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36
135장. 난 약속을 잊지 않는다.
“홍콩 상장 본토 주식이 저렇게 폭락하는 이유가 뭔가?”
“단주님. 지난 10월부터 외국계 자금이 공매도로 찍어 누르고 있습니다.”
“외국계가 공매도로?”
“미국과 유럽 그리고 조세 피난처에 설립된 사모펀드와 투자회사에서 엄청난 공매도를 실시하는 중입니다.”
“세계 모든 증시가 폭락하지만 이건 좀 심한 것 같군.”
“어차피 계획된 작전입니다만 수위가 높습니다.”
“흐음.”
중화부흥의 대몽(大夢)을 위해 움직이는 비밀조직 지(地)단의 단주가 보고서를 보고 침묵에 잠겼다.
중국 증시 폭락은 계획된 수순이었다.
위대한 중국몽을 위해서는 방만한 국영기업과 여러 기업체를 손봐야 했다.
천지회에 명을 따르지 않는 중국 권력자들이 상당한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중화 내부의 적인 셈이다.
수많은 군벌과 지역 세력을 제거하지 못하는 한 중국몽은 실현될 수 없었다.
그들의 손발을 자르기 위해 실시된 계획이었다.
차세대 중국 지도자를 천지회 인물로 심기 위한 작전이 동시 진행됐다.
세계 경기 위기에 교묘하게 편성한 작전을 이행 중이었지만 누군가 숟가락을 얹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폭락으로 대응하는 권력자들의 힘이 약해졌지만 동시에 타국 자본이 이익을 영유했다.
앞으로 몇 달간 더 계속될 작전이다.
손도 안 대고 코를 풀고 용돈도 받아갈 자들을 생각하자 천불이 났다.
“기사단이나 차일드 자금인가?”
“뒤섞여있어 파악하기 힘듭니다.”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주식시장은 강제적으로 제약하기가 힘들었다.
그 허점을 파고든 교묘한 공세였다.
인터넷으로 거래되는 자금의 흔적을 찾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대책은?”
“어쩔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출혈을 감수해야 될 것 같습니다.”
“목을 베기 위해서는 옆구리 한쪽은 내줘야 한다는 뜻이군.”
“송구합니다.”
천지회를 움직이는 지단의 단주는 조직의 자금과 정보를 담당했다.
유럽의 기사단과 미국 차일드가의 반목질에 성공해 오늘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100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 그 꿈을 실현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길어야 10년 조금 넘으면 중화민족은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대국이 될 것이다.
“그전에 보고했던 외환시장의 자금 관련성은?”
“조사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조사해 봐도 가능성이 희박하겠지. 경제와 자금이 요동치기를 기다린 놈들이 한둘이 아니니.”
지단의 단주는 입을 닫았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모든 상황이 급작해 보이지만 이건 계획적이었다.
세계 경제 권력을 암중에서 움켜쥐고 있는 자들의 힘겨루기였다.
합종과 연횡, 반목과 대립으로 매일 전쟁이 벌어졌다.
현재 동맹인 차일드가도 믿지 않았다.
등을 보이면 바로 공격이 들어온다.
누군가 패배해야 살점을 내놓고 죽는다.
대부분 국가 원수들은 암중 자본의 허수아비들이다.
큰 그림을 채우는 한 번의 붓질이나 배경에 불과했다.
“자본 흐름이 몇 단계 국가와 법인, 투자회사를 건너뛰었습니다. 보안 능력이 뛰어난 듯 흔적을 찾기 힘듭니다.”
“당연하지. 우리가 찾지 못할 정도라면 기사단이나 뱀의 숭배자, 차일드가나 그것도 아니면 아사신의 비밀조직일 것이다.”
“최대한 찾아보겠습니다.”
“무리하지는 말라. 괜히 풀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때가 되면 나타날 것이다.”
“그리 처리하겠습니다.”
“인단의 단주에게 전하라. 적이 나타날 수 있으니 훈련에 박차를 가하라고 말이다.”
“존명!”
지단의 참모 제갈유량은 명을 받들었다.
제갈공명의 30대 후손인 그는 M.B.A 박사과정을 수료한 인재였다.
동시에 컴퓨터에 관해서도 박식했다.
공식 아이큐가 180이다.
“그리고…… 기사단에서 보낸 가문의 후계자는 언제 오나?”
“다음 주에 홍콩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클라라에게는 통보해 둬야겠군.”
“클라라 양도 만족할 겁니다. 기사단장의 아들은 실력뿐만 아니라 외모도 준수합니다.”
“만족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기사단과 끈끈하게 혈연으로 묶여야만 나머지 적들을 상대할 수 있다. 클라라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말과 달리 리장창의 얼굴은 고민의 흔적이 보였다.
자신도 가문의 결정에 따라 기사단의 귀족 여식과 결혼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목할지 몰라도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함은 어쩔 수 없었다.
처음 만남 자체가 사랑이 아니라 목적에 의해 시작된 결혼.
그렇게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았다.
그런 삶을 딸에게 다시 걷게 만들어야 한다.
‘클라라. 아비를 원망 마라. 그게 네 숙명이다.’
큰일을 위해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다.
더군다나 기사단장의 가문의 아들이라면 미래의 기사단을 이끌 후계자를 키우는 일이다.
결코 불행한 일만도 아니다.
다만 최근 사랑에 빠졌던 딸의 마음이 안타까웠다.
어릴 적부터 교육해 왔기 때문에 스스로 사랑을 멀리하는 클라라.
묵묵히 아픔을 이겨내기만을 인간적 아비로서 걱정할 뿐이었다.
***
“클라라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게 확실해. 연락해도 답도 거의 없고.”
어제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
팀이 바뀌어 바쁘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차원이 아니다.
마지막 방문을 끝으로 클라라에게서 오는 느낌이 달랐다.
이 순간만을 사랑하자던 그녀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뜨거웠던 그녀의 키스.
그리고 뒤에 보였던 눈물이 수상했다.
지난 생에 몇 번의 이별과 예린 선배의 배신을 경험했던 나조차도 낯설었다.
사랑이 다해 헤어지는 게 아니었다.
여자의 키스는 마음이다.
날 뜨겁게 원하던 그녀가 그렇게 쉽게 변했을 것 같지 않다.
뭔가 외부적 변화가 있음이 자명했다.
“후우.”
한숨이 나왔다.
그렇다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홍콩으로 가기도 뭐했다.
의식적으로 날 밀어내는 클라라다.
정식 애인도 아닌 내가 가서 확인을 하기에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마음이 멀었다.
클라라가 좋았지만 연인은 아니다.
여인과의 만남이 장난은 아니었다.
나와 그녀 둘 다 확신이 없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인생이다.
사랑이 싫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전부는 아니다.
“하늘이 정한 운명이라면…… 다시 만나겠지.”
일이 눈앞에 쌓였다.
2008년은 앞으로 10년을 좌우할 격변기였다.
감정 때문에 시간을 소비하기에는 다시 사는 인생이 아까웠다.
배워야 할 지식들이 산더미다.
애써 클라라 생각을 털었다.
지금 내가 집중할 일은 사랑이 아니라 세계 경제였다.
“나비효과는 아직까지 발휘되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와 공매도가 허락된 홍콩H 주식은 중국 주식과 동조하며 가파르게 하락 중이다.
작년 10월 6,000대를 찍었던 중국 주식시장은 올해 2008년 11월에 1,700대까지 수직 낙하한다.
로버트를 통해 공매도 중이지만 나 또한 투자자금을 집어넣었다.
공짜 파티가 성대하게 열렸다.
돈이 없어도 공매도로 주식을 후려쳐 내 돈 없이 쓸어 담을 수 있다.
중국을 위협하기 위해서는 홍콩 증시를 흔들어야 한다.
홍콩에 상장된 주식들은 모두 중국의 우량 회사주들이나 국영주다.
중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절대 사라질 주식들이 아니다.
정경유착이 뼈와 살처럼 뒤덮여 있는 곳이 중국이다.
상위 주식회사 대부분 공청단, 상해방, 태자당의 권력자들이 소유하고 있거나 연관이 있었다.
권력도 돈이 있어야 움직이는 법.
그들의 목줄을 잡기 위해서는 주식 보유가 필수였다.
중국 내에서는 마음대로 조장할 수 있지만 홍콩 주식은 달랐다.
홍콩은 그들의 비자금 유통 창고다.
그런 까닭에 홍콩에는 공매도 공시제가 없다.
공매도로 모든 기업을 눌러도 전혀 드러날 이유가 없다.
미친 듯 낙하 뒤에 주가지수 3,000대 이상으로 상승한다.
내 자금의 보증금으로 후려친 공매도로 돈 한 푼 안 들이고 엄청난 이득과 주식을 획득할 수 있다.
“쪽쪽 빨아먹어주마!”
열의를 다지며 공매도 주식에 힘을 더 실었다.
어느 정도 자금이 확보되면 회사를 통해 몇 바퀴 돌렸다.
“흠. 외환 흐름도 예상대로 흘러간다.”
FX 마진 거래도 과거 내가 알던 바와 비슷하게 흘렀다.
내가 번 돈이 투자되었지만 전혀 표시가 나지 않았다.
“대박장이 지나면 좀 더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게 좋겠지…….”
미국 달러가 다시 권세를 찾을 때 세상은 다시 한 번 뒤집어진다.
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감이 왔다.
범인들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금융계의 큰손들이 세력이었다.
얽히고설킨 음모 냄새가 가득했다.
“이대로 환율은 묻어 둔다.”
외환창을 건너뛰어 선물 호가창을 봤다.
뻔히 경기 위기 신호가 보내지고 있지만 선물은 아직도 폭발적이다.
전혀 보장되지 않는 전자단위에 불과한 비트코인의 투자자들과 닮았다.
튤립 뿌리 하나가 집 한 채 값과 같았다던 튤립 버블이 선물시장에서 보였다.
경기가 어려우면 당연히 기업들이 무너지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게 된다.
경기가 악화되면 산업에 들어가는 광물이나 소비재들이 줄어들 게 뻔했다.
그럼에도 투기 자본과 욕망이 결합돼 선물시장은 거품이 엄청 꼈다.
“투자는 모두 각자의 몫.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 그대들의 선택이니.”
모니터 너머 욕망에 눈먼 투자자들에게 경고를 날렸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는 이들과 달리 투자라는 이름으로 투기판에 뛰어든 자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게 당연했다.
결코 동정이 일어나지 않았다.
투기를 통해 버는 자와 잃는 자는 자연스런 경제구조를 유지하는 흐름이다.
마치 태양과 달, 빛과 그림자처럼 말이다.
“마이너스가 났네?”
투자 법인으로 자금을 돌리고 수중에 남아 있는 돈은 주식에 투자했다.
폭락장을 알고도 집어넣었다.
빨간 숫자 대신 파란색의 마이너스 수익 액수가 떴다.
아깝지 않았다.
트릭용으로는 그만이었다.
큰판을 위한 도박 자금 역할은 충분히 끝났다.
소소하게 굴릴 자금만 남겨뒀다.
“곧 법인이 설립되니 엄마 자금도 사라진다.”
커다란 재단법인들을 준비 중이다.
“의료법인 하나 인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갤러리도 하나, 학교도 하나, 고아원 같은 공익법인도 하나 사 드려야지. 그리고…… 외할아버지 회사도 찾아드릴 것이다.”
조금 더 파 봐야 알겠지만, 어머니와 외할머니에 대한 외가의 행동은 지나쳤다.
그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엄마 자식이 아니다.
죽은 외할아버지도 그걸 원하실 것 같았다.
“오승혁 회장 밥은 먹고 살고 있겠지? 조금 더 즐겨라. 몇 달이면…… 넌 저 깊은 무저갱 바닥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흐흐.”
악당 웃음이 절로 나왔다.
생각만으로도 속이 시원했다.
은원 관계는 확실히 정리하고 가는 게 맞았다.
감히 쥐꼬리만 한 권력으로 날 괴롭혔다.
턱도 없는 행동이었고 스스로 명을 재촉했다.
“로버트가 다음 달에 주총을 소집하면 최소 6월이면 끝낼 수 있다.”
투자 손실로 인한 방만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착착 준비 중이다.
일정 지분 이상의 주주가 요구하면 6주 이내에 소집하게 된다.
안아 그룹 회장과 이사들 교체 명분은 충분하고도 넘쳤다.
그 잘난 대기업 회장질도 여름이 가기 전에 끝난다.
오승혁 회장의 마지막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오동성. 내가 약속했지. 1년 후에 넌 지옥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이야.”
작년 여름 대천에서 있었던 약속을 난 잊지 않았다.
오동성은 미친 소리라 치부했지만 난 아니다.
“오늘 투자는 여기까지!”
지금 이 시각 로버트의 각종 투자팀들이 바삐 움직일 때이다.
내가 쉬어도 다른 곳에서 돈이 벌렸다.
24시간 투자 바퀴가 굴러갔다.
“이제 학교 갈 준비해 볼까?”
법학과 수업을 모조리 빼버리자 수업 스트레스가 없었다.
음악과 미술, 컴퓨터는 배우는 맛이 달랐다.
칙칙한 법학관보다 예술대가 좋았다.
“내일 유리 선배와 점심 약속, 수요일에는 시은 선배와 점심이네.”
학교 스케줄이 빡빡했다.
누가 보면 배움이 목적이 아니라 미녀들과 노닥거리러 학교에 가는 거로 오해받기 딱 좋았다.
상관없었다.
스무 살 인생에게 매력적인 이성과의 데이트는 축복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으로 걸어갔다.
깊은 저녁 소리 없이 조용히 흘러가는 한강의 모습이 보였다.
봄기운이 한강에도 넘실거렸다.
대한민국 서울 풍수명당 첫 번째로 꼽아도 될 집 쪽으로도 기가 흘러들어왔다.
“후우우우우.”
길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내심 생각했던 과거 음악계의 거장 이름을 불렀다.
“거기 모차르트 계세요? 포인트 좀 가져가시겠습니까~?”
하늘을 향한 나의 간절한 부름.
포인트로 모차르트를 꼬셨다.
신이라면 안 넘어올 수 없는 달콤 마약 포인트.
– 이미 환생한 신은 소환할 수 없습니다.
“뭐, 뭐라고?”
# 136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