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852
00852 197-1 유레카! =========================
문제는 결국 충돌과 동시에 생기는 충격파가 제어되지 않은 상태로 사방에 퍼져 나가는 것에 있다. 문제는 이 정도의 파괴력이라는 것이 제어하고 싶다고 해서 제어되는 성질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
“가장 간단한 방법은 파괴력 자체를 낮추는 것입니다. 현재로선 속도를 낮추는 방법이 가장 손쉬운 일이겠지요. 하지만…”
“하지만, 그런 식으로 충격파를 비롯한 부가 효과의 정도를 낮추어서는 굳이 알큐비에레 드라이브를 사용한 무기를 쓸 이유가 없다… 가 되는 건가.”
“말씀대로입니다.”
알큐비에레 어뢰의 가장 커다란 장점이 바로 이 막대한 파괴력과 빛조차 능가하는 속도에 있다. 그 두 가지 장점을 버려야 한다면, 굳이 알큐비에레 어뢰를 고집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파괴력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
“그것은… 곤란한 일입니다. 보호의 성역과 황혼의 결계마저 감당하지 못하는 위력이니까요. 게다가 알큐비에레 어뢰는 폭약처럼 무언가를 기폭시켜서 파괴력을 얻는 무기도 아닙니다. 충돌 전이라면 몰라도, 충돌 뒤에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흠…”
이렇게 되면 차라리 관측용 위성들의 방어력과 관측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알큐비에레 어뢰의 충격파를 지근거리에서 견뎌낼 수 있을 정도의 방어력이라는 것이 어디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던가. 이것은 최강의 방패와 최강의 창으로부터 모순이라는 말이 나온 것과 같은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우선은 위성들의 방어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겠군. 오늘은 모두 수고했다. 정리하고 돌아가서 쉬도록.”
“네. 알겠습니다.”
잡신들이 실험의 뒷정리를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형진은 여신들과 비서를 거느린 채 왕성으로 돌아왔다.
“그럼 저희는 이만.”
“편안한 밤 되십시오.”
왕성에 도착하자, 규설과 힐리에타가 먼저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가고 형진의 곁에는 요안나가 남았다.
요안나 본인은 분신과 지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을 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분신과 지내게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은 다른 반려들과도 마찬가지여서, 요새는 어느 정도 주기를 두고 본신과 지내는 시간을 반드시 갖도록 조정하고 있었다.
“머, 먼저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규설과 힐리에타를 수습 비서로 받아들인 뒤부터, 요안나가 형진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금까지는 그저 관계를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던 그녀에게 아이라는 목표가 생겨난 것이다.
요안나는 최근 희망과 생명, 그리고 그녀의 사제들을 비롯해 포트니아 테론에게도 이런 저런 도움을 받고 있는 중이다. 형진은 그런 요안나의 움직임을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지켜보고만 있는 중이다. 그가 역할은 그녀와 밤의 생활을 충실하게 지속하는 것뿐이고, 그렇지 않아도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요안나에게 자신마저 짐을 지우는 것은 옳지 못한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칸막이 뒤에서 사르락거리며 옷감이 흘러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형진은 잠시 더 이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나 고민했다. 하지만 당장으로서는 그저 막막한 기분만 들 뿐이다. 차라리 핵무기나 블랙홀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 중인 물리학자들을 다수 초빙해서 의견을 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아무리 돌려 말한다 한들, 무기 제작에 필요한 의견이란 것 정도는 바로 알아차릴 것이니, 그에 걸맞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사전에 인원을 선별하여 추종자로 받아들인다든가 하는 식으로, 알큐비에레 어뢰의 존재는 물론이고 그것을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 같은 것을 설명하더라도 외부에 유출될 일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리라.
“후…”
실험 중에 발생한 것은 단순히 관측용 장비가 충격파로 파손되는 문제점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바꿔 말하면 적과 아군이 뒤엉킨 상태로 난전을 벌이는 중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뜻도 된다. 그리고 한 번 더 이것을 바꿔 말하면, 충격파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적아가 마구 섞여 싸우는 중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것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큰 효용을 가지고 오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일. 필요한 시간, 원하는 목표만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도 선별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 효용은 어쩌면 인스턴트 킬보다도 엄청난 것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적과 코앞까지 대면한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인스턴트 킬에 비해, 전략적인 효용은 몇 배나 더 클 수도 있다. 아니, 정밀도를 높인다면, 인스턴트 킬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으리라. 이렇게 되면, 그야 말로 우주적인 규모의 인스턴트 킬이 완성되는 셈이다.
“아얏!”
문득 칸막이 뒤에서 요안나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형진은 화들짝 놀라며 얼른 칸막이 뒤로 달려갔다.
“왜? 무슨 일이야?”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좀 부딪혀서…”
“…”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은 하는데, 바닥에 주저앉아 발가락을 잡고 끙끙거리고 있는 모습이 뻔히 보인다. 반쯤 벗다 만 스타킹을 보니, 선 채로 그것을 벗으려다가 어딘가에 부딪힌 모양이다.
“조심하지 그랬어. 보여줘.”
“괜찮은데…”
괜찮다고 말은 하면서도 형진이 다가서자 거부하지 못하고 발가락을 보여준다. 스타킹 때문에 제대로 확인하기는 어려웠지만, 형진은 그녀의 발가락 부위에 대고 회복의 권능을 사용해서 치료를 해 주었다.
“…”
“…”
자기 권능도 아닌 걸 사용하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희망과 생명의 사제인가 싶을 정도다.
강력한 권능의 힘은 요안나의 통증을 순식간에 잠재웠다. 하지만 형진은 치료가 끝나고 나서도 그녀의 발을 잡고 있던 손을 떼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예술품을 다루는 듯한 느낌으로 그녀의 다리를 가만히 쓰다듬기 시작한다.
“저기… 씻어야 하는데…”
“그래서?”
“놓아주시면…”
“싫다면?”
“…”
능글맞은 미소를 짓는 형진의 모습에 요안나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말았다. 원래는 이쯤에서 살짝 투정을 부리며 놓아달라고 한 번쯤 더 말해 볼 법도 한 일이지만, 주신이 되고 난 뒤부터 그의 말과 행동은 거부하기 어떤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스스로 파편을 그에게 건네준 탓에 그의 영향력을 가장 강하게 받고 있는 요안나로서는 규설이나 힐리에타처럼 대하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지배력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효과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단정하게 말아올렸던 머리는 이미 풀어헤쳐졌고, 고아한 느낌의 블라우스 역시 반쯤 단추가 풀리다 만 상태로 그 안에 갖춰 입은 속옷을 드러내고 있었다. 치마는 이미 벗은 상태. 검은 색 팬티 스타킹 역시 한쪽만 벗어버린, 그런 묘한 분위기다.
사실 요안나와 형진은 이미 오랫동안 부부로서의 생활을 해온 사이인지라, 이 정도 노출 정도는 별로 특별할 것도 없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며칠 동안이나 함께 생활한 적도 있는데 말해 무엇 하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완전히 벗은 것과 지금처럼 벗다 만 모습은 주는 느낌이 또 완전히 달랐다.
형진의 변태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모습이라고나 할까.
“다리가 예쁜데. 우리 비서님.”
“…”
단순히 발을 쓰다듬는 것을 넘어 종아리를 두 손으로 맞잡은 채 발목에 입을 맞춘다. 요안나는 화들짝 놀라면서도 발목을 통해 전해지는 어떤 짜릿한 느낌이 전신을 짜르르 울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내, 냄새 날 텐데.”
“그런가. 잘 모르겠는데.”
능글맞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형진은 발목에 다시 입을 맞추었다. 요안나는 살짝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다시 애원하듯 말했다.
“놔주세요. 제발…”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형진의 변태성을 더욱 더 자극시키는 행동이었을 뿐이다. 차마 발버둥까지는 치지 못하면서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요안나의 다리를 단단히 붙잡은 채 형진은 천천히 다리에 입을 맞추어 나갔다.
발목으로부터 정강이를 지나, 무릎에 그의 입술이 와닿자 요안나는 파르르 떨며 신음을 터트렸다.
“으으으…”
“어때, 좋아?”
“…”
구름 위를 붕붕 날아다니는 기분이었지만, 그렇다고 차마 좋다고는 못하고 그저 울먹이는 듯한 표정으로 숨을 헐떡일 뿐이다. 고작해야 다리에 키스를 받은 것 뿐인데 이 정도라니. 지금의 상황이 자극적이었던 건 형진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미 완숙할 대로 완숙해 버린 부부 사이. 이 정도쯤 되었으면 더 이상 앞뒤 가릴 이유가 없다.
형진은 천천히 허벅지 안쪽의 여린 살결로 손을 뻗어갔고, 요안나는 이제 도망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얕은 숨만 할딱 거릴 뿐이다.
“그만… 이제 그만…”
“그만 하라고?”
“아뇨. 그게 아니라…”
이제 그만 본론으로 들어와 달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운지 요안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아내의 뜻을 어찌 알아듣지 못할까. 형진은 이미 속옷을 아래로 밀어 내리고는 그대로 요안나와 결합했다.
“흐윽!”
뜨겁고 강렬한 무언가가 여린 속살을 비집고 밀려 들어오자 요안나의 몸이 활처럼 휘어지며 파르르 떨린다. 몸의 중심을 관통하며 짜릿하게 번개가 내리치는 듯한 그 강렬한 쾌감에 요안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이미 셀 수도 없이 많은 관계를 맺어왔던 둘이었지만, 지금 이순간 그들은 마치 처음 관계를 맺을 때처럼 서로의 몸이 그대로 녹아버리는 듯한 기분마저 느끼고 있었다. 단순히 상황 설정을 바꾼 것만으로도 이렇게 타오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가사의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긴, 이러니까 도대체 언제 신혼이 끝나는 거냐는 말을 듣는 거겠지만.
곧바로 격렬한 진퇴가 이어지며 방안은 두 남녀가 뿜어낸 뜨거운 열기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게 마련. 자세를 바꿔가며 그렇게 행위를 이어가기를 얼마나 했을까. 마침내 두 남녀는 절정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전신을 몰아치는 쾌락에 허우적거리던 요안나는 그 순간 정신이 화들짝 돌아왔다. 그리고 정신이 돌아오기가 무섭게, 형진의 몸을 팔과 다리로 꽉 끌어안은 채 외쳤다.
“깊이… 더 깊게!”
“뭐?”
“주세요… 깊은 곳에!”
이쯤 되면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형진은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비로소 이해하고는, 그녀가 원하는대로 최대한 하체를 밀어붙이며 정을 쏟아냈다.
그것은 실로 작은 폭발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아…”
뜨거운 정이 몸 안 깊숙한 곳에 폭발하듯 뿌려지는 감각에 요안나는 작게 탄식하며 몸을 떨었다. 물론 이런 식의 행위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요안나는 어쩐지 자신이 바라는 것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후우우…”
형진은 그녀의 몸 안에 정을 모조리 쏟아내는 일을 마치자 커다란 만족감과 함께 작은 허탈감을 동시에 느꼈다.
누가 그랬던가. 절정 뒤에는 누구나 현자가 될 수 있다고.
순간 형진은 머리속이 맑게 깨이는 듯한 기분과 함께 관계 직전까지 고민하고 있던 문제와 지금의 상황을 연관시켰고, 그 순간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 바로 그거였어! 깊이! 더 깊게!”
“네?”
“요안나! 정말 당신은 대단해!”
“…”
절정 뒤의 여운을 즐기며 그의 몸을 껴안은 팔과 다리의 힘을 풀던 요안나는 갑자기 그가 벌떡 일어나며 큰 소리로 외치자 이게 뭔 일인가 싶은 표정이 되었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요안나는 형진이 말한 더 깊게 라는 말이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 정도는 바로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게 대단하다니. 도대체 무슨 소린지 전혀 맥락이 잡히질 않는다.
하지만 형진은 당혹스러운 표정의 요안나를 끌어당겨 마구 입을 맞추더니 껄껄거리며 어딘가로 급히 달려가 버렸다. 미처 그녀가 말리고 말고 할 것도 없이.
“…”
느닷없이 어딘가로 달려가 버린 형진의 모습에, 요안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한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형진이 달려나가 버렸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 작품 후기 ============================
두편째.
수고하셨습니다.
변태는 XX중에 깨달음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