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창밖을 보니 마리아의 말마따나 2학년과 3학년들이 주먹으로 치고받으며 싸우는 중이었다.
보통이라면 당연히 3학년의 압승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이제 몇 달만 있으면 졸업해서 진짜 기사가 될 테니까.
하지만 막상 보고 있자니 비등비등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장비 빨 미쳤네.”
조금 거칠게 말하긴 했지만 마리아가 정확하게 짚은 거였다.
2학년들은 두르고 있는 선도부용 외투의 방어력 덕분인지 3학년들에게 밀리지 않을 수 있었다.
“하아아아아!”
그걸 본 순간 실리아는 바로 창문을 이마로 쿵 찍으며 신경질적인 한숨을 토해냈다.
2학년이 전부 선도부였기에 무슨 상황인지 유추 정도는 되었다.
방금 실리아가 말했던 2학년 선도부와 3학년 생도들 사이의 기싸움이 크게 번진 거겠지.
2학년과 3학년의 싸움이 아니라 선도부와 3학년의 싸움이라고 보는 게 더 옳을 것이다.
“거, 검 뽑았어!”
창문에 얼굴을 붙인 상태로 탄성을 내뱉는 샬롯.
3학년 생도 중 하나가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검을 뽑아 들었다.
본인보다 아래라고 생각한 2학년이 덤벼들자 감정적으로 꽤나 거칠어진 듯 보였다.
그러자 2학년들도 기다렸다는 듯 검을 뽑아 든다.
“와.”
“빠른데?”
반응 자체가 워낙 빨랐던지라 다이니와 마리아가 놀랐다.
사실 기다렸다는 듯 뽑았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았다.
‘정말 기다리고 있었어.’
선도부는 계속해서 싸움을 길게 끌고 가며 검을 뽑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한두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 전체가 그런 모습을 보인 걸로 봤을 때.
‘일부러 긁었구나?’
이런 상황 자체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옳았다.
상황을 오히려 크게 벌리면서도 저쪽에서 먼저 검을 뽑아 들었다는 걸 이용하려는 속셈이 딱 티가 났다.
“흐음.”
고학년이 나이가 많으며 실력이 좋다는 걸 이유로 과도하게 권위주의적으로 굴던 지금까지의 아카데미도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걸 타파하겠답시고 이런 과격한 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썩 유쾌하진 않았다.
결국에는 윗대가리만 바뀌는 것뿐 구도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3학년 대신 선도부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거고.
선도부는 결국 학장 직속이다.
“에휴.”
어차피 이후의 싸움은 누가 이기든지 상관없었다.
결국에는 선도부에서 실권을 잡게 될 테고 이제 곧 졸업하는 3학년들은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되니까.
“새로 오신 학장님께선 아카데미 내부의 실권을 확실하게 잡고 싶으신가 봐.”
은빛사자 연구회는 조금 특별한 동아리이다 보니 그런 흐름에 큰 피해를 입지는 않고 있지만.
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입부를 원하는 생도들이 많이 줄었다는 점이 불편하기도 했다.
“어떻게 되려나.”
다시 자리로 돌아온 나는 다이니가 먹던 과자를 슬쩍 입에 넣으며 중얼거렸고.
“야! 그걸 네가 왜 먹어!”
바로 뒤에서 다이니가 달려들었다.
* * *
[전 학년 합동 훈련 행선지.] [전날 3학년 폭력사태 관련 안내문.] [17, 24일 식단 변경 안내.]“엥?”
게시판에 붙어 있는 문구를 보자 피로감으로 찌들어 있던 몸에 물이라도 뿌려진 기분이었다.
확 차려진 정신으로 다시 눈을 비비며 읽어봐도 공지사항은 여전히 동일했다.
눈을 뻐끔거리며 보고 있자니 바로 양옆으로 다가온 두 사람.
다이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반응에 동의한다.
“선도부랑 싸운 3학년들은 전부 중징계를 먹었는데 선도부는 간단한 반성문만 쓰고 끝났어.”
그녀는 코웃음 치며 어이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무리 3학년이 먼저 칼을 뽑아 들긴 했지만 결국 선도부도 같이 싸웠으면서 말이야. 처벌 차이가 너무 심해.”
“…….”
“게다가 은근히 선도부를 옹호하듯 쓰여 있어. 이렇게 되면 선도부에 들어가려고 다른 애들이 아주 기를 쓰겠네.”
성적 면에서도 메리트가 있는데 거기에 추가로 학장이 뒤를 봐주듯 굴며 처벌도 크게 받지 않는다.
선도부에 들어가면 아카데미 생활이 편해진다는 소문이 빠르게 돌고 있었다.
“그거 보던 거 아닌데.”
하지만 나는 다이니의 말에 심드렁하니 대꾸했다.
어제 난투를 볼 때부터 예상했던 부분이다.
새삼 다시 놀랄 것도 없지 않은가.
“어, 음?”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는지 다이니가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적인다.
그때 반대편에 있던 샬롯이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새우 때문에 그렇구나? 메뉴에 새우가 빠진다니까!”
뭔 소린가 했더니 식단 변경인가.
“엥? 새우를 그렇게 좋아했어?”
“이안이 은근 해산물을 좋아해.”
“아니, 그렇진 않은데.”
그냥 다 잘 먹는데 다른 애들이 해산물을 제대로 못 먹으니까 유달리 좋아해 보였을 뿐이다.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음에 바로 풀이 죽는 샬롯.
다이니는 팔짱을 끼며 조금 짜증부리며 묻는다.
“그럼 왜? 저거 훈련 행선지 때문에? 원래 오늘 나온다고 교수님들이 얘기해 주셨잖아.”
“……그래, 알고 있어.”
원래 나이트 아카데미는 외부로 훈련을 가는 일도 많다.
특히나 연말의 전 학년 통합 합동훈련은 매년 있는 주요 연말행사 중 하나였다.
“폴탄 해안이네?”
내가 지적한 문제는 행선지였다.
폴탄 해안.
지난번 새벽에 벨레스가 알아 온 잎담배의 거래처가 있는 장소이지 않은가.
헥토르 교수가 비밀리에 보고한다고 들었는데.
“아, 이거 싸한데.”
벌써부터 싸한 감이 확 치고 들어왔다.
생각해 보니 로젤리아 학장이 처음 온 날, 테러가 일어났던 강당에서 자신의 측근들과 뭔가를 찾던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이번에 꽤나 큰 사건이 있었는데도 폴탄 해안이라는 거리가 좀 있는 도시를 선택한 걸 보면.
로젤리아 학장이 이번 합동 훈련에서 원하는 건 생도들의 성장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애들이 난리 치겠네.’
불과 어제.
잎담배 거래상에 대한 정보 수집을 위해 폴탄으로 보낼 기사단원을 정했다.
나는 이번에도 한나를 보낼 생각이었지만, 한나는 이미 지난번 레비아탄교와 싸울 때 차출된 적이 있다며 부당하다고 톰이 의견을 표출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펼쳐진 어필시간.
자신들이 가고 싶다면서 서로 스스로의 장점과 단점을 말하던 꼴들은 참 인상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선택된 건 톰과 윤 그리고 켈빈이었다.
톰이 아빠, 켈빈이 오빠, 마지막으로 윤을 막내딸로 해서 어머니가 일찍 떠난 가족이란 컨셉으로 가려고 했었다.
물론, 윤은 자기가 왜 이 덩치 딸이냐며 노발대발했었지만.
어쨌든 이것 때문에 밤새 시달렸던지라 늦잠을 자서 피곤했던 건데.
‘결국 다 같이 가겠네.’
이렇게 됐으니 기사단이 다 같이 가는 게 확정되었다.
“……차라리 잘됐어.”
그래,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켈빈이 말하길 폴탄 해안은 워즈의 고향이라고 한다.
워즈.
기사라고 하기엔 마른 편인 체형이나 장신에 머리를 늘 뒤로 넘기고 있던 차가운 인상의 남자.
우리 기사단의 참모와 같은 역할을 담당했으며 한나, 톰의 동기로 둘과는 꽤나 잦은 의견 충돌이 있던 단원.
전투력 면에서는 셋 중 가장 떨어지지만 그가 내놓은 묘책이 우리 기사단을 위기에서 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마 나이트 아카데미에서도 워즈의 고향이라는 걸 참고해서 관련 장소를 방문하거나 교육을 실시할 테니까.
운 좋게 워즈의 촉매를 얻게 된다면 최근 좀 뜸했던 단원들 소환이 다시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거다.
“뭐가 잘됐어?”
“폴탄이면 새우를 많이 먹을 수 있으니까 그런 거 아냐? 거기가 왕국에서 가장 많이 새우를 잡는 곳이니까.”
내 중얼거림을 놓치지 않고 다이니와 샬롯이 끈질기게도 물어 온다.
특히나 샬롯은 아까부터 왜 저렇게 새우에 꽂혔는지 모르겠다.
“더 커라. 그럼 다 알려줄게.”
나는 아직 자라지 않은 새싹들에 물을 주는 심정으로 인자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계속 쑥쑥 건강하게 커야 한다.”
두 사람을 동시에 토닥여 주자 다이니는 무시당한다는 느낌에 기분이 나빴는지 바로 인상을 쓴다.
“뭐냐, 이거 성희롱 뭐 그런 발언으로 들어도 되는 거냐?”
“이, 이안! 그런 거야?!”
“……그럼 그대로 살아, 이 새끼들아.”
하여간 좋은 말을 해줘도 난리다.
* * *
폴탄 해안에는 꽤나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는 사람이나 집단이 많았다.
당장에 무역이 활발한 도시이다 보니 상단들끼리의 신경전을 시작으로.
그런 상단들을 지키는 보안업체, 무역선을 제조하는 조선소, 어부들과 그들에게 인력을 제공하는 사무소 등.
아름다운 꽃에 벌들이 몰려들 듯, 폴탄 해안이라는 꿀통을 향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건 자연의 이치였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폴탄 해안은 치열하고, 활발하며, 생기 넘치는 도시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도.
경쟁자가 없는 블루오션을 개척한 남자가 있었다.
이름은 따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는 사람들은 그를 저니라고 부른다.
여행가처럼 늘 로브를 걸치고 있기에 붙은 닉네임이었고, 저니 스스로도 그걸 싫어하진 않았다.
“킥킥.”
신문을 통해 나이트 아카데미의 소식을 보며 웃는 그가 다루는 건 다름 아닌 잎담배.
그것도 보통 잎담배가 아닌 굉장히 특별한, 마법 따위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신에 관한 학문을 신학이라고 한다면, 이 물건은 악학의 정수가 담겨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악마를 다루는 거니까.
그렇다고 그가 마몬이나 레비아탄 같은 대악마를 섬기냐 묻는다면.
또 그건 아니었다.
그냥 돈만 보고 물건을 만들 뿐.
거대한 목적이나, 숭고한 신념, 종교적 믿음 같은 건 없었다.
굳이 원하는 걸 말하라면 고급 술집에서 여자나 손과 발에 다 끼워두고 술이나 진탕 마시는 거겠지.
저니는 그런 날을 상상하며 오늘도 열심히 잎담배를 제조한다.
점점 늘어가는 손님들의 숫자 덕분에 그의 주머니는 날이 갈수록 두둑해지는 중이었다.
꿈이 이루어지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볼 수 있었다.
콰아아앙!
꽁꽁 숨겨둔 본거지의 문이 박살나며 안으로 들어온 여인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어어어어어?!”
저니는 뭐라 말할 틈도 없었다.
어느새 여인의 손이 그의 턱을 낚아채고 그대로 바닥에 처박히고 있었으니까.
“키야아! 잘도 숨어 있었네, 쥐새끼야?”
여인은 깔깔거리면서 손에 더욱 힘을 줬다. 이빨과 턱이 동시에 부러질 것만 같은 압력.
“우우우우욱!”
“우는 소리 내지 마. 어차피 너무 외진 곳이라 네가 뒤져도 경비대 오려면 한 세월이야.”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건달패가 연상되는 덩치의 남성들.
여인의 몸에 배어 있는 코를 찌르는 소금향과 은은하게 탄 피부.
허리춤에 차고 있는 커틀러스.
폴탄 해안에서 이런 부류는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해적에게서 선단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보안요원들.
다른 하나는 해적.
“눈깔 돌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너도 모르는 사이 뽑혀 있을 수도 있거든.”
아무래도 그녀는 후자인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