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자신의 작업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온 적이 있었나?
저니는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뭐야, 별게 다 있네?”
“이건 먹는 건가?”
“함부로 입에 넣지 마, 등신들아.”
가뜩이나 좁은 작업실에 덩치들이 우르르 밀려 들어와서는 헤집고 있으니 아찔하다 못해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원래부터 공기가 썩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
저니는 결국 연초를 제작하는 일종의 장인이었으니까.
“선장! 찾았습니다!”
그때 배불뚝이 남자가 뒤뚱거리며 해맑게 다가온다.
그의 손에는 최근 저니의 주 수입원인 잎담배가 쥐여 있었다.
배불뚝이 남자 뒤를 따라 오는 다른 선원들은 아예 잎담배 원료가 되는 상자를 들고 있었다.
“뒤편에 보니까 원료 재배도 이 자식이 하고 있는 거 맞습니다.”
“그냥 농부던데요? 아주 지극 정성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삐질삐질 흐르는 땀.
저니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남자가 가져온 잎담배를 휙 낚아채는 해적여제 바레타.
엄지와 검지로 이리저리 돌리며 확인하더니 힘을 주어 그것을 짓뭉갠다.
“우리 막내가 말이야, 이거에 중독돼서는 앞뒤 재지도 못하고 배에서 난동을 부리더라?”
“…….”
반란.
배에서는 의외로 흔한 일이었다. 특히나 해적선에서는.
“뭐, 그것까진 상관없어. 내가 그런 경험이 한두 번도 아니고. 나보다 강하면 내가 뒤져야지.”
하지만 바레타는 대인배적인 반응이었다.
오히려 그런 도전을 허용하는 듯한 말투.
“근데 문제는 말이야.”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바레타.
기분이 좋음을 뜻하는 게 아닌, 잔잔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우리 막둥이가 갑자기 몸에서 연기를 뿜어댔다는 거야. 초록색 연기가 아주 풀풀 풍기는데, 그걸 맡은 선원들이 하나둘 픽픽 쓰러지더라?”
“그, 그것이……!”
저니는 뭔가 변명이라도 하려 했으나 바레타의 손이 다시금 그의 턱을 낚아챈다.
“배가 아주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어. 덕분에 저 바다에 시체를 떨구고 생 지랄을 다 했지. 바다의 주인께서 노하셔도 할 말이 없어.”
이제는 왜 바레타가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겠는 저니였다.
해적들에게도 잎담배를 판 적이 있으니까.
아마 잎담배의 효능을 듣고 찾아온 떨거지 중 하나였겠지.
부작용에 대해선 굳이 설명하지 않았지만.
“배를 몰 선원 숫자도 부족해서 개고생하면서 근처 도시에 정박했어. 근데 또 멍청하게 나한테 잎담배를 권하러 온 새끼가 하나 있네?”
“……!”
“잎담배를 피우면 갑자기 졸라 쌔지는 걸로 나를 꼬드길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사람 잘못 봤지?”
“우으으우읍!”
턱을 잡힌 저니가 몸을 비틀며 뭔가를 외치자 바레타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밀어내듯 턱을 놓아준다.
그러자 저니는 바로 억울하다는 듯 말을 이어간다.
“그 녀석입니다! 바로 그놈이 저한테 잎담배와 원료가 되는 모종을 팔았던 원흉……!”
“어, 그래서 죽였어.”
“……네?”
“죽였다고.”
그 말이 왜인지.
자신을 향한 사형선고처럼 느껴졌기에 저니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사,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곧장 땅에 머리를 처박고는 넙죽 절하며 목숨을 구걸하는 저니.
방금 전까지는 돈이나 혹은 잎담배를 욕심내는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정말로 앞에 있는 해적에게 힘이나, 돈은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럼 왜 해적을 하고 있는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어쨌든.
결국 살아남는 게 우선이기에 저니는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야, 살고 싶어?”
“네, 네에엡!”
목이 터져라 외치는 저니를 향해 뒤에 있는 해적들이 낄낄거리며 비웃음을 흘린다.
치욕스러운 상황이지만 저니에겐 아무 상관 없었다. 아니, 이보다 더한 수모도 상관없었다.
“그럼 말해 봐. 너 혼자만 잎담배를 만들어서 파는 거 맞지?”
“마, 맞습니다! 그때 그놈이 저한테 잎담배 원재료를 박스째로 가져와서는 만들어보라고 요구했습니다!”
“흐음, 그 뒤에는 따로 만난 적은 없고?”
“어, 없습니다!”
정말 없었다.
무엇을 원했는지 모르겠지만 무상으로 제공한 모종과 원재료가 되는 잎들을 두고 그냥 가버렸을 뿐.
어찌 보면 자신도 피해자가 아니냐고 외치려던 순간.
“그럼 됐어.”
서걱!
뭔가 둔탁한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시야.
자신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저니는 눈을 뜬 채 핏물을 쏟아내며 생을 마감했다.
“후.”
커틀러스에 묻은 피를 털어낸 바레타는 이를 으득 물며 주변을 둘러보곤 냉철하게 답했다.
“여기 태워.”
잎담배를 팔아 꽤나 많은 돈이 숨겨져 있을 저니의 작업실.
그걸 알면서도 바레타는 단호히 이곳을 불태우라 지시했고 선원들도 망설임 없었다.
자신의 부하들을 괴롭게 만든 약을 가지고 배를 불릴 생각은 없었다.
그런 부분이 바로 그녀를 해적여제라는 자리까지 올라설 수 있게 해주었다.
“아직 원료를 제조하는 곳이 남아있다.”
저니에게 들은 바로는 아직 대량으로 제조하는 장소가 남아있다.
그러니까 그에게 한 무더기로 가져와서는 제조를 지시한 거겠지.
“나는 끝까지 쫓아가.”
잎담배 때문에 선상 위에서 펼쳐진 지옥도를 아직도 잊지 않은 그녀는 다음 장소를 찾아 나설 뿐이었다.
* * *
“그래서 폴탄 해안으로 가게 된다면 마수 퇴치를 하게 될 겁니다. 특히나 이맘때가 되면 해안으로 마수들이 자주 올라오게 되는데…….”
A반 담임인 젠트는 빙그레 웃으며 칠판에 해안가를 표현하는 곡선을 그린다.
“…….”
정작 내 귀에는 제대로 강의가 들어오지 않았다.
“왜 그래?”
그러자 내 옆에서 슬며시 물어오는 다이니.
최근 옆자리가 다이니와 마리아로 고정된 감이 없잖아 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 표정이 아닌데.”
실은 맞다.
아무것도 아니지 않다.
왜냐면 바로 어제, 영약제조사인 호우만이 찾아왔으니까.
그녀가 온 걸 보고 내 방 서랍에 넣어뒀던 레비아탄의 보옥으로 만든 영약을 바로 섭취했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으니 문제없겠거니 생각했다.
실제로 영약 흡수는 오히려 훨씬 빨랐고, 효과도 나름 있었다.
‘근데 변한 건 없어.’
아니, 변화는 있다.
동급인 대악마의 영약을 먹었으니 마몬의 기운이 더 강해졌고, 다룰 수 있는 마냐량도 늘어났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따로 특별한 무언가를 사용할 수 있다던가 혹은 단원을 소환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단조로워.’
마나량과 마몬의 힘은 차고 넘친다.
중요한 건, 그걸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마법이라고 해봤자 마력탄에 마몬의 기운을 섞는 게 전부였고.
신체강화도 거기서 거기다.
유연한 사고를 통해 더 여러 방식으로 가지고 있는 힘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알프레도 교수한테 찾아갈까?’
하지만 바로 고개를 저었다.
막힐 때마다 계속 알프레도 교수한테 찾아가서 답을 달라는 것도 우습다.
언제까지고 도움만 받을 수는 없으니까.
‘힐다?’
차라리 도와달라는 거면 힐다가 제격이긴 한데.
막상 힐다를 소환하는 건 도대체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었다.
소환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도와주지도 않을 테니까.
‘어렵네.’
검술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예전 라인 레이먼드로 검술을 단련할 때는 내 나름의 방식으로 공부하고 깨달으며 성장해 갔다.
지금도 그때처럼 하나하나 깨달으며 성장해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의외로 그때랑은 달랐다.
지금은 마치, 손이 네 개는 생겼는데 그걸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야 할지 모르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는 겉핥기 수준으로만 사용해 왔으나, 이제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확신이 내 안에 차올랐다.
“저기 가볼 거지?”
그때 다시 말을 걸어오는 다이니.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칠판을 확인하자 이번에는 젠트 교수가 폴탄 해안 근처에 있는 관광지를 설명하는 중이었다.
“워즈 과수원. 여러분도 잘 아는 은빛사자 기사단의 워즈 님의 후손 분들께서 운영하시는 곳입니다.”
폴탄 해안이 워즈의 고향인 건 알았지만 과수원은 좀 독특했다.
애초에 해안 근처에 과수원은 조금 안 어울리지 않나 싶었다.
“워즈 님께서 예전부터 사과를 그렇게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후손 분들은 그분을 기리며 과수원을 시작하게 되었다죠.”
“아.”
나도 모르게 옅은 탄성을 내뱉었다.
생각해 보니 아침 식사도 종종 사과로 때우던 게 그 녀석이다.
그러면서 아침 사과가 금사과라고 나한테도 매일 권했었는데.
덕분에 사과를 썩 좋아하지 않게 됐다.
내가 은빛사자 기사단을 소환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다이니였기에 놓칠 뻔한 부분을 잘 캐치해 주었다.
“가야지.”
“그치? 그럼 자유시간에 같이 가자.”
“자유시간에? 지금 보니까 일정에 과수원 방문도 있는데?”
의아해하며 묻자 다이니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애들이랑 다 같이 우르르 몰려가서 뭘 할 수 있을 것 같아?”
“……맞는 말이네.”
웬일로 이렇게 맞는 말만 하나 싶다.
자유시간에 다이니와 워즈 과수원에 다녀오기로 계획을 짜고 있자니 반대편에 앉은 마리아가 콧방귀를 뀐다.
“거길 왜 가. 해안가에서 바다나 죽치고 보면 되지.”
“바다를 본다고?”
마리아답지 않게 감성적인 계획이구나 싶었으나.
“이맘때 해안에 마수들이 종종 나온다잖아. 그거 기다려야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한결 같냐.”
“저거 병이야, 병.”
무슨 사과나무 아래에서 입 벌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해안에서 마수 나오는 걸 기다리는 건 얘밖에 없을 거다.
어쨌든 젠트 교수의 안내가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
1교시가 시작하기 전 화장실이라도 다녀올 생각으로 강의실 밖으로 나섰는데 이제는 익숙한 조합이 생도들 눈치도 보지 않은 채 말싸움을 하는 중이었다.
“권고사직이 말이 되나요?! 교수님이 이번 사건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해줬는데요!”
마도 역사학을 가르치는 에밀리 교수의 날카로운 외침.
그 앞에 선 헥토르가 오히려 그녀를 말리는 중이었다.
“알겠습니다. 알겠으니까 일단 진정 좀 하세요.”
“진정이요?! 지금 진정하라고 했어요? 참나! 지금 교수님이 제일 화내셔야 하는 부분이거든요?! 내가 왜 대신 화를 내는 거야!”
두 사람은 사이가 썩 좋지 않은 편으로 아카데미 내에서도 꽤나 유명하다.
뭐, 사실 헥토르 교수 자체가 교수들 사이에서 썩 좋은 평가를 받지 않긴 하지만.
그런데 지금은 에밀리 교수가 헥토르를 위해서 화를 내고 있는 듯 보였다.
“선도부 사건부터 시작해서, 폴탄 해안으로 갑자기 훈련 장소를 정한 것까지 정말 마음에 안 들어요! 안 되겠다.”
팔을 걷어붙이더니 그대로 쿵쿵거리며 학장실로 향하는 에밀리 교수.
“제가 가서 따지고 올게요. 이건 진짜, 진짜진짜 아니라고!”
당황하며 그런 에밀리의 뒤를 따르는 헥토르 교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