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Empir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
예전에 TV나 인터넷에서 외국인들이 나오는 방송들이 유행한 적이 있다.
방송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한국에 처음 와본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접한다는 주제였지.
그리고 중에서도 한국 음식을 먹어보는 게 가장 많았다.
한국을 잘 모르던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을 먹으며 ‘크어! 뻑예!’ 한 번 하면 국뽕이 머리끝까지 차오르며 바로 시청률이 치솟았지.
신기한 건 그러면 그 나라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잘 모르더라도. 그 나라 사람이 한국 음식을 좋아해 주면 그 나라에 대한 좋은 인상이 생겼다.
뭐, 시간이 지나면서 주작 논란이 많이 생기긴 했지만.
다른 나라의 호감도를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그런 국뽕 컨텐츠가 별로 없는 20세기에는 어떨까?”
그냥 미국인도 아니고, 미국의 해군 ‘원수’가 감탄하고 극찬하고 경악한 한식?
이건 못 참지. 국뽕 미터기가 대기권을 돌파하는 건 물론이요, 호감도 또한 같이 올라갈 게 분명했다.
그리고 마침 그런 국뽕을 라이브로 직관시켜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미국의 원수를 환영하기 위한 연회를 열 것이니, 폐하께서 전하께서도 참여하시라 전하셨습니다.”
“당연히 가야지.”
하지만 정식 외교관이라면 모를까. 군인인 조지 듀이가 잘할 거라고 기대하긴 힘들었다.
그래서 연회에 참여하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갈 준비를 마쳤다.
연회가 열리는 장소는 며칠 전 조지 듀이를 만났었던 경회루.
준비는 이미 다 한 상태였지만, 마지막에 입장하는 황제를 따라 들어갈 예정이라 도착했을 때는 모두가 와있는 상태였다.
‘내가 게임 속에서 만든 모습 그대로네.’
이 세상의 근원이 된 메유히는 그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터 게임이 아니었다.
있으면 좋겠다 싶은 기능은 거의 다 있었는데. 그중에는 디자인 기능 또한 있었다.
그저 옷이나 건축물들을 역사와 똑같이 만드는 게 아닌,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바꿀 수가 있었지.
그래서 경복궁은 물론, 궁녀들의 궁녀복과 대신들의 관복도 싹 다 바꿨다.
‘멋과 효율성을 다 갖춘 옷들이란 말이지.’
기존의 한복이 가진 멋과, 현대의 복식들이 가진 효율성을 가진 옷들이다.
궁녀들은 현대의 호텔 직원들이 입을 법한 개량한복이고, 대신들이 입는 관복 또한 프록 코트(Frock coat)와 한복을 적절하게 섞어 놓은 디자인이었다.
또한 의복도 바뀌며 헤어스타일도 많이 바뀌었다.
여자들은 가체가 사라졌고, 남자들은 상투를 틀지 않고 짧게 깎고 다녔다.
아마 저 상태 그대로 유럽에 가도 촌스럽지 않을걸?
인터넷 방송할 때 시청자들이 룩딸 그만하라며 핀잔을 줘도 열심히 만들길 잘했어.
“모두 앉게나.”
황제가 자리에 앉자 서 있던 대신들도 자리에 앉았다.
“으음···.”
좌식 문화가 어색한 조지 듀이가 불편한 자세로 앉긴 했지만. 어쨌든 모두가 착석하며 연회가 시작되었다.
“호오. 음식이 하나 같이 다 맛있어 보이는군요.”
궁녀가 가져온 상에 올려진 음식들에 조지 듀이가 군침을 흘렸다.
불고기, 숯불돼지갈비, 갈비찜 등. 고기로 가득한 상이다 보니 외국인도 충분히 군침을 흘릴만 했다.
“그럼 이 갈색 양념이 된 고기부터 한 번-”
미국인인 그를 배려해 가져다준 포크를 집어 들자 연회장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제일 먼저 갈비찜을 선택한 조지 듀이가 고기 한 덩이를 포크로 찍어 입에 넣었다.
“···허어. 양념은 달달하면서 짭짤하고, 고기는 무척이나 부드러워 녹는 것 군요. 미국에서도 이런 음식은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 음식 맛있어요우!’를 시전하자 모두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봐라. 일단 한국 음식을 잘 먹고 칭찬하는 것만으로도 호감도는 잘 쌓인다니까?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지. 그냥 괜찮은 외국인을 넘어, 뭐든지 챙겨주고 싶은 친구로 만들기 위한 관문이 남아있었으니까.
“음··· 이게 바로-”
잘 먹던 조지 듀이는 한 개의 반찬 앞에서 주저함을 보였다.
특유의 향과 매콤함 때문에 처음 보는 외국인들은 근처에 있는 것조차 힘들어하지만,
한민족에게는 그 어떤 음식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김치!
한민족에게 김치는 그저 반찬 따위가 아니다.
김치는 곧 한민족 그 자체이기 때문에, 김치를 무시한다는 건 곧 한민족을 무시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외국인인 네가 잘 먹기는 힘들겠지!
그렇지만 네 조국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먹어라!
“···꿀꺽.”
처음 김치를 본 것일까. 시뻘건 양념이 된 채소를 보는 조지 듀이의 표정에 긴장감이 서렸다.
그러자 연회장의 모든 사람들 또한 이전보다 더욱 주의 깊게 조지 듀이를 살펴보았다.
마치 김치를 거부한다면 바로 쫓아낼 것처럼.
···아니, 장난이 아니라 진짜였다.
어쩌다 보니 김치를 안 먹으면 쫓아낼 것 같은 분위기가 돼버렸다.
전장에서보다 더욱 긴장됨을 느끼며 조지 듀이는 천천히 김치를 입속에 집어넣었다.
“······음?”
한입 씹은 그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쩝쩝.
조지 듀이가 입에 넣은 김치를 몇 번 씹더니 포크로 김치를 더 찍어서 입에 넣었다.
우적우적.
고기하고도 같이 먹고, 밥과도 같이 먹고.
금세 그릇이 깨끗해지자 근처에 있던 나인에게 물었다.
“이 김치라는 것 좀 더 가져다줄 수 있겠나?”
···뭐야. 왜 잘 먹어?
보통 외국인들 김치 처음 보면 냄새도 역하다고 맡기 싫어하는데?
“호오. 김치가 입에 맞나 보구려,”
황제도 김치를 잘 먹는 조지 듀이를 신기해했다.
나도 신기했다.
뭐야. 처음 먹는 거 맞아? 왜 잘 먹어?
입에 묻은 김치 양념을 닦은 조지 듀이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함대를 이끌고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니 강한 향신료를 쓴 음식도 많이 접해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이국적인 음식도 편히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허허. 그런가? 다행이군. 향 때문에 먹기 힘들까 봐 걱정했는데 말이야.”
외국인들은 김치를 먹기 힘들어 하는데, 원수는 취향에 맞아 다행이라며 황제가 허허 웃었다.
···근데 진짜 만족스러워하네. 대신들은 물론이고 김치 먹은 거 가지고 엄청나게 만족스러워하고 있어.
“고기와 양념의 느끼함을 이 김치가 싹 잡아주는군요. 특히 고기와 밥과 같이 먹으면 더욱 맛있어집니다.”
“허허허! 이거 돌아갈 때 김치를 챙겨줘야겠군!”
그렇게 연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흠. 미국이란 나라가 생각보다 괜찮은 나라인가 봅니다.”
“뭐 도굴도 독일이란 나라의 학자에게 속은 것이라 했으니···.”
“김치를 좋아하는 나라가 나쁜 나라일 리 없으니까요(?).”
그리고 연회가 끝날 무렵에는 대신들의 적대감도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이런 분위기라면 수교도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성사되겠지.
그럼 미국과 전쟁을 벌이는 일도 없을 테고, 시간이 지나면 좋은 친구가 될 것도 분명했다.
“이제 좀 편하게 쉴 수 있겠네.”
황자에 빙의하고 이제 놀고먹을 수만 있을 줄 알았는데. 시작부터 전쟁이 터지려는 걸 막느라 고생했다.
하지만 이제 다 해결됐으니 편하게 쉴 수 있겠지.
“허허. 돌아갈 때 김치를 싸줄 테니 가지고 가시오.”
“감사하옵니다 폐하.”
황제도 저렇게 마음에 들어하니까.
* * *
“누군가 도와주고 있군.”
연회가 끝나고, 자신의 집무실로 황제 이현이 문이 닫히자마자 한 말이었다.
그 말에 함께 들어온 최익현 총리가 깜짝 놀라 물었다.
“도와주었다니요. 폐하, 설마 궁궐 내부에서 미국의 원수를 도와준 사람이 있단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딱 우리가 마음에 들어 할 행동만 했겠는가?”
첫 만남부터 사과를 한 것도 그랬다.
오페르트 도굴 사건은 국내에서만 알려졌을 뿐, 해외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제한적인 쇄국정책 때문도 있었지만, 딱히 외부에 알릴 만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국이 이를 미리 알고 있었을 리는 만무했다.
그럼 처음부터 보상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내지 않았을 테고.
혹시 오는 동안 알게 된 건 아닐까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대한제국 해군의 안내를 받으며 부산에 도착하고, 한양까지 올 동안도 이규풍 대령과 나눈 대화 몇 마디를 제외하면 도굴에 대해서는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보고받았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조지 듀이는 자신과 첫 만남에서 사과부터 했다.
그러니 조지 듀이가 궁궐에 들어온 이후 누군가가 알려줬다는 소리겠지.
“누굴까? 미국과의 수교를 맺을 때 어떤 이득이 있기에 그를 도와준 것일까?”
“음···. 미국과의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들이 아니겠사옵니까? 기업가들에게 미국과의 무역은 큰 이득이 될 테니까요.”
“그럴듯한 추론이지. 하지만 그동안 조지 듀이와 만난 자들 중에서 기업가나 기업가와 관련된 자들은 없었네.”
이현은 국내외 정보 수집과 첩보 기관인 국정원에게 조지 듀이의 감시를 명했었다.
혹시 모를 미국의 간자가 대한제국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만약 있다면 조지 듀이와 접촉할 게 분명한 만큼 조지 듀이를 감시하게 했다.
하지만 조지 듀이와 만난 자들은 극소수, 그리고 그중에서 간자로 보인 자들은 없었다.
“···그렇다고 본인이 직접 알아냈을 가능성은 없겠군요. 대한의 말을 할 줄 모르니 대화를 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니까요.”
“그렇지. 그래서 더 신경 쓰이는 거라네. 또한 이번 연회 때 보여준 모습도 마찬가지야. 아주 간단한 행동이지만 순식간에 여론을 바꾸는 데 성공했어.”
그저 대한의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자신의 나라에도 이런 음식은 없다며 칭찬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여전히 적대적이던 대신들에게 호감을 주었다. 거짓 호감이 아닌, 진짜 호감을.
미국과의 수교를 넌지시 물었더니 대부분의 대신들이 찬성할 정도였다.
“짐은 그것 또한 누군가의 도움, 혹은 명령을 받은 것 같더군.”
“어째서 그리 생각하시옵니까?”
“조지 듀이는 군인이야. 외교관이 아니라. 하지만 그가 보여준 모습은 외교관에 더 가까웠어.”
최익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다. 연회에서 조지 듀이가 보여준 모습은 외교관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길게 말하지 않고 아주 간단한 행동만으로 호감을 얻는. 외교관이 할 법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조지 듀이는 원수란 자리에 오른 군인이었다. 오로지 상부의 명령에 따를 뿐인 군인.
그런 군인이 외교관이 할 법한 행동으로 대신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차라리 궁궐에 있는 누군가가 도와준 게 분명하다는 이현의 추측이 더 그럴 듯했다.
그럼 도대체 누가 조지 듀이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또 대신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게 도와줬을까?
“짐도 미국과의 수교가 가능해졌으니 만족스럽긴 하지만··· 짐의 궁궐에 쥐새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좀 불편하군.”
그렇게 점점 분위기가 심각해져 갈 무렵. 집무실 밖에서 누군가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똑똑.
“아, 마침 도착했군. 들어오거라!”
이현의 허락이 떨어지자 천천히 문이 열리며 한 청년이 안으로 들어왔다.
크고 두꺼운 입술과 코, 그에 비해 작은 두 눈과 그런 눈을 더 작게 만드는 동그란 안경을 쓴. 순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청년이다.
하지만 그런 인상과 달리 근육으로 가득 찬 그의 몸은 옷으로도 감추기 힘들 정도로 다부졌다.
“총리도 알고 있겠지. 국정원 9과의 과장이네.”
“아! 이 자가 그 전설적인 첩보원이옵니까? 허허. 신도 이렇게 만나보긴 처음이옵니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최익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정원 9과. 국정원에서도 암살, 납치, 정보전 등에 가장 뛰어난 곳이 아닌가??
그리고 그곳의 과장이라면 명나라 간자 수십 명을 혼자 제거한 전설적인 첩보원인-
“그러고 보니 이름을 모르는군. 이름이···?”
“본명은 기밀입니다. 그냥 김구라 불러주십시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