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59
쿠키 (2)
핸드폰 화면에 표시된 보이스피싱 번호를 보자마자, 주혁이 거울이 달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뒤쪽에 섰던 추민재 부장이 강주혁을 붙잡았다.
“뭐야! 왜? 설마 사장님. 튀려고 그러는 건. 그때,”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강주혁의 손에 들린 핸드폰이 벨소리를 토해내자, 추민재 부장이 그때야 웃었고,
“어어- 전화?”
자신의 팔뚝을 잡은 추민재 부장의 어깨를 툭툭 친 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는 받아야지.”
“그렇지. 전화는 받아야지. 나가서 받게?”
“어. 여기 화장실이 어딨죠?”
주혁이 추민재 부장을 보던 시선을 옆에 선 샵의 직원에게 돌리자, 얼굴이 살짝 붉어진 그녀가 검지를 입구 쪽으로 들었다.
“아! 나가서 바로 왼쪽이요.”
“고마워요.”
여직원에게 미소를 발사한 주혁이 긴 다리를 성큼성큼 뻗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이어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라벤더 향을 맡으며 주혁이 핸드폰을 들어 통화버튼을 터치했다.
곧,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고,
[‘블랙’ 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VIP 유료서비스 ‘블랙’의 남은 횟수는 총 14번입니다!!] [VIP 유료 서비스인 ‘블랙’ 단계를 통해 인생역전에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주혁이 1번을 눌렀다.
-띠익.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 해주세요! ] [1번 ‘세계 각국의 마스크 댄서’, 2번 ‘하루에 몽땅 공개’, 3번 ‘7월 8일이 시발점인’, 4번 ‘최대 5천만 명, 5번 ‘Zombie attack’, 6번 ‘가정부로 20년을 산’, 7번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키워드를 들은 주혁이 눈을 끔뻑였다.
역시 그 제목. 키워드에 있었던.
말을 하다 만 그가 귀에 댔던 핸드폰을 내려, 샵 의자에서 확인했던 우진태 사장이 보낸 톡을 다시 확인했다.
-사장님! 정혜인 작가님 시놉입니다! 시간이 남아서 쓰셨다는데, 확인……
-첨부파일: 제목/ 가정부로 20년을 산 여자.
“가정부로 20년을 산 여자.”
방금 들린 키워드에도 비슷한 글자가 있었다. 바로 6번 ‘가정부로 20년을 산’ 키워드.
“완벽하게 똑같진 않지만…… 일단 6번을 선택해볼까?
물론, 키워드와 정혜인이 썼다던 시놉 제목이 100% 똑같진 않았지만, 이 정도로 비슷하다면 한번 선택할 만했다.
곧, 주혁이 6번 ‘가정부로 20년을 산’ 키워드를 터치했고,
-띠익.
미래 정보가 들리기 시작했다.
[완벽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가정부로 20년을 산’ 입니다!] [2024년 MBS에서 방영됐던, ‘가정부로 20년을 산’ 여자가 주인공인 드라마 가정부일기는 평생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가정부로 지낸 여주인공이 힘 있고, 돈 있는 여러 고용주의 자극적 인생을 대신 말해주는 옴니버스식의 드라마로 시청률 면에서는 참패하지만, 드라마를 짧게 10분으로 편집해 너튜브에 올린 가정부일기가 외국인들에게 큰 공감을 얻으며 너튜브, SNS 등 해외에서 대인기를 끌어 뒤늦은 전성기를 누립니다.] [VIP 정보: 너튜브에 올린 가정부일기 편집본 1화 조회수가 4,000만 뷰를 넘깁니다!]-뚝.
미래정보를 뱉은 보이스피싱은 역시나 가차 없이 끊겼고.
“그러니까 3년 뒤에 방영하는 ‘가정부일기’라는 드라마는 망하는데, 그 뒤로 외국인들한테는 대박이 터진다는 건가?”
읊조린 주혁이 뒷주머니에 챙겨뒀던 수첩과 펜을 꺼내, 방금 들은 미래정보를 메모했다. 적당히 메모를 마친 주혁이 핸드폰을 다시 들었다.
“……”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우진태 사장이 보낸 톡에 첨부파일.
-첨부파일: 제목/ 가정부로 20년을 산 여자.
정혜인이 썼다던 시놉 제목은 ‘가정부로 20년을 산 여자’였고, 보이스피싱의 6번 키워드가 ‘가정부로 20년을 산’이었다.
“제목과 키워드가 거의 똑같았는데, 잘 못 짚었나?”
즉, 시놉 제목과 키워드는 거의 같았으나.
“결과적으론 제목이 틀려.”
방금 보이스피싱에서 들었던 작품 제목은 ‘가정부일기’. 작품 제목이 명백하게 달랐다.
“음-”
어쨌든 잠시간 수첩을 내려보며 생각에 빠졌던 주혁이 머리를 쓸어넘겼다.
“쯧. 일단, 나중에 확인해보고.”
이어 우진태 사장의 톡에서 안숙희 작가가 보낸 톡을 주혁이 터치했고.
-시놉 보내드려요.
-첨부파일: 제목/ 미정.
안숙희 작가에게도 제목이 미정인 시놉이 도착해 있었다. 딱 여기까지 확인한 주혁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쪽도 나중에 확인하자.”
곧, 손을 대충 씻고 강주혁이 화장실을 문을 열었고, 시선을 앞으로 옮기자마자 멈춰 섰다.
당연했다.
“어머~ 주혁씨. 안녕하세요.”
풀메이크업을 한 샵의 원장이 미소지으며 강주혁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머리부터 감으실게요. 이쪽으로 오세요.”
같은 시각, 세종 문화회관.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세종 문화회관, 영화관보다 5배는 커 보이는 크기에 정면 무대의 반대편,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은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천장은 끝모르고 높았다.
“트로피!! 트로피 모자라잖아!! 정미야! 소품팀 불러!”
그런 세종 문화회관의 넓은 무대 주변은 이미 인산인해였다. 백 명에 가까운 스탭들 전부가 홍혜숙 작가가 쓴 6짜리 쪽대본을 들고 다니며 팀별로 동선을 짜거나.
“소품팀!! 트로피 모자라는데, 여유분 어딨어요?!”
“아아!! 지금 찾아보겠습니다!”
촬영 장비를 세팅하거나.
“대수야!! 왜 반사판을 거기에 설치하고 자빠졌어?! 그쪽이 아니고 이쪽이라고! 이쪽!”
“죄송합니다!!”
“정신 차려라~ 진짜!! 오늘 중요하다고 내가 말했다?!!”
제작팀은 제작팀대로.
“그러니까, 저희 쪽에서 무전으로 신호를 드리면 여기 내부 자체 조명 반만 꺼주세요. 반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요? 좀 정확히 말씀해주셔야지, 그렇게 애매하게 말씀하시면.”
“아~ 음. 저기 있죠. 중앙. 저기를 중심으로 무대 반대쪽은 싹 꺼주세요. 가능은 해요? 무대 쪽 조명만 살리고 싶은데.”
“잠시만요 확인해볼게요.”
연출팀은 연출팀대로,
“다들~ 대본 받으셨죠?”
“네에!!”
“6장짜리 쪽대본이니까, 보시는 데는 문제 없죠? 여러분은 거기 대본에 적힌 대로만 움직이시면 됩니다. 아셨죠?”
“옙!!”
“그리고 기본적인 인아웃 리액션은 따로 멘트 안 나가니까, 배우님 봐가면서 알아서 쳐주세요!”
물론, 무대에 서서 조연출의 지시를 받는 약 30명의 무명배우. 즉, 단연들은 긴장의 침을 삼켰고, 다른 기타 촬영 팀 모두 목에 인터컴을 두른 채, 앞으로 3시간 뒤 시작될 까메오 컷 촬영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그쯤 30명의 단역 앞에 선 조연출이 높디높은 천장을 검지로 가리키며 외쳤다.
“저어기 위에 조명 보이시죠? 지금은 다 켜져 있는데, 슛 들어가면 무대 쪽 조명 빼곤 싹 꺼지니까, 놀라지들 마시고요! 어~ 정확히 20분 뒤에 우리끼리만 리허설 가보겠습니다!”
그때 턱시도 입은 남자 단역 배우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조연출이 그를 가리켰다.
“네! 거기!”
“그……강주혁 선배님과도 호흡을 맞출 수 있나요?”
“아~ 당연하죠. 여러분들 지명한 게 사장님. 아니, 배우님인데. 좀 이따 도착하시면 같이 동선 리허설 해볼 겁니다!”
“오오오!”
곧, 모인 무명배우들이 전투력 높아진 표정으로 탄성을 뱉어댔다. 그쯤 현장 총 책임자인, LA라는 글자가 박힌 검은색 티를 입은 김태우 PD는 세종 문화회관 입구에서, 6장짜리 대본을 들고 촬영 키스탭 (촬영감독, 조명감독 등)들과 촬영 동선을 체크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슛 딱 치면 강주혁 사장님이 저기서 등장해서 무대까지 쭉 걷는다. 그때 촬영 감독님은.”
“로우로 가요? 아니면 하이?’
“시작은 로우로 가고, 그다음 하이. 각도 바꿔서 찍어보고 그림 괜찮은 거 잡히면 그 구도로 쭉 가는 거로,”
그때.
“PD님!!!”
세종 문화회관 입구를 통해, 남자 진행스탭이 손을 흔들며 급하게 뛰어들어왔다. 그 모습에 회의하던 김태우 PD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뭔데 호들갑이야?”
어느새 김태우 PD 앞에 멈춰서, 숨을 헐떡이던 진행스탭이 정답을 갈구하는 표정으로 다시 외쳤다.
“지금 로비에 기자들이 왔습니다!!!”
그의 외침에 눈을 끔뻑이던 김태우 PD가 들고 있던 대본을 돌돌 말며 한숨을 픽 쉬었다.
“6 하- 야. 촬영장에 기자들 온 거 한두 번이야? 왜 그래 대체.”
반면, 진행스탭의 호들갑은 끝나지 않았다.
“아……그게. 너무 많이 왔는데요?!!”
그 시각, 캘리포니아 LA.
LA는 이른 오후 정도의 시간이었다. 그런 LA에 있는 라이넛 게임즈 본사는 위로 높기보다는, 적어도 건물 8개를 합쳐놓은 듯이 옆으로 긴 형태였다. 건물 주변으로는 자연 속에 있다고 착각이 들 만큼, 풀숲이 자욱했다.
그런 라이넛 본사의 수많은 회의실 중 한 곳에서 익숙한 노래 ‘K-STAR’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안을 들여다보니, 회의실 벽 곳곳에 ‘Legend of Legends’의 캐릭터가 박혀 있고, ㄷ형 기다란 책상에는 젊은 또는 늙은 외국인 대여섯 명과 얼굴이 익숙한, 오늘도 앞머리를 깔끔하게 위로 올린 정한주 지사장이 정면에 설치된 스크린을 보고 있다.
-♬♪♩
스크린에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가 재생되고 있고,
“음.”
“흐음.”
그 영상을 보는 외국인들의 표정은 뭔가 미묘했다. 정확히 좋다 싫다를 판단할 수 없는 얼굴. 어쨌든 약 5분이 지나, 스크린에 재생되던 영상이 끝나고,
“정. 이게 완성된 영상인가요?”
얼굴에 주근깨 가득한 젊은 외국인 남자가 정한주 지사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뭔가 부분부분 아쉬운데?”
“완성 아니에요. 대충 완성도는 50% 정도로 보면 되는데.”
“그럼 지금 완성된 것도 아닌 것을 들고 왔다고요?”
주근깨 남자가 약간 전투적으로 묻자, 정한주 지사장이 한쪽 눈썹을 추켜 올렸다.
“……문제 있어요?”
“아니 – 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그때 스크린에서 제일 가까운 자리에 앉은, 뚱뚱한 데다 안경까지 쓴 외국인 남자가 끼어들었고.
“이걸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만들었다고 했나요?”
계속 주근깨 남자를 살짝 쏘아보던 정한주 지사장이 고개를 돌렸다.
“예. 보이스프로덕션이라고, 지금 한국에서는 굉장히 파급력 있는.”
“이건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만들 수준이 아닌데?”
“아, 참여 감독이 최상희에요.”
곧, 뚱뚱한 남자가 살짝 실눈을 뜨며 고개를 돌렸다.
“최상희 감독?”
최상희 감독을 뚱뚱한 외국인 남자도 아는 눈치였고,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 정한주 이사가 대뜸 외쳤다.
“이 프로젝트. 제가 한번 진행해 보겠습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그런데 정한주 지사장의 외침을 듣던 뚱뚱한 남자가 손을 올려 그의 말을 멈추게 했고, 여유롭게 미소지으며 스크린을 검지로 찍었다.
“아아~ 진정해요.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일단, 영상을 다시 볼까요?”
다시 한국, 세종 문화회관 로비.
진행스탭과 로비로 뛰어온 김태우 PD가 로비에 몰린 기자들을 보며 눈이 커졌다. 당연했다.
“미친……저게 뭐야. 몇 명이나 온 거야 대체!!”
커다란 기둥 4개가 박힌 로비에 모인 기자가 못해도 30명은 넘어 보였으니까.
“무슨 기자회견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쩔까요? 들일까요?”
“미쳤냐!! 촬영 접을 일 있어?! 밖에 나가 있는 진행스탭들 불러서, 전부 막아!”
그때 김태우 PD의 무전기에서 여자 목소리가 퍼졌다.
“PD님! 지금 KBC 방송국 본부장하고 드라마국 국장 왔는데요?”
“뭐?! 아니, 그 양반들이 여길 왜.”
그런데 그의 무전기에서 바로 남자 목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김삼봉 감독님하고 울림영화사 대표? 라는 분 올라가십니다!!”
“……어? 잠깐잠깐! 아니, 왜 난데없이 사람들이!”
이 무전이 몰린 기자들의 시선을 잡았다.
“어어! 김PD!! 나야!! 최기자!!”
“아우!! PD님! 안에 살짝만! 응? 살짝만 들어갔다 나올게!”
“우리 좀 들어갑시다!! 조용히 구경만 할게!!””
“아~ 기자만 막는 게 어딨습니까!! 들어보니까, 국장이나 감독은 들어간다면서요!!”
“김PD!! 김PD!!!”
순식간에 30명이 넘는 기자들이 김태우 PD 앞으로 달려들었고, 와중에도 김태우 PD의 무전기에서는 스탭들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작가님들 오셨습니다!!”
“PD님! MBS에 이동남 국장이라고 아십니까?”
“외국인들이 들여 보내달라고……”
결국, 미쳐 돌아가는 상황에 김태우 PD가 얼굴을 찌푸리며 외쳤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 순간.
“강……이다! 깎!!”
“오빠!……하세요!'”
“미쳤……!! 꺄아!!!”
찢기는 듯한 비명과 고함이 로비 입구 쪽에서 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