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삐그덕, 삐그덕. 종이 달려 있던 쇠사슬이 위태로운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떨어진 종은 데구루루 구르다 멈췄다. 종이 떨어졌던 자리에는… 흥건한 검은 액체 말곤 아무런 것도 없었다. 뭉개진 시체도, 살점도 없었다.
‘…시계가 가운데에 위치한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주변을 살피니 몬스터들이 집 안으로 급하게 들어가고 있었다.
쿠웅. 심장이 가라앉는 느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향한 천장엔, 이질적인 검은 점 하나가 생겨나 있었다.
그 점이 점점 거대해지고, 거대해져, 멀리서 봐도 보일 정도로 거대해졌다. 신호탄을 쓸 필요도 없었다. 몬스터는 급하게 집으로 들어가, 천장에는 누가 봐도 이상한 게 나타났어. 이걸 보고 시계탑으로 되돌아오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저게 감시자인가?”
나는 온통 검은 것 사이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고, 그것을 빤히 쳐다봤다.
‘날개?’
이상 현상에 다른 사람들이 곧장 돌아왔다. 승현 헌터가 모인 사람들에게 말했다.
“지금 무슨 일인지 파악하신 분 계십니까?”
“아, 저요.”
나는 여상스럽게 말을 이었다.
“시계가 시계탑 아래로 스스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종이 떨어져서, 죽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사라졌네요.”
맥없이 말하는 내 모습에 승현 헌터가 조금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저건 감시자와 관련된 것이겠군요.”
그러며 승현 헌터는 하늘에 있는 것을 바라봤다. 거대해진 검은 점 안, 새하얀 날개가 거의 모습을 드러낸 채였다.
그렇게 차츰, 완벽히 모습을 드러낸 날개가 한 번 펄럭였다. 거대한 날개의 날갯짓에 지하 도시 전체에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날개가 움직이며 검은 점 안으로 들어가는 듯싶다가, 몸통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그 모습이… 꽤 당혹스러웠다.
“올빼미?”
거대한 올빼미가 화려한 망토와 장신구를 몸에 두른 채 나타났다. 그리고 드높은 시계탑 위에 안착해, 동그란 눈으로 우리를 훑었다.
‘꽉 막힌 동굴 천장의 지하 도시 감시자가 올빼미…….’
별 해괴한 상황에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 올빼미가 망토 아래에 드러난 가슴 털을 부풀리며 부리를 열었다.
―너, 왜 내 자비를 망가뜨려 놓았지?
그러며 올빼미가 한쪽 날개를 우리를 향해 펼쳤는데, 거리가 먼 데다 날개도 거대해 누굴 가리킨 건지 알 수 없었다. 우리가 서로서로 바라보자, 감시자가 말했다.
―검은 검. 너 말이다.
그 말에 모두가 형을 바라봤다.
“한지언 헌터? 망가뜨려 놓다뇨?”
승현 헌터가 묻자, 류천화 씨가 답했다.
“망가뜨려 놓았다는 건… 하나밖에 없지 않나.”
망가뜨려 놓은 것. 그건, 우리가 찾아낸 글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최근에 훼손된 증거들에 골머리를 썩이다 다른 곳에 초점을 두었었는데.
‘방해꾼이 따로 있었던 게 아니라… 스파이가 있었던 거였나.’
다른 사람들이 형에게 무어라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한지운 헌터. 저 말이 사실입니까? 그렇다면 왜 증거를 훼손하신 겁니까.”
“그 이유보다 먼저,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가 궁금하네요.”
“…….”
“말하지 않을 건가, 한지운 헌터?”
모두의 시선에도 형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말하지 않으려는 모습에 사람들이 더욱 의문을 품었다.
감시자는 표정 변화 없이 그 모습을 구경하다 말했다.
―흠, 그래……. 말할 생각은 없나 보군. 그렇다면 내가 말해야 하나 싶지만, 그런 노력을 보였는데 그냥 말해 주기도 좀 그렇군그래.
그러며 눈을 감고 무언갈 골똘히 생각하던 감시자가 이내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러면 이건 어떤가? 네가 네 동료들을 피해 숨어서 한 시간 동안 잡히지 않으면, 나 역시 입을 다물도록 하지. 그러나 한 시간 이내로 잡히면, 나는 모든 걸 말할 것이다.
사악. 감시자가 날개 한쪽을 흔들었다. 그러자 형의 몸이 단숨에 사라졌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던 유아한 씨가 감시자를 향해 말했다.
“여기를 나가려면 어찌해야 하지?”
―아, 그게 있었군. 너희의 승부가 끝나면 내보내 주도록 하지.
“널 죽이지 않아도?”
―난 이곳의 감시자다. 이곳의 평화를 위해 감시를 하는 것이지, 딱히 이곳을 난장판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너희와 싸울 의지는 없다.
“우리가 널 죽이면 나가져?”
똘망한 눈으로 묻는 유아한 씨를 승현 헌터가 곧장 말렸지만, 이미 말은 튀어 나간 상태였다.
올빼미는 고개를 저었다.
―날 죽이면, 되레 못 나가게 모든 수를 쓸 것이다.
“그래?”
그 말에 유아한 씨는 쉽게 관심을 끊었다.
멀뚱히 서 있는 우리를 향해 감시자가 말했다.
―움직이지 않는 건가?
“뭐?”
―시간은 아까 그자가 이동됨과 동시에 흐르고 있다.
그러자 유아한 씨가 우리를 보며 말했다.
“굳이 한지운 헌터를 잡을 필요는 없지 않아요? 한 시간만 지나면 승부가 자동으로 끝나서 나갈 수 있을 텐데.”
“유아한 헌터. 그걸 떠나서 한지운 헌터가 무얼 숨겼는지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정말 필요 없는 것이었으면 한지운 헌터가 숨기진 않았을 겁니다.”
“하물며… 던전과 관련된 것 같으니까요. 그나저나 한지운 헌터도 대단하네요. 그 글들이 다 어디에 있는 줄 알고 그렇게 다 찾아서 망가뜨린 걸까요?”
“그건…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군. 그럼 나 먼저 가 보지.”
텅! 류천화 씨가 곧장 움직여 어디론가 가 버렸다. 뒤이어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로 이동해 시계탑 아래에는 어느새 나와 유주한만 덩그러니 남은 상태였다.
“형……. 지금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거예요?”
“글쎄다. 방해꾼이라 생각했던 게 스파이였던 상황 아닐까.”
“형의 형이잖아요. 물어보면 알려 주지 않을까요?”
글쎄다. 피차 마찬가지로 사이가 그리 좋지 못한 가족 관곈데 알려 줄까.
‘뭘 숨기는 거지?’
감시자의 말로는 그 글들이 본인의 자비라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거라는 뜻인데, 형은 왜 그걸 숨겼는가.
‘안 좋은 내용이거나, 순 거짓부렁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형이 그냥 숨겼을 리는 없으니까. 아마 형 성격이라면… 전자겠지.
“형, 일단 한지운 헌터를 찾으러 다녀야겠죠?”
“그렇겠지.”
“그럼 이따 봬요!”
유주한은 말릴 새도 없이 어디론가 슝 달려갔다.
나 역시 잠시 고민하다가 걸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도시 가장자리의 벽에 다다라 멈춰서, 위를 바라봤다. 꽉 막힌 돌벽 가운데, 유일하게 뚫린 곳. 그건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였다.
‘감시자가 있어 몬스터들이 집 안에만 있으니 휑한 거리를 계속 돌아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시 어딘가에 숨어 있으면 승현 헌터의 능력에 들킬 가능성이 있고. 그럼 형이 숨을 곳은 뻔하지.’
거리가 멀어 승현 헌터의 능력이 미처 닿지 못하는 곳. 그건 입구밖에 없었다.
나는 입구를 바라보다가 텅! 단숨에 뛰었다. 입구까지 절반쯤 남은 곳에 다다랐을 때 낫을 휘둘러 벽에 박은 후 낫을 발판 삼아 다시 뛰어 입구로 들어간 순간.
턱.
형이, 내 몸을 밟아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야, 이 한지운……!”
쾅! 형의 발판으로 이용된 나는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언제는 그렇게 그렇게 걱정하더니.’
나는 곧장 일어나 형을 따라갔다. 아예 대놓고 건물을 밟으며 움직이는 형의 행동에 다른 사람들 역시 곧 형에게 따라붙었다.
형을 쫓는 과정에서 사방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런데도 형은 잡히지 않으려 공격을 막고, 피하길 반복했다. 중간에 우리에게 잡힐 뻔했으나 그 역시 미꾸라지처럼 피해 갔다.
그러다, 승현 헌터가 사방을 얼려 형의 발을 묶었다. 형은 단숨에 얼음을 깨뜨렸으나, 그 위로 지화연 씨가 레이피어를 겨누며 내려왔다. 콰지직. 레이피어가 얼음 바닥을 뚫고 그대로 균열을 일으켰다. 형이 반격 없이 도망치려는 순간, 그 뒤에서 류천화 씨가 주먹을 휘둘렀다.
아슬아슬하게 좁혀져 가는 거리에 형이 잡히기 직전이던 때.
―이렇게 난장판으로 할 줄은 몰랐는데.
푸드덕! 감시자가 형을 낚아채 다시 시계탑으로 올라갔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류천화 씨가 매섭게 감시자를 노려봤다. 감시자는 부리로 붙잡고 있던 형을 내려놓고 말했다.
―난 잡히거나 잡거나라 했지, 이곳을 엉망으로 만들라 한 적은 없었다.
“잡는 과정에서 이런 결과물이 된 거지.”
―이자는 주변을 망가뜨리지 않았으니, 이자의 편을 들도록 하지. 이 내기는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
“뭐?”
―빨리 나가라.
허무한 결말에 무어라 따지기도 전.
꿈뻑.
풍경이 변했다.
“한지운 헌터.”
나는 고개를 돌려, 형을 부른 승현 헌터를 바라봤다.
“무엇을 보았고, 지웠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
말 없는 형의 모습에 이번엔 류천화 씨가 물었다.
“무엇 때문에 입을 닫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숨겨 봤자 이득이 되진 않을 거 같은데. 뭐,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한다는 규칙 같은 것도 없을 테고 말이지.”
“…알고 계셔 봤자 좋을 거 없습니다.”
“한지운 헌터? 그건 저희가 정할 일이에요. 뭔지 알려 주셔야 저희가 듣고 판단을 하죠.”
“굳이 아실 필요 없습니다.”
“그니까… 내용을 알아야 판단을 해요. 그냥 놔뒀으면 저희가 다 볼 수 있었던 것을 굳이, 직접, 하나하나, 찾아가서 다 망가뜨려 놓은 이유를 알아야 저희가 납득을 하죠. 그래요. 뭐가 쓰여 있었는지는 안 물을게요. 저희가 알면 안 되는 이유라도 말해 줘요. 그럼 깔끔하게 포기할게요.”
“난 다 알고 싶은데.”
“류천화 씨, 입을 직접 꿰매 드려야 하나요?”
“…….”
형이 입을 벙긋거렸다. 그렇게 몇 분을 고민하는 듯싶다가, 형은 다시 입을 굳게 잠갔다. 그 모습에 화가 바짝 오른 듯한 지화연 씨가 말했다.
“한지운 헌터. 아무런 설명도 해 주시지 않으면 저희로선 납득을 할 수가 없어요. 숨기시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요. 예. 다 이유가 있어서 망가뜨려 놓으신 거겠죠. 하지만 그렇게 망가뜨려 놓은 걸 저희가 안 이상은, 그냥은 못 물러나요. 이건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한지운 헌터. 한지운 헌터가 마음대로 행동하는 걸 저희라고 언제까지고 봐줄 순 없어요. 하물며 저희는 지금 합심하여 왕을 죽여야 하는데, 혼자서 또 이러시면 저희가―”
“지화연 헌터.”
“…….”
“죄송하지만 말 못 해요. 무얼 숨겼는지. 그 이유도요.”
지화연 씨가 방긋 웃으며 형을 바라봤다. 그러곤 형의 멱살을 쥐려던 차, 류천화 씨가 그녀를 막아 냈다.
“지화연 헌터. 옛날 습관 못 버리는군그래.”
“…….”
“한지운 헌터도 마찬가지야. 지금 상황에서 굳이 비밀을 만들 이유가 있을까 싶은데. 본인에 대한 비밀이야 개인의 사정이니 그렇다 쳐도, 우리가 볼 수 있었던 것까지 아득바득 숨기는 건 이해가 안 돼. 하지만 한지운 헌터는 우리에게 그 어느 것도 말해 줄 생각이 없어 보이니…….”
류천화 씨가 말없이 형을 노려봤다. 이럴 때 꼭 싸움이 일어나던데.
‘말려야지.’
옆에서 유주한이 불안해하며 이도 저도 못 하고 있기도 하니 말이다. 다 큰 어른들이 애 앞에서 뭔 난리래.
“지금 상황에선 싸우는 것보다 탑 클리어를―”
말을 다 잇기도 전.
콰득!
반대편에 서서 멀뚱히 상황을 지켜보던 유아한 씨의 배로, 무언가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