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50
50화 계획 수정
손가락 하나가 어린아이 팔뚝만 한 크기였다. 그래서 커다란 맥주잔의 크기가 물컵보다 작아 보였다.
탁!
“크헉! 헛된 희망은 접고 술이나 가지고 와여! 아니면 첫사랑 이야기나 해 보던지, 낄낄낄.”
버릇없는 말에 사스티안 국왕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이자는 자신의 백성이 아니었으니까.
심지어 인간도 아니다. 이미르의 자식, 이종족 드워프.
“왜 안 된단 말이냐? 천둥 석궁, 아니 이 총으로 콜라시오의 실드를 부수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거늘.”
“흥! 둘이 짜고 쳤거나 아니면 쏜 놈이 남달랐을 거여.”
“아…….”
그랬구나.
총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이 강해서 그랬구나.
‘안 되겠어. 귀족 놈들이 반대하더라도 영지를 내려야 해. 이왕이면 수도와 가까운 곳으로. 정 안되면 직영지 하나 떼서 주면 돼.’
이전 신탁자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다. 9클래스와 상대해? 그것도 견습 용병에서 몇 개월 만에?
“이 총 말이여, 내가 개조를 해 다시 만든다 해도 4클래스가 한계여. 요 큰 놈하고 작은 놈 섞어서 포위망 구성해 죽자고 쏴대면 4클래스까진 잡을 거여.”
“그, 그럼 5클래스부터는 무리란 말인가?”
“당연히 무리지.”
살짝 실망한 사스티안 국왕.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 총알에 최상급 결정석을 갈아 넣으면? 총알 자체를 결정석으로 만들면?”
“뭐여, 결정석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화약이면 얘기가 다르지. 결정석 함유량이 높으면 연쇄 반응으로 총을 쏜 놈이 골로 가는 거여. 펑! …지금 개발하는 화약이나 잘 완성해여.”
“화약은 왕립 연금술 학회에서 개량을 하고 있으니 염려 말고. 아무튼 5클래스 마법사의 실드는 뚫지 못한다? 현재로서는 부족하단 말이지?”
“그게 아니라 안 맞어!”
“음?”
“못 맞춰. 블링크 마법으로 돌아 댕기는데 어떻게 맞춰? 가만히 서서 맞아 주면 모를까. 그래야 실드라도 벗겨 낼 거 아니여. 그리고 이 총에 달린 큰 덩어리 발사체도 다를 바 없지. 너무 느려. 그냥 사람 모인 곳에 떨어지면 볼만하겠지만.”
“흠…….”
기대엔 못 미치지만 실망만 하고 있을 수 있나. 4클래스 마법사들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어딘가? 5클래스도 움직임만 제한하면…….
“얘기 끝났으면 어서 가여. 바쁘니까.”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총 자체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그걸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위력이 달라진다. 결국 사람이 먼저라는 것.
사스티안이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전투 집단, 총(銃) 기사단은 신분을 배제하고 오로지 능력을 위주로 선발해야 한다.
‘후우, 역사상 최초로 평민 기사가 탄생할 수도 있겠군.’
반발이 심하겠지만 그때 가서 볼일이다.
* * *
오물오물.
“짬타이거야, 맛있니?”
“…….”
쩝쩝.
“너 참 많이도 먹는다.”
“…….”
지는?
지금 막 초코파이 30개를 달성한 엘리아 공주와 참치 캔 22개째를 핥고 있는 짬타, 운호는 둘 다에게 묻고 싶다.
초최 몇? 참최 몇? 몇 개까지 가능해?
사랑스런 돼지 새끼야 보통 놈이 아니니 백 개를 먹는다 해도 걱정할 건 없지만 엘리아 공주는 다르다.
초코파이 저렇게 먹다가는 이가 다 썩겠다. 왕실 요리사에게 케이크나 만들어 달라지 왜 자꾸만 여기 와서… 눈 밑에 점이나 찍고 말이다.
눈 밑에 점, 리안 시를 휩쓸고 있는 백작 부인의 유혹의 대유행. 귀족이나 평민이나 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곧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에 모두 들떠 있었고.
이 대유행을 학자들도 의미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책이란 물건의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시점.
싸고 만들기 편해서 귀족의 치정 이야기 같은 시답잖은 내용을 찍어 내도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에게 열려 있는 접근성.
‘유행은 잘 번지고 있네.’
운호는 왕궁 별채에 숙소를 마련해 5일째 머물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좀이 쑤셔 미치겠다.
엊그제 군던에 가서 K2 소총 두 정과 K3 기관총 한 정, 총 세 정을 샤스티안 국왕에게 넘겼다. K2 하나에는 유탄 발사기도 달렸고. 짬타가 정말 수고 많이 했다.
이 헌신적인 봉사에 대한 대가는 당연히 결정석. 현재 왕궁이 직접 나서서 바리안 수도 리안 시의 결정석을 닥치는 대로 매입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좀 쉬고 싶은데.
“저, 공주님. 안 바쁘세요?”
“냥?”
“네.”
공주가 이렇게 할 일 없는 자리인가.
“자리 좀 비켜 주시면 안 되나요? 제가 바빠서요.”
“냐냥!”
“조금만 더 있으면…….”
슬쩍 운호의 눈치를 보는 엘리아 공주.
“바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아무튼 부탁합니다.”
“냥!”
“…한가하신 것 같은데.”
살짝 정색하며 말하자 엘리아는 머뭇머뭇 망설이더니 결국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휴, 드디어 갔다.”
“냐앙…….”
운호는 레깅스처럼 중앙이 불룩 나오는 타이즈와 레이스 달린 상의를 서둘러 벗었다. 그리고 지구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좀 편하게 있자.
이렇게 불편한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이 귀족의 의무라고? 쯧! 귀족 괜히 했어. 하지만 어쩌겠나? 작위는 받아 두는 것이 향후 보따리상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귀족들의 반대가 심했단다. 아무리 공을 세웠어도 백작위는 너무 과하다면서. 그러나 영지는 내리지 않겠다고 하자 대찬성으로 변했다.
그리하여 운호의 작위 수여식은 순조롭게 끝이 났다. 이제 ‘우노 드 어쓰랜드 백작’! 귀족이 되었으니 성(姓)도 생긴 것이다.
사스티안 국왕은 그에게 황금으로 만든 굵직한 귀족 인장 반지를 하사해 주었다. 어딜 가든 귀족으로서의 신분이 증명되는 반지.
넣을 수 있는 마법은 다 때려 박았단다. 자동 실드에 활력 기능, 노예 낙인 기능까지.
더불어 왕궁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근위 기사단장인 사파이어 마탑 소속 8클래스 마법사, 해롤드 쿤스가 전격적으로 사임했다.
왕궁 구석구석에 숨겨진 마법진와 감시 아티팩트는 모두 철거되었고, 왕국과 사파이어 마탑은 새로운 협정을 맺었다.
아무래도 마탑주 콜라시오 카엘에게 뭔가 큰 심경 변화가 생겼을 거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홀짝홀짝, 그런 운호의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짬타는 참치 먹기에 여념이 없다.
이쁜 것! 하지만 참치만 먹이니 마음이 불편하다. 지구에 가면 온갖 다양한 펫푸드가 널려 있는데, 산처럼 쌓아 두고 원하는 만큼 먹일 수 있는데.
그러나 문제는.
“돼지가 지구로 가는 차원 게이트를 넘을 수 있을까?”
“냥?”
지구로 갈 때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될 것 같기도 하고.
“대충 결정석이 모이는 거 보고 내일 지구로 가자.”
“냥.”
통조림을 보따리로 싸간 건 결과적으로 패착, 완전히 밑지는 장사다. 돈이 아니라 차원 기여도에서.
통조림 하나에 결정석 하나꼴인데, 그럼 통조림의 가치는 사라진다. 너무 비싸기 때문.
그래서 책정한 것이 하급 하나에 통조림 100개. 차원 기여도 점수의 대손해, 이대로라면 이번 사업은 망한다.
‘계획을 수정해야 해.’
보따리상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이 왜 없겠나! 장사가 항상 성공만 하나?
당분간 통조림을 가져다주기로 약속했지만 사실 조금 후달린다. 할 수 없이 물량 폭발은 보따리가 아니라 현지 제작에서 터뜨려야 하는 것.
생각을 조금 전환해 보자.
‘통조림이 아니라 병조림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요즘 본도자기 만드는 기술이 좋아져 공급량이 어마어마하다. 수도에 도자기 공방을 세워 병조림용 본도자기를 찍어 낸다면?
요즘 도자기, 던전 결정석 가루와 뼛가루, 흙을 황금비율로 배합해 만들어 가볍고 강도도 엄청나다고 하니까.
“가격도 싸질 것이고, 재활용도 가능하고, …결정했다. 현지 생산이다!”
“냥!”
“후우, 앞으로 보따리 쌀 때 신중하게 생각하고 와야겠어.”
“냐앙.”
통조림 장사는 망한 셈이지만 전에 벌려 놓은 것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지금도 꾸준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마치 스마트폰 메신저처럼 잊을 만하면 울린다.
“오! 역시…….”
“냥…….”
문화 산업이 최고. 한 번에 1만 포인트 팍팍! 지구와 마찬가지로 에론에서도 문화 산업의 부가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차원 기여도 점수가 폭발하던 시기가 언제쯤이었을까?
초반에는 지구 물건 소개 100단위, 그러다가 제조법으로 넘어가니 1,000단위, 자동화 기계 단계에 이르러선 5,000을 훌쩍 넘었고, 소설책 인쇄는 무려 7,000, 그러다가 산업 혁명의 씨앗과 문자 학습 욕구에 이르러 쌍으로 5만 찍었다.
차원 기여도 점수가 의도하는 방향이 눈에 뻔히 보인다.
그런데 바로 그때!
[골드리안 상단 주도로 앙트 시 최초의 하층민 대상 아카데미가 설립되었습니다.] [보상으로 차원 기여도 100,000pt를 획득하셨습니다.]“억!”
“캭!”
10만?
만약 책의 대중화에 기인하여 학교가 세워지면 점수가 클 거라고는 예상은 했는데…….
‘교육 사업도 개꿀이구나.’
하층민 아카데미, 즉 보통 학교다. 신분의 차이 없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는 학교. 차원의 성장에 있어 그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글을 가르쳐 책을 팔아먹겠다 이거지? 역시 윌리엄이야.”
“냐앙.”
사업에 관해 본능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앙트 시에 처박혀 있긴 아까운 인물.
교육의 대중화는 자타가 인정하는 혁명의 필수 항목. 하지만 무턱대고 세울 수는 없는 노릇.
귀족들이 가만히 있을까? 하층민 아카데미는 앙트 자유시라서 가능했을 테지만.
‘리안 시는 가능하겠네.’
수도는 국왕 직영지니까. 혹시 지구에서도?
문화와 교육, 그럼 남은 과제는 뭘까?
‘아무래도 교통이지.’
교통수단 또한 산업과 교육, 문화에 비견될 만큼 혁명적인 것이다.
물론 여기도 도로망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마차와 도보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마법사들의 텔레포트는 보편적이지 않고.
교통망은 산업의 핏줄이지만 너무 거대한 기반 사업. 돈이 많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중심점이 있어야 한다. 그곳에서 시작해서 전체로 뻗어 나간다. 그 역할을 수행하기엔 바리안 왕국은 너무 작다.
‘그럼 제국으로 가야 해.’
슬슬 정리하자.
이참에 주 활동 무대를 제국으로 옮겨야겠다.
교통수단은 뭘로 할까. 자동차는 시기상조다. 한참 멀었다. 아무리 마법이 있다고 해도 기술력이 따라가지 못한다.
‘기차가 제일 적당한데.’
자동화 기계가 이미 생겼으니 산업화 시기의 초기 모델 기관차 제작은 의외로 기능할지도 모른다. 당연히 쉽지는 않겠지.
여러 구상을 세웠으니 이젠 행동할 차례.
운호는 즉시 왕국 건설 담당 실무 담당자를 호출했다. 사스티안 국왕은 왕국 행정에 개입할 수 있는 상당히 폭넓은 권한을 운호에게 부여한 상태.
“부지를 매입해야겠다.”
“네, 어쓰랜드 백작님. 기거할 저택을 구입하오리까?”
“아니, 도자기 공방을 지을 부지 말이다.”
“아! 그럼 리안에도 본도자기 공방을…….”
“그렇다. 더불어 음식 관련 사업도 할 예정이니 부지는 크면 클수록 좋다.”
“제일 먼저 처리해 드리겠사옵니다.”
귀족이라 말투에 신경 써야 한다. 어쭙잖은 존대는 오히려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고 나서 운호는 던전으로 가 앙트 시로 이동했다.
윌리엄이 운호가 왔다는 소식에 신발도 신지 않고 뛰쳐나왔다.
“오! 드디어 오셨군요. 어쓰랜드 백작님! …그런데 이 생물은?”
“냐앙!”
“헉! 이, 이름표가?”
“언데드 아니에요. 제가 데리고 다니는 놈입니다.”
“냥!”
“아, 그, 그렇겠죠. 전 그냥 조금 놀라서.”
윌리엄에겐 하대가 어렵다. 그냥 존대로 가자.
보자마자 백작이라고 말하는 걸 보니 이미 소문이 퍼진 모양.
“아니! 오셨으면 여길 먼저 들리셔야지. 참 서운하옵니다. 난데없이 수도라뇨. 미리 말씀이라도 해 주셨으면…….”
“요즘 상단이 너무 바쁜 것 같아서, 참! 학교를 세우셨다고요? 참 잘하셨습니다.”
갑작스런 칭찬에 얼굴이 밝아지는 월리엄.
“허, 저야 책 팔아먹으려고 한 건데, 부끄럽습니다.”
“저도 출자를 하고 싶습니다만 제 이익금도 학교 건설에 보탬이 되길.”
윌리엄은 눈치가 빠르다. 운호가 학교에 관심을 가지자 즉시 머릿속에 구상이 세워졌다.
“백작님의 이름으로 된 학교를 몇 개 더 설립하겠습니다.”
국왕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다던 신흥 귀족의 이름을 딴 학교, 과연 누가 딴지를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