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325)
EP.2325 2325. 아카데미의 구원자
심은지와 나는 같은 1학년 1반이었다. 수업하는 내내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일부러 틈이 날 때마다 심은지를 바라보며 시선을 마주쳤다.
심은지는 그때마다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러면서도 평소의 단소유처럼 연기했다. 내 눈에는 하찮기 그지없는 연기 실력이지만… 의외로 단소유의 친구들은 심은지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변장술의 효과로 얼굴과 목소리, 몸매가 비슷하니까.’
뭐, 그렇다고 완전히 똑같아진 건 아니었다. 키, 가슴, 엉덩이 등 자세히 뜯어보면 다른 점이 있었다. 멍청한 동급생들은 아직 그걸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심은지는 몸이 좋지 않다는 밑밥을 깔며 혹시 모를 돌발 상황을 대비했다.
쉬는 시간.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끼리끼리 논다는 말은 여기서도 통했다. 예쁜 애들은 예쁜 애들끼리, 못생긴 애들은 못생긴 애들끼리.
단소유는 돈이 없고 성적이 낮아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좋았다. 예쁘장한 미모를 가지고 있으니까. 따라서 지금 심은지 주위에 모여 재잘거리는 여학생들도 모두 미인이었다.
‘전부 내가 아다를 뚫어준 여자들이군.’
남자의 맛을 몰랐던 수수한 처녀들은 각성이라도 한 듯 자신들의 미모를 꽃피웠다.
“시내에서 걷고 있는데 히어로 매니지먼트 직원이 명함이랑 커피 건네주면서 나중에 연락해 달라고 하더라. 이거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지?”
“그거 맞아. 매니지먼트 이름이 뭐야?”
“미스틱.”
“아. 검색해 봤는데 중소네.”
“미스틱 정도면 괜찮지 않아?”
“괜찮지 않을까? SNS에도 안 좋은 말은 딱히 안 적혀 있어.”
히어로 매니지먼트. 히어로를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기업이다. 전문적이고 조직력이 높은 히어로 클랜과 달리 히어로의 편의성과 대중성을 추구한다.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겸하고 있다.
기업과 비슷한 클랜과 달리 매니지먼트에서는 한 번 제대로 뜨기만 하면 돈과 명성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나중에 히어로를 은퇴해서 연예 활동에 집중할 수도 있다.
‘마루한 아카데미의 위상은 대한민국의 명문대 이상이니까. 클랜과 마찬가지로 매니지먼트 대부분이 아카데미 출신을 원하지.’
외모가 좋은 아카데미 학생들은 클랜 대신 매니지먼트를 지망하는 경우가 많다.
“미스틱? 거긴 소문이 안 좋아.”
여학생들의 수다를 듣고 있던 심은지가 입을 열었다. 그 단호한 말투에 여학생들이 그녀를 주목했다.
“소유야. 소문이라니? 인터넷에 검색해도 안 나오는데?”
“그거 업체에 의뢰해서 인터넷 평판 관리하는 거야. 기업에 안 좋은 말 올라오면 귀신같이 삭제될걸?”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어떤 소문인데?”
“거기 미스틱 대표가 쓰레기야. 업계 신입을 상대로 계약서에 수작을 부린다는 소문이 있어. 대우도 별로인데 수수료는 더럽게 많이 떼간다던데.”
“진짜? 미스틱 개 별로네.”
“미스틱은 그냥 포기해. 어차피 우린 1학년이잖아. 지금부터 매니지먼트나 클랜을 정할 필요는 없어.”
“소유야. 그런 소문은 어디서 들은 거야?”
“업계에서… 아니, 아르바이트하면서 들었어. 일하다 보면 온갖 이야기가 들어오거든.”
“으음. 근데 옆 반의 지유는 클랜과 계약하기로 했다던데.”
다른 애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재잘거렸다.
“걘 자퇴한다는 말 하고 다니는 애잖아. 들어보니 듣보 클랜이더라. 그런 클랜에 들어갔다가 5년 만에 폐인 돼서 나올걸?”
“지유가 좀 불쌍한 애야. 얼굴이라도 괜찮았으면 매니지먼트를 노려봤을 텐데… 그것도 아니잖아.”
깔깔깔.
여학생들이 웃는다. 별거 아닌 것도 웃긴 나이였으니 별 이상 할 것도 없다.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뒷담화도 그러려니 한다. 원래 얘들은 이러니까.
나는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책상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는 붉은 머리 여학생, 송예은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팔을 두른다.
송예은이 깜짝 놀라 돌아보다가 날 확인하고는 안심했다. 다른 여학생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 중에는 나와 쓰리썸을 해본 여자도 있었다.
“아, 뭐야. 유진이잖아.”
“뭐 하러 왔어?”
“그냥. 재밌는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길래.”
그녀들은 대화하며 깔깔 웃었다. 심은지도 다른 여학생들을 따라 웃었으나, 입꼬리가 떨리는 게 보였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나는 심은지의 손에 쪽지 하나를 건넸다.
쪽지에는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과 함께 이하의 말이 적혀 있었다.
-이거로 친구들이랑 간식 사 먹어. 방과 후에는… 알지?
쪽지와 돈을 확인한 심은지의 표정은 썩어들어갔다.
나는 그녀를 보며 해킹을 사용했다.
[해킹에 성공했습니다.] [심지은의 스마트폰을 1시간 30분 동안 해킹할 수 있습니다.]도둑들이 뭘 하고 있는지는 파악하고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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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좆같아도 시간은 가는 법.
심은지는 시간이 지나며 방과 후가 다가올수록 초조함을 느꼈다.
성유진. 저놈은 아침부터 계속해서 시종일관 자신에게 시선을 보낸다. 성욕이 가득 찬, 한 창 때 남자의 시선이다. 자신을 어떻게 해보려는 듯한 눈빛에 소름이 끼쳤다.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도 안 먹힐 게 분명했다.
‘이러다 진짜 창녀가 되게 생겼잖아…!’
각오했다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오니 피하고 싶었다. 그녀는 마지막 수업 내내 고민하다가 방법을 떠올리고 교사 몰래 스마트폰을 켰다.
심은지: 너희들은 학생이 아니니 여유롭지? 누가 나 좀 데려와 줘. 이러다가 진짜 30만 원에 몸 팔게 생겼어!
감동기: 나 바쁨ㅋ 아카데미 매점 직원이라 재고 정리해야 함ㅋ 방과 후에 학생들 간식 먹으려고 엄청 몰려 온다고 하길래 걱정임ㅋㅋ
심은지: 이 사기꾼 새끼야! 네가 진짜 매점 직원이라도 된 줄 알아?!
감동기: 일 제대로 안 하면 의심받는다고ㅋㅋ 안 들키려면 열심히 해야지ㅋㅋ 원하는 간식 있냐?ㅋ 하나 챙겨 줘?ㅋ
심은지: 도움 안 되는 새끼. 마성주. 너라도 와서 나 좀 도와줘.
심은지: 도와달라고 씨발놈아.
마성주: 바쁘다. 지금 청소하는 척 남궁화연의 뒤를 밟고 있다. 선도부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 들키면 안 되니 나중에 메시지를 확인하겠다.
심은지: 씨발. 진짜 아무도 안 도와준다고?!
감동기: 326억ㅋㅋ 326억~ 326억~ 326억~ 326억을 기억해!!
학준: 도와주고 싶으나, 지금 나는 아카데미 밖에 있다. 내 능력으로도 아카데미의 결계는 넘어갈 수 없다. 심은지. 너라면 극복할 수 있을 거다. 근데 단소유 이 년은 인질인 주제에 루이비똥 가방을 사달라는데? 어떡하냐?
감동기: 무시해ㅋ 인질 말을 왜 들어줌?ㅋ
학준: 이 미친년이 가방 안 사주면 나중에 우리한테 윤간당했다고 말하겠다는데?
감동기: 진짜 미친년인가;;;
학준: 이젠 안 사주면 자살한다고 난리다. 심은지, 루이비똥 가방 하나만 다오. 네 은신처를 말해주면 내가 갔다 오겠다.
심은지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이 미친 찐따 새끼가 내 아이를 달라고?’
차라리 죽고 말지 절대 안 된다.
‘내가 어떻게 모은 아이들인데!’
그녀는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진짜 명품은 돈만 있다고 해서 구할 수 없다. 명품백 하나 구하려고 겨울날 백화점 앞에서 몸을 떨며 몇 시간을 대기했던 적도 있었다.
심은지: 그런 거 없어.
학준: 명품 중독자 심은지에게 루이비똥 가방이 없다? 씨알도 안 먹힐 거짓말이로군.
심은지: 그 가난뱅이한테 줄 가방은 없다고! 그냥 무시해! 언제까지 그 창녀에게 휘둘러 다닐 거야?!
학준: 아까부터 가방 안 사주면 자살할 거라고 협박한다. 진짜 자살할 기세다.
감동기: 진짜 진짜 미친년인가;;;
심은지: 자살하라 그래! 그년한테 내 아이를 왜 줘?!
학준: …알았다. 그럼 30만 원만 빌려줘라. 마침 중고 거래 앱에서 파는데… 30만 원이 부족하다. 넌 오늘 30만 원을 벌지 않았나.
심은지: 너 30만 원도 없어?
학준: 30만 원이 없는 게 아니라 30만 원이 부족하다.
심은지: 씨발. 그래. 가져라.
학준에게 30만 원을 보냈다.
마침 수업이 끝났다. 성유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자신에게 걸어올 때였다. 남궁화연이 나타났다.
“성유진! 오늘 수업 중에 깨달은 게 있다. 혹시 지금 대련 가능 하나?”
성유진은 잠깐 고민하더니 남궁화연에게 몸을 돌렸다. 심은지는 안심했다.
잠시 후.
부르르. 심은지의 주머니에 있는 단소유의 스마트폰에 성유진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성유진: 일이 생겼어. 나중에 보자.
‘나중에도 보기 싫은데.’
혀를 차고 있는 심은지의 어깨를 누군가가 잡았다. 단소유의 친구인 송예은이다.
“소유야. 노래동아리에 가자. 거기 최신 기계가 들어왔다던데? 노래동아리 남자 선배가 호구라 칭찬 몇 번 해주면 놀 수 있을 거야.”
“아, 예은아. 미안. 나 오늘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가서 쉬어야 할 것 같아. 다음에 놀자.”
“아침부터 몸이 안 좋다더니… 뭐, 어쩔 수 없지. 병원에 한 번 가봐.”
“그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야.”
친구들과 헤어진 심은지는 아카데미 직원으로 변장해 남궁화연을 미행 중인 마성주를 찾았다. 심은지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마성주에게 말을 걸었다.
“야. 한 번 도와주는 게 어려워?!”
“그런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신경 쓰지 마라.”
“중요하지 않은 일?!”
“우리에게 중요한 건 남궁화연의 칼을 훔치는 일이다. 326억을 생각해라.”
마법의 단어 326억. 심은지는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래서 성과는? 훔칠 수 있을 것 같아?”
“힘들다. 아침부터 옆구리에 칼을 차고 다니더군. 듣기로는 선도부의 특권 중 하나가 항상 무기를 장비할 수 있다는 것이라 몸에서 떼지 않는다고 한다.”
“뭐야. 그럼 억지로 빼앗을 수밖에 없는 거 아니야?”
“그리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틈이 있을 거다. 여차할 땐 네가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뭐 하러 여학생으로 잠입했다고 생각하나. 이럴 때를 위해서지. 그 신분을 잘 이용하면 한 번 정도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거다. 남궁화연을 좀 더 파악한 뒤에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실행에 나설 거다. 너도 준비해 둬라.”
마성주는 미행하려다가 지나가던 다른 직원에게 붙잡혔다. 마성주와 똑같은 작업복을 입은 직원이 인상을 팍 썼다.
“정태 씨. 여기서 뭐 해? 내가 음악실 청소하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잠깐 쉬러 왔습니다.”
“왜 허락도 없이 쉬는 거야. 쉬는 시간 딱 주잖아. 그때 쉬면 되는 거를… 하. 아무튼 빨리빨리 청소하고 식당으로 갑시다.”
“식당은 왜….”
“들어오는 식료품 옮겨야지. 오늘따라 왜 이래요?!”
마성주가 굽신거리며 직원을 따라갔다. 미행이고 나발이고 오늘은 그른 듯했다.
심은지는 터벅터벅 걸어가는 마성주의 등을 안타깝게 쳐다보다가 기숙사로 돌아갔다.
‘대비해야 해. 오늘은 운이 좋아서 넘어갔지만… 오늘 저녁이나 내일에 성유진이 날 덮치려 할 거야.’
고민하던 그녀는 비상용 포션과 작은 칼을 꺼냈다. 이걸로 피를 뽑아낼 생각이었다.
‘생리 터졌다고 하면 돼. 피에 젖은 팬티를 보여주면 할 마음이 싹 사라지겠지.’
창녀도 아닌데 몸 팔아서 자존심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포션을 쓰는 게 훨씬 낫다.
포션의 힘으로 피를 뺀 그녀는 나른한 기분을 느끼며 침대에 누웠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연기하는 건 심적으로 부담되고 힘들었다. 저녁도 안 먹었는데 눈꺼풀이 감기려 한다.
부르르르르!
스마트폰의 진동. 심은지는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학준: 개씨빨!!!!!!!
감동기: 또 왜?
학준: 사기당했다! 루이비똥이 아니라 루이비떵이었다! 단소유한테 루이비떵 가방으로 처맞았다!
학준: 그 돼지 년이 감히 나한테 사기를 쳐?! 절대로 복수한다!
감동기: 병신 새끼ㅋ
마성주: 병신ㅋ
심은지: 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