가 휘두른 식칼을 반사적으로 피하며 헛숨을 들이켰다.
부축을 해줄 것처럼 다가서던 아줌마가 갑자기 날이 시퍼렇게 서 있는 식칼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아줌마는 자신을 향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혀를 차더니 천천히 전신에서 살기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쳇. 피했군요. 타락한 신의 추종자 따위, 제가 영원하고도 편안한 안식으로 인도해 드리려고 했건만.”
“젠장!”
설마 자신이 머물고 있던 여관집 아주머니마저 상대측의 추종자였을 줄이야! 하지만 피장파장이다. 아주머니 역시 그녀가 포트니아 테론의 추종자라는 것을 까맣게 모르게 손님으로 받아들였으니까.
집행자가 무서운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어디에도 없지만, 사실은 주변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는 자들이 바로 집행자이다.
여자는 차마 상대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급히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눈앞의 아주머니야 그렇다 치더라도 사방에서 몰려들고 있는 다른 추종자들을 생각하면 여기서 시간을 끌 여유 따윈 없었다.
“어림없어요!”
아주머니는 식칼과 프라이팬을 손에 든 채 손목에 차고 있는 무언가를 조작하더니 날렵한 모습으로 호버 보드 위에 올라타 그녀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어느 틈엔가 장비 토글까지 실행했는지 그녀의 모습은 허름한 여관집의 펑퍼짐한 아주머니에서 제법 넉넉한 체구의 복면인으로 변해 있었다.
“쳇. 선객이 있었나.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순 없지.”
“당연한 소릴!”
여관 아줌마에게 인지된 순간, 표적이 된 여자의 머리 위에는 공포와 죽음이 직접 선사한 화살표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물론 여자로서는 자신의 머리 위에 그런 것이 생겨났으리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 화살표는 집행자들에게만 보이는 표식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나설 필요조차 없어 보이는군.”
긴급한 임무 하달에 놀라서 뛰쳐나온 집행자들 가운데는 라야의 총괄 지부장 탁스 두겐도 있었다. 그는 높은 건물 지붕 위에 올라간 상태로 목표로 추정되는 화살표를 향해 집행자들의 포위망이 좁혀져 가는 것을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몰이.
그것은 마치 한 무리의 야수들이 먹이감을 사냥하기 위해 몰아대는 모습과 같았다. 사방에서 조여들다가, 마침내 지쳐 반항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단숨에 목을 물어뜯어 절명시키기 위한 그런 사냥인 것이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신께서 직접 경고하셨듯이, 상대는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알 수 없는 타락한 신의 추종자. 제 아무리 약한 짐승도 최후의 발버둥 정도는 치게 마련 아니겠는가.
쐐액!
“큭!”
어디선가 날아든 화살을 단검으로 쳐내며 여자는 급히 몸을 틀어 바닥을 뒹굴었다. 자꾸만 아득해지는 정신 때문에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힘들어서일까. 여자는 낙법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몸 이곳 저곳에 타박상을 입고 말았다.
“헉… 헉…”
여자는 자신이 몰이를 당하고 있음을 이해했다. 이대로는 꼼짝없이 저들에게 잡혀 어떤 능욕을 당할지 알 수 없는 일.
차라리 자결할까.
그런 생각마저 떠올렸지만,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대신 품 안에서 활을 꺼내들고 화살을 시위에 먹였다.
o웅!
어디선가 들려오는 강렬한 파공성. 그녀는 급히 앞으로 몸을 구르며 그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시위를 당긴다.
꽝!
하지만 미처 시야를 확보하기도 전에, 그녀가 등을 기대고 있던 벽이 단숨에 산산조각 나버린다. 그 폭발로 인해 날아드는 파편들 만으로도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큭!”
“거기냐!”
그녀의 신음 소리를 들었는지, 집행자 하나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우렁찬 목소리와는 달리 아주 은밀하고 신속하게 다가서며 그녀에게 단검을 휘두른다.
촤창!
급한 김에 활을 들어 상대의 공격을 막자, 어디선가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나타나 집행자를 물어 뜯기 위해 덤벼든다.
“얼씨구?”
영문 모를 개의 공격에 집행자는 일단 물러서며 발길질을 했고, 그 한 방에 개는 애처로운 비명 소리를 내며 그대로 나가 떨어져 버렸다.
하지만 개의 공격이 완전히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주 잠시 동안에 불과했지만, 집행자의 주의가 개에게로 옮겨간 순간, 그녀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터트렸고 그것으로부터 작은 폭음과 함께 솟아난 연기속으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이상한 기술을 쓰는군.”
시야에서 여자를 놓쳐 버리긴 했지만, 집행자는 그리 당황한 기색이 아니었다. 어차피 여자의 머리 위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화살표가 떠있었고, 그 표식이 남아 있는 한 그녀는 절대로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수 없었다. 사실 방금 전의 공격도 그녀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을 뿐이다.
신과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가 어떤 권능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니까.
“동물을 조종하는 능력, 그리고 연막. 단검술에 궁술. 뭔가 맥락이 없는 것 같은데.”
“차라리 이대로 잡아서 심문하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
탁스 두겐과 마찬가지로, 형진과 제랄딘 역시 하늘 한쪽에 모습을 드러낸 채 집행자가 여자를 몰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글쎄. 애초에 추종자 한둘 잡는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니까.”
사실상 현재 상황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포트니아 테론을 잡지 못하면 전부 말짱 헛수고다. 잃어버린 추종자 대신 새로운 추종자를 만들면 그뿐이니까.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어요. 이런 도심 한 복판에 그런 존재가 나타났다가는.”
“하긴. 그건 고려를 해야겠군.”
제랄딘의 조심스러운 말에 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말했다.
“그럼 슬슬 도시 외곽으로 몰아가는 편이 좋겠어. 적당히 활로를 열어주라고 해.”
“네.”
제랄딘은 곧바로 집행자들에게 새로운 명령을 하달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