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41
영화에 출연확정을 지은 배우들은 사실상 대본 리딩 전까지는 오롯이 혼자 대사 연습을 친다. 그러다 실질적인 역할에 대한 감은 대본 리딩 때 잡게 된다.
자신과 맞닥뜨리는 배우의 호흡부터 시작해서, 감정, 톤, 강세 등을 파악, 배우들 각자가 자신이 맡은 배역에 전체적인 분위기와 상대 배우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게 대본 리딩이다.
그 때문에 앉아서 진행하는 대본 리딩이지만, 배우 모두가 이 대본 리딩을 할 때는 실제 연기를 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임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감독이 초기 디렉팅이 들어가기도 한다.
‘ 거기 너무 격해요’ 라든지 ‘ 너무 늘어져요’ 같은 작품 분위기에 맞게끔 연기를 조정한다.
쉽게 얘기해 이 자리에 모인 모두에게 대본 리딩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 태수역 하정훈씨. ”
최명훈 감독이 배우소개를 시작했다.
“ 반갑습니다. 하정훈입니다. ”
리딩 시작 전 대충 인사를 하긴 했지만, 절차라는 게 있으니, 정식적인 소개를 진행하는 최명훈 감독이었다. 어느새 무비트리의 리딩실은 배우부터 시작해서 관계자, VIP픽쳐스 직원, 기자 등이 몰려들어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짝짝짝!
태수역을 맞은 하정훈이 인사를 마치자,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다음으로.
“ 혜정역 류진주씨. ”
-스윽
“ 안녕하세요. 혜정역을 맡은 류진주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어렴풋이 느껴지는 온도 차이. 사실 따지고 보면 하정훈이 류진주보다 몸값은 비쌌다. 하지만 방금 반응만 놓고 보자면 류진주가 3배는 비싼 출연료를 받는다는 착각을 들게 했다.
“ 어머. 감사합니다. ”
시상식을 방불케 한 박수 소리에 류진주는 양껏 미소지으며 화답했고, 하정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작게 혀를 찼다. 류진주가 자연스레 착석하자 이어서 최명훈 감독이 배우소개를 이어간다.
“ 소희역 강하진씨. ”
“ 아, 안녕하세요. 강하진입니다. ”
강하진의 인사는 짧고, 그저 짧았다. 3초 컷. 너무 빨리 끝내버려서, 최명훈 감독이나 주변 사람들이 슬쩍슬쩍 웃음을 내비쳤다.
“ 자, 다음은 사장역 김필경씨. ”
주요 주연들의 소개가 끝난 다음부터는 조연을 맡은 무명배우들의 소개가 시작됐다. 무명배우들이 한 명씩 호명됨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이어간다. 그 모습에 마케팅을 위해 부른 기자들이 소군 거리기 시작했다.
“ 진짜 주연 빼고 무명인데? ”
“ 그러니까. 애매하네. 쓸 게 많은 거 같기도 한데. 없는 거 같기도 하고. ”
“ 하정훈, 류진주 투톱으로 뽑아야 하나? ”
“ 근데 진짜 운 좋네. 지금 영화판 피바람 부는데, 이 짝은 전부 무명이라 걱정 없겠어. ”
“ 근데 이 영화 메인 투자자가 개인인데, 제작도 참여한다는 말이 돌아. ”
“ 나도 듣긴 했는데 그냥 소문 아니야? ”
“ 모르지. ”
기자들이 수군거리는 찰나에 배우소개가 모두 끝났다.
“ 자, 시작하겠습니다. ”
배우소개가 모두 끝나자, 최명훈 감독의 호령으로 조감독이 척살의 대본 첫 장을 넘겼다.
-팔락
그에 따라 리딩실에 모여있는 모든 배우들이 일사불란하게 대본 첫 장을 넘긴다.
“ 도심 거리, 낮. 태수가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고, 나오고 있다. ”
조감독의 첫 번째 지문낭독이 끝나자, 하정훈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사를 친다.
“ 나는 회사에 다닌다. ”
다시 조감독.
“ 그리고는 산 담배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 시간을 확인한다. ”
다시 하정훈.
“ 언제부터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회사에 다니고, 시키는 일을 한다. ”
-찰칵! 찰칵!
리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모여있던 기자들의 셔터 누르는 소리가 이어졌고, 배우들 각자가 현재의 그림을 상상하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조감독의 지문낭독이 끝나면 다시 하정훈의 대사, 장면변경, 다시 하정훈, 이어지는 조연들과의 합. 점점 분위기는 고조된다.
“ 잠깐만요. 선생님. 너무 급해요. 조금 템포 좀 늦춰서 가주세요. ”
“ 네. 알겠습니다. ”
중간중간마다 최명훈 감독의 디렉팅이 들어가고, 배우는 그에 맞춰서 대사 속도 등을 조절한다. 알아서 잘 굴러가는 리딩 현장을 조용히 지켜보던 송사장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고, VIP픽쳐스에서 나온 직원은 열심히 무언가를 적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창 리딩이 진행되고 있을 무렵.
-뚜벅뚜벅
리딩실 밖 복도를 따라 남자 두 명이 천천히 걸어왔다. 대체로 조용한 복도. 그 무거운 분위기에 울려 퍼지는 배우들의 리딩. 그리고 그 타이밍에 강주혁과 추민재가 도착했다.
리딩실의 문은 열려있었고, 전체적으로 전부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복도에서도 어느 정도 리딩실 내부가 보이는 상태였다.
그 지점에서 강주혁의 걸음이 멈췄다.
앞서가던 강주혁이 걸음을 멈추자, 뒤따르던 추민재가 귓속말로 묻는다.
“ 여기야? 누군데 걔. ”
고조된 리딩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주혁은 대답 없이 강하진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추민재는 강주혁의 눈짓을 따라 류진주 옆에 앉아있는 강하진을 쳐다본다.
‘ 마스크 특이하네. ’
무심한 눈빛, 대체로 영혼이 없는듯한 표정. 그런데도 계속 눈길이 가는 마스크. 추민재는 강하진을 집중해서 보기 시작한다.
멀뚱멀뚱하게 강하진을 추민재가 쳐다보고 있을 때,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던 송사장이 복도에 조용히 서 있는 강주혁을 발견했다.
‘ 왔냐? 잘하고 있다 다들. ’
딱히 말은 없었지만, 눈빛으로 말하는 송사장을 보며 강주혁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때마침.
“ 저 죽어요? ”
담담하게 대사를 치는 강하진.
“ 그럼 잠깐만요. 배고파서. 이것 좀 드실래요? ”
대사는 단 두 줄이었다.
“ 허- ”
그런데 강하진을 보던 추민재의 표정이 실룩거렸다. 무심한 표정으로 저런 대사를 치니, 장면이 재미있어 미치겠다는 표정이었다.
‘ 연기는 기똥찬데? 발음도 좋고. 하긴 강주혁 이 새끼가 발굴했으니 오죽하겠느냐마는’
추민재가 소희역을 맡은 강하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을 때, 강주혁은 리딩 분위기 전체를 살폈다.
하정훈, 류진주, 최명훈 감독을 비롯한 자신이 꽂은 무병 배우들의 대사 호응, 반응, 장면변경에 맞춰 뒤바뀌는 대사의 결 등을 파악한다.
각자 따로 놨을 땐 연기를 잘 해도, 막상 붙여놓으면 서로 연기가 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모든 무명배우는 혼자만 튀지 않고, 척살의 분위기에 녹아들고 있었다. 가끔 연극 톤이 튀어나와서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최명훈 감독의 디렉팅을 받으면서 점차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 나쁘지 않네. ’
리딩현장 분위기가 퍽 마음에 들었는지 강주혁이 추민재의 팔을 툭 치며 가자는 시늉을 던졌다. 멍하니 강하진을 쳐다보던 추민재는 강하진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쳐다보고는 발길을 돌렸다.
무비트리, 지하주차장.
-띠딕
차 스마트키를 누른 강주혁이 차 문을 열며 추민재에게 말을 걸었다.
“ 감상이 어때? ”
-스윽
추민재는 차에 타면서 답한다.
“ 쟤 계약서 썼냐? ”
“ 썼지. ”
“ 잘했네. 특이하더라. 뭔가 자꾸 눈길이 가던데. ”
-부웅
대답을 들으며 강주혁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
“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
“ ······괴짜 새끼. 어디서 저런 특이한 애들을 캐내는 거냐? 후- 만약에 내가 한다고 하면 쟤 강하진? 맡는 거냐? ”
“ 그럴 생각이야. ”
사실 강주혁은 이 부분에서 고민이 있었다. 성격이나 상성만 놓고 보면 강하진에게는 아직 연락이 닿지 않은 홍혜수, 강하영에게는 옆에 있는 추민재가 더 좋았겠지만, 아직 강하영의 상태가 완벽하지 않기에.
남자 매니저를 붙이기가 껄끄럽다고 생각했다.
다른 것은 모르겠고, 그저 강하영의 상태만 놓고 판단을 한 결과였다. 어쨌든 강자매는 이제 시작이고 어떤 작은 사건만으로도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으니까.
“ 하- 근데 진짜 그 아줌마밖에 없냐? 나 걔랑 진짜 안 맞는 거 너도 잘 알자네. ”
홍혜수와의 안 좋은 과거가 떠올랐는지 추민재는 얼굴을 쓸어댄다. 그 모습을 보며 주혁이 웃으며 답한다.
“ 사람이 좋은 것만 하면서 살 수 있나.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야지. 어쩔 거야. ”
“ ······후- 개새끼. 한다. 한다고. 언제부터 출근하면 되냐. ”
“ 혜수 누나랑도 얘기해보고, 정확한 건 다시 연락 줄게. 잘 부탁해. 형 ”
“ 잘 부탁은 개뿔. ”
보이스 프로덕션의 첫 번째 직원으로 채용된 추민재는 ‘ 여기서 내린다!’ 같은 소리를 던졌고, 주혁은 추민재에게 다시 한번 잘 부탁한다는 말을 던지며 추민재를 적당한 곳에서 내려줬다.
돌아온 강주혁의 사무실(보이스 프로덕션)
추민재를 내려주고, 사무실에 돌아온 주혁은 오자마자, 냉수를 들이켰다. 들이키면서 MTS를 켜서 현재 BS 화장품의 주가를 확인했다.
아직까진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여전히 토라모니의 적화라인 화장품은 돌풍이었고, 그 사이 마비되었던 토라모니의 홈페이지는 정상화.
판매 속도를 쑥쑥 높이고 있었다.
전화가 온건 그때였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홍혜수 누나.
며칠간 연락 두절이던 홍혜수에게 드디어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아니 누나. 무슨 연락을. ”
“ 어머. 누구세요? ”
“ ······나야. 강주혁. ”
“ 글쎄요? 전 잘 모르겠는데요? 그럼 수고하세요. ”
-뚝!
홍혜수가 전화를 끊어버렸다.
“ 뭐야 이 누나. ”
그리고 다시금 홍혜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 누구세요? ”
“ 누나. 나라니까. ”
“ 그러니까. 너 누구냐구요. 몇 년간 잠적하셔서 전~혀 누군지 모르겠는데요? 어머. 혹시 스토커? ”
이 여자. 화났구나.
“ 누나. 내가 잘못했습니다. 그간 사정과 꼭 할 말이 있으니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
“ ······너 진짜 너무 한 거 아니니? 내가 지금 해외에 여행 갔다 와서 니 연락보고 얼마나 놀라자빠질 뻔했는지 알아? ”
그 후로 꽤 오랫동안 홍혜수는 강주혁을 나무랐다. 이해는 된다. 홍혜수는 추민재와 비슷한 세월을 알고 지냈던 사람이었으니까.
홍혜수는 강주혁의 연기 선생님 겸 두 번째 매니저였다. 애초 매니저는 추민재 단독이었으나, 강주혁이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홍혜수가 붙었었다.
“ 일단, 나 방금 한국 왔으니까, 대충 정리 좀 하고 다시 연락할게. ”
“ 알았어. ”
-뚝
전화를 끊은 주혁은 그때야 소파에 누워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5시.
세상이 고요한 시간. 한 파워블로거의 블로그에 글 하나가 업로드 됐다. 그 글의 제목이.
-쓰레기화장품 적화, 부작용 고발합니다.
-신상 라인으로 출시된 적화. 저는 평소 이 회사의 화장품을 자주 써서 큰 기대를 하고 출시되자마자, 화장품을 구매했는데요. 사용한 지 하루 만에 피부 발진과······
이 파워블로거의 글이 올라오고 3시간 정도 지나면서, 블로그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퍼다 나르기 시작했다.
카페, 웹사이트, 갤러리, 너튜브 등. 워낙에 돌풍 같았던 적화였기에 퍼지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인터넷에서 떠돌던 적화의 부작용 논란은 곧이어 SNS, 메신저 등으로 퍼지면서 대중들이 흔히 들고 다니는 핸드폰에도 퍼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핸드폰으로 넘어가니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확산.
아침에서 점심으로 넘어갈 무렵. 슬슬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상황을 대충 파악하곤 일단 기사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적화’ 부작용 논란, 사실인가?』
『현재 웹사이트에 올라온 적화의 진실, 들여다보니.』
『블로그에 올라온 피부 사진, 구매자들 경악』
『빠르게 퍼지고 있는 ‘적화’ 부작용 논란!』
적화의 돌풍은 곧 역풍으로 변해 대중들의 뇌리에 박히기 시작했다.
상황이 변하자, 자신에게 발생한 피부 문제가 부작용인가? 긴가민가하고 있던 구매자들이 확신을 가지고 이에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논란은 확신으로, 트럭이 돌진하듯 빠르게 돌진했다.
『토라모니, “사태 파악 중”』
-시발 그렇게 팔아재끼더닠ㅋㅋㅋㅋ망함
-아니, 어쩐지. 지금 환불하러 감.
-어제 샀는데, 아직 안썼음. 개다행.
-이게 나라냐! 나라냐고!
-와 대국민 사기극 수준이네.
-BS꺼 쓰셈ㅋㅋㅋㅋㅋ
-어쩐지 냄새 역하더라…
-할많하않
이 모든 정황을 아침이 돼서야 확인한 주혁은 대충 훑어보곤 이내 무심하게 노트북을 덮었다.
“ 이게 새벽부터 시작되는 거였네. ”
오늘 하루 시작된 적화 쓰레기화장품 논란은 논란을 넘어, 불매운동으로 번지게 된다. 이제부터 주혁은 BS 화장품의 프라워 라인이 적화를 꺾고 돌풍을 일으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노트북을 덮은 주혁이 화장실로 향하려 할 때, 책상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홍혜수였다.
“ 나 내일 시간 괜찮아. ”
“ 그럼 주소 하나 보내줄 테니까. 거기서 봐. 내 사무실인데. 얘기하기 편하게. ”
연락이 닿은 지 하루가 지난 시점이라 그런지 홍혜수는 꽤 진정된 상태였다. 홍혜수와 짧은 통화를 끝낸 주혁이 그녀에게 문자로 주소를 전송했다.
그즈음.
적화라인보다 하루 늦게 판매를 개시한 BS 화장품, 프라워가 한창 적화는 쓰레기화장품이다! 라는 상황 속에서 판매가 개시됐다.
『쓰레기화장품 논란 중 판매 개시한 ‘프라워’』
『여성 고객들 ‘프라워’로 눈길 돌리나.』
『BS 화장품 “ 자신 있다 ” 호언장담.』
『서서히 판매 속도 높이는 ‘BS 화장품’』
그리고.
-BS 화장품 60,783주
-매수 31,700 금액 1,926,821,100
-현재 37,600(+18.62%) 금액 2,285,440,800
-손익 358,619,700
BS 화장품의 주가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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