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24
223장. 날개 부러뜨려 줄까? (2)
와장창창창.
탁자 위에 있던 요리와 술병들이 요란하게 쏟아지며 깨졌다.
“손 치워 개새꺄!!!”
짜아아아아악.
격한 호통과 함께 시원하게 울리는 싸다구 날리는 소리.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놀란 여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온시은의 어깨를 만지며 추행하던 남자의 얼굴이 돌아갔다.
“컥!”
비명과 함께 소파 한쪽으로 나가떨어졌다.
“뭐, 뭐야!!!”
“어! 이 새끼가 미쳤어! 여기가 지금 어딘 줄 알고 난동이야!!!”
남자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빙신들 뒈지고 싶으면 더 깝쳐 봐라.”
룸 탁자를 휩쓸어 버린 장태산은 거칠게 없었다.
싸늘하게 던지는 경고에 일순간 모두 주춤거렸다.
“시은 선배. 괜찮아요?”
주변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고 온시은을 챙겼다.
“으응……. 응.”
정신이 반쯤 풀린 온시은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눈빛이 정상이 아니었다.
“누구야…….”
저승사자인 듯 차가운 목소리가 장태산 입에서 흘러나왔다.
“누가…… 약 탔냐고오오오오오!!!”
룸이 들썩일 정도의 일갈이 터졌다.
그 새파란 기세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고 숨을 죽였다.
뭔지 몰라도 위험한 놈이라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마치 새끼를 보호하는 어미 맹수 모습 같았다.
‘이 자식 뭐야!!!’
정현주는 장태산의 태도가 당혹스러웠다.
온시은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 내내 아빠에게 비교만 당했다.
얼굴뿐만 아니라 성격, 성적까지 온시은은 정현주를 압도했다.
처음에는 마음을 열고 대했지만 아빠의 비교에 점점 열등감에 빠졌다.
공부를 해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온시은과 반대로 나쁜 길로 빠졌다.
돈만 있으면 가능한 것들을 이용해 여학교의 권력을 움켜쥐었다.
기를 쓰고 온시은을 괴롭혔지만 독하게 그걸 모두 헤쳐 나갔다.
주변 괜찮은 친구들이 온시은을 보호했다.
정현주는 갖지 못했던 진실한 친구들이 온시은 주변에는 존재했다.
개중에는 현직 검찰청 지검장을 아빠로 둔 동창도 있었다.
유명한 사립 여학교였던 만큼 주변 압력이 장난 아니었다.
정현주는 온시은에게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아버지 명령으로 거액의 기부금을 넣고 미국 대학에 입학했다.
유학을 떠나도 온시은에 대한 자격지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대 컴공과에 수석으로 합격했다는 소식에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중소 제약 회사였기에 가입할 수 없는 노블레스 클럽에 온시은을 초청했다.
그 동안 고등학교 시절을 후회한다며 앞으로 잘 지내자는 메일과 전화로 설득했다.
여전히 착한 온시은을 순순히 그 말을 믿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불러낼 수 있었다.
그 다음 술에 정신이 흐려지는 약을 탔다.
철저히 망나니 같은 놈들에게 던져주고 인생을 망가뜨려버릴 생각이었다.
그때 온시은의 핸드폰에 저장된 ‘슈퍼컴 낭군’이라는 애칭을 발견했다.
숙맥 같은 온시은이 사랑에 빠졌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 상대 남자가 궁금했다.
호기심에 온시은의 남자를 불렀다.
보잘 것 없는 것들의 사랑을 철저하게 쌍으로 망신 줄 참이었다.
그런데…….
‘미친놈이다!’
눈에서 이는 광기를 정현주는 봤다.
본인의 성격이 지랄 같은 정현주는 자신보다 더 엿 같은 놈을 마주했다.
더 강렬한 데칼코마니 같았다.
“정현주……. 너냐?”
“!!!”
정현주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장태산의 눈을 보며 깜짝 놀랐다.
악마의 눈 같았다.
물론 이름을 알려준 적은 없다.
유학 중이라 가까이 있는 사람들만 귀국해 있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저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날 알아?”
“처음부터 싹수가 더러웠군.”
“뭐라고!”
한심하다는 시선으로 자신을 훑어보는 장태산의 시선에 정현주는 빡 돌았다.
감히 저런 눈빛으로 자신을 대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에 없었다.
발정난 안아 그룹 오동성도 정현주는 건들지 못했다.
그런데 감히 일반인 따위가 오만하고 멸시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다들 뭐해! 내가 책임질 테니까 저 새끼 밟아!!!”
정현주가 악을 썼다.
“뒈져! 썅!!!”
눈치를 보던 양아치 한 놈이 양주병으로 장태산을 힘껏 내리쳤다.
퍼어엇.
“헛!”
내리치는 양주병을 주먹으로 막아 깨뜨려 버리는 악마의 눈빛을 띤 장태산.
와드드득.
맨손으로 깨진 양주병을 움켜쥐면서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으으…….”
때리던 놈은 공포에 질렸다.
“네 아버지 뭐하시는 분이냐?”
“…….”
피식 웃으며 묻는 악마의 물음에 한동 조선 대표 아들 한희성이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진짜 이 세상에 현신한 악마를 마주한 것 같았다.
“가까운 미래에 한국 항공 전무가 되실 정현주가 여기 짱이냐? 새끼들……. 알 떼고 살아 새끼들아.”
촤르르르르릇.
현신한 악마는 뒹굴고 있던 양주병을 들어 그대로 한희성 얼굴에 쏟아 부었다.
“아아아아악!”
독한 양주가 눈에 들어가자 비명을 지르고 눈을 비비며 한희성이 미친 듯이 룸 밖으로 뛰어나갔다.
“죽엇!!!”
그 때를 노리고 깨진 병을 들고 찔러오는 한 놈.
퍼억!
기다렸다는 듯 풀 스윙으로 악마의 주먹이 얼굴을 강타했다.
후두둑 이빨 몇 개가 피와 함께 룸 바닥에 쏟아졌다.
“꺄아악! 꺄악!!!”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룸 밖으로 뛰어나갔다.
난생 처음 당하는 과격함이었다.
언제나 갑질이 몸에 배어 있는 금수저들이지만 이런 폭력과 피를 직접 경험하는 건 흔치 않았다.
“너, 너!”
정현주도 몸을 덜덜 떨었다.
이런 잔인하고 난폭한 폭력은 그녀도 처음이었다.
“얼굴은 성형빨이네? 크크.”
정현주를 향해 악마가 비웃음을 토했다.
“야! 이 개새끼야아아아아아!”
정현주의 성질이 폭발했다.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돈으로도 성형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불만이었던 얼굴을 악마가 지적했다.
휘리릭 퍽! 퍼억!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에 있던 술병과 접시를 마구잡이로 던졌다.
날아오는 병과 접시를 가볍게 손으로 막아버리는 악마 장태산.
“성질 진짜 개 더럽구나~.”
“야! 이 새끼야! 너 내가 누군지 알고도 지랄이야!!! 너 뭐하는 새끼야!!!”
“후후훗.”
악마가 웃었다.
“오동성이도 그런 개소리 하다가 정신 병원에 들어갔지. 왜? 너도 가고 싶어?”
“!!!”
오동성이라는 말에 정현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재계 순위 뒤에 있던 안아 그룹의 오동성 집안은 폭망했다.
외국계 자본과 한국 투자자가 일궈낸 공격적 M&A였다.
아버지 입에서 몇 번 나왔던 한국 투자자 이름.
“설마……. 네가…….”
“그래! 내가 그 장태산이다.”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 정현주.
장태산과 눈이 다시 마주쳤다.
“잘 들어. 정현주…….”
장태산의 미소는 악마처럼 냉기 풀풀 날리도록 차가웠다.
“앞으로 한 번만 더 내 여자에게 손대면…….”
악마는 정현주에게 주문을 걸 듯 말했다.
“네 아버지 회사 비행기 날개 전부 부러뜨려 고물상에 처박아 버린다. 농담으로 듣지 마라. 난 한 번 뱉은 말은 반드시 실천하는 놈이니까.”
악마는 말과 함께 온시은을 들어 올려 품에 안았다.
그 와중에 익숙한 듯 온시은의 가방까지 챙겼다.
콰다다당.
나가는 와중에 거추장스럽게 발에 걸리는 대형 탁자를 발로 차 넘어뜨렸다.
보통 사람이 보일 수 없는 괴력이었다.
파르르르 파르르르.
정현주는 전신을 휩쓰는 한기에 온 몸을 떨었다.
콰아아아앙!
닫혀 있던 룸 문도 걷어차 날려 버리는 힘.
콰다다다당.
문짝이 부셔지며 뜯겨나가 버렸다.
“아아아악!”
“으으으으으…….”
밖에서 숨죽이고 룸 내부 동정을 살피던 남녀들이 비명을 질렀다.
단단한 문이 부서지듯 떨어지는 장면은 비현실적이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광경이다.
“야! 너 이 새끼 뭐야!!!”
그때서야 클럽 밖에서 대기 중이던 경호원들 십여 명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스테이지를 중심으로 온시은을 안은 채 장태산이 포위당했다.
“이 새끼가 아니라 형님이다. 양아치 새끼들아~.”
그러나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품에 온시은을 안고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뚜벅뚜벅.
장태산은 흔들림 없이 그대로 문을 향해 걸었다.
그 모습에 감히 덤비지 못하고 포위를 유지한 채 경호원들이 움직일 뿐이었다.
“헤에…….”
약에 취한 온시은은 행복한 꿈을 꾸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밟아! 저 새끼 밟아!!!”
룸에서 뛰쳐나온 정현주가 악을 썼다.
“멈춰 새끼야!!!”
그 명령을 기점으로 경호원이 주먹을 휘두르며 막아섰다.
휘릭 퍽!
하지만 눈 깜짝 할 사이에 다가오던 경호원은 한쪽 발에 안면 강타 당한 채 허공을 날았다.
콰다다다당.
“크으으으으…….”
한 방에 기절한 듯 몸을 바르르 떨며 신음을 토하는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
“죽여! 죽여 버려어어어어!”
발작적으로 정현주가 소리를 질렀다.
분에 차서 이성을 잃고 눈이 돌아갔다.
누르고 살던 광기가 폭발했다.
타다다닷.
그 말에 서너 명의 경호원이 세뇌된 듯 돌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악마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퍼버버벅.
짧은 격타음이 연속 터졌다.
“크아악!”
“컥!”
뒤이어 비명을 지르며 경호원들이 사방으로 나뒹굴었다.
엄청난 공격 속도에 어디를 어떻게 맞았는지 제대로 본 사람이 없었다.
그때.
타다다다다다닥.
검정 슈트를 착용한 건장한 일단의 무리들이 클럽 안으로 난입했다.
“대표님 보호해!!!”
말과 함께 무리가 장태산 주변을 에워쌌다.
“너, 너희들은 뭐야!”
포위한 채 움직이던 경호원들이 놀라 주춤거렸다.
장태산을 에워싼 인물들이 풍기는 살벌한 기운은 차원이 달랐다.
“꿇려!”
긴 말이 필요 없었다.
난입한 무리들이 정현주의 경호원들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퍼버버벅!
정현주가 배치했던 경호원들이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며 바닥에 무릎이 꿇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실력차였다.
“대표님! 늦었습니다.”
A.T 씨큐리티 대표 한진웅이 분노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주변은 삽시간에 압도됐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요~.”
“어떻게 할까요?”
장태산을 대표라 부르며 덩치 큰 곰이 사방을 노려봤다.
여기저기 운집한 남녀들 모두 움찔했다.
112에 신고를 할 수도 없었다.
불법 약물을 복용한 사회지도층 자녀들이 상당히 많았다.
괜히 언론에 알려지면 집안 망신뿐만 아니라 미래가 아작 난다.
“클럽 주인장 나와 봐요.”
장태산이 클럽 주인을 불렀다.
“제, 제가 주인입니다.”
구석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클럽K 대표 우진동이 말을 더듬었다.
공포스런 무력과 무식한 경호원을 대동한 인물의 질문에 감히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조직의 보호를 받지만 재벌들 싸움에 끼어들면 엿 된다는 걸 잘 알았다.
“카드 단말기 되죠?”
“네?”
“가져와 봐요.”
“단말기는 왜…….”
“골든벨 한 번 쏘죠.”
“네에에? 고, 골든벨요?”
“문짝 수리비하고 이것저것 합쳐 10억 정도면 충분하겠네. 그렇죠?”
활짝 웃으며 시원하게 골든 벨을 울려주겠다는 악마의 발언.
그 광경에 갑질을 평소 실천하고 살던 노블레스 회원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악마의 입에서 흘러나온 10억이라는 말이 껌 값처럼 들렸다.
자신들과 차원이 다른 상상을 초월한 갑질이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저 악마와 부딪치지 말아야겠다는 셀프 다짐을 머릿속 깊이 새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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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