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92
92. 주목을 받으려는 게야.2015.09.18.
“……!”
팽인호는 안면이 떨릴 정도로 감정을 드러냈다.
그건 팽오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놀라움이 드러날 정도로 그의 표정도 변해 있었다.
“이번에도 웃을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짚었나보군.”
스윽.
광휘는 죽립을 쓰고 다시금 뒤돌아섰다.
그러고는 남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처억.
하지만 몇 걸음 걷지 못했다.
어느새 한 장정이 연무장 밑으로 내려와 길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왔느냐?”
광휘는 고개를 슬쩍 든 뒤 사내의 얼굴을 확인했다.
권법을 익혔는지 몸에 병기는 없었다.
“이런 건방진!”
광휘가 말없이 시선을 내리자 그의 눈꼬리가 치솟았다.
상대가 자기를 무시했다고 여겼는지 그는 광휘를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다.
탁.
보통 사내의 두 배에 달하는 장정의 주먹이 광휘의 얼굴을 스칠 무렵.
철퍼덕!
그의 시야에 갑자기 하늘이 나타났다 뭔가 꺼지는가 싶더니 맨바닥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바닥에 눕고 나서야 상대가 자신의 다리를 걷어차 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저벅저벅.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광휘는 다시금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다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사내 셋이 앞을 막아선 것이다.
‘두 명은 도(刀), 한 명은 권법.’
사내들의 행색을 한 번 훑은 광휘는 이번엔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너무나 평온하게 다가오는 모습을 본 사내들은 잠시 당황했다.
그러다 이내 결정을 내린 듯 재빨리 달려들었다.
패애애액!
가장 앞선 장정이 도를 거침없이 휘둘렀다.
“컥!”
바닥에 내치는 도의 궤적을 읽고 피한 광휘가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
휘그르릉.
중심을 잃은 장정의 몸은 공중을 한 바퀴 돈 후 바닥에 처박혔다.
“하아앗!”
광휘가 옆으로 비켜선 모습을 확인한 두 번째 사내는 자루를 잡고 칼을 꺼냈다.
“윽!”
하지만 그는 뻗지도 못하고 맥없이 뒤로 주욱 밀려났다.
도를 휘두르기 위해 왼발을 뻗다 상대의 발길질에 그대로 엎어진 것이다.
“하앗!”
허나, 다른 자들과 달리 권법을 쓰는 사내의 공격은 완벽해 보였다.
광휘가 두 번째 사내를 발로 찰 때 이미 그의 공격이 들어갔던 것이다.
쩌억!
“으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마지막 사내는 손을 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광휘가 똑같이 주먹을 휘둘렀고 주먹끼리 부딪친 그가 힘에서 밀려 나가떨어진 것이다.
탁. 탁. 탁. 탁.
순간 광휘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느새 연무장 위에 있던 팽가의 무인 전원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저벅저벅.
그때였다.
주위를 에워싼 장정들 사이로 독특한 복장의 사내들이 걸어 나왔다.
광휘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교두(敎頭)들인가.”
총 여덟 명.
팽가의 무공을 가르치는 스승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휘릭.
광휘는 죽립을 바닥에 던졌다.
그러고는 다시금 주위를 둘러보다 한 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익숙한 장면이군. 익숙한 눈빛도 있고.”
우측에서 도(刀)를 들고 있는 교두 둘을 가리킨 것이다.
그에게 지목받은 두 교두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눈빛에 조금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설마?’
두 사람은 장씨세가의 습격 때 석가장의 인물로 위장하고 광휘와 맞닥뜨렸던 호군, 호철이었다.
분명히 복면으로 얼굴을 숨겼었는데, 광휘란 자는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그들을 집요하게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조금 까다롭겠군.’
주위를 감싼 여덟 명의 교두.
우측의 두 명은 도(刀).
좌측 둘은 장창(長槍).
정면의 사내 둘은 검(劍).
뒤쪽은 권(拳)을 쓰는 것으로 추측되는 교두 둘이 서 있었다.
스르릉.
광휘는 괴구검을 천천히 빼 들었다.
동시에 자세를 조금 낮춘 후 모두에게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말이 필요 없나?”
타타타탓.
일시에 교두들 모두가 달려들었다.
광휘는 좌우측을 살피더니 곧장 몸을 뒤틀었다.
권사(拳士) 둘을 먼저 상대하기 위함이었다.
휘이익. 휘이익.
권사들은 빠르게 좌우로 갈라졌다.
타탓.
그중 한 명을 눈여겨본 광휘는 권사와의 거리를 삽시간에 좁혔다.
슈슉!
곧장 검을 휘두르려고 하던 그때.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기다란 장창이 그의 등 뒤에서 찔러 들어왔다.
‘진법인가.’
잘 짜여진, 훈련된 움직임.
처음 그들이 선 위치를 보건대, 힘을 합치는 합진(合陣)일 것이다.
‘내가 늦다.’
광휘는 어렵다고 판단, 장창이 없는 곳으로 재차 몸을 뒤틀었다.
그 순간 이번엔 날렵한 도신이 허리 쪽에서 짓쳐들어왔다.
캉!
광휘는 가슴 언저리에서 상대의 도신을 막았다.
그리고 짧은 사이 등 뒤로 찔러오는 두 번째 교두의 창을 튕겨냈다.
파팟.
기회를 놓치지 않은 교두 두 명이 연속해서 무기를 휘둘렀다.
광휘가 앞으로 빠지자 또다시 앞쪽에서 두 개의 검이, 다른 쪽에서 창이 광휘를 향해 날아왔다.
캉! 캉! 캉!
찰나의 순간, 검신을 위로 세운 광휘가 공중제비를 하며 세 개의 칼날을 쳐냈다.
허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교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캉! 캉! 캉! 캉! 캉!
광휘의 검 놀림과 동작이 갑자기 빨라졌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 역시 그에 맞게 더욱 정교해지며 간결해졌다.
‘도(刀), 도를 쓰는 자부터 처리해야 한다.’
여섯 개의 칼날이 짓쳐오는 와중에 광휘는 생각했다.
여덟 명의 교두 중 가장 무공이 강한 자들이다.
그들을 먼저 쓰러뜨려야만 이 맹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캉! 캉!
‘기회!’
장창과 검을 동시에 쳐낸 광휘가 기회를 포착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뭔가를 알아차린 교두들이 일시에 물러섰다.
본능적으로 광휘는 주위를 훑다가 이내 그들이 무엇을 위해 움직였는지 깨달았다.
아니, 늦게 깨달았다.
이미 좌측과 우측에서 도약한 권사 둘이 괴이한 동작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건곤신장(乾坤神掌)!”
“……!”
그들의 손바닥에서 아지랑이가 이는 순간,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맹렬한 기운이 뻗어 나왔다.
기(氣)가, 권기(拳氣)가 발현된 것이다.
콰아앙!
강렬한 기운이 광휘를 향해 쏟아지며 바닥의 모래들이 치솟았다.
땅이 진동하는 듯 울림이 일었고 자욱한 연기가 주위를 뒤덮었다.
“끝났군요.”
긴장감을 늦추지 않던 팽인호가 그제야 맘 편히 웃었다.
광휘를 상대하던 자들은 팽가를 대표하는 팔대교두다.
오히려 지금까지 버틴 것이 대단한 것이다.
“시체는 장씨세가에 보내줘야…….”
“아직이오.”
“예?”
팽인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팽오운을 쳐다봤다.
그는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폭발이 일었던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르르르.
그리고 연기가 걷힐 때쯤 팽인호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어떻게…….”
광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뭔가가 가슴을 할퀴고 간 것처럼 옷이 찢어져 있었지만 전혀 타격을 받은 모습이 아니었다.
팽인호는 경악했다.
권기였다.
인간의 힘을 벗어난, 그 거대한 힘을 맞고도 살아남은 것이다.
“짜증나는군.”
광휘는 반쯤 찢어진 옷을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잠시 뒤, 등 뒤로 손을 뻗어 무언가를 잡았다.
그러고는 등 뒤에 있던 거대한 도신을 앞으로 내렸다.
처억.
구마도가 그들의 앞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대체 저건…….’
팽오운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생긴 것도, 어떻게 쓸지도 짐작되지 않는 괴이한 것을 가지고 뭘 하겠다는 건가.
처억.
그사이 광휘는 구마도를 왼손으로 잡고 천천히 들었다.
그 뒤 모두에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제대로 한번 해보지.”
*
패애애애액.
광휘가 가장 먼저 달려간 쪽은 장창을 들고 있는 교두였다.
‘빨라!’
그는 동료 쪽으로 몸을 틀다 너무나 빨리 접근하는 광휘 때문에 할 수 없이 도약할 수밖에 없었다.
광휘는 그대로 따라 뛰었다.
‘틈이 보이질 않아!’
온몸을 가린 거대한 구마도에, 창을 든 교두는 어려워했다.
다행히 그의 눈에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어느 순간 두 명의 교두가 광휘의 지척까지 다가왔던 것이다.
광휘가 빠른 눈빛으로 주위를 훑었다.
공중으로 떠오른 자들은 모두 세 명.
앞쪽의 장창, 위쪽의 도, 옆쪽의 검.
휘릭.
적들을 가늠한 광휘는 괴구검의 검자루에 손목을 집어넣어 돌렸다.
패액!
돌아가던 검자루 한 면을 잡고 위로 찌르기 일 초(一招).
패애액!
또다시 한쪽 면을 돌려 뒤로 찌르기 이 초(二招).
피이이익!
마지막 장창을 든 사내에게 휘두른 삼 초(三招)가 그들의 몸을 삽시간에 베어버렸다.
그러고는 본래의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철퍼덕. 퍼억. 퍽.
그들은 광휘의 검이 훑고 지나간 그 자세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쉬이잉!
광휘가 발을 딛는 찰나, 도신이 그림같이 옆을 베어왔다.
캉!
허나, 광휘는 구마도로 도신을 날려버리고선.
패애액.
그대로 베어버렸다.
스으으으-
삽시간에 네 명이 쓰러지자 일순간 적막감이 스며들었다.
아직 건재한 네 명의 교두들은 상식을 벗어난 광휘의 무위에 더는 접근하지 않았다.
뭐가 뭔지 이해하기도 힘들 정도로 괴이한 검술에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광휘는 남은 교두들을 향해 검을 세웠다.
그리고 달려 나가려 할 때 이전과 다른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휘릭.
광휘의 본능적으로 구마도를 세우고는 괴구검을 잡은 손으로 그것을 받쳐 들었다.
그 순간.
괴이이이잉.
뭔가가 도신을 두드리며 괴이한 울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엄청난 힘에 광휘의 신형이 일 장이나 주륵 밀렸다.
“악!”
그때 갑자기 한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팽가의 무인 두 명이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멈칫.
공격 뒤 달려 나가려던 팽오운이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 경악한 눈으로 광휘를 바라봤다.
“어떻게 막은 거지?”
분명 도기를 발출했다.
그런데 상대가 튕겨내 버린 것이다.
광휘는 구마도를 잡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명가라는 간판을 내건 자들이 암습을 좋아하는군.”
“이놈!”
팽오운은 눈을 부릅떴다.
그 모습을 본 광휘가 입꼬리를 올렸다.
“검기는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그 역시 사람이 통제하는 것이다. 그럼 이처럼 흘려버릴 수도 있는 것이지.”
“이…… 이…….”
팽오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 한 단어가 스쳐지나갔다.
사량발천근(四兩撥千斤).
무당의 태극권 구결 중 하나로 나오는 이 무공은, 작은 힘으로 큰 힘을 제압하는 수법이다.
맞설 수 없는 강함은 회피하고, 상대의 힘을 이용해 역으로 돌려버리거나 작은 힘으로 제압해버리는.
태극권의 정수가 스며든 방법이었다.
헌데, 그것을 광휘는 검기라는 절정의 수법을 상대로 펼쳐낸 것이다.
‘반드시 이 자리에서 죽여야 한다.’
팽오운은 느꼈다.
검기를 막아내는 괴이한 도(刀)와 상식을 벗어난 무위.
지금 죽이지 않으면 먼 훗날, 자신들의 계획을 방해할지도 모르는 자였다.
우우우웅-
팽오운이 다시 기(氣)를 도신에 담았다.
그러고는 그를 향해 점점 거리를 좁혔다.
“이게 무슨 짓들이오!”
그때였다.
북문을 통해 누군가의 호통 섞인 목소리가 정자 안을 수놓았다.
*
팽가운의 등장으로 중정의 분위기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쓰러져 있는 팽가의 무인들.
그리고 그들 속에 있는 광휘가 보였다.
팽가운은 광휘 쪽으로 다가가 말했다.
“당신은 왜? 어떻게 여길 온 것이요?”
“할 말이 있어서 왔소.”
“할 말? 그게 무슨 말이오?”
그때였다.
“이놈! 허락 없이 본가의 중정에 쳐들어와 놓고는 살기를 바라는가!”
팽가운은 정자 쪽에 있는 팽인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금 광휘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때마침 그가 입을 열었다.
“먼저 공격했으니 대응했을 뿐.”
“뭐라?”
그 말에 팽가운은 교두들을 바라보았다.
네 명은 쓰러져 신음을 흘리고 있었고 네 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너희가 먼저 공격을 했느냐?”
네 명의 교두들은 말이 없었다.
팽가운은 다시 물었다.
“너희가 먼저 공격을 했는지 묻질 않느냐!”
그들은 다들 입을 닫았다.
대신 행동으로 보였다.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에 팽가운이 그들을 향해 외쳤다.
“대체 무슨 짓인가! 설마 한 사람을 다수로 핍박한 것이냐! 언제부터 팽가가 이토록 도리도 모르는 무뢰배들이 되었나!”
그는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눈까지 시뻘겋게 달아오른 팽가운의 얼굴을 보고 광휘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대공자! 선후가 바뀌었습니다! 저자는 허락 없이 본가 무인들이 수련하는 중에 들어왔습니다!”
팽가운이 물으려는 순간 팽인호가 목청을 높이며 광휘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그도 검을 잡은 무인이라면! 무가 가문의 독문무공을 수련하는 자리를 엿보거나 침입하는 것이 얼마나 무례한 짓인지 알고 있을 터! 먼저 도리를 어긴 자를 벌하는 것이 어찌 도리에 어긋난다는 말씀입니까!”
“……사실인가?”
팽가운의 적의가 이번에는 광휘를 향해 쏘아졌다. 광휘는 물끄러미 그를 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자넨 정말 모르는 건가?”
“몰라? 내가 무엇을!”
광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알면서도 모른 체한다면 그것 역시 불행한 것일 테고, 정말 이 계획을 모른다면 팽가를 대표하는 소가주로서 무능한 것이겠지.”
“……!”
팽가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그저 딴소리하듯 흘려낸 광휘의 말에 섬뜩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지금 무슨 말을……”
“날 보내 줄 건가. 아니면…….”
광휘는 더 이상 팽가운을 보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그가 묻는 상대는 팽오운과 팽인호였다.
“내가 이 자리에서 알고 있는 것을 모두 털어놓을까?”
“……가라.”
“공자!”
대답한 것은 팽오운이었다. 그리고 그 뒤 격하게 반발한 것은 팽인호였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저자를 여기서 보내주면…….”
“아까 말했던 계획, 지금도 유효하다면.”
팽오운은 광휘를 쏘아보는 채로 말했다. 물론 그가 말하고 있는 대상은 팽인호였다.
“지금 이게 오히려 팽가에 좋을 수도 있는 것이지.”
“음.”
“대체 무슨 소리들을 하고 있는 거요!”
팽가운은 이해할 수 없는 대화들로 인해 미칠 것만 같았다.
스윽.
그사이 광휘는 한쪽에 떨어진 죽립을 집어 들며 말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할 것은 단 하나다. 잘 듣거라, 팽가의 무인들.”
그러고는 백여 명에 가까운 장정들의 시선을 담담히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너희 모두를 막진 못할 것이다!”
“…….”
“허나, 너희 중 누구도!”
광휘는 정자 쪽으로 시선을 돌린 뒤 팽오운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날 막진 못할 것이야!”
*
팽가가 보이는 십 층 누각.
그곳에서 한 노인이 뭔가를 눈에 대고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후개는 눈을 껌뻑거리며 능시걸을 향해 물었다.
그는 개방 최고의 기물이라는 만리경(萬里鏡)으로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끝난 것 같다.”
“저도, 저도 좀 보여 주십쇼.”
능시걸이 만리경을 내려놓자 후개가 급히 들었다. 그러고는 잠시 뒤 내렸다.
“정말 끝났군요.”
“…….”
“그러게 미리 좀 건네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싸우는 장면은 보고 싶었는데…….”
“이걸로 봐도 잘 안 보여. 거리가 거리니만큼 광휘의 도만 살짝 보인다.”
“하긴 그건 그렇습니다.”
후개는 인정하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쉬움은 쉽사리 떨치지 못했다.
방주가 그리 극찬을 했던 사내이지 않은가.
“헌데 왜 잡지 않았을까요?”
후개가 물었다.
“말로 잘 구슬렸겠지.”
“말로 구슬릴 수 있는 겁니까? 다른 곳도 아니고 팽가의 연무장에 허락도 없이 침입했는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좋은 말로 잘 구슬렸다는 게다.”
방주는 의미 모를 말을 해대며 실실 웃었다.
“헌데, 방주님. 좀 의문스럽습니다. 광휘란 분이 왜 저토록 무모한 행동을 하셨을까요.”
“명색이 후개라는 녀석이…… 쯧쯧쯧.”
능시걸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후개는 헤헤거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주목을 받으려는 게야.”
“주목을요?”
“모든 칼날을 자신에게 향하게 하는 게지.”
“……?”
후개가 눈을 끔뻑이자 능시걸은 또다시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장씨세가는 고수가 너무나 없어. 그렇기에 저들이 고수를 보내면 일거에 쓸려버리지. 하니, 주목을 받아 적들을 혼자 상대하려는 거야.”
“그건……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그런 전장을 살아온 분이야.”
후개는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광휘의 행동이.
“그럼 제가 소문을 좀 내봐야겠습니다.”
“무슨 소문?”
“광 호위의 공식적인 강호 출두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광 호위의 무위를 장씨세가 사람들이 알게 되면 기뻐할 테구요.”
“그거 좋구나.”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후개는 웃으며 일어났다.
능시걸은 새하얀 하늘을 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선전포고는 확실히 하셨습니다. 허나,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긴 전쟁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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