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65
게을러서 차원최강 165화
165 카렌 영지로(1)
지금의 상황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강화된 언데드 군단이 제국이 아닌 동쪽으로 향했다.
아마 제국의 동쪽 왕국들이 초토화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언데드 군단의 군세를 불려 제국으로 쳐들어오려는 속셈일 것이다.
본대를 치기에도 여의치가 않았다.
제국의 군대가 언데드 군단의 본대에 당도하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특공대를 동원하여 그들의 숫자를 줄여 나갔던 것이다.
나는 정보부의 수장을 호명했다.
“아론스 백작!”
“예, 발렌 님!”
“자네가 보기에 적들이 어느 정도의 대군을 몰고 제국을 침공할 것이라고 보나?”
“이미 아탈 왕국이 무너졌고 라비안 왕국이 침공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기세라면 족히 200만은 모이지 않을지…….”
“200만이라니!”
웅성웅성.
“마신의 가호를 받고 있는 200만 대군이지.”
나는 매끈한 턱을 쓰다듬었다.
이미 50만의 언데드를 상대해 봤었다. 그 정도로 군세를 불리게 되면 숫자로 밀어붙이려 할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대비해야 한다.
“제국에서 필요한 병력은?”
“제국 전역을 방위할 병력을 제외하고 언데드를 상대할 병력만 100만은 있어야 합니다.”
“……!”
사람들은 놀람을 드러냈다.
제국에서 100만 대군을 만들어 내야 한다니? 최대한 모병은 해 보겠지만,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황제.”
“예, 발렌 님!”
“우리가 100만 대군을 만들어 낼 수 있나?”
“최대한 무리를 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도 연합이 무너지고 그곳은 우리 영토가 되었으니까요. 게다가 다들 개종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의 말대로 마도 연합이 무너졌고 그 안의 사람들이 개종을 하였으니, 100만의 병력을 징집하려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였다.
“좋다. 추가로 40만을 징집한다. 그 중 10만은 카렌 영지에서 모으도록 하겠다.”
“명을 받드옵니다!”
황제를 비롯하여 교황까지 허리를 굽혔다.
이 정도면 내가 통합 황제가 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했다.
에르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라리 황제가 되시는 것이 어떤가요? 하던 일은 지금처럼 나누어 주고 황제라는 직함만 가지고 있으면 되잖아요?
“일단 놈들부터 막고.”
“예?”
황제가 되물었다.
“별일 아니다. 내 몸속에 신격 하나가 살고 있다는 말은 했던가? 에르나라고 내게 빙의를 해 있는 신격이다. 그녀가 뭔가 물어서 대답해 준 거다.”
“헉! 정말입니까?”
하긴 에르나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어쨌든 그렇게 준비하도록 해라. 나는 카렌 영지로 돌아갈 것이다.”
“언제 가시려 하십니까?”
“형벌이 내려지는 것만 보고.”
“…….”
사람들의 표정이 형언할 수 없게 바뀌었다.
형벌이라는 것은 바로 클로얀을 비롯한 내 휘하 지휘관들의 죄를 씻는 그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은 아직도 제도 광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회의 끝났으면 구경이나 하러 가 볼까? 놈들은 수치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신성 모독을 하지 않지.”
“발렌 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황제가 소리를 치며 나섰다.
신성 모독은 원래 지옥에 떨어져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내 관대한(?) 처사로 말미암아 겨우 이 정도 형벌로 끝나는 것이다.
휘이이잉.
따스한 바람이 불어왔다.
어느덧 계절은 초여름으로 접어들었다.
내륙 지방은 날씨가 더욱 따듯해져서 이제는 덥기까지 했다.
정오 무렵이 되자 날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으으으.”
클로얀 남작은 양물을 다 드러내 놓고 앉아서 식사를 하고 물도 마셨다.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신호가 오지 않았다.
“부군사님.”
“뭔가?”
“아무래도 저는 틀린 것 같습니다.”
“어째서?”
“나오지가 않습니다.”
“…….”
여기 있는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베르체 추기경은 형벌이 시작된 지 단 1분 만에 볼일을 마치고 돌아갔다. 그리하여 회의에도 참석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도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아직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그들이었다.
회의나 여러 가지 업무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은 바로 형벌을 무사하게 수행하는 것. 그리하지 못한다면 결코 업무에 복귀할 수 없다는 엄명이 내려졌다.
클로얀은 반쯤 마음을 내려놓았다.
처음에는 미칠 것 같았는데, 하루의 시간이 흐르자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이제는 볼일만 볼 수 있다면 그냥 시원하게 끝을 내고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은 관광의 명소다.
그들이 있기에 관광의 명소가 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랬다.
연인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외국인들이 이곳을 돌아다니고는 하였다. 전면전이 터지고 상인들은 더욱 많아졌다.
전쟁은 원래 돈을 불러오는 법이 아니던가.
“이곳에서 영상을 찍도록 하지.”
“괜찮을까요?”
한 상인이 제국의 이국적인 풍경을 담기 위해 이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곳에는 열 명이 넘는 제국의 지휘관들이 아랫도리를 깐 채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이건 대중에게 공개가 되었다.
지금이 아니면 결코 그 풍경을 담을 수 없었다.
“잘 나오게 찍어라. 고국으로 돌아가서도 영상이 흐리지 않아야 하니까.”
“예, 주인님.”
영상 저장 장치를 드는 시종과 상인.
클로얀은 열불이 치미는 느낌이었지만, 화를 가라앉혔다.
이미 제도의 모든 신민들이 한 번 정도는 그들을 구경하러 왔었다.
그러니 타국의 상인들이 좀 본다고 해서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도 아니었다.
웅성웅성.
황궁 쪽에서 일단의 무리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병사들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예를 갖추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자자, 편하게 쉬도록 하라. 짐은 그저 구경을 온 것뿐이다.”
황제는 아예 한쪽에 마련된 관람석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발렌을 비롯한 지휘관들과 웃으면서 차를 마시는 것이다.
“하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3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편하게 쉬고 먹으며 기력을 회복하였다.
사실은 귀찮아서 카렌 영지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곳에 가면 또 어마어마하게 할 일이 쌓여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일어나 관조를 하고 있었는데, 실비아가 찾아왔다.
“영웅님.”
“어쩐 일이야?”
“벌써 3일이 흘렀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사람들은 제도 한복판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이제는 그들을 일터로 돌려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음…….”
그러고 보니 오늘 정도에는 카렌 영지로 출발해야 한다.
내가 쉬고 있는 이 순간에도 언데드들은 착실하게 세력을 불리고 있을 테니까.
나는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어쩔 수가 없나.”
“바로 행차하실 건가요?”
“그래.”
우리들은 제도 광장으로 나왔다.
이곳에서는 아직도 지휘관들이 큰일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워낙에 많은 탓에 나오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전부 해탈한 모습들이었다.
반쯤은 넋이 나갔다고 해야 할까. 나오지 않는 그것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공허하게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앞으로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생기를 어린 눈빛으로 앉아 있을 뿐이었다.
“제군들이여.”
“…….”
그제야 그들이 나를 바라봤다.
“너희들은 신성 모독을 하였다. 인정하나?”
“인정합니다.”
“또한 지휘관의 작전에 대해 의문을 품었지. 이것은 전쟁에서 패배로 직결되는 일이다.”
“그렇습니다.”
영혼 없이 말하는 사람들이었으나, 사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3일이나 개망신을 당했으면 돌아가서 임무를 수행해도 되는 것이다.
“일어나라!”
“예?”
“너희들의 죄를 사하겠다.”
“오오!”
그제야 그들의 얼굴에서 생기가 돌았다.
껴안고 날뛰는 그들.
이대로 두면 언젠가는 싸겠지만,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었다. 게다가 3일 내내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충분했다.
“하나, 다음에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나는 날카롭게 그들을 노려봤다.
클로얀을 비롯한 사람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보다 더한 형벌을 줄 수도 있음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갔다.
지금까지는 관광객들과 신민들이 지켜보고 있어 볼일을 볼 수 없었지만, 심리적인 압박이 사라지자 곧바로 생리 현상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클로얀도 근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난 이후에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나왔다.
“그런데, 각하.”
“왜?”
“이번에 출장을 나간 아젠타 자작님은 어찌 되는 겁니까?”
“엘프 왕국에 갔으니 이번에 너희들과 함께 형벌을 받을 수는 없었지.”
“바로 그렇습니다.”
“놈은 예정대로 집행해야지.”
“예!?”
“언데드 군단을 막아 내면 또 개선을 해야 할 테지. 그때가 되면 혼자서 지금의 일을 감당해야 할 거다.”
“아아!”
클로얀은 탄성을 내뱉었다.
이제 보니 그들은 축복을 받은 것이었다.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했기에 쪽팔림이 덜했지만, 만약 이런 일을 혼자 하게 되면 어떨까?
클로얀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원래 자비란 없는 존재였다.
카렌 영지로 돌아가기 전에 황제와 교황이 간절하게 만나기를 청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황궁에서 그들과 대면했다.
“무슨 일인가?”
“황위에 대한 문제입니다. 정치권과 교권을 통합하여 황제가 되어 주시면 안 될까요?”
“귀찮다고 말했을 텐데?”
“그냥 황위에 계시기만 하면 됩니다! 이름만 황제일 뿐, 대부분의 일은 지금처럼 처리하겠습니다.”
“으음.”
-그럼 해도 되잖아요?
황제가 되려면 대관식을 해야 한다.
그 밖의 중요한 일에는 내가 개입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기왕 여기까지 개입하였으니 좀 더 힘을 내서 황제가 되어 다음 대 황제에게 정통성을 심어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알겠다.”
“저, 정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