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Empir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61)
얼마 후. 드디어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이 막을 올렸다.
경기장에 모인 수만 명의 관중들은 물론, 경기장 밖에 모인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막식이 열렸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엔 나 또한 있었다.
경기장의 귀빈석에 앉아 개막식을 조용히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미쳤군.”
“동감입니다.”
그러자 옆자리에 있던 처남, 빅토르 또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광기라는 단어밖에 안 떠오릅니다.”
빅토르의 말대로였다. 개막식은 광기 그 자체였다.
독일 국기 대신 하켄크로이츠기가 도시와 경기장 곳곳에 게양되었고, 청소년들로 이루어진 히틀러 유겐트와 돌격대 수만 명이 한데 모여 도열했다.
이게 올림픽 개막식인지, 아니면 전쟁을 선포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를 두려워하기보다 열광했다.
단결한 독일의 모습을 보며 뿌듯해 하고, 이게 다 히틀러 덕분이라며 그를 칭송했다.
그 모습은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진 광신도들 같았다.
그게 정상이 아님을 아는 나와 빅토르의 표정은 굳어져만 갔고.
본능적인 거부감이랄까?
저게 위험하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건 별것 아닌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 줄 한 남자가 경기장에 등장했다.
그의 등장에 경기장에 있던 수많은 관중들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하일 히틀러!”
“““하일 히틀러!!!”””
이에 화답하듯,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콧수염을 가진 사내가 한 손을 번쩍 들었다.
“와아아아아아!!!”
그 모습에 박수를 치는 수많은 사람들.
그 환호 속에서, 나는 보았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군.”
인세에 태어난 악마를.
“아돌프 히틀러.”
내가 독일에 온 지 보름 가까이 지났다. 하지만 그동안 나와 빅토르는 단 한 번도 히틀러를 보지 못했다.
듣자 하니 올림픽 준비로 바빠서라던데, 그럴 리가.
그러면서 다른 나라의 귀빈들은 만나는 게 아무리 봐도 날 의도적으로 피하는 듯했다.
‘하지만 아쉬울 건 없지.’
히틀러를 만나서 얻을 이득도 없는데. 굳이 그를 만날 필요는 없었다.
이미 난 놈이 어떤 놈인지, 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는 이상 더욱.
히틀러가 단상 위에 오르자 끝이 날 줄 몰랐던 환호는 약속이라도 한 듯 멈췄다.
그가 하는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자 하는 것처럼.
마이크 앞에 선 히틀러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의 개회사 연설이 시작되자 경기장에 모인 수만 명의 사람들이 그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운동답고 기사다운 시합은 사람의 최고의 자질을 깨웁니다. 그것은 이해와 존중 안에서 선수들을 분리시키지 않고, 오히려 단합시킵니다. 그것은 또한 평화의 정신 안에서 국가들을 결속시키는 것을 돕습니다. 그것이 올림픽 성화가 죽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그의 연설을 주의 깊게 듣던 난 신기하단 표정을 지은 채 중얼거렸다.
“저 연설을 직관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확실히 연설 능력 하나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홀린 괴물답달까? 히틀러의 연설은 현대에서 영상으로 들은 것보다 더 뛰어났다.
뛰어난 웅변력은 물론이고 역동적인 제스처와 표현력 등. 저 정도는 되어야 세계 대전을 일으키지 싶었다.
얼마 후 연설이 끝나고, 히틀러는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귀빈석으로 올라왔다.
그러자 먼저 와 있던 독일 고위 관료들은 물론, 다른 유럽 국가들의 귀빈까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연설이었습니다 각하!”
“허허. 평화를 사랑하는 총통 각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연설이었습니다.”
“하하. 고맙소.”
히틀러는 그들의 인사에 화답하며 미소를 지었고.
그에 반해 나와 빅토르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쪽 귀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렇게 되니 귀빈석의 구도는 히틀러에게 다가간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로 나뉘게 되었는데.
전자는 유럽 열강들이 중심이었고, 후자는 미, 러, 한 세 나라와 그들과 친한 나라들이었다.
화합의 장이라고도 불리는 올림픽이지만. 화합은커녕 벌써부터 세계가 둘로 나뉘었음을 알려 주는 꼴이었다.
“각하. 곧 있을 합동 훈련은-.”
“잠시 실례하겠소. 인사를 나눠야 할 손님이 있어서.”
하지만 히틀러는 그들과는 정말 인사만 하고는 어딘가로 걷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있는 곳으로 오고 있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폐하.”
그리고 히틀러가 멈춘 곳은.
다름 아닌 내 바로 옆이었다.
“아돌프 히틀러입니다. 독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히틀러가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지만 무시할 순 없었기에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잡았다.
“환대에 감사드리오. 대한제국의 황제, 이광이라 하오.”
“이리 늦게 인사를 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일이 많다 보니 손님과 인사를 나눌 시간도 없겠군요. 하하!”
“뭐, 총통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그렇게 말하는 내 눈은 경계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새끼는 왜 갑자기 이리 친한 척이지?
* * *
개막식이 끝나고 올림픽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난 자꾸 내게 말을 거는 히틀러에게 시달려야 했다.
“민주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우매한 군중들에게 나라를 맡긴다니, 말도 안 되지 않습니까?”
“나라는 뛰어난 식견과 올바른 판단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무엇이 옳은 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고 금 같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니까요.”
“그렇기에 국가사회주의는 민주주의보다 더 완벽한 시스템입니다. 쓸모없는 의견 따위는 듣지 않고, 오로지 나라의 발전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자꾸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해 대는데, 듣는 내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따름이었다.
재미라도 있으면 모를까, 모두 다 자신과 나치당의 업적을 자랑하는 개소리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대한제국 또한 황실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습니까? 저희와 비슷하군요.”
그러면서 자꾸 나치 독일과 대한제국과 엮으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죽빵을 갈기려는 걸 참느라 고생해야 했다.
뭐? 대한제국과 나치 독일이 비슷하다고?
우리는 적어도 백성들의 자유를 억압하지는 않는다 이 짝불알 새끼야.
또한 대한제국은 나라에서 백성들의 자유와 선택권을 빼앗지도 않고, 우리 민족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고귀하다며 세뇌시키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히틀러는 자꾸 두 나라의 공통점을 운운하며 내게 대답을 요구했다.
“어우. 미친 새끼.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개막식이 끝난 후. 호텔방으로 돌아온 난 머리가 복잡했다.
히틀러는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설마 날 안심시키기 위한 기만 전술인가? 그리고 나서 내가 안심하면 공격하려고?
그게 아니면 히틀러가 처음 본 나한테 저렇게 친근하게 다가올 이유가 없는데?
내가 답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자 환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아바마마와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푸하핫!”
그리고 난 빵 터져 버렸다.
뭐? 히틀러가 나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고?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크하핫! 우리 아들 농담 실력도 수준급이구나!”
“왜 농담이라 생각하십니까?”
“그간 일면식도 없던 놈이 갑자기 나랑 친해지고 싶어 한다고? 그것도 서로가 잠재적 적국이란 걸 아는데도?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사람은 다른 사람과 친해지고 싶을 때 친한 척을 하곤 합니다. 지금의 총통이 딱 그렇고요.”
“······그럼 내가 독일에 도착하고 한참 동안 인사조차 안 하다가 개막식이 되어서야 인사를 한 건?”
“개막식을 통해 멋진 첫인상을 주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음······.”
환이의 말에 난 웃음을 멈추었다.
······진짜로?
진짜 히틀러가 나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고?
잠시 생각하던 난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안 되는 건 아니군.”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만약 대한제국이 나치 독일과 손을 잡는다면 곧 있을 전쟁에서 독일은 승리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기에 자신의 편에 서 달라고 날 설득하기 위해 친한 척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개막식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며 강렬한 첫인상을 심어 주려는 게 아닐까 하는 환이의 생각도, 히틀러라면 충분히 그럴듯했다.
온갖 망상이 머릿속에 가득한 히틀러라면 그런 초딩이나 할 법한 생각을 할지도 몰랐다.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것일 수도.
미국과 러시아에 우리 두 나라가 사실 친하다는 인식을 주어. 미, 러, 한 이 세 나라가 서로를 적대하게 만들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네 말이 맞을 수도 있겠구나.”
“조심하십시오. 총통이란 자는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네 눈에도 그게 보였더냐?”
환이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바마마의 말씀대로 그동안 독일이 어떤 곳인지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걸 느꼈느냐?”
“통제할 수 없는 광기를 느꼈사옵니다.”
“제대로 보았구나. 어디서 그런 광기를 느꼈느냐?”
“어린아이들에게 군복을 연상시키는 단체복을 입히고, 군사 훈련을 시키는 것은 물론 모든 독일인들이 한 사람을 광적으로 추종하는 모습에서 느꼈사옵니다.”
환이는 끔찍하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기에도 지금의 독일은 비정상적이었나 보았다.
마치 사이비 교주와 광신도들로 이루어진 나라 같았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관찰하거라. 그리고 저들과 싸울 때 이길 방법을 생각해 두거라.”
“명심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굳어 있지만은 말고. 어쨌든 우리는 올림픽을 즐기러 온 것이지 않느냐?”
“예! 아바마마!”
환이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독일이 무섭긴 해도. 올림픽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나 보았다.
“내일 양궁 경기가 있다던데. 같이 보러 가겠느냐?”
“예! 꼭 가고 싶습니다!”
난 웃으며 환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히틀러는 그냥 무시하자고 생각하면서.
* * *
올림픽의 열기는 시작부터 뜨거웠다.
부와 명예는 물론, 나라의 자존심이 달린 대회가 아닌가.
때문에 선수들은 초반부터 몸을 아끼지 않고 달리고 또 부딪쳤다.
그러면서 부상자들도 나왔고. 선수 생활이 위태로워질 정도의 부상을 입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수들은 조심하지 않았다.
금메달만을 바라보며 경기장 위를 뛰었다.
그러나 모든 경기가 이렇게 거친 것은 아니었다.
모든 종목들이 거친 몸싸움을 요구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특히 사격과 이번에 새로운 올림픽 종목이 된 양궁이 그랬다.
“후우······.”
선수 대기실. 독일 양국 국가대표인 한스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금메달. 무조건 금메달이다. 금메달을 따서 총통 각하의 말씀대로 아리아인은 위대하다는 걸 세계에 알리는 거야.”
경기가 꽤 진행된 다른 종목들과 달리 이제 첫 경기인 양궁이건만.
한스는 벌써 금메달이 코앞에 있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하지만 한스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금메달은 거의 딴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도이치 민족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둔 국가대표니까.
도이치 민족보다 뛰어난 민족은 없는 이상 자신보다 뛰어난 선수는 없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 아무리 못해도 금메달은 기본 아니겠는가.
“후우······ 대한제국이라. 원숭이 따위 가볍게 이겨버려야지.”
한스는 이번에 자신이 상대하게 될 나라를 떠올렸다.
대한제국.
독일, 아니 유럽의 적인 미국과 러시아의 동맹.
그리고 대전쟁 당시 수많은 독일의 병사들을 죽인 독일의 적.
그런 나라인 만큼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야 한다.
놈들이 독일의 위대함을 알도록, 자신들이 감히 누구에게 맞서 싸웠던 것인지 깨닫도록 말이다.
“한스! 경기 시작이다!”
“나갑니다!”
대기실 밖에 있던 감독의 목소리에 한스는 활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를 향해 쏟아지는 함성.
“우와아아아아!”
“한스! 열심히 해라!”
“아리아인의 저력을 보여 줘라!”
관중석에 자리한 독일인들이 한스를 향해 환호했다.
이에 한스는 화답하듯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고.
그러면서 한스는 미리 먼저 나와 있던 대한제국의 국가대표를 슬쩍 보았다.
‘쉽게 이기겠군.’
응원해 주는 관객도 몇 명 없고, 체구도 그리 크지 않는. 이름도 들어 보지 못한 선수다.
한스는 자신의 승리를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