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851
00851 197. 진입 =========================
사실 소우주의 활용에 있어서는 그것을 처음 얻었을 때도 떠올렸던 방법이다. 어떻게 보면 틈새 공간을 사용하는 것 역시 그것과 다를 바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단지 그때와 차이가 있다면, 형진이 언데드의 힘을 정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정도.
“요컨대, 이전에 내가 균열을 막고 있었던 것과 개념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로군.”
“그렇습니다. 단지, 그 영역이 보다 넓고 광대해졌다는 차이가 있을 뿐.”
이전의 포트니아 테론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당장 균열을 막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에 겨운 판에, 그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은 문자 그대로 자충수 이상의 의미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얘기가 다르다. 언데드의 힘을 스스로 정제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순수하고 강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본인의 상태 역시 훨씬 좋아졌다. 이전이라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던 일이, 형진이나 다른 신들의 도움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의 일로 바뀐 것이다.
우주 밖의 존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의 개념 설계가 순식간에 마무리 되었고, 곧바로 허세와 망상을 비롯한 이들이 달려들어 그것을 구현하는 일에 매달렸다.
“쳇…”
“괜찮아요. 나중에라도 기회는 있을테니까.”
“하지만…”
무슨 꿍꿍이였는지는 모르지만, 계획이 어그러진 허세와 망상이 투덜거리는 것을 그의 유일한 추종자인 아유무가 다독거린다. 어쩐지 행동에 어색함이 느껴지는 걸 보면 왜 그러는지 물어봐 달라고 일부러 저러는 것 같기도 하고. 물론 형진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런 광경을 무시하고 대신 공포와 죽음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인벤토리가 사실은 틈새 공간을 활용했을 뿐이라면, 그거 사실은 엄청난 폭리였던 거 아니야?”
“비싸다고 생각되었다면 안 사도 무방. 어차피 반드시 사라고 강제할 생각도 없으니까.”
“크…”
그야말로 배짱이다. 하기야 그 원리조차 모르고 공포와 죽음이 구축해둔 시스템을 차용해서 쓰고 있던 형진이 이러니저러니 할 얘기는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틈새 공간은 소우주와 성질이 매우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알아보는군. 맞아. 소우주는 결국 임의로 틈새 공간을 형성시킨 것에 불과해. 다만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그 자체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틈새 공간과는 달리, 소우주는 만든 이의 의지에 따라 형성과 소멸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는 정도겠지.”
“그렇군요.”
틈새 공간과 소우주의 본질이 같은 것이라면, 방법을 연구할 경우 소우주도 틈새 공간처럼 외부의 관여가 없어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보다 독립적이고 안전한 지역을 임의로 만드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것도 완전하게 형진에게 소유권이 속한 상태로. 어쩌면, 기존의 우주에 더 이상 종속되지 않은 상태까지도 실현이 가능하지는 않을까.
“나스트론드. 이 공간의 이름은 나스트론드로 정하겠다.”
“무슨 뜻인가요?”
“시체 해안. 북유럽 신화의 저승에서도 악인들이 가게 되는 지옥을 일컫는 말이지.”
“섬뜩하네요.”
“적에게는 무엇보다도 섬뜩한 공간이 되겠지만, 아군에게는 무엇보다도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거야.”
개념 설계에서 가장 큰 역할을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포트니아 테론이었다. 그녀가 만들었던 엘리시온의 본질은 사실 단순한 요람이 아니라 신조차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 거대한 함정. 물론 그 기능은 형진에 의해 무력화되었지만, 그것을 만드는데 사용된 기술이나 개념은 그대로 나스트론드가 이어받게 되었다.
“일단 갇히게 되면 절대로 빠져 나올 수 없는 함정이라니… 무시무시하네요.”
보호와 균형의 말에 형진은 빙긋 웃었다.
“세상 어디에도 절대나 완벽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아. 나스트론드도 결국 그 허용 한계를 넘는 힘을 지닌 존재라면 더 이상 가두어 둘 수 없겠지. 단지, 그 정도 힘을 가진 존재라면 이미 포트니아 테론이 막고 있는 균열을 자력으로 뚫고 들어왔겠지만.”
“아하.”
그렇게 우주 바깥의 존재를 가두어둘 만한 장소를 만들어 두긴 했지만, 제압할 수단이 없다면 오히려 부담만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침입했던 애벌레와 같이 감당할 수 있는 적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두어 두기만 해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미 형진에게는 제압을 위한 무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바로 알큐비에레 어뢰라는 이름을 가진 압도적인 위력의 결전 병기가.
어뢰 자체는 기존의 탐사선을 좀 더 무기다운 형태로 개조하는 정도로 제작이 가능했지만, 문제는 그것을 발사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기본적으로 미국과 러시아에서 구매한 원자력 잠수함의 선체를 사용하기로 결정하기는 했지만, 발사와 함께 알큐비에레 드라이브를 발동했다가는 잠수함 선체가 먼저 박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먼저 로켓 추진으로 발사해서 선체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다음 알큐비에레 드라이브를 발동해서 적을 타격하는 방식을 쓰기로 결정되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실제 운용 시험을 해보지도 않고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는 없는 일. 따라서 운용 평가를 겸한 실사격 시험이 결정되었다.
“목표는 0.1광년 거리에 위치한 소행성입니다. 안전을 위해 발사와 사격 통제 모두 원격으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나름 여러 가지로 안전장치를 마련하긴 했지만, 알큐비에레 드라이브 자체가 아직 안정성이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격 통제 방식을 사용하게 되었다.
“실전에서도 원격 통제가 가능할지 모르겠군.”
“이번 실사격 시험처럼 교전 거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어차피 우주 공간에서 맨눈으로 적을 확인할 일이 없으니, 통신상의 문제만 없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당장 원격 통제에 사용되는 통신 수단에 황혼의 권능을 이용하고 있으니 단순히 전파 방해 등의 방법으로는 통제권을 빼앗기거나 교란되는 상황은 충분히 피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무기 자체가 일반적인 지성체를 상대로 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알큐비에레 어뢰는 신급, 그것도 최소한 형진이나 포트니아 테론과 동등한 수준의 주신급 존재 또는 그 추종 세력을 상대하기 위한 무기이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관측조차 불가능한 거리에서 빛을 초월하는 속도로 틀어박혀 질량조차 소멸시키는, 문자 그대로의 결전 병기다. 위력만큼은 더할 나위 없지만 상대가 주신급이라면 실제로 사용해 보기 전에는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 셈이다.
사실 그 외에도 운용상의 문제는 또 있었다. 상대가 관측하기 어려운 지점에서 타격한다는 건 분명히 큰 이점이지만, 문제는 그 정도로 거리가 떨어져 있으면 우리 쪽에서도 즉시 상대를 관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성을 비롯한 각종 관측 장비를 전투가 벌어지리라 예상되는 지점에 광범위하게 배치해둘 필요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눈의 역할을 하게 될 관측 장비가 사전에 파악되어 파괴되면 현재로서는 타격을 위한 목표 설정 자체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다.
“강행 정찰용 무인기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어.”
“기존의 위성이나 무인기만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맞아. 최소한의 공격과 방어 능력을 갖춰서 지속적으로 적의 위치 정보를 송신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해.”
프리츠와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규설과 힐리에타가 실사격 시험의 준비가 모두 끝났음을 알려왔다.
“주변 공간의 소개는 완전히 끝났겠지?”
“물론입니다. 본래부터 티폰에 의해 완전히 정리된 공간이므로 문제없습니다. 어뢰의 예상 진로 상에도 빠짐없이 위성을 설치하여 상황을 살피고 있습니다.”
“좋아. 마지막으로 최종 점검을 실행한 다음 시험을 시작하도록.”
“알겠습니다.”
곧바로 오퍼레이터를 맡은 잡신들에 의헤 실사격 시험을 위한 최종 점검이 시작되었다.
규설과 힐리에타는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며 마른 침만 꼴딱 꼴딱 삼키고 있었다. 신은커녕 반신조차 되지 않는 자신들에게 명색이 신의 지위를 지닌 자들이 보고를 올리는 상황은 물론이거니와, 그런 모든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형진의 모습이 더욱더 크게 느껴진 탓이다.
본래부터도 모든 신들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고 칭해지던 그였지만, 얼마 전부터는 아예 공식적으로 주신의 지위에 올라서기까지 했다. 그래서일까. 규설과 힐리에타는 그런 그와 마주 대하는 것이 점점 더 힘겨워지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어때. 일은 해볼만 한가.”
“네. 걱정해주신 덕분에.”
감히 눈을 마주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허리를 굽히며 답하는 규설의 모습에 형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비서라기보다는 측근 시녀라고 보는 편이 나을 듯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문득 옆자리에 앉은 보호와 균형이 마치 자기 것이라는 듯이 형진의 팔을 꼭 끌어안는다. 미모의 여비서와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에 질투심이 일어난 모양이다.
형진은 손을 뻗어 그런 보호와 균형의 손을 가만히 쥐어주고는 실시간으로 이어지고 있는 최종 점검 상황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모든 단계의 점검이 완료되었습니다.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좋아. 시작하도록.”
“네!”
본래대로라면 허세와 망상이 실사격 시험을 통제해야겠지만, 그는 나스트론드의 제작에 힘을 쏟고 있는 중이라 오늘은 프리츠가 그 역할을 대신 맡게 되었다.
곧바로 지시가 이어지고, 알큐비에레 어뢰는 발사 준비 태세로 들어갔다.
“발사 준비 완료!”
“목표 고정!”
“경로 확인 이상 없음!”
한 번 더 그렇게 보고가 이어지자, 프리츠는 명령을 내려 달라는 듯이 형진을 바라보았고, 그의 고개가 끄덕여지자 마침내 발사 명령이 내려졌다.
“발사!”
“발사!”
“사출 완료! 로켓 점화!”
“발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알큐비에레 드라이브 발동까지 30초!”
“알큐비에레 드라이브 활성화, 카운트 다운을 시작합니다.”
급박하게 이어지는 보고와 함께 불꽃을 발하는 로켓 형상의 어뢰가 우주 공간을 질주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주위에 배치된 위성들을 통해 속속들이 전해지기 시작한다.
“알큐비에레 드라이브 활성화!”
“워프 버블 형성!”
“가속을 시작합니다!”
로켓의 추진력으로 우주 공간을 날아가던 어뢰는 마침내 알큐비에레 드라이브가 활성화되자 워프 버블을 형성하며 가속했고, 곧바로 광속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사실 여기까지는 별 다를 것이 없다. 알큐비에레 드라이브 자체만이라면 이미 몇 번이고 운용에 성공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형진이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 과연 무기로서 얼마만큼의 효용이 있는지, 예상처럼 그것이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실제로 확인하는 것이다.
곧바로 빛의 속도를 초월한 알큐비에레 어뢰는 0.1광년 거리에 떨어진 소행성을 향해 날아갔다.
“목표까지 앞으로 10초!”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7, 6, 5, 4, 3, 2, 1, 격돌!”
“목표에 명중했습니다!”
화면상에는 공간의 뒤틀림이 미리 가져다 놓은 소행성과 격돌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러 방향에서 찍혀서 전송되고 있던 화면들이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크게 흔들리더니 그대로 통신이 끊기고 말았다.
“피해 범위를 확인하라.”
“확인하겠습니다.”
관측 위성들을 촘촘하게 깔아 놓은 또 다른 이유가 여기 있었다. 실제 이 무기가 사용되었을 때, 그 여파가 어디까지 전해지는지 면밀히 확인하는 것 또한 이 위성들을 깔아놓은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다.
곧바로 화면에 실험이 일어난 장소를 3차원 영상으로 도식화한 내용이 나타난다. 단순히 알큐비에레 어뢰가 소행성과 격돌하면서 발생한 충격파만으로도, 시야 거리의 모든 위성들이 단숨에 침묵해 버렸다. 보호의 성역과 황혼의 결계를 통해 엄중하게 보호된 위성들의 경우에도 소행성과 지근거리에 위치한 경우에는 충격파를 견디지 못하고 파손되었으며, 어느 정도 거리에 위치한 위성들 역시 충격파와 격돌하는 순간 은신 상태가 드러나며 외부에 스스로의 모습을 노출 시키고 말았다.
“곤란하군.”
분명히 파괴력 자체는 만족할만 했지만,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힘들게 깔아놓은 눈이 모조리 사용 불능 상태가 되어 버려서는 후속 공격이 불가능하다.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단숨에 모든 화력을 집중시켜 추가 공격 자체가 필요 없게 만드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전장이란 예상대로 상황이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고, 대등한 수준의 힘을 갖춘 신들의 전쟁이라면 변수는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개량을 할 필요가 있겠군.”
절반의 성공. 형진은 그렇게 판단하고는 알큐비에레 어뢰의 개량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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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편.
늦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