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828)
1837. 광명승천도
본채 밖으로 나온 동수천은 몸을 파르르 떨었다. 모멸감과 분노, 증오가 차오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피어오른다.
“가주님.”
그늘 속에 서 있던 동수오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동가에 찢어 죽일 연놈이 나타난 이후로 동수오는 단 한 번도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그가 기막을 펼쳐 말이 새어나가는 걸 막았다.
“계획은 어떻게 됐습니까? 성공하셨습니까?”
“놈이 한 식경 내로 내 아들과 형제의 목을 가져오라더군.”
“……계획을 들켰군요. 어느 부분에서 들켰는지 아십니까?”
“내가 약간 성급하게 굴긴했으나, 그놈이 얼마나 멍청한지는 너도 알고 있지 않나. 실제로 작전은 먹혔다. 동요가 느껴졌으니. 그런데 이상한 물건을 들여다본 뒤에 분위기가 싹 바뀌더군.”
“특수한 법기인 것 같다. 그쪽은 어떻게 됐지? 네 말대로는 그 여우 같은 여자가 더 성가시다고 하지 않았나?”
“첫날부터 그 여자에게 붙어 따르던 시녀들에게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금씩 정보를 흘리도록 했습니다만….”
꺄아아아아아아악!
별채 쪽에서 여성의 찢어지는 비명이 울렸다. 그 여자가 머물고 있는 별채였다.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 여자가 죽은 것이리라.
“…….”
“…….”
잠깐의 침묵이 지나고, 그들은 서로의 눈을 쳐다봤다.
“가주님. 그간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놈들은 동가를 오랫동안 지배할 생각이 없습니다. 곧 얻을 것을 전부 얻고 동가를 떠날 겁니다. 그리고 놈들은 후환을 남기지 않으려 가문의 모든 이들을 몰살할 것입니다.”
“…방금 그놈이 내게 내린 명령만 해도 답이 나오지. 네 말이 맞다.”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는 내 형제와 아들들을 죽일 생각이 없다. 준비는 어디까지 되었느냐?”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해오시의 문파와 살수들이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일반인들은?”
“주술사 탕정의 말대로는 반나절 동안 70만을 동원할 수 있다고 합니다.”
“70만? 예상했던 것보다 3배 이상이군. 충분하고도 남겠어.”
“문제는 주술이 풀리고 난 뒤입니다. 탕정의 말로는 주술에 걸린 동안의 기억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눈치 빠른 놈들은 주술에 당했다는 걸 알아차릴 것이고, 관에 소리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동가는 끝장이다. 가주도 알고 있었다. 동원하는 일반인을 절반 이하로 줄인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난 각오했다. 가만히 있어도 죽고, 발버둥쳐도 죽는다면… 그 연놈을 죽이고 죽겠다.”
“저 또한 가주님과 같은 심정입니다. 탕정에게 일을 시작하라 명하겠습니다.”
동수오가 조용히 사라졌다.
홀로 남은 동수천은 성유진이 있는 본채를 쳐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느닷없이 가문에 나타난 연놈은 재앙이었다. 불가항력의 재앙. 의미 없이 하늘을 탓하기도 했다. 왜 내게 이런 재앙을 주냐고. 그러나 지금은 한 가지 생각뿐이다.
‘반드시 죽여주마…!’
강호는 약육강식이 기본인 세계다. 허나 가끔 약자가 강자를 잡아먹는 일이 일어나는 곳이 강호이기도 했다.
무력으로 동가를 지배한 성유진과 미령은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생활했다.
“미녀를 데려와라.”
성유진이 말했다. 이곳에는 감히 그의 뜻을 거스르는 자들은 없었다. 성유진은 자신의 말을 조금이라도 거스른다고 느끼면 무자비하게 손을 썼다. 경고도 뭐도 없었다. 효과는 뛰어났다. 그 무자비함에 치를 떨며 성유진이 원하는 것들 대부분을 들어줬으니까.
미모가 뛰어난 기녀들은 물론이고 도시에서 명성이 자자한 미녀들도 불러들였다. 남편이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그는 일단 미녀란 미녀를 원했다.
미녀가 어느 문파의 안주인이다? 그 문파를 멸문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미녀를 탐했다.
성유진은 뒷감당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도시고, 미령의 술법 덕분에 이 도시에서 자신과 미령의 얼굴을 기억할 놈은 없을 테니까.
“바닷가 근처 마을에 가슴 큰 미녀가 있다지? 데려와라!”
물론 그의 요구는 미녀에만 있지 않았다.
“천옥을 가져와라. 천옥을 가져오지 않으면 한 명씩 죽이겠다.”
천옥(玉). 천강성 시스템의 VIP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대량의 천옥이 필요했다. VIP 레벨이 상승하면 무공의 위력이 올라가고 재능도 좋아지니 반드시 천옥을 얻어야 했다.
그러나 천옥은 쉽게 구할 수 없었다. 금 100냥의 가치를 가진 물건인지라 대도시의 가문이라 하더라도 20~30개씩 가지고 있는 게 전부였다.
‘떠나기 전에 다른 문파도 들려서 천옥을 싹 다 털어야겠군. 놈들이 숨겨진 금고까지 싹 다 말이야.’
금고라 하니 잊고 있던 것 하나가 떠올랐다.
‘무영신투의 비고. 무영신투의 모가지에만 금 20,000 냥의 현상금이 붙어 있었으니… 비고에는 보물들이 쌓여 있겠지?’
그 보물들을 모두 손에 넣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무영신투의 비고를 찾을 여유는 없었다. 지금은 그저 짧은 휴가에 즐기는 데 집중할 뿐이다.
“다음 여자를 데려와라!”
미녀를 찾는 성유진과 달리 미령은 물욕의 화신이었다. 그동안 그녀는 낙월산에서 억눌러 있었다. 낙월산에서 생활하는 것까지는 괜찮다. 위유의 눈치를 봐야하긴 하지만, 위유에게서 배우는 것도 있으니까. 하지만 역시 산속 생활을 하는 건 지겨웠다. 따분한 고향이 생각날 정도였다. 그나마 불만 없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성유진이 가져다준 현대의 물건들 덕분이다. 음식과 만화, 소설, 영화, 드라마 등등 즐길거리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물론 마냥 놀고먹은 것은 아니다. 성유진의 무서운 성장 속도에 알게 모르게 위기감이 들었기에 요즘에는 수련 시간을 대폭 늘렸다. 그래서인지 스트레스가 상당히 쌓인 상태였다.
“입고 있는 옷이 마음에 안 드네. 새로운 옷을 가져오렴.”
토를 다는 시녀가 있으면 산채로 불태웠기에, 시녀들은 감히 그녀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옷을 가져왔다. 미령은 화려하고 질좋은 옷들을 받아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갈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아, 아름다우십니다.”
“그분께서도 미령 님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것입니다.”
“미령 님 만큼 아름다운 여성은 생전 처음입니다.”
시녀들은 필사적으로 아부를 떨었다. 그녀들이 미령의 이름을 아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성유진이 대놓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다녔으니까. 미령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떠나기 전에 전부 죽일 생각이니까. 못생긴 여자들을 시녀로 삼은것도 그 때문이다. 성유진은 못생긴 여자가 죽든 말든 아무 관심이 없으니.
“서방님은 이런 옷에 시큰둥할걸?”
성유진의 취향은 알고 있다. 고아하고 화려한 옷보다는 몸매 라인이 잘 드러나고, 적당히 노출이 있는 옷을 좋아했다. 물론 그 이전에 외모가 뛰어나야 했지만.
“죄, 죄송합니다.”
“저희가 주제넘었습니다!”
“사, 살려주십시오!”
시녀들은 바로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이젠 옷은 됐고 보석과 장신구나 가져오렴.”
화려한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미령은 오른손의 손톱을 확인했다. 섬섬옥수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손가락이다. 미령의 손톱은 매일 관리한 덕분에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네일 샵에 가고 싶네.’
힐끗. 자신의 눈치를 보며 벌벌 떠는 시녀들을 바라봤다.
‘비전문가들에게 내 손톱을 맡길 순 없지.’
곧 시녀들이 장신구와 보석들을 가져왔다. 장신구를 들어본 미령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장신구는 객관적으로 봐도 화려했다. 큼지막한 보석들이 박혀 형형색색의 빛을 내고 있으니까. 그러나 아름답다기보다는 촌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미령은 그 원인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현대의 문물을 접하면서 미적 기준이 현대로 맞춰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보석이면 술법 수련에도 도움이 돼.’
반짝이는 보석에는 기운이 숨겨져 있었다. 천옥에 비하면 아주 미약한 수준이지만, 보석이란 가치를 잘 이용한다면 뛰어난 술법이나 주술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돈이 급할 땐 적당히 처분할 수 있고.
“근처에 있는 약방에서 약초들을 가져오렴. 어떤 약초라도 상관없으니 전부. 아, 요괴의 부산물이 있으면 반드시 가져오렴.”
인간과 달리 요괴는 그 육체부터 특별하다. 때문에 술법이나 주술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으음. 심심한걸. 너희 둘 서로 싸워보렴. 이기는 쪽에게 이 목걸이를 줄게.”
미령이 웃으며 말했다. 지목당한 두 명의 시녀들은 어찌할 줄 몰라 돌처럼 굳었다. 곧 미령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다.
“…내 말이 말같지 않은 거니?”
“아, 아닙니다!”
“요, 용서를! 저희는 어렸을 적부터 함께 자라온 친구입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니? 아, 둘이 함께 죽고 싶다는 거니?”
짙은 살기가 피어오른다. 이러다가 정말로 둘 다 죽을 수 있었기에 시녀들은 어쩔 수 없이 오랜 친구의 머리채를 잡고 싸웠다. 그 모습을 보다가 3분 만에 질린 미령은 아공간에서 게임기를 꺼내 플레이했다.
시녀들은 미령에게 물건을 바치면서 가주의 명령대로 이간질을 시작했다.
“그분께서 여인을 부르셨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표국을 운영하는 강씨의 딸입니다.”
“흐음. 그러니?”
“강 씨의 여식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셨는지 금 2,000냥을 하사하셨습니다.”
“2,000냥이나? 그건 좀 너무 많은 거 같네.”
미령도 썩 기분 좋은 건 아니었다. 그녀에게도 엄연히 감정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게 분노를 터트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 여자들이야 어차피 가지고 노는 여자에 불과하니까. 절대로 자신을 위협할 순 없다.
‘이간질이네.’
미령은 대충 들으면서도 꾸준히 반응해줬다. 어디까지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미령 님. 해양 공자가 미령 님에게 직접 보석을 바치고 싶다 말씀하셨습니다.”
“해양 공자?”
“어선을 40척이나 보유한 상가(像家)의 장남이랍니다. 도시에서 무척 유명한 공자입니다. 천옥 5개를 가져왔답니다.”
“천옥 5개? 데려와.”
곧 해양 공자가 조심스럽게 방안으로 들어왔다. 왜 유명한지 알았다. 해양 공자는 무척 잘생겼기 때문이다. 시녀들도 감히 주제를 잊고 해양 공자를 힐끗거릴 정도로.
“미령 님. 저는 상기수라 합니다. 해양(海陽)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름다운 미령 님께 천옥을 바치기 위해 왔습니다.”
미령은 미간을 찡그렸다. 해양 공자에게서 나는 냄새. 그건 홍주(紅絶)의 냄새가 틀림없었다.
“선 넘네.”
“네?”
미령이 손가락을 튕겼다. 해양 공자의 머리가 그대로 터졌다. 시녀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바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사, 살려주십시오!”
“저희는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그녀는 변명하는 시녀들을 무시하고 스마트폰을 꺼내 두들겼다. 자신에게 이런다는 것은 성유진에게도 무슨 수작이 들어갔다는 뜻이니까. 성유진이 메시지를 읽었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예상보다 이르지만 정리해볼까. 어차피 얻을 건 다 얻었으니.’
딱.
손가락을 튕기는 동시에 시녀들의 몸이 파랗게 불타올랐다.
“꺄아아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