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49
영화 ‘화이트 빅 마우스’에 중국 자본을 걷어내고, 강주혁이 끼겠다는 말에 캘리가 에반의 얼굴을 한번 봤다가, 다시금 주혁에게 시선을 맞췄다.
“ 우리 영화에 끼겠다는 건. 뭐로 끼겠다는 거죠? 제작? 아니면 강이 데리고 있는 배우를 넣겠다는. ”
“ 아뇨. 투자자로서 끼겠다는 거예요. ”
“ 투자요? ”
“ 네. 투자. ”
대답을 들은 캘리의 눈빛이 오묘해졌다. 투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마치 ‘돈이 그 정도가 있어?’ 정도의 눈이었다.
덕분에 캘리의 대답도 그와 비슷했고.
“ 강. 난 강을 좋아하지만, 정확히 말해둘게요. 헐리웃에선 100만 달러, 200만 달러 정도로 투자에 참여할 수 없어요. ”
근육질 에반이 거들었다.
“ 맞아요. 강. 거기다 개인 투자는 끼기가 곤란해요. ”
에반의 말이 끝나자, 캘리가 그의 말끝을 다시 붙잡았다.
“ 아무리 내가 강을 좋아한다고 해도, 일은 일이죠. 차라리 투자 말고, 강이 데리고 있는 배우를. ”
“ 5000만 달러. ”
“ ······뭐요? ”
“ 캘리. 5000만 달러라고 했어요. ”
“ 얼···마? 5000만 달러? ”
강주혁이 대뜸 던지는 금액에 캘리나 에반의 눈이 커졌다. 이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5000만 달러는 600억이 넘는 돈.
‘ 놀랄 수밖에 ’
김재황 사장에게서 받을 500억과 강주혁의 자금 100억이 합쳐진 5000만 달러였고, 이 금액은 중국 자본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다.
‘ 중국 쪽은 기업 투자겠지. ’
여기서 차이가 있다면 중국 자본은 분명 기업으로서 투자일 테지만, 강주혁의 투자는 개인에 가까운 투자였다.
곧, 근육질 에반의 입이 열렸다.
“ Oh my gosh. (세상에) ”
상황은 캘리도 마찬가지였고, 그녀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강주혁의 옆에 앉은 송사장에게 눈을 맞췄다.
“ 송. 장난이지? 그렇지? 갑자기 5000만 달러라니. ”
“ 캘리. 우리는 장난치는 게 아니야. ”
“ 우리? ”
“ 아. 내가 설명을 안 했었나? 캘리. 나는 곧 강과 같이 일할 거야. 강의 회사. 보이스프로덕션 해외 사업 이사로서. ”
“ ······해외 사업? ”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송사장을 보던 캘리의 고개가 끼기긱 소리를 내며 강주혁에게 돌았다.
‘ 장난이 아니라고? ’
그녀는 속으로 읊조렸지만, 정작 강주혁의 표정은 평온했다. 아니, 어쩌면 무심함에 가까웠다.
“ ······ ”
여기서부터 회의실의 공기가 바뀌었다. 돈 5000만 달러. 그러니까 600억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 캘리도 곧 정신을 다잡았다.
“ 강.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어요. 강은 그저 내가 보여준 초기 시놉을 본 것뿐이야. 그런데 5000만 달러를 투자한다니. ”
“ 미안하지만, 캘리. 거기에 관해선 딱히 내가 설명을 붙일 순 없어요. 대신 저번에 내가 ‘화이트 빅 마우스’ 시놉을 보며 말했죠? ”
“ 어떤? ”
“ 잘될 것 같다고. 그러한 냄새가 난다고. ”
“ 하! ”
이어 캘리가 외국인 다운, 오버스럽다면 오버스러운 재스처를 취했다. 한 손으로 이마부터 정수리까지 연주황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던 캘리의 목소리가 살짝 커졌다.
“ 고작? 고작 그 정도 느낌만으로 5000만 달러를 붓는다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
반면, 강주혁은 담담했다.
“ 맞아요. 고작 그 정도지만, 난 내 느낌을 꽤 믿는 편이라. ”
“ ······ ”
대답을 들은 캘리가 여전히 오른손을 정수리 쪽에 둔 채, 강주혁을 빤히 쳐다봤다.
마치 ‘미친놈인가?’ 정도의 눈빛.
여기서부터는 중요했다. 휘몰아쳐야 할 타이밍.
“ 캘리. ”
이 타이밍을 강주혁 역시 알고 있었고, 그대로 했다.
“ 당신의 입장. 이해해요. 돈의 크기를 떠나, 대뜸 투자한다고 해서 받을 수는 없겠죠. 다만, 가능성은 있죠? 우리에겐 명분이 있으니까. ”
“ 명분? ”
“ ‘화이트 빅 마우스’에 중국 배우뿐만 아니라, 한국 배우도 참여하니까. ”
“ ······ ”
“ 우리 한국도 자존심을 챙기겠다 이거예요. ”
-스윽.
말을 마친 주혁이 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그가 일부러 취한 행동이었다. 잠시의 텀을 두는. 살짝 애를 태울 의미가 숨겨져 있었고.
1분 뒤.
“ 캘리. 요즘 헐리웃에선 한국 영화 시장을 이렇게 표현하죠. 한국은. ”
“ 헐리웃 영화의 흥행을 시험하는 곳. ”
“ 오- 맞아요. 그만큼 우리 한국인의 영화 보는 수준은 높아졌고, 헐리웃에서도 한국을 무시 못 하죠. 실제로 결과도 그렇게 나오니까. ”
맞는 소리였다. 국내에 개봉한 헐리웃 영화 중 한국에서 흥행에 실패하면 해외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심심치 않았다.
그만큼 한국의 문화 수준이 높음을 뜻했다.
캘리 역시, 이 같은 상황을 모르지 않았고 이해도 빨랐다.
“ 그러니까, 강이 우리 영화에 투자자로 끼면 우리 영화가 한국에 개봉했을 때,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 ”
“ 아쉽지만 현실이 그렇죠. 중국 자본이 끼고, 중국이 영화에 나오면 한국에선 마이너스인 것이 분명해요. 그런데 제가 투자자로 낀다면 먹구름을 좀 걷어낼 수 있겠죠. 우리나라 말로 ‘상쇄하다’라고 해요. ”
‘상쇄하다’를 한국어로 말한 주혁이 살짝 웃었고, 캘리가 팔짱을 꼈다.
“ ······투자 조건은? ”
“ 없어요. 아, 굳이 있다고 하면 제가 투자자로 들어갔을 때, 그와 관련된 마케팅의 자유권과 캘리쪽이 마케팅에 들어갔을 때, 제 이름과 회사가 들어가는 정도? ”
“ 그건 당연한 거잖아요?······너무 우리 쪽에만 달콤하네요. ”
주혁이 피식했다.
“ 캘리. 고민할 이유가 있나 싶어요. 제가 중국 자본과 비슷한 몸집으로 영화에 들어가면 느슨해진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만들 수 있잖아요? 지금이야 중국이 메인 투자사라 그쪽이 말하면 무시 못 하겠지만, 나도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지죠. ”
즉, 현재 중국이 쥔 칼자루가 강주혁이 낀다면 ‘화이트 빅 마우스’ 제작진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 물론, 곧 캘리쪽 회사에 영화 투자에 관해 공식 해외공문을 보낼 거예요. ”
이어 주혁이 캘리의 바다색 눈을 똑바로 바라봤고.
“ 캘리. 난 최대한 빨리 해외 쪽으로 문화산업을 시작할 거예요. 그리고 이 영화, ‘화이트 빅 마우스’를 내 문화산업. 즉, 해외 진출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어요. 한마디로. ”
결론을 던졌다.
“ 난 지금 꽤 진지하다는 뜻이에요. ”
1시간 뒤, 에반의 차 안.
운전은 에반이 조수석에 캘리가 다리를 꼰 채 앉아있다. 차 안은 꽤 조용했고, 그런 분위기가 약 10분은 이어졌다.
그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캘리였다.
“ 에반. 우리 빨리 돌아가야겠어. ”
“ 동감이야. ”
“ 세상에 5000만 달러라니. ”
캘리가 한 손으로 연주황 머리칼을 쓸어넘겼고, 방금 핸들은 왼쪽으로 꺾은 에반이 입을 열었다.
“ 잘됐잖아? 캘리. 넌 내내 중국이 끼어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
“ 맞아. 맞지만, 너무 갑작스럽잖아! 하- 강은 정말 신기해. 그는 사라질 때도 그렇고 다시 나타나서도 너무 갑작스러워. ”
“ 하하. 강의 캐릭터가 슬슬 잡히는데? ”
“ 후- 어쨌든 에반. 돌아가면 꽤 시끄러울 거야. 하지만 너와 난 이 건을 꼭 성사시켜야 해. ”
“ 알고 있어. ”
간단히 대답한 에반이 신호에 걸려 브레이크를 밟으며 시선을 슬쩍 캘리에게 던졌고, 곧 그녀의 허벅지에 놓인 회색 파일을 쳐다봤다.
이어 에반이 근육이 덕지덕지 붙은 팔로 회색 파일을 찍었고.
“ 캘리. 왜 그 아이 얘기는 안 한 거야? ”
“ 응? ”
고개를 갸웃한 캘리의 시선도 허벅지 위, 회색 파일로 내려갔다.
“ 아!! 맞아!! 이 아이 얘기를 못 했어! ”
“ 하하. 상황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긴 했지. ”
“ 이런. ”
짧게 탄성을 뱉은 캘리였지만, 그녀의 표정은 금방 초연하게 변했고, 덮였던 회색 파일을 펼치며 읊조렸다.
“ 괜찮아. 일단 투자 건이 먼저야. 이 아이 얘기는 그다음에 해도 돼. ”
-팔락.
그녀가 펼친 회색 파일. 그곳에 김재욱이 웃고 있는 프로필사진이 언뜻 보였다.
늦은 밤, GM엔터테인먼트 사장실.
위아래로 회색 정장을 맞춰 입은 이강수 사장이 GM엔터테인먼트 스카웃팀 팀장에게 보고를 받고 있다.
“ 이 정도가 현재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배우나 가수들입니다. 아, 최근에 아나운서에서 프리로 전향한 안화영이라는 방송인이 합류했습니다. ”
-팔락.
스카웃팀 팀장이 정리해온 연예인들의 프로필을 넘기던 이강수 사장이 아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 안화영이요? 갑자기 방송인을? 왜? ”
“ 거···기까진 저도 잘. ”
“ 희한하네. 이 타이밍에 왜 갑자기 이런 무명 방송인을. ”
-팔락, 팔락.
말을 하다 만 이강수 사장이 손이 빨라졌다. 강하영을 시작으로 보이스프로덕션에 소속된 배우나 가수들의 얼굴을 확인하던 이강수 사장의 입이 다시 열렸다.
“ 그러니까, 얘네 전부 계약 기간이 1년이다? ”
“ 예. 저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쪽 매니저들이나 스텝들을 좀 파봤는데. 확실한 것 같습니다. ”
대답을 들은 이강수 사장이 강주혁을 떠올리며 픽 웃었고.
“ 하여간. 특이한 남자야. ”
스카웃팀 팀장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 ······그런데. 사장님. 이걸 왜 알아보라고 하신 건지. ”
“ 뭘 물어요. 얘네 전부 접촉해보세요. 조건은 두 배. 아니, 세 배까지 올려서. ”
“ 예?! ”
눈이 커진 팀장을 보며 이강수 사장이 보던 파일을 덮었다.
“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배우나 가수들은 계약 기간이 1년이다. 라는 사실이 이 바닥에 퍼지면? 너 나 할 것 없이 달려들 거예요. 그전에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얘들은 먹자~ 이거죠. ”
“ 그, 그렇긴 하겠지만. 저희도 배우나 가수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요? ”
스카웃팀 팀장의 되물음에 이강수 사장이 다리를 꼬며 작게 혼잣말을 뱉었고.
“ 영감탱이가 하도 닦달해서, 액션을 취해야 하거든. ”
“ 예?! 죄송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
그의 목소리가 너무 작은 탓에 스카웃팀 팀장에게까지는 전달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강수 사장은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았다.
“ 아니에요. 어쨌든 빨리 움직이세요. ”
같은 시각,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시간이 밤 10시가 넘었다. 송사장은 강주혁과 문화산업과 ‘19살 그리고 20살’에 관련된 얘기를 하다가 방금 자리를 뜬 참이었다.
-푹!
“ 후- ”
주혁이 의자에 몸을 던졌다. 이어 그가 다리를 꼬며 의자 뒤쪽 커다란 창문으로 몸을 돌렸다.
“ ······ ”
창밖에 펼쳐진 서울야경이 강주혁의 눈에 담겼다. 밤이 늦었음에도 밖은 아직도 바빠 보였다. 그렇게 잠시간 창밖을 보며 멍 때리던 주혁이 다시금 의자를 책상 쪽으로 돌렸다.
“ 어딨더라. ”
-툭, 툭, 툭.
곧 주혁은 책상에 쌓인 서류나 종이들을 들쑤시며 무언가를 찾았고.
“ 아, 여깄네. ”
몇 분간이나 책상을 헤집고 나서야, 그가 찾던 종이 한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부파티 초대 명단(예정)
홍보팀 박팀장에게 따로 지시해둔 내부파티. 그 파티에 추가로 초대할 강주혁만의 인맥이 따로 정리된 종이였다.
“ 퇴근했으려나. ”
잠시간 종이를 내려보던 주혁이 손목시계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끼익
한 손에 종이를 쥐곤 사장실을 나서, 같은 층에 있는 홍보팀 쪽으로 걸었다. 그런데 아직 홍보팀의 문을 통해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 이 인간. 아직도 퇴근 안 했나? ”
그 광경에 혼잣말을 뱉은 주혁이 홍보팀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홍보팀 박팀장이 자리에서 고개를 쑥 들어 올렸다.
“ 사장님? ”
박팀장은 더웠는지 어쨌는지, 재킷을 벗은 반팔 차림이었다. 아침에 면도한 수염도 꽤 자라있었다.
그 모습에 피식한 주혁이 천천히 박팀장으로 걸었다.
“ 집에 가. 왜 안가. 몇 시야 지금이. ”
“ 싫어. 나 빨리 부장 달 거다. 야간수당도 쏠쏠하고. 왜 왔어. 나 바빠. ”
“ ······홍보팀 인원은? 좀 뽑았어? ”
“ 뽑는 중입니다~ ”
대충 대답한 박팀장이 다시금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스윽.
강주혁이 들고 있던 종이를 내밀었다. 그러자 박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 뭔데? ”
“ 그때 박팀장님이 말씀하신 추가 초대 명단. ”
“ 아아. ”
이제야 이해한 박팀장이 건네진 종이를 받았고, 주혁이 추가로 설명을 붙였다.
“ 기본적인 초청장은 박팀장님이 알아서 보내시고, 추가로는 거기 적혀진 곳에만 보내. ”
“ 어어- 알았······사장님. 잠깐만. ”
“ 응? ”
그런데 대뜸 박팀장이 종이를 쭉 내밀면서 검지로 상단을 찍었다.
“ 여기 적힌 해창전자가 내가 아는 해창이 맞아?! ”
“ 맞는데? ”
“ ······그럼 여기. 태신식품도 내가 아는? ”
“ 맞아. ”
곧 박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이런 미친!! 사장님 정체가 대체 뭐야?! 어떻게 이런 거물들을! ”
이후로 박팀장은 침을 튀기며 황당함을 전했다. 그러다 가까스로 진정한 박팀장이 주혁에게 되물었다.
“ 광주시장은. 그쪽도 꽤 친분 있지 않아? 그 영감도 부르지? ”
하지만 주혁의 대답은 칼 같았다.
“ 정치인은 귀찮아. 광주시장은 필요 없어. 우리가 정치할 것도 아니고. 정치인은 빼. ”
“ 음. 하긴. ”
“ 그럼. 그렇게 진행해. ”
“ 예예~ ”
박팀장의 대답을 들은 주혁이 ‘적당히 하고 들어가’ 정도의 말을 뱉으면서 몸을 돌렸다. 그러다.
-멈칫.
무언가 떠올랐는지, 돌렸던 몸을 원위치시켰다.
“ 박팀장. ”
“ 어? ”
“ 거기에 한 곳 더 추가해. ”
“ 어디? ”
순간, 강주혁의 입가에 꽤 흥미로운 웃음이 번졌다.
“ GM엔터테인먼트. 이강수 사장. ”
5분 뒤.
사무실로 돌아온 주혁이 벗어놨던 블레이저를 챙겨입고는 퇴근준비를 했다.
-띵!
이어 탔던 엘리베이터가 지하주차장에 멈췄고.
-띠딕.
주혁이 자연스럽게 잠들었던 자신의 차를 깨웠다.
바로 그때.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강주혁의 블레이저 속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벨 소리를 토해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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