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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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내가 회사 차린다 147화>147 남천동 살제
전장특수변압기. 이 동네 공장들이 그렇듯, 양쯔강 인근에 조성된 공업 단지에 자리하고 있다.
물도 얼마 안 흐르는 영산강을 보다가 바다 같은 양쯔강을 보니 약간 압도된다. 조조가 적벽에서 뱃멀미를 느꼈을 법하다. 대륙의 스케일이란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말끔하게 청소된 공장에 진입하니 직원들이 양쪽에 정렬해 서서 박수로 환영한다. 다 해서 100명 정도 되려나?
공장 내부도 정갈하게 정리된 것을 보니 기본은 하는 사업장 같다. 빨간 현수막은 여기도 어김없이 걸려 있다.
“인사 나누세요. 전장트어슈비엔야치 쳔즈쉬앤 총경리예요.”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것이 누가 봐도 돈 많은 중국 사장 같은 풍채다. 머리에 포마드 바르는 것은 이 동네 풍습인가 싶네.
이번에는 어설프게 관상을 따지지 않을 생각이다. 이렇게 생겼으니 이럴 것 같다, 저렇게 생겼으니 저럴 것 같다고 혼자 생각해 봐야 맞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공장은 대충 둘러봤으니 바로 협상 돌입이다. 고관대작이 머물 법한 화려한 사장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대형 유리창에 보이는 양쯔강 뷰가 예술이네. 이런 것에 현혹되지 말고 정신 바짝 차리자.
중국 사람들은 쪄 죽는 여름에도 찬물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역시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녹차가 테이블에 올라왔다. 녹차 향이 코에 들어가기 무섭게 에이전트 케이가 운을 띄웠다.
“쳔 종이 간략하게 회사 소개를 하겠다고 합니다.”
듣던 대로 관수보다는 민수에 주력하고 있는 회사로, 매출 450억 원에 직원 250명이면 제법 탄탄한 회사인 듯싶다.
“실은 직원 대부분은 하청이에요. 여기도 대부분 외주로 돌리고 있어요. 겉으로 내색하지 말고 그렇게 알고 계세요. 쳔 종이 허세 부리는 것을 좋아하니까 모른 척해 주세요.”
에이전트 케이가 나와 박 사장 쪽으로 몸을 수그리면서 속삭인다. 달콤한 말로 위신 좀 세워 주면서 실속을 차리는 전략으로 가야겠군.
“쳔 종 말이 내년부터 전력청 납품량이 확 늘어나는데, 물량이 워낙 많아서 두 사장님께서 많이 도와주면 좋겠다고 합니다.”
“지금도 회사가 이리 큰데, 내년에는 더 웅장해질 것 같네요. 제가 미약하지만 많이 도와 드리겠습니다.”
“지금도 한 달에 2천 대 정도 나가는데, 내년에는 5천 대 정도로 예상하고 있답니다. 전력청 납품만 말이죠. 민수변압기도 많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허세가 낀 것을 감안해도 물량이 꽤 유혹적이다. 여기와도 계약을 맺으면 두 회사 합쳐 넉넉한 물량이 확보될 것이다. 좋아, 오늘 계약서 2장 써 보자!
“저희도 얼마든지 도움 드리고 싶죠. 일단 우리 견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네요.”
이번에도 역시 박 사장이 선빵을 날렸다.
박 사장에게는 민수가 주력인 이 회사와 거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주상변압기는 거의 안 남는다는 것을 고백했으니, 이곳에서 힘을 쓸 수밖에 없다.
견적이야 시간이 걸리겠지만, 큰 이견 없이 조율될 것이다. 난징변압기가 흡족하다고 평가한 견적이다. 쳔 사장이 얼마나 욕심을 내냐는 변수가 있지만, 서로 원하는 금액의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제 조건이다. 쳔 사장이 우리를 얼마나 믿어 주는지가 관건이다.
나야 물건 다 만들어서 신용장 받아 보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사업을 선의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하청이라는 위치를 잊지 말자.
수출하겠다고 했을 때, 귀에 피 나도록 들은 얘기가 물건 만들어 놓고 보내질 못해서 결국 울면서 고철로 내다 팔았다는 것이다. 귀에 피까지 났는데 피눈물을 흘릴 일은 없어야겠지.
“견적이 좋다고는 하는데, 역시나 더 낮췄으면 하네요.”
예상대로 에누리를 요구한다. 가격 낮춰 줄 것 감안하고 견적을 냈으니, 이제 생색을 내면 된다. 우리가 당신 믿고 이만큼 더 내려 줄 테니 당신은 물량으로 보답하라!
그러나 기대와 달리 견적을 놓고 지루한 협상이 이어졌다. 기세 싸움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더 이상은 못 내립니다. 이 가격이면 난징변압기에 제시한 것과 똑같아요. 난징이 여기보다 조건이 더 좋을 것 같은데, 더 낮출 수는 없죠.”
“쳔 종이 더 낮출 수 없냐고 하는데요? 아휴, 정말. 이 정도면 충분하지, 뭘 얼마나 빼 달라고 저러는지 원. 박 사장님 어떻게 더 안 되겠어요?”
“고집을 부린다는 느낌이네요. 제시한 견적가에서 뺄 수 있는 금액은 1.5프로가 최대치라고 말씀해 주세요. 더 이상이면 주상은 못합니다. 주상은 포기하고 삼상이나 협의하자고 하세요.”
결국 박 사장이 최후 통첩을 날렸다. 원하는 조건을 얘기하지 않고 계속 가격만 낮춰 달라고 하니 인내심이 바닥을 향할 수밖에.
나도 딱히 아쉬울 것 없다. 이미 난징변압기와 계약 맺고 와서 물량 확보했으니, 여기서 아쉬운 소리 할 이유가 없다. 박 사장한테 손해 끼치면서까지 계약 맺을 생각이 없다.
쳔 종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거침없이 담배를 피우는 저 패기와 인권 감수성. 담배를 보니 그 비싸다던 중화다. 쳔 사장 잘 생각해. 얘기 잘 풀리면 중화 한 보루 가는 거야.
“1.5프로 할인 받아들이겠답니다. 아휴, 근데 리베이트를 5프로 요구하네요.”
“아니, 조삼모사도 아니고 그게 뭡니까! 리베이트도 난징변압기와 똑같이 2프로라고 해 주세요. 변압기 팔아서 얼마 남는다고 그렇게 빼먹으려고 한답니까?”
내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 던졌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왕 종과 너무 수월하게 계약을 맺어서 그런지 기대가 컸나?
성공적인 협상은 서로 윈-윈 하는 것이지, 상대를 일방적으로 밟는 것이 아니다. 쳔 종에게 협상의 기술부터 다시 배우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정 아니다 싶으면 협상 종료해야지 뭐.
“김 사장님. 저희가 여기 온 것이 계약 맺으러 온 것이잖아요? 쳔 종도 그걸 바라고 우리랑 만난 것이고요.”
“맞아요. 얘기 다 해 놓고 계약서 사인만 하면 되겠거니 했더니, 아휴 진짜.”
“계약하자고 불렀으면, 서로 어느 정도 협상이 가능한 조건을 걸어야죠! 저희가 수출에 목맨 사람들도 아니고, 이렇게 나오면 더 이상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박 사장도 강경하게 나온다. 여기 계속 앉아 있어야 할지 확인 들어가 봅시다.
“김 사장님. 쳔 종이 우리랑 거래할 생각은 확실한 거죠?”
“그럼요. 저한테 공급 확실한 회사 연결해 달라고 애원했다니까요.”
“그래 놓고, 왜 우리한테는 챙겨 먹을 것 다 챙겨 먹으려 한답니까?”
“내 말이요! 저 사람이 회사 키우고 싶은 생각은 간절한데 공급이 딸려서 힘들어했거든요. 그래 놓고 이러니 미치고 팔짝 뛰겠네, 진짜.”
“쳔 종이 회사 키우겠다고 하는데, 그 많은 물량 처리할 수 있으면 저희와 굳이 거래하려는 이유가 없죠. 그게 안 되니까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이고요. 한국 변압기 품질 좋은 것 다 알 텐데, 이만한 가격에 그 많은 물량 처리할 수 있는 회사 없을 겁니다.”
“아휴, 저도 잘 알죠. 쳔 종 저 양반도 다 알면서 욕심 부리는 거예요. 제가 저 사람이랑 알고 지낸 지 5년이 넘는데, 돈 욕심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네.”
“아니다 싶으면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겠습니다.”
“지 사장님, 조금만 더 얘기해 보게요. 제가 잘 얘기해 볼게요.”
또 지난한 협상이 이어졌다. 에이전트 케이가 이대로 안 되겠다는 듯이 총대를 멨다.
“제가 따로 얘기를 해 볼게요. 이래 가지곤 밤을 새워도 안 될 것 같네요. 제가 사장님들이 원하는 조건이 뭔지 알고 있으니까, 믿고 맡겨 보세요.”
에이전트 케이가 쳔 종과 단독 면담을 하겠다고 나섰다. 아무래도 쳔 종이 나와 박 사장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느꼈을까? 그래, 친분 있는 둘이 얘기하면서 물꼬 좀 터라.
사장실에 딸린 작은 방으로 두 사람이 들어가자, 참았던 한숨들이 터져 나온다. 나와 박 사장은 거래 당사자니까 그렇다 쳐도, 덕준이와 민희는 이 자리가 고문이었을 것이다.
“하아. 사장님, 저랑 민희는 공장 견학이나 하고 있을 걸 그랬습니다.”
지루함에 몸서리치던 덕준이가 사자후를 토해 냈다. 돌하르방처럼 우두커니 있는 것도 고역이지.
“각오한 일이잖아? 조금만 참읍시다. 근데 박 사장님, 보시기에 어때요?”
“이건 깐깐한 것이 아니라 꼬장을 부리는 것 같네요.”
“그렇죠? 저렇게 나오면 우리가 아쉬워서 다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이 단가면 충분히 남을 텐데 참. 결제 가지고도 한참을 실랑이하겠죠?”
덕준이가 빈틈을 노려 잽싸게 들어왔다.
“제가 보니까, 분명 결제 조건 가지고 고집을 부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전향적으로 받아 줄 여지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그건 무슨 소리야?”
“저 사장 보니까 절대 선금 지급 안 할 것 같지 않습니까?”
“얼굴에 그럴 거라고 쓰여 있긴 하지. 이거 왠지 시간 낭비한다는 생각이네.”
“단가만 마무리되면 결제는 저쪽 원하는 대로 해 줘도 될 것 같습니다. 중국 전력회사 들어가는 변압기야 난징변압기로도 똑같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여차하면 거기로 넘기면 되니까 우리도 위험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않습니까?”
다 만들어 놓고 피눈물 나게 하면, 그 물량을 그대로 난징변압기에 보내면 된다? 난징변압기는 선금 지급 조건이니 발주하면 무조건 받아 갈 것이다. 그걸 이용하자? 좋은 생각이긴 한데…….
“나도 그 생각 해 봤는데, 외함 때문에 쉽지 않을 거야. 외함에 제조사 마크 찍어야 하잖아. 난징변압기에 보내려면 외함갈이 해서 보내야 하는데, 외함갈이가 어떤 작업인지 알잖아?”
“아, 그러네요. 외함갈이를 생각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우리가 계약을 꼭 해야겠다고 한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받을 필요가 있긴 한데, 일단 좀 더 지켜보자고.”
덕준이가 침울한 표정이다. 나름 고안한 아이디어가 별 쓸모없다는 서운함보다 협상이 길어질 것이란 지루함 때문일 것이다.
“한 부장, 얘기 길어질 것 같은데 담배 한 대 피우고 옵시다.”
“그래요. 나가서 머리 좀 식히고 와요. 내심 여기서 기대했는데, 쉽지 않네요.”
박 사장이 한숨을 쉬며 잘 다녀오라고 배웅해 준다. 쳔 종처럼 호기롭게 이 자리에서 피우고 싶지만, 매너가 사람을 만드는 법이지.
사무실 밖으로 나와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 마시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첫술에 너무 배가 불렀어. 당연히 두 번째도 잘될 거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순진한 생각이지.
“사장님아, 저 새끼 되게 꼬장꼬장하다야? 그치?”
“서로 믿고 하면 좋지만, 사업이 어디 그러겠냐? 그러려니 해야지 뭐.”
“똑같은 가격인데, 왕 사장 그 사람은 아주 좋다고 하잖아? 저 새끼가 돈 욕심 부리는 거지.”
“사람 마음이 다 같을 수 있겠냐? 그래도 벼랑 끝 전술인 것이지, 아예 파투시킬 생각으로 그러는 건 아닌 것 같아.”
“결국 우리보고 투항하란 얘긴데, 우리가 뭐 아쉽다고!”
“그러게 말이야. 뭔가 파훼법이 있을 것 같긴 한데, 없으면 말지 뭐.”
“그래, 파투 내고 우리끼리 맛있는 거나 먹고 관광이나 하다가 복귀하자고.”
아쉽긴 하다. 수익을 생각하면 여기도 잡아서 물량을 확 키워야 하는데 말이다.
첫 방문지가 잘돼서 그런지 미련이 남는다. 두 회사 합치면 월 4천 대씩, 연간 300억 매출이다. 거기에 은하무역 김상진 사장이 물어 올 물량까지 더하면, 수출로 관수 버금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생각에 여기 오는 내내 즐거웠는데…….
계획대로 되면 좋겠지만, 당연히 그럴 일이 없겠지. 에잇, 좋다 말았네. 담배나 피우자.
두 번째 흡입으로 기관지를 달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얘기가 끝났으니까 들어오란 것인가?
문자님! 중국에서까지 굽어 살펴 주시는 문자님! 감사합니다!
덕준이가 알아채지 못하게 급하게 표정 관리하며 문자를 확인했다. 이거 뭐 실시간으로 보고 있단 말인가! 문자님 당신은 대체!
-쳔즈쉬앤 조부 쳔줭진 한국전 참전. 유해 매장 위치 김포시 하성면…….
와! 이건 뭐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