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61)
특성 쌓는 김전사-163화(161/300)
163화 구로성채 -2-
길바닥에서 중요한 얘기를 할 수는 없다.
자리를 옮겼다.
내 저택 회의실로.
고용인은 없지만 마법 골렘은 있는 저택.
내가 손짓하자 마법 골렘들이 커피를 내려서 내 왔다.
“재개발, 재개발이라…….”
허공에 마법 정령이 3D 홀로그램을 띄워 놓았다.
다름 아닌 구로성채 조감도.
홀로그램으로 보니 더 후줄근하고 더 위압적이다.
내부를 전혀 들여다볼 수 없는, 그래서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를 쓰레기 성채가 느릿느릿 회전하고 있었다.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한참 조감도를 들여다보던 최선수의 말.
김철권이 자기 의수를 두드렸다.
“밀어 버리는 게 쉽지 않겠습니까? 재개발 그거, 금방 결정되는 거 아니라고 압니다만.”
“내 인맥을 총동원해야지.”
우선 대통령 직통 번호가 있다.
여기에 군단장, 재벌 회장, 마탑주, 교단 대주교…….
서울 테러 당시 써먹었던 인맥을 다 끌어모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관건은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느냐는 것.
재개발 자체는 좋은데, 그거 하겠다고 미적거리고 있으면 테러 연맹 놈들 다 도망칠 테니까.
“철권아. 내 생각에도 묵호검주님 말대로 하는 게 나아.”
“너무 늦으면 죽도 밥도 안 돼.”
“대신 확실하지. 묵호검주님. 일단 진행하기 시작하면 구로성채를 차단하고 우리가 장악하는 게 좋겠습니다. 이게 단순히 유인 작전인지, 아니면 안에 진짜 테러 연맹 놈들이 있는지 모르지만 도망치게 놔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좋아. 그렇게 해.”
“음, 그러려면…….”
최선수가 김철권을 돌아보았다.
“철권아. 철권파가 구로성채 완전히 포위할 수 있냐? 하루 24시간 내내, 비밀 통로까지 확실하게 파악해서.”
“24시간 내내?”
김철권이 난색 어린 표정을 지었다.
“힘들지. 우리도 우리 사업이 있다고. 묵호검주님께서 하라고 하시면 어떻게든 하겠지만 구멍이 생길걸. 만약 테러 연맹 놈들이 억지로 도망치면 막기도 힘들어.”
그렇겠지.
철권파는 관악구에 이어 금천구를 장악한 지 오래.
서울 테러 당시 군단장이 말한 것처럼 구로구도 호시탐탐 넘보고 있었다.
그러나 테러 연맹에 비교하면 손색이 있다.
건우봉 시설에서 강화병을 찍어 내곤 있으나 고레벨 초인이 거의 없잖아.
최고 레벨인 김철권이 5레벨밖에 안 되고.
“묵호검주님. 제가 볼 때 세 가지 난관이 있습니다.”
“말해 봐.”
“예. 첫 번째로는 행정적 절찹니다. 아시다시피 재개발에는 서울시 차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구로성채를 재개발하려면, 먼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를 설득해야 합니다.”
“대통령 통해서 압박하면?”
“그 부분은 제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게도 인맥이 조금 있는데, 구로성채 재개발은 서울시의 숙원 사업이어서요. 현 시장도 대통령을 노리는 만큼 치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습니다.”
“좋아. 그 부분은 최 소장한테 맡긴다.”
역시 일 잘해.
최선수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가락에서 비살상 레이저를 쏘자 마법 정령이 감각 있게 허공에 글씨를 새겨 준다.
태블릿 PC 화면에 글자 그리듯이.
“두 번째는 앞서 말씀드린 포위 문제입니다. 인력이 절대적으로 모자랍니다. 철권파가 두 개 구를 장악한 거대 갱단이긴 합니다만 본질적으로 뒷골목 갱단에 불과합니다. 테러 연맹이 치고 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어요. 거기 있는 갱단이나 악성 세입자 처리는 잘하겠지만, 거기까지입니다.”
“끄응! 그래도 저 없으면 재개발하시기 힘들 겁니다.”
“누가 뭐래? 너도 당연히 있어야지. 우리 묵호검주님의 첫 번째 가신 아니냐.”
“흐흐흐. 맞아. 내가 첫 번째지.”
“그래서, 해결 방법은?”
“어떻게든 인력을 보충해야 합니다. 고레벨 초인들로요. 음…… 사냥꾼 협회나 괴물촌의 도움을 받으면 어떠십니까?”
포위망을 구축할 인력이라.
사냥꾼 협회, 괴물촌…….
아냐.
그들로는 안 돼.
도와 달라고 하면 도와주겠지만 기질적으로 부족하다.
사냥꾼 협회?
처음에는 열심히 하다가 나중에는 풀어져서는 돈 더 달라고 땡깡을 부리겠지.
괴물촌?
돌연변이를 서울에 들이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모르니까.
나는 잠깐 고민에 빠졌다.
포위망. 포위망이라 이거지.
동부군이 이런 데 딱인데.
단체이면서 엄격한 군율이 세워져 있어야 하고, 전사 계열 초인이 많은 곳이 좋다.
하지만 동부군은 바쁘다.
동부군을 불렀다간 무슨 놈의 재개발이냐고, 당장 다 죽여 버리자고 펄펄 뛸 게 뻔하다.
‘어, 잠깐만.’
한 가닥 영감이 번뜩였다.
전사 계열 초인 단체가 동부군밖에 없는 건 아니잖아?
내가 아는, 군단보다는 확실히 규모가 작지만 구로성채 포위에는 충분한 전사 단체가 하나 있다.
그것도 나한테 크게 신세를 진 단체가.
“서우진은 어떻지?”
“예?”
“제일보안 말이다. 제검문과 일검문한테 의뢰를 넣으면 어때?”
“명안이십니다!”
최선수가 탁자를 쾅 내리쳤다.
“제일보안이라면 맡길 만하지요! 서 본부장이 직접 와 준다면 포위망을 구축하고도 남습니다. 서 본부장은 6레벨 아닙니까. 6레벨!”
“6레벨? 벌써 그렇게 됐어?”
“예. 천재는 천재입니다.”
내가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최선수가 말렸다.
이런 일은 자기가 하겠다고.
바쁘지 않을까 했는데 서우진이 바로 뛰어왔다.
최선수가 꺼낸, 구로성채 재개발이라는 말에 흥미를 보인 것.
“선생님!”
씩씩하게 들어오는 서우진.
나를 보고는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다.
“6레벨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진작 찾아뵙고 축하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요!”
“아냐. 나도 너 축하 못 해 줬네. 언제 6레벨 됐어?”
“얼마 안 됐습니다! 선생님보다 살짝 느렸어요. 선생님은 진짜 어떻게 그렇게 빨리 6레벨이 되신 거예요? 작년에 저 처음 봤을 때 1레벨 아니셨어요?”
“그땐 그랬지. 근데 네가 더 빠른 거 아니냐?”
“아니죠. 전 어렸을 때부터 영약을 엄청 퍼먹었잖아요. 격체전공도 많이 받았고.”
서우진이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잠시 한담을 나누다 일 이야기로 넘어갔다.
구로성채 마법 홀로그램을 보는 서우진의 눈이 반짝반짝했다.
“저길 재개발하신다는 말씀이시죠? 혹시 테러 연맹이 있을지 모르니까 저희 제일보안이 완전 차단에 들어가야 한다는 거고요.”
“그래.”
“그거 말고도 일이 꽤 많겠는데요? 주민들 자유롭게 오가게 하면 차단하나 마나예요.”
“초인 말고는 통과시킬 생각이다. 대신 탐지는 확실하게 해야지. 은신이나 은폐 마법으로 못 통과하게. 아, 그리고 불법적인 일도 뿌리 뽑을 거다. 불법 약물, 인신매매, 무허가 병원, 지하 격투 같은 거 전부.”
서우진이 나를 돌아보았다.
“단순한 재개발이 아니네요?”
“그렇지. 구로성채를 대개조하는 게 내 목표다. 강남이나 송파, 이쪽까지는 아니더라도 영등포나 마포 정도는 될 수 있도록. 살기 좋다고는 말 못 해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동네로 개조하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구로성채만이 아니라 구로동과 대림동까지.”
셋이 시선을 마주쳤다.
뜻밖이라는 한편으로 어쩐지 흐뭇해하는 얼굴.
서우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거 재밌네요. 역시 선생님이세요. 스케일이 장난 아니네요. 다른 사람 같으면 몽땅 다 죽이고 깃발 세우고 끝냈을 일인데, 선생님은 생각하시는 게 다르세요.”
“그래서 세 번째 문제가 발생합니다.”
“세 번째?”
“예.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기는 하지만, 셋 중에 가장 중요한 문제죠. 돈입니다.”
그래. 돈.
세상은 예산이 지배하는 법이지.
내가 빤히 쳐다보자 최선수가 습관처럼 자기 뺨을 두드렸다.
원래는 강철 뺨 의체가 삽입되어 있던 곳.
정상이 된 뺨을 긁고 움찔하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정확한 것은 계산해 봐야 알겠습니다만 최소 1조가 필요합니다.”
“1조?”
“1조!”
“미친. 선수야, 그거 맞아?”
“어, 맞아. 이것도 최소치야. 내 계산으로는 거기서 이천억 삼천억은 더 들걸.”
“미친! 아니, 거기 넓으면 얼마나 넓다고 그렇게 많이 들어?”
“동 하나를 다 깨부수고 다시 만드는 일인데 쉽겠냐? 철거만 하면 쉬워. 다시 만드는 게 어렵지. 상하수도, 전기, 지하철, 도로, 공원, 이런 거 싹 다 만들어야 한다고. 그리고 20세기 도시로 끝낼 거야? 21세기 도시는 이게 또 달라요. 요샌 기초 마법진 깔고 마법 정령 배치해서 스마트 방범, 스마트 소방, 스마트 응급, 스마트 교통 만드는 게 대세라고. 강남이랑 송파처럼 기후 마법진까지 깔잔 소린 안 한다. 하지만 묵호검주님이 뭐라고 하셨어? 영등포랑 마포 말씀하셨잖아. 그럼 당산이나 합정 수준은 가야지. 또, 재개발인데 주민들 무일푼으로 쫓아낼 거야? 아파트를 주든 현금을 쥐여 주든 줘야 할 거 아냐.”
그래서 1조.
들어 보니 납득이 간다.
한편으로는 자신감이 싹 사라졌다.
왜 서울시가 구로성채를 보고만 있었는지 알 것 같아서.
“생각보다 많이 드네.”
“예. 그래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막대한 금액이지만, 지출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개발된, 아니 부활한 구로를 묵호검주님께서 쥐시면 그 이익은 상상을 초월할 테니까요.”
최선수가 김철권을 한번 보고는 말했다.
“그 노하우로 금천구와 관악구까지 부활시키면 더 어마어마해지지요. 세 개 구가 묵호검주님의 개인 영지가 되는 겁니다.”
개인 영지!
그것도 서울에!
일이 자꾸 커지네.
장기적으로 보면 확실히 이득이다.
파주 시국이나 철원 시국처럼 완전히 내 영지라고 볼 수는 없지만, 개인 영지라 부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마찬가지.
1조?
몇 년이면 회수하고도 남지.
딸려 오는 이권만 해도 무시무시할 테니.
‘귀찮은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집어치웠다.
난 욕심쟁이다.
또, 강남 빌딩을 손에 넣었을 때의 쾌감을 기억한다.
여태까진 나 하나 건사하기 힘들고 다른 사람 인생을 책임지기 싫어 회피했지만 이미 그럴 때가 지났다.
가신이 생겼다고.
두 명이나.
그 둘에 딸린 조직은 또 얼마나 큰데?
내 체급이 불어난 이상 단번에 날아오를 필요가 있다.
이번만 해도 그래.
테러 연맹이 날 얼마나 호구로 봤으면 테러를 해?
지들 죽을 줄도 모르고?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
단순히 일개 전사로 쫓아가서 목만 따고 죽이는 게 아니라, 조직의 기반 자체를 없애 버림으로써.
“좋아. 하자. 최 소장. 내가 은행에서 대출을 얼마나 받을 수 있지?”
6레벨이라는 신용.
묵호검주라는 이름값.
불에 타기는 했지만 보험금이 나올 강남 빌딩.
이걸 다 합치면 꽤 나오지 않을까?
내키진 않지만 담보 대출이라는 방법도 있고.
최선수가 손가락을 꼽아 계산하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묵호검주님. 대출보다는 투자를 받으시는 게 어떠십니까?”
“투자? 누구한테?”
“인맥이 많으시잖습니까. 동부군, 금오 그룹, 태양 마탑, 토르 교단, 가이아 교단, 다른 곳에도 닥치는 대로 연락해 보시지요. 그리고 조금씩 지분을 나눠 주시는 겁니다. 일종의 컨소시엄이죠. 단, 지분 51%만큼은 지키시는 것으로 하고요.”
투자를 받으라?
나쁘지 않네.
어차피 행정 절차 때문에라도 연락은 해야 했어.
그런데 최선수가 의미심장한 소리를 했다.
“어쩌면 무지분 투자, 사실상 증여를 하시겠다고 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럴 리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그야 모르는 일이지요. 하여튼 은행 대출만으로 재개발 진행하시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부활한 구로동을 독차지할 수 있으니까요. 제 계산으로는 협상만 잘하면 1조 대출은 충분히 나옵니다. 담보 잡히지 않고도요.”
“와…….”
“이야아.”
내 신용 가치가 1조를 훨씬 넘긴다는 얘기.
듣고 있던 김철권이 머리를 흔들었다.
서우진도 헛웃음을 흘린다.
“저도 그렇게 대출은 못 받아요. 1조 대출받으려면 제일보안 사옥이든 제세검법이나 일기검 비전서를 담보로 걸어야 하죠.”
“열심히 산 보람이 있네.”
“하하하! 선생님. 신용 대출로만 1조 받으실 수 있는 분은 우리나라에서도 손에 꼽을걸요? 7레벨 초인들도 어려워요. 8레벨 분들은 가능하시지만.”
“그럼 대출로 해결하는 게 낫지 않아? 이자 좀 내더라도 말이지.”
“그게 또 꼭 그렇지가 않습니다.”
최선수가 손가락을 슥슥 그었다.
그림이 그려진다.
나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단체.
4대 세력 18개 단체 중 무려 다섯 개나 참가하는 컨소시엄.
면면을 보니 기가 질릴 지경이다.
“세상은 예산이 지배하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지요. 돈만큼 정치적인 힘도 중요합니다.”
“정치?”
“예. 당연히 묵호검주님께서 주도하시고 모든 힘을 행사하셔야 합니다. 죽 쒀서 개 줘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거 언론에 발표하시면 어떨까요? 누가 감히 딴죽이라도 걸 수 있겠습니까? 적당히 쌈짓돈만 챙겨 주면 스무스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장, 구로구청장, 시의회, 갱단, 주민들, 다 마찬가지죠. 물론 간이 배 밖에 나온 놈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놈들은 우리 철권이가 잘 만져 주면 됩니다. 좀 크다 싶으면 서 본부장님께서 면담 한번 하시면 끝날 거고요.”
생각해 보니 그렇다.
경제적 정치적 동맹이다.
지금까지는 내 개인 인맥에서 끝났다면,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셈.
“좋아.”
결정을 내렸다.
“지분 나눠 주고 투자받는 것으로 하지.”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전화를 돌렸다.
모두 듣자마자 수락했다.
그런데 미처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지분은 필요 없습니다.]최선수가 슬쩍 말한 것처럼.
5개 단체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대가 없는 투자.
사실상 증여를 약속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