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06)
대미궁의 김사제 -2-
“사제야 괜찮냐?”
“휴······ 괜찮아요. 형 덕에 살았어요.”
“운이 좋았지.”
“헤헤. 형이 막 소리 지르고 안 그랬으면 그 새끼 진짜 먼지 하나까지 다 확인하고 갔을걸요. 방금도 걸리기 직전까지 갔어요.”
김사제가 도피 생활로 는 건 은신 능력뿐이라며 웃었다.
다시 미니바를 털었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닌 모양.
미니바에 비치된 초코바, 초콜릿, 쿠키, 감자칩을 모조리 결딴낸 후에야 김사제가 숨을 돌렸다.
“그런데 왜 너 혼자냐? 너 니네 교단에서는 총대주교된 거 아니었어?”
“총대주교는 됐죠. 공의회에서 정식으로 선출됐어요.”
“축하한다. 하긴 5레벨 사도인데 총대주교 안 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원래는 수호자님들이랑 같이 다녔는데 지금은 잠깐 흩어졌어요. 보물 운반하느라요.”
보물······
양이 많긴 많은 모양이다.
3천 년 전이라고는 해도 한때 융성하던 종교니까 그렇겠지.
김사제가 내 눈치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
“그래서 형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
“맞다. 부탁할 거 있다고 했지? 뭔데?”
“절 대미궁으로 데려다 주실 수 있으세요?”
“대미궁?”
“네. 10층에 있는 시작의 요새로요.”
무슨 상황인지 알겠다.
김사제네 교단은 떳떳하게 공개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신이 3천 년 만에 부활했으니까.
신멸 조약에 기재되지 않은 이상 신이 힘을 쌓을 때까지는 숨어있을 필요가 있다.
존버해야 한다고.
그러려면 시작의 요새는 괜찮은 선택이다.
대미궁에선 지상의 법이 적용되지 않으니까.
“수호자들은 미리 시작의 요새에 가 있는 거야?”
“네. 제가 미끼에요.”
“뭐? 장난해? 애가 무슨 미끼야?”
“저 정도는 되어야 미끼 역할을 하죠.”
그건 그렇다.
수천 년 만에 등장한 5레벨.
더구나 사도.
옛 아버지 교단에서 눈에 불을 켜고 뒤쫓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김사제를 빤히 쳐다보았다.
어린애가 고생한다 싶어서.
그 순진해 빠진 녀석이 미끼를 자처했다는 게 불쌍하기도 하고.
“맨입으로 데려다 달라는 건 아니에요. 제가 보물 창고에서 가져온 것 중에 형한테 어울리는 거 몇 개 드릴게요.”
“그럼 고맙지. 너 5레벨이고 나도 정식 수호자니까 따로 인증은 안 거쳐도 되겠다. 조금 쉬다가 새벽 3시쯤에 바로 출발하자.”
“네, 형.”
“그 전에 확인할 게 있는데 너 어떤 능력 받았어? 기본적인 치유랑 축복은 가능할 거고······”
“어지간한 건 다 되는 것 같아요. 치유, 축복, 방어막, 공격······”
통찰로 김사제를 확인한다.
헤어진 지 몇 달이나 지났다고 특성창이 확 바뀌어 있었다.
[사도][완치][정화의 빛] [신성한 영역][신의 분노][황금 축복]치유의 손은 완치로, 정화는 정화의 빛으로, 신성 방어막은 신성한 영역으로, 빛의 화살은 신의 분노로.
거기다가 황금 축복?
김사제네 교단에서만 쓰는 고유 축복이다.
행운 수치를 크게 강화해서 치명타 확률, 회피 확률, 저항 확률, 아이템 획득 확률 등등을 많이 높여주지.
김사제는 자기 특성에 대해서는 잘 설명하지 않았다.
보아하니 본인도 잘 모르는 모양.
경험도 얼마 없고, 다른 사제들과 비교할 일도 없었을 테니 그럴 수밖에.
“좋아. 그 정도면 둘이서 10층까지 내려갈 수 있겠다.”
“형도 5레벨 전사 정도는 되죠? 소식 들었어요. 5레벨 강화병을 일대일로 이기셨다고요.”
“그 정도는 되지. 불안하면 다른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할까?”
시그문드나 효르디스는 내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줄 것이다.
둘 다 5레벨 전사니까 도움이 되겠지.
김사제가 머리를 흔들었다.
“아뇨. 우리 둘이서만 조용히 가는 게 낫겠어요. 이단심문관은 특수한 권능을 이용해서 그런지 금방 쫓아오더라고요. 폭로의 권능을 쓰는 것 같아요.”
“폭로의 권능?”
“아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빨리 추적하는 권능이에요. 아까도 호텔 직원들이 절 보고, 무의식에 남은 흔적을 종합해서 쫓아왔을걸요.”
“그런 게 된다고?”
“저도 처음 알았어요.”
사람들이 많이 알면 알수록 강해지는 존재에 대해선 들어봤지만 별 특이한 권능이 다 있네.
결국 김사제와 둘이서 떠나기로 했다.
정확히 새벽 3시.
온종일 들끓던 도시가 겨우 차분해진 시간에 몸을 뺐다.
최대한 직원들과 마주치지 않게 계단을 이용하고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천천히 가자.”
“네, 형.”
어차피 대미궁은 호텔에서 멀지 않다.
유사시 수호자 연맹 본부와 소유 아파트, 소유 호텔이 방벽이 되게끔 설계된 것.
약 15분 정도 걷자 대미궁이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하늘 위에서 보면 달팽이 껍질처럼 생긴 대미궁.
지상에서 보자면 거대한 산이 따로 없다.
대미궁 앞에는 거대 마법 성벽이 서 있다.
거의 백 미터 이상 치솟은 성벽.
얼마나 두껍고 방어 마법을 치덕치덕 발랐는지 고레벨 마법사의 대단위 마법도 버틴다고.
경계가 삼엄했다.
초인들이 마법총과 마법검으로 무장한 채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통로를 지키고 있었다.
“정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수고하십니다. 대미궁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 시간에요?”
“사정이 있어서요.”
나도 김사제도 얼굴을 가린 상태다.
“흠.”
초인이 특히 나를 보며 얼굴을 굳혔다.
“4레벨 초인인데 정식 수호자라······”
명예 성기사 휘장은 떼어놓았다.
그래도 대미궁에 들어가야 하니 수호자 휘장은 달았지.
거기서 나를 수상쩍게 생각한 모양.
몇 번이나 입을 달싹이다가 길을 비켜주었다.
“아시겠지만 대미궁 진입은 정식 수호자거나 5레벨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미궁에서 나올 때는 신분 조회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또, 대미궁에서는 외부에서 무슨 일을 했든, 어떤 일을 벌였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법. 대미궁의 법에 따르지 않으면 즉각 사살한다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지상에서처럼 방종하게 놀아나다가는 목 위의 물건이 성하지 않을 겁니다.”
나와 김사제를 도피하는 범죄자로 생각했나 보다.
사실 그게 맞지.
김사제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흉악범 중의 흉악범이라고.
“충고 감사드립니다.”
“부디 평안을 찾으시길.”
턱, 턱, 턱.
콘크리트 구조물을 따라 걷는다.
상당히 길었다.
거의 1 킬로미터 이상 걸은 다음에야 고대 룬 문자로 새겨진 입구가 나왔다.
[대미궁] [타락한 신들의 봉인지]1층은 외부와 다를 게 없다.
내가 몇 번 갔던 제 1 매립지를 연상시킨다.
오히려 관리가 잘 되어 깨끗하기까지 했다.
네모반듯한 콘크리트 통로가 이어지고 천장에 박힌 형광등은 밝기 그지없었으니까.
거기다 주기적으로 화장실이 보이고 쉬어갈 캠핑 장소도 있다.
“후아!”
김사제가 후드를 뒤로 젖혔다.
“겨우 들어왔네요.”
“시작의 요새에서 갈 곳은 있어?”
“저희 사제님들이 많이 계세요. 요즘 레벨도 다 올리셨대요. 그분들이 마련한 아파트에서 살 생각이에요.”
“대신전은?”
“고민 중이에요. 황금 많이 모아서 신전은 지을 예정이긴 한데 대신전을 대미궁에 짓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가이아 교단이나 다른 교단에선 좋아할걸. 수호자 연맹도 그렇고. 전략적으로 대미궁에 대신전 짓고 힘 모아서 지상에 진출하는 것도 방법이야.”
“듣고 보니 그러네요.”
대미궁에 들어와서일까?
김사제는 확실히 긴장이 풀린 모습이었다.
2층으로 향하는 지금도 쫑알쫑알 입을 흔들고 있었다.
반대로 나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육감][통찰][민감] [쫑긋 귀][밝은 눈][개코]여기에 투구의 [탐지], 반지의 [위기 감지]까지 활용해서 주위를 살폈다.
긴장 풀고 걷기에는 너무 위험한 곳이다.
대미궁은.
객실을 나가며 흘렸던 이단심문관의 말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고.
“키이이······”
그래서였을까?
내 귀에 이상한 소리가 한 가닥 잡혔다.
더불어 코끝을 파고드는 희미한 유황 냄새.
“키릿, 키리릿.”
“킥, 킥, 킥.”
“키킷! 킷킷!”
유리에 쇠를 긁는 듯한 특유의 웃음소리.
이 효과음에 대미궁 1층이라면······
그놈이다.
우르릉!
나는 허리에 찬 묠니르를 뽑았다.
성검이 발하던 청아한 음색 대신 천둥소리가 울린다.
“형? 왜 그러세요?”
“앞쪽에 악마들이 있어.”
“악마들이요? 어, 어쩌죠?”
“1층이니까 3레벨 악마들이 나올 거야. 너무 걱정하지는 마. 니가 간단히 빛의 화살만 날려도 다 죽을걸?”
내가 이 세상에 와서 알게 된 게 있는데, 이 세상 사람들은 게임 NPC와는 비슷하면서 달랐다.
가장 차이나는 게 보유 특성만 쓰진 않는다는 점.
예를 들어 김사제가 [신의 격노]만 가지고 있다고 [신의 격노]만 쓰지는 않는다.
그 하위 특성인 [빛의 화살][신성한 창]도 얼마든지 사용한다.
다만 추가 능력치나 각종 특전은 현재 보유 특성을 따라가는 것 같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현재 특성을 그대로 사용하고.
“좀 떨리네요.”
“왜? 실전은 많이 안 겪어봤어?”
“전 도망만 쳤어요.”
“아까 보니까 숨긴 진짜 잘 숨더라.”
“신님께서 도와주셨으니까요.”
천천히 걸어간다.
코에 파고드는 유황 냄새가 짙어진다.
앞에서 들리던 소리는 사라졌지만 기척은 또렷해졌다.
김사제도 코를 벌름거리기 시작했다.
“형, 이 냄새······”
“잘 알아둬라. 대미궁에선 악마들 출현하기 전에 반드시 유황 냄새가 나.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도 이 냄새 나면 악마가 널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야 해.”
“조금 으스스하네요.”
“뭐가 걱정이야. 넌 사돈데.”
이미 악마들은 근처에 접근했다.
은신해서 다가오고 있지만 내 눈을 속일 수는 없다.
냅다 던지려다가 김사제에게 묠니르를 내밀었다.
“축복 부탁할게.”
“네, 네!”
김사제가 묠니르에 손을 뻗었다.
콰콰콰, 거대한 빛의 기둥이 내리꽂힌다.
저 하늘에서 천장을 뚫고, 묠니르를 향해.
직경 10미터는 될 법한 빛의 기둥.
묠니르가 거기 반응하여 거칠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콰르릉! 콰쾅!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뿜어내는 벼락 덩어리.
묠니르 자체가 번개 덩어리가 된 것 같았다.
제우스가 쓴다는 아스트라페가 이럴까?
벼락창처럼 변한 묠니르를 살짝 들었다.
얼마나 강대한 신성력이 넘쳐흐르는지 작은 신이 된 듯한, 산을 쪼개고 하늘을 뭉갤 듯한 전능감이 나를 고취시켰다.
‘어마어마하네.’
SSR급 무기에 황금 축복이 꽂혔다고?
이건 뭐 강타도 뭣도 필요 없겠다.
[투척]만 장착하고 냅다 던졌다.꽈르르릉!
번개가 쳤다.
온갖 탐지 계열 특성을 장착한 나인데도 순간 눈이 멀어버리는 듯했다.
어마어마한 광량이 튀고 벼락의 강이 흘렀다.
용처럼 뛰쳐나갔다가 정점을 찍고 돌아오는 묠니르.
가볍게 회수까지 성공.
그러나 그 결과물은 무시무시했다.
“헉!”
김사제가 경기하며 헛숨을 들이킬 정도.
눈앞의 콘크리트 복도가 모조리 불타 있었다.
회색 단단한 벽면이 몽땅 까맣게 타버린 것.
그리고 악마들.
은신해서 접근하던 그놈들이 펑펑 터져서는 잔해만 남았다.
“와······ 역시 묠니르는 묠니르네요.”
“네 축복도 엄청났어. 치명······ 아니, 묠니르 성능이 100%, 200%로 터진 것 같다.”
“헤헤. 저희 신님께서 힘을 많이 주시긴 하셨죠.”
5레벨 축복이라 그런가?
공격력 추가에 속성 추가에 치명타까지 싹 터진 느낌이다.
나는 악마들을 지나치며 손을 뻗었다.
[추출] 특성 발동.마력핵을 쏙쏙 뽑아내자 김사제가 신기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형은 재주도 많네요.”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오다 보니 이렇게 됐다.”
“맞다. 형은 청소부에서 시작했다고 했죠? 마수 사냥은 안 하셨어요?”
“마수 사냥도 했지. 대한민국 사냥꾼 협회 정회원이야.”
“청소부에 사냥꾼, 수호자면 정석 트리 아니에요?”
“그런 셈이지. 자, 이거 받아.”
수집한 마력핵은 총 스물두 개.
즉, 악마 스물두 마리가 묠니르 투척 한 방으로 재가 된 셈이다.
0레벨 마력핵 하나 뽑겠다고 삽질 열심히 하던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
김사제가 마력핵을 받아들곤 눈을 깜빡였다.
“어, 형? 형이 다 했는데 저도 받아요?”
“내가 다 하긴. 너도 축복 걸었잖아.”
“그래도요······ 형이랑 저 사인데, 형이 다 가져가도 괜찮아요.”
“친할수록 계산은 철저히 해야지.”
“진짜 괜찮은데······”
“너 금 많이 필요하잖아. 3레벨 마력핵이면 가격 좀 나가. 시작의 요새 가서 황금이랑 바꿔.”
0레벨, 1레벨, 2레벨에는 실패 확률이 없지만 3레벨쯤 되면 슬슬 실패하기 시작한다.
아예 증발하기도 하고.
따라서 고레벨로 갈수록 급격히 비싸지니 김사제에게도 필요할 것이다.
김사제가 겸연쩍게 웃었다.
“그럼 감사히 받을게요.”
“담아갈 건 있어?”
“그럼요.”
역시 썩어도 준치라고 해야 하나.
김사제가 아공간에다가 마력핵을 쏙 집어넣었다.
고대 보물 창고에서 가져온 물건이라나.
크기는 작지만 게임 인벤토리 같은 아티팩트라 비밀리에 갖고 다니기 참 좋았다.
저벅저벅.
순식간에 대미궁을 주파한다.
10층까지는 초입이라 끽해야 3레벨, 4레벨 악마밖에 안 나온다.
층의 크기도 작아서 몇 시간이면 시작의 요새에 닿았다.
지리산 등산하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까?
대충 5시간 코스.
밖에서는 아침이 밝아올 무렵이면 도착하겠지.
그렇게 4시간을 걸은 다음.
거의 시작의 요새에 도달했을 무렵.
9층 끝, 10층으로 내려가는 좁은 통로.
미리 점거하고 있던 무리와 마주쳤다.
“늦으셨습니다.”
주교복 위에 강철 흉갑을 입은 여자.
이단심문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