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44
분신으로 절대무신 44화
“……괜찮으신가요?”
“아! 죄송합니다.”
떨떠름한 표정을 보이며 묻는 노랑에 장일은 그제야 자신의 실태를 알고는 사과했다.
그 자신이야 환생한 전생의 연을 만나 기뻐 보이는 행동이라지만, 그 사정을 모르는 노랑으로서는 기괴할 따름이다.
‘듣던 것과는 좀 다르구나.’
실제로 노랑의 장일에 대한 첫인상은 그리 좋다고도 말할 수 없었다.
당시 태산파를 상대로 오만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당당함을 내보이던 이가 아니던가?
그때의 모습이 너무도 강렬했던지, 현 남오의 무인들 특히나 젊은 무인들이 흠모의 대상이 된 상태였다.
가문의 이제 몇 안 되는 가신들 사이에서도 그의 어린 동생에게서도 장일의 이름은 몇 번이고 흘러나왔다.
남오를 구한 영웅이며, 그것은 가문의 입장에서도 그러했다.
그 심정은 노랑 그녀도 다르지 않았는데, 막상 마주한 장일은 그녀가 생각한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처음 보는 자신에게 사내가 여인에게 보이는 눈빛을 보이는 이를 보고 어찌 사내대장부라 생각할까?
‘소문은 소문일 뿐이란 걸까?’
과장하기 좋아하는 사람들로 인해 소문은 종종 하나가 열이 되고 백이 되게 마련이었다.
노랑은 이번에도 그런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그녀 스스로가 생각해도 자신의 외모는 그리 훌륭하다고 보기 어려웠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상과는 별개로 그녀는 몸가짐을 가지런히 하고는 장일에게 예를 보였다.
“뒤늦게나마 은인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바로 가문을 이리 만들었던 흉적을 쳐 쫓아낸 것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그리 생각할 것 없습니다. 사문의 일에 나선 것일 뿐이니 말입니다.”
아마 다른 이였다면 장일은 별달리 생각하지 않은 채 인사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을 은인이라 여기며 거리를 두는 것이 싫었던 장일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 말이 그녀를 더 섭섭하게 만들었다.
“비록 저희 가문이 많은 것을 잃고 말았다지만, 그렇다고 염치를 잃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부디 은공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지 말아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괜한 말을 꺼내 거리가 더 멀어지게 되자 장일은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색했던 분위기가 그나마 풀어지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이제 막 노씨세가의 가주가 된 노추심 덕분이다.
그 나이대의 사내답게 영웅에 대한 환상이 큰 노추심의 장일에 대한 감상은 대단히 감격스러운 것이었다.
“신검 대협께서 저의 가문을 찾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혹시 식사를 하지 않으셨다면 대접을 하고 싶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저의 누님께서 음식 솜씨가 대단히 뛰어납니다.”
“추심……. 가주님.”
이미 조금은 이른 식사를 마치고 왔던 장일이었지만 노랑 그녀가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말에 그는 배를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시장기가 돌기는 하는군요. 그럼 잠시 실례를 하겠습니다.”
“하하하! 실례라니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크흠.”
장일은 이제 막 가문을 떠날 준비를 다 마쳤는데 식사 준비를 도와야 하는 그녀의 난감해하는 표정에 애써 고개를 돌렸다.
전생에서도 그녀 고화의 음식 솜씨도 괜찮았기에 나름의 기대가 있었다.
그런 장일의 기대 이상으로 노랑의 요리 솜씨는 대단했다.
별것 없는 채소볶음조차도 한 층 더 감칠맛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어째서 노추심이 그리 자랑을 하였는지 이해가 될 정도다.
추억이라는 게 더 좋고 아름답게 기억되게 마련인데도 음식만 놓고 보면 전생의 고화와 비교되기 미안할 정도였다.
‘그 미소 한번 보았으면 더 바랄 것도 없겠건만.’
노랑은 시중 내내 무뚝뚝한 얼굴을 흩트리지 않았다.
그것은 노씨세가를 나와 연합으로 함께 오게 되는 길에서도 다르지 않아, 장일은 아쉽고 또 미안하기도 했다.
만약 자신이 남오에 조금만 더 일찍 도착해 그녀를 만났더라면, 그 미소를 잃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이 들어서다.
-꼬끼오!
첫닭의 울음소리가 무색하게 이미 많은 이들이 깨어나 있었다.
남오 연합의 이름으로 처음으로 강호의 다른 단체에 사신을 보내는 일이다 보니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남오 연합의 사신단의 규모는 작았지만, 그 실태는 정의맹의 입장에서도 예사로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 사신단의 명단은 이러했다.
남오제일인이라고도 불리는 신검 장일을 필두로 양광이현의 경지의 무조 대협, 초씨세가의 소가주인 초일, 우씨세가의 장로 우춘, 요씨 세가의 요화, 노씨세가의 노랑 그리고 이번 사신단의 길잡이가 되어줄 남오 표국의 총표두 김오였다.
이 중 절정을 벗어났다 할 수 있는 이가 둘이었고, 절정의 경지에 이른 이는 셋이다.
무려 절정 이상의 무인이 다섯이나 되는 것이다.
남오 연합의 절정 이상의 무인이 서른 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2할에 가까운 전력이 움직이는 셈이었다.
이외 함께 하게 된 두 여인 중 요씨세가의 요화 또한 초일류에 이른 상태였다.
이에 반해 노랑은 일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고 부족한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그녀 또한 장일처럼 약관이 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사실 그 나이대에서는 훌륭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럼 출발하겠소.”
-덜컹덜컹.
-이히힝!
남오 표국의 총표두 김오가 사람 좋은 얼굴로 그리 말하며 마차를 몰았다.
국주 다음의 작위인 총표두 되는 인물이 마차를 몰게 되었으니, 기분 나빠할 법도 하지만 김오는 오히려 오랜만에 마차를 몰게 되는 것이 오히려 좋은 모양인지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런 그들의 뒤로 네 필의 말이 뒤를 따랐다.
장일, 무초, 초일, 우춘으로 이중 초일 또한 김오와 마찬가지로 입가에 미소가 자리했다.
사신으로서 일을 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어찌 되었든 남오를 벗어나 천하를 유랑하게 된 것이니 그럴 만도 했다.
천하 유랑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정의맹이 그만큼 먼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동 대륙을 넘어 중앙 대륙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오나라의 남오에서 말을 타고 간다고 해도 한 달은 걸릴 일이다.
물론 중간중간 강줄기를 타고 움직일 것이니 그 시일은 짧아지겠지만, 그래도 이십여 일은 걸릴 건 분명했다.
그만큼 길잡이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총표두 김오는 본래 천하십대표국 중 하나인 청천표국에서 표두 일을 하던 사람이라 이에는 문제가 없었다.
들뜬 주변 사람들 속에서 장일의 시선은 마차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했다.
“날이 빨리 풀려서 다행이네.”
“그러게 말입니다.”
심한 경우 강물이 얼어 배를 운영할 수 없기도 하다는 것을 김오에게 들었던 터라, 다들 안도를 보였다.
처음 남오를 벗어날 때마다 해도 새로운 여정에 다들 들떴지만, 벌써 닷새가 지난 지금은 그런 모습을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
그 목적이 천하 곳곳에 자리 잡은 유적을 방문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하루빨리 정의맹으로 가는 것이 목적이다 보니 대부분의 일정이 지루한 여정이었다. 그나마도 이렇게 도시라도 들르게 되는 날이면 다행이다.
닷새 중 이틀이 노숙이었으며, 그 지난 사흘도 객잔도 없는 작은 마을에서 집을 빌려 잠을 청해야 했다.
그러니 배를 타기 위해 찾은 도시에 이들이 반기는 건 당연했다.
이는 그래도 나름 강호의 경험이 풍부한 우춘도 마찬가지였다.
“어휴. 나이가 들었는지, 이래저래 피로하오. 그에 반해 김 표두께서는 아무렇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허허. 저야 맨 하는 일이 이런 거지 않습니까? 거기에 따로 신경 쓸 일도 없으니 사실 휴가를 온 것처럼 마음 편합니다.”
“하하하. 정말 표국 일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군요.”
소소한 농을 나누던 이들은 이곳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객잔을 찾았다.
고급 객잔답게 음식부터 숙박비까지 다른 곳의 서너 배는 비싼 곳이었지만, 이들이 부족한 것은 시간이지 돈이 아니었다.
종종 갑갑하다며 마차 안에서 나왔던 요화와 달리, 노랑은 내내 마차에서 잘 나서지 않았다.
“후우.”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마차를 나서 긴 숨을 들이켜는 그녀의 얼굴에는 보기 드물게도 표정이 일어나 있었다.
아주 작은 표정이었지만 내내 그녀에게 시선이 향했던 장일은 그를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장일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입가가 올랐다는 것을 모른 채, 뒤늦게 객잔으로 들어섰다.
“그래, 이게 사람이 먹는 거지.”
무뚝뚝한 그의 아버지 초강과 달리 초일은 감정에 매우 솔직했다. 그만큼 친화력도 높아 대선배인 무초 등과도 모두 친해졌다.
다만 유일하게 어려워하는 이가 있다면 바로 장일이었다.
다른 이유가 아닌 그 또한 남오의 젊은 강호인이라 장일을 흠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의 아버지를 치료해 준 가문의 은공이라는 점까지 합치니 아무리 친화력이 높은 그라도 다소 어렵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런 것이었고, 장일 또한 소가주라고 하기에는 권위적이지 않고 순수한 그를 가까이했다.
“그간의 일정이 지겹기는 하지만, 그래도 집에 내 갇혀 있던 것을 생각하면 마음 편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초일은 그나마 자신을 잘 받아주는 요화에게 그리 말을 건넸으나 요화는 그에 공감하지 않았다.
“어휴. 난 모르겠어요. 이런 여정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오라버니에게 넘기는 건데. 괜히 간다고 했어.”
“끌끌끌. 어디 유부남과 처녀 마음이 같겠는가? 그저 이렇게 바깥 공기만 마셔도 행복한 게 유부남이지.”
“크흠.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보고 싶은 아내와 자식들을 두고 온 집을 나서는 게 얼마나 마음에 걸렸는데.”
“내 들은 게 있어 그러네. 원래는 초춘 그 양반이 가기로 했다고 하던데.”
“하하하. 잘 못 들은 것입니다. 그나저나 그 헛소리를 꺼낸 이가 누구입니까?”
초일은 우춘 장로의 말에 그 발설자를 캐물었으나, 우춘 장로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 끝내 답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초일은 초조함을 보였지만, 이내 아무러면 어때? 라는 태도로 오랜만에 접하는 술을 즐겼다.
-끼이익.
그때 노랑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생, 벌써 일어서는 거야? 별로 먹지도 않았는데.”
“피곤해서 그런지 입맛이 없네요. 전 올라가서 쉴게요.”
“그래. 물이라도 받아 두라고 말할 테니 좀 쉬렴.”
“네. 조금 있다가 봬요.”
요화는 그런 노랑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그녀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장일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나저나 신검 대협께서는 노랑 동생이 어디가 그리 좋아 그러실까?”
“??”
“그게 무슨 말이오? 은공께서 노 소저를 좋아하신다니.”
“어험. 그게 정말인가?”
“…….”
“어휴. 남자들 아니랄까 봐. 며칠을 함께했는데 그걸 몰라봐요. 더구나 그렇게까지 노골적인 태도를 보이셨는데.”
요화는 눈치를 채지 못한 일행들을 보며 어이없어했으나, 그들은 생각지 못했던 일이라 정말인가 하는 눈빛으로 장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장일은 그런 요화의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리 노골적이었습니까? 나름 숨긴다고 숨겼는데.”
“!!!”
정말로 장일이 노 소저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그제야 일행들은 크게 놀랐다.
특히나 초일은 울상 어린 표정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는 그의 아비 초강이 은공을 자신의 동생과 이어주라는 명을 받아서다.
그런데 정작 장일이 노 소저를 마음에 두고 있었으니 그는 후에 들을 질책에 심장이 쪼그라질 듯했다.
“어디 사람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게 숨겨지나요. 아마도 동생도 알고 있을걸요.”
요화는 그리 말하면서도 정말로 장일이 노랑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내심 놀랐다.
떠오르는 신성.
천검문의 장문 제자이며 약관에 이르기도 전에 신검이라는 별호를 받은 이 영웅의 앞날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큰 불상사만 없다면 천하에 그 이름을 남길 대영웅이 될 것이니, 그의 진면목을 아는 곳이라면 그와 어떻게든 연을 맺으려 할 것이다.
부를 얻고자 한다면 금은보화를 산처럼 쌓을 것이며, 여인을 원한다면 절세가인도 부족할 터였다.
그런 그가 이제 망해버린 가문의 여인을 사모하고 있었다.
그리 특별나게 예쁘지도 않은 상처를 받아 마음을 닫은 소녀를 사모하는 그의 모습은 옛이야기에서나 나올 법한 것이다.
‘어머. 저 진지한 눈빛 좀 봐봐. 이렇게 순수한 사랑이라니! 괜히 가슴 설레게 하네.’
아마 혼자 있었다면 너무 좋다며 손발을 가만두지 않았을 요화였지만, 이미 아는 척을 하였던 터라 그녀는 차를 마시며 그 마음을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