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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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요!”
“축하합니다!”
요안나의 임신이 확인되자 식구들은 한 마음으로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축하했다. 다만 이렇게 되자 지금까지 아이를 낳은 적이 없거나, 가지지 않은 형진의 반려는 여신들을 제외하면 오직 제랄딘 하나만 남게 되었다.
“자, 아가씨. 힘내세요! 할 수 있어요!”
“…”
아직 제랄딘의 정체를 모르는 미엘은 그녀가 상심하지 않도록 이런 저런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제랄딘 본인으로서는 그런 일들이 오히려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일. 단순히 아이를 가지고 아니고의 문제를 넘어서, 자신의 정체를 미엘에게 숨기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역시… 털어놓는 것이 좋을까요.”
“그게 순리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급하게 정할 필요는 없어.”
“…”
간단한 일이었다면 지금까지 주저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어찌보면 형진에게 사실을 털어놓는 것 만큼의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일테니까. 공포와 죽음은 때로 형진조차 넘어설 정도의 번뜩임을 보여주는 여신이지만, 이런 일은 머리가 좋다고 척척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제랄딘의 문제는 그렇다 치고, 요안나의 임신 소식을 듣자 마음이 조급해진 이는 따로 있었다. 바로 보호와 균형이다.
제랄딘이야 본신인 공포와 죽음이 이미 오래전에 형진의 아이를 가진 상태. 그렇다면 결국 형진의 반려 가운데 유일하게 아이를 가지지 못한 것은 오직 보호와 균형뿐이다.
“죄송해요…”
형진이 아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는 그녀이기에 울먹거리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혹시라도 아이를 가지지 못했다고 자신을 내치거나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생긴 탓이다.
물론 형진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무슨 조선시대 칠거지악을 따지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없다고 반려를 내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그에게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문제는 그것을 보호와 균형에게 납득시키는 일이다.
“미안해 할 것 없어. 내가 언제 당신에게 아이를 못가졌다고 뭐라고 한 적 있어?”
“하지만…”
“원래 신들은 인간들에 비해 더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해야 아이를 얻을 수 있는 거야. 그런 점에서 보면 오히려 공포와 죽음이나 희망과 생명이 비정상인거지. 당신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그런… 가요?”
“물론이지. 나 못 믿어?”
형진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보호와 균형을 다독이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자칫 그녀가 포트니아 테론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요안나와 같은 일을 벌이기라도 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요안나야 아직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은 상태니까 그렇다 쳐도, 완전한 신인 보호와 균형이 같은 일을 벌인다면 그때는 형진도 견뎌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맙소사. 세상에 자신이 정력 때문에 고민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장모님. 도대체 요안나에게 뭘 가르치신 겁니까?”
“왜요. 뭔가 문제라도?”
태평스런 포트니아 테론의 모습에 형진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사실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요안나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고, 형진에게도 크게 무리가 가거나 한 건 아니니까. 단지 혼이 쏙 빨려 들어가는 느낌 때문에 기겁했을 뿐.
“크흠. 혹시 보호와 균형이 같은 일로 상담을 청하더라도 그걸 알려주거나 하지는 말아주세요.”
차마 뭐라고는 못하고 그렇게 넌지시 말을 건넸지만, 포트니아 테론은 형진의 속내가 뻔히 보이는 그 모습에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놀랐었나 보네요.”
“당연히 놀라죠! 갑자기 그런 일을 당하면.”
“그런가요. 호호호.”
항상 자신만만하고 힘이 넘치던 형진이 약한 모습으로 자신에게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깔깔거리며 박장대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입을 가린 채 살짝 눈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니 예전에 처음 아란과 얘기를 나눌 때의 일이 떠오른다. 역시 모녀는 모녀라 이건가.
“어쨌든 부탁드립니다. 꼭요.”
그렇게 다짐하는 형진의 모습에 포트니아 테론은 웃음을 멈추고는 조용히 물었다.
“어째서요? 그런 식으로라도 그 아이의 마음이 안정을 되찾는다면, 그게 더 좋은 일 아닐까요?”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큰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요안나의 경우처럼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그런가요.”
포트니아 테론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그 아이가 저를 찾아오더라도 특별한 문제가 있는지만 확인하도록 하죠. 그러면 되겠습니까?”
“네.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집안 일로 바쁜 와중에도 어김없이 우주에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형진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연옥 나스트론드의 완성과 밤의 성창 아스트라페라고 불리게 된 무기의 전력화다.
“어쩐지 중2병 넘치는 이름인데.”
“싫으면 그냥 죽창이라고 부를까요.”
“끙.”
처음의 개발 목표는 어뢰 형태의 무기 체계였지만, 만들고 보니 이미 어뢰보다는 반드시 적을 꿰뚫는 작살 같은 형태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게 되었다. 본래는 요안나에게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할 생각이었으나 그녀가 중간에 토라져서 나가면서 흐지부지 되어 버리고, 결국 이 새로운 무기의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의 번개 아스트라페로 정해지게 되었다.
“하필 그 제우스의 무기라니. 이거… 뭔가 따로 의미가 있는 거 아니야?”
제우스는 분명 올림프스의 주신이긴 하지만, 천하에 둘도 없는 난봉꾼으로 이름이 높다. 여신이든 인간이든 님프든 마음에 들면 일단 덮치고, 상대가 소로 변하면 자신도 소로 변해서 덮치고, 뱀으로 변하면 자신도 뱀으로 변해서 덮치고, 세상에 위험이 닥치면 영웅을 낳아야 한다면서 덮치고, 지나다가 말빨로 꼬셔서 덮치고, 말빨이 안통하면 남편으로 변해서 덮치고, 다친 새로 변해서 상대가 보살펴 주면 냅다 덮치고, 자기 할머니도 덮치고, 어머니도 덮치고, 여동생도 덮치고, 딸내미까지 덮치고, 남자도 땡긴다 싶으면 덮치고… 하여튼 설명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그야말로 난봉꾼의 대명사다.
마눌을 열이나 데리고 사는 중이니 난봉꾼으로 불려도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제우스와 비교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까지 절제가 없는 건 아닌데.
“무슨 의미요? 뭔가 찔리는 거라도 있으세요.”
“미안. 그냥 입 다물고 있을게.”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고 들어가 봐야 결국은 본전도 못 건질게 뻔한 일. 형진은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그 이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개량 후의 첫 발사 시험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그것이 무기로서 완성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상황에서 시험을 해봐야 하고, 정확히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측정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현재는 잠수함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지만, 무기의 파괴력을 감안하면 별도의 플랫폼보다는 형진이 직접 통제하는 무기 체계로 완성하는 편이 좋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오발탄은 반드시 명중한다는 말도 있듯이, 자칫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하나의 세계를 멸망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무기이니 그만큼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 소형화할 수 있지?”
“알큐비에레 드라이브 자체의 크기가 만만치 않은지라… 하지만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부탁해.”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무기 체계는 생산 역시 확실하게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것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형진을 비롯해서 그의 반려인 여신들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 하지만 개발과 제작에 참여했던 신들의 동향 역시 확실하게 파악하고 관리해야만 한다.
형진이 연옥 나스트론드와 밤의 성창 아스트라페의 제작에 매달려 있는 동안, 지구에서는 진수를 마친 수송선들이 의장 공사를 끝내고 시험 운항에 들어갔으며, 앙그릴에서도 부양선으로 개조된 함선들의 시험 운항이 시작되고 있었다. 본래부터도 그리 발전 속도가 느리지 않았던 문명이지만 일단 가속되자 실로 눈부시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속도로 뻗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으아아아악!”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으으으… 죽을 것 같아. 이래서는 정말 일에 치여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 여파로 인해 녹초가 되어 비명을 지르는 이들도 분명히 있었다. 바로 얼마 전에 수습 비서로 채용된 규설과 힐리에타가 바로 그들이다.
요안나가 임신하게 되면서 그녀가 맡고 있던 업무가 곧바로 규설과 힐리에타에게 인계되었다. 단숨에 떠넘겨 버린 것은 아니고, 아직도 틈틈이 요안나가 이런 저런 부분들을 살피고는 있엇지만, 그렇지 않아도 수습 비서로서 일을 배워나가는 것이 만만치 않게 느껴지던 규설과 힐리에타에게 있어서는 실로 날벼락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
“말도 안 돼. 요안나님, 정말 인간 맞아? 어떻게 인간이 이 많은 일들을 다 해치울 수 있는 거냐고.”
“어이없는 건… 이게 전부도 아니라는 점이겠지.”
“맙소사.”
이런 상황이고 보니, 그들은 요즘 제랄딘과 형진이 미엘에게 등이 떠밀려서 매일 밤을 불태우는 모습을 아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자칫 제랄딘까지 임신해서 그녀가 맡고 있는 일까지 떠안게 되는 날에는… 정말 과로로 죽어버리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녀들은 정말로 지금 이 순간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고 있는 중이다.
물론 해결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질이 아니면 양으로 승부하는 건 이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아주 고전적인 해결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기껏 힘들게 비서로 들어온 그녀들로서는 스스로 라이벌을 불러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는 본말전도나 다름없는 일. 실로 진퇴양난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규설과 힐리에타는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줄기는커녕 자꾸만 늘어나는 업무량에 결국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
“이대로는 말라 죽고 말거에요.”
“도와주세요. 흑흑.”
“저런…”
규설과 힐리에타의 직속상관이라 할 수 있는 제랄딘은 둘의 그런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완전히 업무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요안나가 맡고 있던 업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으니 그 부담이 오죽할까.
물론 이 문제는 제랄딘이 그녀들이 맡은 일까지 넘겨받으면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이 가능하다. 업무 능력 하나만 놓고 보면 그 누구도 비교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공포와 죽음이 그녀의 본신인 이상, 이 정도는 사실 그녀에게 부담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제랄딘은 가장 간단한 이런 방법을 선택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문제로군요. 그렇다고 당장 새로운 사람을 뽑을 수도 없는 일이고.”
“…”
규설과 힐리에타는 긴장했다. 분명히 일에 치여서 비명을 지르는 상황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수습 비서를 뽑는 것은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은 일이다. 끙끙 앓아가면서도 지금까지 꾹 입 다물고 있었던 이유도 결국 라이벌을 늘리고 싶지 않기 때문 아닌가.
“할 수 없군요. 다른 분들도 각자의 일에 바쁘시니, 여기서는 일단 미엘 언니에게라도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요.”
“미엘님이요?”
“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서 요즘 이것저것 참견하고 다니는 중이니까, 아마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그렇군요.”
확실히 미엘이라면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환수인 그녀가 형진의 비서 노릇을 과연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람 수가 늘면 어쨌든 부담은 줄어들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가서 부탁을 드려볼게요.”
“그러시겠어요? 제가 가서 말해도 되는데.”
“아뇨. 그럴 수는 없는 일이죠. 저희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네, 그렇고 말고요.”
가운 차림의 형진이 모습을 드러내자 규설과 힐리에타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그렇게 말하고는 얼른 도망치듯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무슨 일이야?”
“별 일 아니에요.”
반 강제로 계속해서 그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상태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미엘과의 관계만 확실하게 해결된다면. 어떻게 보면 당장 형진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제랄딘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에게 다가서는 형진의 품에 몸을 기댔다.
========== 작품 후기 ==========
일단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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