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99
‘심사’를 신청하기 위해 1번을 누른 후, 짧은 공백 시간 동안 강주혁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오갔다.
“ 분명, 예전 브론즈에서 실버단계로 올라갈 땐······심사비용만 1억이었나? ”
브론즈에서 실버로 올라가는 데, 심사비용만 1억이 들었었다. 이번엔 그보다 높을 것이 빤했다.
“ 그렇지. 실버단계의 주인에 적합한지, 질문도 했었어. ”
질문이 몇 개였는지 기억은 안 났지만, 보이스피싱은 강주혁에게 질문 몇 개를 던지고, 곧바로 실버단계 심사에 돌입했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나올 것인가?
주혁은 퍽 궁금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귀에 댄 채, 다리를 꼬았다. 이어 마치 강주혁의 모습을 보기라도 하듯, 잠시간 침묵하던 보이스피싱에서 여자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 ‘심사’신청에 감사드립니다. 심사에는 소량의 ‘심사’비용이 필요합니다. ] [ 실버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의 ‘심사’비용은 금 1,000,000,000원으로 확인됩니다.] [지금 바로 전체 ‘심사’비용을 입금하시려면 1번, 분납을 하시려면 2번을 눌러주세요.]“ 분납? 이런 서비스도 추가되는 건가? ”
심사비용만 10억. 심사비용이 예전과 비교하자면 10배가 뛰었다. 곧, 강주혁이 픽 웃었다.
“ 이러면 단계를 넘어갈 때, 내는 돈은 대체 얼마를 내라는 거야? ”
말을 마친 주혁은 10억을 분납할 필요는 없었기에 바로 1번을 눌렀다.
-띠익.
그런데.
[ ······ ]마치, 버퍼링이 걸린 것처럼. 계속 들리던 여자 목소리가 멈췄다. 고개를 갸웃한 주혁이 다시 1번을 눌렀으나.
[ ······ ]멈춰버린 여자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 뭐지. 오류? ”
오류라고 느껴질 만큼, 부자연스러운 타이밍에 여자 목소리가 멈췄다. 오류라면 다시 전화가 오는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끝? 주혁이 몇 초간 수많은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뚝!
내내 침묵을 지키던 보이스피싱이 난데없이 끊겼다. 그 어떤 전조도 없이 전화가 끊기는 바람에 주혁의 두 눈에 물음표가 떴다.
“ ······이게 무슨. ”
평소 당황함을 잘 느끼지 않은 그라도, 이번만큼은 꽤 당황한 모습. 강주혁의 핸드폰 화면은 이미 평소 보이는 바탕화면으로 복귀했다.
즉, 확실히 전화가 끊겨버렸다.
-툭.
눈을 몇 번 끔뻑이던 주혁이 핸드폰을 책상 위에 대충 올렸다. 그리고 쳐다봤다. 1분, 3분, 5분. 하지만 그의 핸드폰에 변화는 없다.
“ 이렇게 끝? ”
이제 더는 보이스피싱이 오지 않는 것일까? 어쨌든 읊조린 주혁은 잠시간 자리를 더 지켰다. 창밖에서 새소리가 들려오고, 꽤 어둑하던 하늘이 밝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핸드폰은 벨소리를 내뱉지 않았다.
“ ······ ”
결국, 주혁은 뭔가 생각에 빠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머신이 놓여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당연히 와중에 그의 머릿속에는 ‘뭐지? 뭘까?’ 정도의 생각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장실에 노크 소리가 퍼진 것은 그때였다.
-똑, 똑.
-끼익.
이어 각자 다이어리를 옆구리에 낀 추민재 부장과 홍혜수 부장이 티격태격하며 사장실로 들어왔다.
“ 어머. 민재야. 이제 연봉도 올랐으면 좀 피부관리라도 좀 받는 게 어때? 어째 매년 그렇게 한결같이 푸석하니. 내가 샵 소개 좀 해줄까? ”
“ 됐네요. 아줌마나 잘해. 아줌마나. 어떻게 주마다 주름이 한 줄씩 느냐? ”
최근 정장을 꼬박꼬박 챙겨입는 추민재 부장과 비교하면, 청바지에 연보라 맨투맨을 챙겨입은 홍혜수 부장은 아침부터 으르렁거리다, 커피 뽑고 있는 강주혁에게 시선을 맞췄다.
“ 사장님. 회의 가셔야 되는데? ”
“ 어. 그래야지. ”
다 내린 커피를 손에 쥔 강주혁이 책상 위, 핸드폰을 다시 확인했다. 미련이 남는 얼굴로. 하지만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핸드폰.
결국, 주혁은 핸드폰을 속주머니에 집어넣었고.
“ 가자. ”
사장실을 나서려 했다.
그 순간.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방금 속주머니로 들어간 핸드폰이 벨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우뚝 멈춰선 주혁이 곧바로 핸드폰을 확인.
“ ······미안한데. ”
발신자를 확인하자마자, 미소를 머금은 주혁이 앞서 움직이던 두 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 우리 회의 1시간만 미룹시다. ”
잠시 뒤.
다시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주혁이 혼잣말을 뱉으며 전화를 받았다.
“ 밀당하는 거야 뭐야? ”
전화는 다행히도 보이스피싱이었다. 어쨌든 강주혁의 핸드폰에서 여자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런데 평소 듣던 목소리와는 느낌이 달랐다.
[ ‘실버’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유료서비스 VIP 전담팀에서 다시 연락드립니다!]조금 텐션이 높다고 할까? 곧 주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 VIP 전담팀? ”
그러거나 말거나 텐션높은 여자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 심사신청 확인과정에서 ‘실버’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의 키워드 결과 달성률에 관해, VIP 유료서비스의 자격이 주어짐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VIP 유료서비스 심사에 따라, VIP 유료서비스 단계 중 하나의 단계의 주인이 되실 수 있습니다! ]“ VIP 유료서비스? VIP 단계 중 하나의 단계의 주인이 된다라······죄다 뭔 개소린지. 하긴- 뭐, 보이스피싱은 언제나 요지경이었으니. ”
주혁은 지금 들은 말들이 당장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VIP가 됐다는 것.
하지만 텐션 높은 여자 목소리는 강주혁에게 잠시간의 여유도 주지 않았다.
[ 다만, VIP 유료서비스 심사신청 후, 심사에서 떨어진다면 유료서비스 단계가 2단계 하락하여 브론즈 서비스 또는 유료서비스의 주인 자격을 박탈당하실 수 있습니다! 박탈당한 주인의 자격은 다시 되돌리실 수 없습니다.] [ VIP 유료서비스 심사를 신청하시겠습니까? 신청하시려면 1번, 신청을 거부하시려면 2번을 눌러주세요! ]여기까지 들은 주혁이 피식했다.
“ 이게 제안이야 협박이야? ”
이어 그가 지금 들은 대로 상황을 정리했다.
“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해서. VIP 유료서비스 심사에 붙으면 뭔진 모르지만, VIP 유료서비스 단계 중 하나의 단계의 주인이 될 수 있다? ”
다만.
“ 떨어지면 예전 단계였던 브론즈 단계나 아예 주인 자격이 박탈당한다는 거고. 한마디로 VIP 심사에서 떨어지면 나가리 난다는 뜻이네. ”
즉, VIP 심사에서 떨어지면 더는 보이스피싱을 받지 못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꽤 중대한 결정을 앞둔 상황임에도 주혁의 손가락의 움직임을 빨랐고.
“ 이건 못 먹어도 고지. ”
꽤 흥미로운 표정으로, 왠지 모를 두근거림까지 느끼며 입꼬리를 올린 주혁이 1번을 눌렀다.
-띠익.
[ VIP ‘심사’신청에 감사드립니다! 심사에는 소량의 ‘심사’비용이 필요합니다. ] [ 실버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의 VIP ‘심사’비용은 금 3,000,000,000원으로 확인됩니다!] [ 민국은행 계좌번호 070-1004-1009 ] [ 금 3,000,000,000 입금을 부탁드립니다! ]-뚝!
입금하라는 여자 목소리를 끝으로 보이스피싱이 끊겼다.
“ 30억? ”
10억이었던 심사비용이 30억으로 폭등했다. 곧, 피식한 주혁은 안내받은 계좌로 지체없이 30억을 입금했고.
-띠링!
*070-1004-1009
[ VIP 유료서비스 심사비용, 입금 확인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실버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의 VIP 유료서비스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며 심사 완료 시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이 문자를 끝으로 보이스피싱의 연락은 끝났다. 이어 잠시간 도착한 문자를 보던 주혁이 핸드폰을 속주머니에 넣었고.
“ 기다리라는 거네. ”
읊조린 주혁이 미소를 머금으며 회의실로 향했다.
이후.
전국이 연말의 분위기에 취해있음에도 진행될 일은 착착 움직이고 있었다.
“ 급하게 촬영 진행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촬영은 연말 지나고, 제작팀에서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
영화 ‘폭풍’팀은 제주도 삼다수목장의 촬영스케쥴을 모두 쳐낸 뒤, 방금 공항에 도착한 참이었고.
“ 아마 촬영은 1월 중순에서 말 정도에 재개될 것 같습니다!!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
지금 공항서 소리친 수염이 꽤 까끌하게 자란 조감독의 말처럼, 각 출연 배우들의 연말 스케쥴로 촬영은 잠시 중지, 새해가 밝으면 촬영 재개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애니메이션 ‘폭풍전야’도 상황은 마찬가지.
최근 목소리 녹음 단계로 넘어간, 꽤 속도 빠른 ‘폭풍전야’였지만, 목소리 출연 배우들이나 성우들의 연말 스케쥴 덕분에 이쪽도 스케쥴 자체는 꽤 미뤄져야 했다.
와중에 대종예술 영화제 조직위는.
『‘대종예술 영화제 조직위’ 조직위원장 김본택 “책임 통감, 물러나겠다”』
『[영화제] 세계적으로 비난받은 ‘대종예술 영화제’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갈이』
『강트맨 ‘강주혁’의 심판, 대종예술 영화제 조직위 누가 이어받나?』
『대종예술 영화제 조직위 중 조직위원장 김본택 포함, 중책들 뇌물수수로 구속』
아주 화려한 연말을 장식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11일. 금요일.
파일럿 예능 ‘버스킹’의 첫 번째 티저영상이 수많은 플랫폼에 공개됐다.
-티저1/ 유럽에서의 아름다운 버스킹 맛보기!
잔잔한 배경음으로 해외 야경부터 시작되는 ‘버스킹’ 티저는 약 40초 분량이었고.
『‘버스킹’ 첫 티저 공개···헤나, 서아리부터 베테랑 윤두현까지! 너튜버에 공개한 티저는 벌써 조회수 50만↑ 』
‘버스킹’은 첫 티저부터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왁!! 뭐냐 이거? 컨셉 독특하닼ㅋㅋㅋㅋ재밌겠다!!
-오오~ 꽤 괜찮은 애들이 나가네?
-헤나나 윤두현은 뭐, 진국의 가수인 건 다 아는 사실인데…서아리는 좀 의외다. 피아노를 칠 줄 아네?
-잠깐 나왔음에도 헤나의 고음….미쳤따리….
-궁금하다. 저 모인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가수들 자작곡 듣고 뭔 말을 할지.
-ㅋㅋㅋㅋㅋ뭐냐 삑사리나 내지 않았으면
-↑미친놈은 매가 약이거늘.
-진짜 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복이라니…
-티저 마지막 부분에 나온 외국인 너튜버 비비빅뮤직 아님? 목에 동물타투…맞는 것 같은데?
-자작곡이라면 좀 걱정이 되긴 한다 ㅋㅋㅋㅋ
-본!방!사!수!
-어? 나도 그 생각했는데. 너튜버 비비빅뮤직 맞는 듯.
‘버스킹’의 윤석현 PD는 강주혁에게 허락 받은 대로 너튜버 ‘BBBIgMusic’을 티저에 자연스럽게 섞어 넣었고, 이것 역시 꽤 화제에 올랐다.
『[TV이슈] 첫 티저 공개한 ‘버스킹’···마지막에 등한 외국인은 유명 너튜버? 시청자들 관심』
이어 티저 영상의 마지막.
-12월 26일 토요일. 첫 방송!
파일럿 예능 ‘버스킹’의 첫 방까지는 2주가 채 남지 않았다.
일주일 뒤.
12월 18일부터 공중파 방송국 3사의 연말 시상식이 줄줄이 시작됐다. 물론, 이 방송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에서도 보이스프로덕션이 많이 호명됐다.
강하영이나 김재욱 등등.
그중에서 가장 특이했던 상은 KBC에서 나왔다.
“ 최우수상! 쇼 오락부문! 축하드립니다! 토크쇼 ‘얘기하고 부대끼고’의 김건욱씨!! ”
배우로서가 아닌, 방송 연예대상에서 난생처음으로 이름이 불린 김건욱. 덕분에 토크쇼 ‘얘기하고 부대끼고’팀 원탁에 앉았던 김건욱이 눈을 껌뻑였다.
“ 어? 나? 저요? ”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는 듯. 하지만 그에게 쏟아지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 덕분인지, 머리를 슬슬 긁던 김건욱이 무대에 올랐고.
“ 연기로 받은 상이 아닌. 아니,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연기로도 상을 못 받은 지 꽤 됐는데, 여기서 상을 받을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
트로피와 꽃다발을 손에 쥔 김건욱의 얼굴에는 꽤 감개무량한 표정이 실려 있었다. 그 모습을 자리에 앉아, 뿌듯하게 지켜보는 강주혁.
‘ 다행히······트라우마는 아예 없는 모양이네. ’
현재 토크쇼 ‘얘기하고 부대끼고’는 심야 방송임에도 높은 시청률을 안전하게 방어하는 중이었고, 그 진행자 김건욱에게 예전 데이트폭력 사건 관련해서, 트라우마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쯤.
“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얘기하고 부대끼겠습니다! ”
김건욱의 수상소감이 끝나고, 몇 번의 다른 수상이 이어졌다. 그리고 연예대상이 끝나기 직전, KBC 예능국 본부장의 입에서 하나의 상이 추가로 발표됐다. 공로 특별상이었다.
“ 이번 해 특별상은 KBC에 힘을 실어주신 분께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올해의 특별상! 감사합니다- 보이스프로덕션의 강주혁님!! ”
강주혁이 KBC 연예대상 특별상을 받았다.
곧, 어색함에 턱을 슬슬 긁던, 풀정장 차림의 강주혁이 단상에 올라, 본부장에게 꽃다발과 특별상 트로피를 받아들고, 스텐딩 마이크에 섰다.
“ ······ ”
이번에도 대종예술 영화제와 같이, 잠시간 손에 들린 트로피를 내려보던 주혁이 약 10초가 지나서야 앞을 향했고, 스텐딩 마이크에 대고 모두에게 말했다.
“ 아- 걱정마세요. 이건 안 던지겠습니다. ”
곧, 모인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끝
ⓒ 장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