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천사들이 살아서 천계라 불리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거창한 장소는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하늘 위, 둥실 떠 있는 섬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이는 겉으로 봤을 때만 그럴 뿐 실제로 대륙에서 하늘 높이 올라온다고 해서 천계에 닿을 수는 없다.
어찌됐든 그런 장소.
지루하게도 살아가는 천사들이 있다.
보통 천사들은 신을 따르며, 대변인이나 사자로서 신들의 의견을 전하거나 그들을 대신해서 대지에 연결되는 통로라고들 하지만.
그건 그냥 사람들이 만들어 낸 전설이나 동화 같은 이야기일 뿐.
실제 천사들은 신을 섬기지도 않고, 애초에 신이라는 게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그저 존재하듯.
악마나 천사들 역시 그저 이 땅에 존재하는 하나의 생명일 뿐이었다.
다만, 천사들이 봤을 때 인간들은 우매했고 악마들은 무식하다.
인간들이야 어차피 신을 섬긴다면서 천사들까지 덤으로 섬겨주니까 기분 좋게 만드는 애완동물 정도 키우는 느낌.
악마는 다르다.
그들은 명백하게 천사들과 적대했으며 죽음에서조차 부활하며 위협적으로 달려든다.
하지만 승리했다.
그게 바로, 천사들의 하늘 위에 걸려 있는 거대한 새장이었다.
하얀 새장은 오늘도 천사들에게 승리의 증표이자, 대악마들의 위협이 사라졌음을 알리는 상징이 되어 주었다.
마몬이 다른 대악마들을 다 먹어치우면서 숫자를 줄여주었고 덕분에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이제 천사들은 대악마들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
남은 건 애완동물과 자신들뿐.
그래, 그렇게 생각했다.
콰지지지직!
무언가 갈라지는 듯한 격렬한 충격음. 울림 있는 파동이 퍼져가며 천사들의 날개가 쭈뼛 서게 만든다.
“이게 무슨?”
“하늘이……!”
“비?”
쏟아지는 파편들은 먼지처럼 천계에 퍼져 가기 시작한다.
어디서 떨어진 파편인가 싶어 고개를 들면 그곳에 보이는 건.
커다란 구멍이 뚫린 백색 새장.
“새, 새장이 부서졌다아아!”
“탈출한다! 놈들이 탈출한다!”
아스모데우스와 마몬을 가둬둔 새장이 부서진 걸 확인한 천사들이 다급하게 움직였다.
하나하나가 출중한 전사들.
그들은 삼지창을 꼬나 쥐고는 새장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대악마를 붙잡고, 인간들을 조롱하며 시작된 평화가 얼마 지나지도 못하고 깨져 버린 것에 대한 분노를 담아.
날아간 천사들이 마주한 건, 거대한 덩치를 가진, 분노로 물든 대악마와 그를 하수인으로 다루는 은발의 소년이었다.
* * *
“크흐으으!”
“키야아!”
불어오는 바깥 공기와 거센 바람에 나와 마몬은 동시에 웃음을 흘렸다.
신선한 공기가 이리도 달콤했던가.
폐를 가득 매우는 신선한 공기가 전신의 노폐물을 빼주는 느낌이 들었다.
피가 맑아지고 있다는 기분과 함께 상쾌함이 찌릿하니 밀려오고 있으나.
밖으로 나왔다고 우리를 반겨주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시원한 바람들 사이로 날아드는 험악한 표정의 날개 달린 천사들.
지난번 성검을 세리안에게서 뺏을 때도 생각했지만, 날개를 제외하면 그냥 좀 예쁜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냥 사는 곳만 다른 놈들이…….”
저것들이 대악마들을 대륙으로 버려댔다는 소리지.
당연하게도 대륙에서 학살을 자행한 대악마들이 가장 나쁜 놈들이지만, 천사들도 가만히 둘 수는 없었다.
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의 치부나, 받아들일 수 없는 기괴한 괴물들을 대륙으로 쏟아낼지 모르니까.
“크하아아아아아!”
당장이라도 뛰어내리려는 마몬을 다급하게 뒤로 물린다.
일단 흥분했더라도 내 명령은 충분히 잘 들어주고 있다.
“뭐 하는 거냐!”
마몬이 역정을 토해냈으나 오히려 내가 화를 내고 싶다.
“저것들 날개 달린 거 안 보여? 여기서 떨어지기도 전에 창에 꿰뚫려 뒤지고 싶으면 그렇게 해!”
공중에서 싸우면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증오스러운 감정은 충분히 느끼고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기다릴 차례였다.
천사들은 우리가 뚫은 구멍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다.
하나같이 고귀해 보이는 검과 창을 든 채로 우리를 재빠르게 포위한다.
“대악마 마몬!”
“마몬을 품은 인간인가? 어떻게…….”
“됐어, 일단 제압한다! 죽이면 안 돼! 어디서 부활할지 모른다!”
순백색 기운이 놈들의 무기에서 뿜어져 나오며 마몬에게로 쏟아져 나가기 시작한다.
세리안을 상대할 때도 느꼈지만 상성 면에서 정말 좋지 않다.
마치 대악마와 적대하라고 만들어진 것처럼 그들의 힘은 마몬에게 맹독으로 작용했으나.
“같잖구나아아!”
다른 대악마를 전부 먹어치운 마몬은 또 달랐다.
그는 전신에서 검은 기운을 뿜어내며 재빠르게 천사들에게 도약했다.
“아아아악!”
“끄어어어억!”
양손으로 두 명을 동시에 낚아챈 마몬이 힘을 주자 그대로 으스러진다.
순식간에 천사 둘을 처리한 마몬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새장에 착지하는 순간 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날아든다.
그게 몇 번이고 반복되는 걸 보고 있자니 진짜 소환사가 된 기분이 들었다.
‘기사단원들은 그냥 동료를 부른다는 느낌이었는데.’
이건 진짜 괴물을 데리고 다니면서 쓸어대니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결국, 안으로 들어온 천사들은 내가 손을 쓸 것도 없이 광폭한 마몬에 의해서 전부 정리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천사들도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다 죽인 건 아닐 테고.”
바깥을 확인하려 했으나.
덜컹!
새장이 거칠게 흔들리며 다리가 붕 떠오른다.
“줄을 끊었다!”
새장을 걸어둔 줄을 끊으면서 아예 우리를 추락시켜 충격으로 죽이려는 속셈.
이 새장이라는 게 꽤나 귀한 물건이긴 한가 보다.
떨어지는 위치도 천계 한복판일 텐데 이런 선택을 내린 걸 보면 꽤나 다급했던 모양이다.
“야! 도망칠 수 있어?”
“나는 버틸 수 있다.”
당당하게 말하는 마몬.
지 혼자 살 수 있다는 말을 꽤나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걸 보며 확 짜증 났으나 일단 틀린 말은 아닐 거다.
아까도 천사들을 처음 봤을 때 곧장 달려들려고 했던 걸 보면 말이다.
그럼 문제는 나였는데.
절대로 닿지 못했던 새장의 천장에 이제야 등이 닿으며 이끌려가듯 추락해 나아간다.
몸을 강화한다고 해도 문제고, 마몬이 나를 안고 웅크리거나 해도 어차피 충격은 고스란히 전달된다.
새장이 설마 이렇게 높은 장소에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당혹스러웠으나.
‘새장이 뚫렸는데…….’
전투로 인해 구멍이 숭숭 뚫린 새장을 보며 나는 마나를 모았다.
이제 완전히 박살 나버린 감옥이라면 연결되지 않을까 싶었고.
소환마법진이 재빠르게 나타나더니 그 안에서 거대한 검은 마수가 하나 튀어 나왔다.
“베히모스!”
마몬이 반갑다며 베히모스를 불렀으나, 녀석은 나를 태운 채로 새장의 구멍 중 하나를 통과해서는 밖으로 빠져 나왔다.
발굽에 피어오른 검은 불꽃을 멍하니 바라보며 마몬은 결국 새장과 함께 바닥에 추락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주변이 초토화되는 건 물론이거니와 거대한 구덩이가 생기며 새장의 잔해들이 사방으로 흐트러진다.
생각 이상의 충격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저 안에 있었으면 무조건 죽었겠네.”
베히모스를 쓰다듬어주자 녀석도 손길을 느끼며 고개를 흔든다.
마몬을 보고도 나한테 온 걸 보면 이제 나를 완전한 주인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잘했어.”
베히모스를 칭찬하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새장을 떨어트린 천사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천사들은 아예 주변에서 벗어나 있었다.
낙하의 충격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함이었겠으나 그게 오히려 내게 시간을 벌어주었다.
“크아아아아아!”
파묻힌 잔해 속에서 마몬이 튀어나온다.
당당하게 자신은 살 수 있다고 말하더니 상처가 눈에 띄긴 했으나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오히려 분노가 더욱 가중되었는지 탐욕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이 상대할 천사들을 쫓는다.
“네노오옴!”
그때 정수리를 노리고 날아드는 천사들.
새장을 끊었던 놈들이 아직 우리가 살아있는 걸 보고 바로 기습한 거였으나.
카아아앙!
내 손에 들린 오염된 성검.
베히모스를 소환한 게 운이 아니라는 듯 성검에서는 소환되느라 사용되었던 마나가 흩날리고 있었다.
“크억!”
“세리안 때도 그랬지만 실력은 정말 별로네.”
몇 합 주고받지도 못하고 그대로 날개가 잘려서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천사를 보며 혀를 찼다.
그들이 대악마를 상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순전히 상성 면에서 우위를 가져왔기 때문이었고.
수도인 프랑트에서 왕국군이 밀렸던 이유는 하늘에서 쏟아진 막거나, 반격할 수 없는 폭격 때문이었다.
그 모든 걸 사용할 수 없어진 지금.
나와 싸우려면 천사들은 검이나 창을 쥐고 오거나, 마법을 쏘아대야 했으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실력 자체는 형편없었다.
타닥.
베히모스가 땅에 내리앉고 나 역시 주변을 둘러본다.
“크흐으, 아주 득달같이도 모여 드는군.”
우리를 포위하기 시작한 천사들.
날개가 달려 있다 보니 단순히 지상만 둘러싸는 게 아니라 하늘까지도 빼곡하게 감싸고 든다.
“이런 기분이었냐? 대륙을 침공했을 때?”
마몬이 우리 대지에 침범했을 때와, 내가 천계에 천사들을 처단하러 온 것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아 묻자 마몬은 비웃음을 내걸었다.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
“저들 중에는 라인 레인먼드가 없으니까.”
그의 시선은 천사들에게로 향해 있었다.
내가 없으니 천사들이 상대하기 훨씬 쉽다는 녀석의 말에 헛웃음이 흘러 나왔다.
소환수가 되면서 성격이 유해진 건지 아니면 주인인 나한테 잘 보일 생각인지 말은 꽤나 예쁘게도 해주신다.
“그럼 앞장 서.”
“말하지 않아도!”
쿵!
바닥을 후려치며 마몬이 앞으로 내달린다.
포효는 지축을 뒤흔들었고, 천사들과의 상성조차도 탐욕스럽기 씹어 먹으며 휩쓴다.
마몬이 시간을 벌어준다.
놈을 다루게 되었다고 내 본질이 사라지진 않는다.
300년 전, 대악마를 앞에 뒀을 때도.
지금 천사들의 포위 속에서도.
나는 기사이니.
푸른 마나를 통해 손바닥에 쥐어지는 묵직한 깃대.
콰앙!
거칠게 땅에 박아 넣자 천사들의 날갯짓이 만들어 낸 광풍에 커다란 사자의 깃발이 위풍당당하니 펄럭인다.
“이제.”
깃발을 통해서 퍼져가는 마나들이 마법진의 형상으로 변모해 간다.
마나들은 사람의 형상을 취하기 시작했다. 하나둘 점점 늘어가는 인원들을 보며 나는 미소가 절로 흘러 나왔다.
“이곳은 우리의 땅이다.”
소환된 기사들은 당황한 기색도 없었다.
눈을 뜨는 순간 이곳이 전장이라는 걸 알아챘고, 내가 자신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다.
그것만으로도 단원들은 검을 뽑아 들고 나의 명령을 기다렸다.
어느새 내 앞에 선 부단장 마리와 지팡이를 어깨에 둔 채로 환하게 웃고 있는 힐다.
우리의 땅을 가지고, 자신들의 전장으로 삼았으며.
우리의 비극을 가지고, 모른 척 웃으며 내려다보던 자들에게.
이제 우리가 찾아왔으니.
“가자.”
딱 한마디.
그거면 충분했다.
은빛의 사자들이 대륙을 지켜내기 위해, 마지막 적들의 목을 물어뜯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