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98)
〈 98화 〉 098.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098.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흠. 악마의 시체는 반드시 챙기라 하셨지.”
하센트는 그림자에서 커다란 마대자루를 꺼냈다.
악마의 머리를 자루 안에 넣을 때, 악마의 다리 쪽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그건 어린아이 손바닥만큼이나 작아진 악마였다. 그 몸은 시커멓고 이마에 두 개의 뿔과 엉덩이에 꼬리가 달려 있었다.
악마는 하센트가 시체를 정리하는 틈을 타서 조용히 숲속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킬킬킬. 이게 내 본체다. 그딴 몸 따위 다시 만들면 돼.’
퍽!
갑자기 날아온 구둣발에 정통으로 맞은 악마가 뒤로 날아가 나무에 부딪혔다.
“끄윽! 어, 어떻게?!”
악마는 경악스러운 눈동자로 하센트를 쳐다봤다. 분명 뒤에서 시체를 정리하고 있어야 할 놈이 왜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이란 말인가.
“기생 악마 사핀. 공자님께서 널 잡아오라 하셨다.”
하센트의 손에는 유리병이 들려 있었다.
사핀의 본체의 신체 능력은 작은 짐승 수준이라고 하니 유리병만으로도 충분히 잡아 둘 수 있었다.
“나, 날 잡아서 어쩔 셈이냐!”
“…….”
하센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모른다. 그는 그저 유진의 명령대로 악마화가 진행된 시체를 챙기고 악마의 본체를 포획했을 뿐이다.
하센트는 사핀을 잡아 유리병 속에 넣고 단단히 잠갔다. 충격 방지 마법도 담겨 있으니 유리병 안에서는 절대로 탈출할 수 없을 것이다.
“악마의 정체와 이름, 그 능력까지 모조리 알고 있다니… 역시 공자님은 세리온의 선택을 받으셨군.”
하센트는 유진의 대단함을 새삼스레 깨달으며 돌아갈 준비를 했다.
•••
나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유리병을 쳐다봤다. 유리병 속에 시커먼 악마 하나가 들어 있다. 악마는 만사를 포기한 채로 유리병 바닥에 주저앉아 나를 보고 있다.
‘그 뭐였더라…. 호문… 호문쿨루스! 그걸 떠올리게 하는 비주얼이네.’
인터넷을 떠돌다가 유리병 속에 갇혀 있는 작은 사람 그림을 본적 있다. 호문쿨루스라고 했던가. 제법 잘 그린 그림이었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하급 악마 사핀.
기생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악마로 원작에서는 기생 악마라고 불렀다.
이 악마는 사람을 비롯한 일부 생물에 기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일부 몬스터에도 기생할 수 있다.
기생 조건도 어렵지 않다. 대상이 모르는 사이에 들어가면 된다. 단, 대상은 마나를 느낄 수 없어야 하며 정신력도 약해야 한다.
인간의 몸에 기생하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인간의 의식을 없애고 완전히 조종하게 된다. 인간의 몸은 서서히 악마의 육체로 변화한다.
이놈은 무려 200년 동안이나 인간의 몸에 기생하며 살아왔다. 그 와중에 간간히 인간을 잡아먹거나, 이유 없이 죽인다.
사핀은 원작에서 마을 사람들을 선동해 프루커스 백작가에 반란을 일으킨다. 물론 그 반란은 손쉽게 제압되고, 사핀은 주인공 카일에게서 도망치다가 결국 사망하게 된다. 에피소드 자체는 재미없었다. 다만 원작에서 앞으로 나올 악마에 대해 암시한다.
‘그냥 내버려둬도 상관없는 악마지.’
하급 악마. 그것도 본체의 직접 적인 전투 능력은 매우 약하다. 어린아이와 싸운다면 아마 어린아이가 이길 것이다.
내가 이놈을 생포한 이유는 총 두가지다.
‘첫 번째는 하센트에게 내 가치를 다시 알려줄 필요가 있었어.’
사람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무뎌진다. 처음에 흥분하여 내게 충성을 바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의문점을 느끼길 마련이다.
이번일로 하여금 하센트는 내가 세리온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라는 걸 다시금 알아차렸을 것이다. 악마의 이름, 악마의 위치, 악마의 모습 그 모든 게 내 말대로 이루어졌으니까.
‘두 번째는 이놈의 가치지.’
하급 악마지만 일단 악마다.
그것도 생포한 악마.
마탑이나 교단에 비싼 값을 주고 팔아먹을 수 있다. 자세히 시세는 모르겠지만 최소 200억 네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사핀이 하급이 아니라 중급이었으면 가격은 그 열배로 뛰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놈이 사람의 말을 지껄일 수 있다는 거. 하센트의 대한 정보가 외부에 알려진다는 거지.’
하센트는 지금까지 아주 철저하게 자신을 숨겨왔다. 무릇 암살자란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몇 십 년 동안 지켜온 것이다. 암살자의 귀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고작 200억 네르에 그 정보를 넘긴다고? 웃기는 소리. 수지타산이 안 맞다.
‘악마를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당연히 불가능하고.’
악마가 괜히 악마이겠는가. 그놈들과는 거래도 해선 안 되는 것들이다.
‘그냥 죽이기에는 아깝지.’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이 악마의 피를 빼내는 것. 즉, 헌혈이다.
이 세계에서 악마는 인류의 적이자, 굉장한 마법적 힘을 가진 마법 재료다. 악마의 피는 최상급의 재료로써 마탑에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다.
‘근데 이놈은 너무 작잖아. 하루에 뽑을 수 있는 피의 양이 정해져 있어. 한 달에 1억 네르나 나오려나?’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유리아입니다.”
“들어와.”
유리아가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양손에는 쟁반이 들려있었다. 쟁반에는 찻주전자와 찻잔, 간단한 간식거리가 있다.
유리아는 테이블 위에 찻주전자를 세팅하고는 능숙하게 티타임을 준비했다.
티타임이었다.
“주인님. 고민이 있으신가요?”
“어. 이 악마놈 때문에 말이야. 제대로 가치를 뽑으려면 매일 일정량 이상의 피를 뽑아야 하는데… 그게 영 쉽지 않아.”
악마의 크기는 어린아이 주먹만 하다. 전투 능력이 없다는 건 장점이지만, 저 크기는 최악의 단점이다. 저 정도 크기에서 피를 뽑으려면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정보도 캐내야 하지 않나요?”
“그것도 맞아. 약해빠졌어도 악마인 만큼 다른 악마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겠지.”
“그럼, 저 악마는 제게 맡겨주세요. 제가 제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유리아가?”
“네. 자신 있습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아가 고문 기술자인 곤과 론으로부터 고문 기술을 배웠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고문을 하는 걸 직접 본적은 없으나, 듣기로는 무척 뛰어난 실력이라고 한다.
“부탁할게. 유리아.”
“네.”
나는 홍차를 마시면서 유리아의 가슴팍에 손을 집어넣었다. 내 의지가 아니라 본능이 멋대로 행동했다.
•••
“끄아아아악! 이 악독한 계집년! 그만해라! 그만! 나 죽는다!!”
사핀은 감옥에서 비명을 내질렀다. 그의 몸은 철판위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팔과 다리는 당연히 움직일 수 없다. 그나마 머리만 옆으로 흔들 수 있는 게 전부다.
“오늘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고문을 위해 두꺼운 옷을 걸친 유리아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녀의 손에는 지긋지긋한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이… 미친년이…!”
사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유리아가 말하는 할당량이란 1일 100ml를 말한다.
100ml 말하기에는 작아 보이지만, 어린아이 주먹만 한 사핀에겐 100ml는 자신의 몸 안에 있는 피를 모조리 빼도 그 양이 안 될 정도다.
참고로 신선한 악마의 피 100ml 평균가는 약 1,000만 네르다.
“50ml 남았습니다. 힘내시길.”
주사기의 바늘이 사핀의 오른팔에 콕 박혔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이 악마보다 악마같은 년! 차라리 죽여! 죽이란 말이다!”
사핀이 고함을 고래고래 질렀다.
요즘 그의 생활은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정도로 끔찍하다. 그는 피를 뺄 때와 고문을 당할 때를 제외하곤 항상 유리병안에 갇혀 있어야 하고, 먹이로 주어지는 것은 쓰기만 한 약초 찌꺼기뿐이다. 몇 번 자살을 시도하다가 걸린 적이 있어서 이젠 아예 몸이 묶인 채로 유리병 속에 갇히게 되었다.
“당신을 죽일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주인님의 소중한 재산입니다.”
“씨발! 내가 그 빌어먹을 애새끼를 죽여 버린다! 반드시 죽이고, 너도 죽여 버릴거라고!”
“말이 너무 거칠군요. 제가 분명 바른말, 고운말을 써야한다고 말했을 터입니다만.”
유리아는 그의 머리 위로 젖은 천을 올려두었다.
“으으읍! 읍! 크읍!”
악마의 몸이 워낙 작다보니 젖은 천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고문이 된다. 유리아는 사핀이 익사하기 전에 젖은 천을 치웠다.
“니, 니애미는 갈가리 찢어 죽일 거다.”
“저의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당신은 학습 능력이 없으십니까?”
“내가 살아온 세월만 200년이다! 샹년아! 악마의 자존심이 있지! 너같은 인간 놈들에게 이 사핀 님이 굴복할 것이라 생각하느냐?!”
주사기로 사핀의 혈액을 채취한 유리아는 포션을 사핀의 얼굴에 뿌렸다. 사핀의 몸에서 피는 다시 생성될 것이다. 물론 포션에도 한계가 있기에 하루 100ml 밖에 뽑아내지 못한다.
“어윽! 커윽! 끅!”
“인정합니다. 벌써 20일이 지났는데도 당신은 어떤 정보도 내뱉지 않고 있지요. 여기까지 오면 저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악마의 정신력과 자존심이란 정말 대단하군요.”
“칵칵! 알겠나! 네놈들이 아무리 나를 괴롭힌다고 해도…… 야, 샹년. 뭐냐 그건.”
“메스라 불리는 수술용 칼입니다.”
“아니! 그거 말고! 옆에 있는 저 유리병!”
유리아는 옆에 있는 통을 들었다. 검은색 가루같은 것들이 들어 있다.
“아. 역시 알아보시는군요. 부정한 마나입니다.”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거냐!”
부정한 마나는 그 자체만으로 대륙에 금지되어 있다. 부정한 마나를 이용해서도, 만들어서도, 소지해서도 안 된다. 부정한 마나는 악마의 힘이 될 수 있는 동시에 시체를 언데드로 만들기 때문이다.
“만들었습니다. 다행히도 근처에 좋은 재료들이 있었습니다.”
좋은 재료란 지하 감옥에 갇혀 매일 고문을 당하고 있는 32명의 도적과 1명의 행상인이다. 부정한 마나는 사람의 원한, 증오, 질투, 괴로움 등의 부정한 감정 속에서 피어난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는 바로 사라지기에 특수한 공정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저도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문헌을 뒤적이며 악마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고, 일반 포션보다 부정한 마나 쪽이 더 효과가 좋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문헌에도 그 특수한 공정은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다. 읽는 이가 따라하지 못하도록. 그렇기에 유리아는 무려 2주 동안이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부정한 마나를 만들어 내는 것에 성공했다.
“…부정한 마나를 만들었다고? 나 때문에?”
“문제라도 있습니까?”
“케, …켈켈, 케! 알고 있나? 부정한 마나는 악마에게 힘을 주지! 넌 실수하는 거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처 입은 악마에겐 부정한 마나란, 단지 효과가 매우 뛰어난 포션에 불과하다는 것 또한. 부정한 마나가 있다면 하루 300ml의 피를 뽑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설마 내가 세리온을 찾고 싶은 날이 올 줄이야. 메이드. 거래를 하자. 원하는 거 다 들어 줄게. 이래보여도 나 악마야. 보물이 숨겨진 곳도 알아. 탐나지 않아?”
“악마의 자존심은 어쨌습니까?”
“니미. 지금 상황에 그게 문제야? 제발. 알려달라는 정보 다 알려줄게.”
유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사실 주인님은 당신의 정보에 별 기대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평생 동안 피를 뽑아내는 게 더 이득입니다. 하루 300ml면 3,000만 네르의 수익이고, 한 달이면 9억입니다. 1년이면 108억, 10년이면 1080억입니다..”
“씨, 씨발.”
“저는 오늘 당신의 장기를 꺼낼 생각입니다. 문헌이 올바르다면 장기나, 눈알, 뿔, 팔다리도 부정한 마나로 회복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당신의 피보다는 가치 없겠지만 최소 10% 추가 수익은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악마의 몸에서 가장 돈이 되는 건 뿔이고, 그 다음이 피다. 그러나 사핀의 뿔은 너무 작아서 피보다 돈이 되지 않는다.
날카로운 메스가 점점 다가온다. 사핀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죄, 죄송합니다. 유리아 님. 제가 미쳤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부디 제게 죽음을 내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당신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입니다. 걱정 마시길. 제가 눈앞에 있는 이득에 눈이 멀어 실수를 저지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으아아아아! 씨발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