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82
683장. 미래 경영.
“안드레이. 이거 왜 이래?”
“뭐가 말입니까?”
“화면이 먹통이 됐잖아. 소리도 전혀 안 들리고!”
“그럴 리가요. 연구팀에서 개발한 최신형입니다. 화소도 엄청나고 안정성도 뛰어납니다.”
“여기 봐봐. 너는 보여?”
“아니 이게 무슨…….”
별장 방 곳곳에 은밀하게 설치된 몰래 카메라와 음향 장치가 먹통이 됐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다.
“다른 방은 아무 이상이 없는데…….”
별장의 다른 방은 한참 뜨거운 열풍이 불고 있었다.
고화질로 생생하게 송출되고 있는 화면
푸틴이 자주 써먹는 수법이었다.
미래 러시아에 도움이 될 만한 세계 인사들을 골라 덫을 놓았다.
돈과 미녀들이라면 남자들 99%가 말려들었다.
오늘 역시 특별히 보스의 지시를 받고 실행 중이었다.
완벽하게 진행되는 일에 사달이 났다.
“이거 큰일인데…….”
책임자 알렉세이의 얼굴이 어둡게 변하며 굳어갔다.
보스가 특별히 당부한 명령이었다.
“무슨 일이야?”
그때 보스가 나타났다.
술을 과하게 마신 듯했지만 전혀 흔들림이 없는 차르.
“……다니엘 쪽에 설치된 모든 기기들이 먹통이 됐습니다.”
알렉세이가 고개를 떨구며 난처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과거 같았다면 즉결 처분을 받았을 상황.
“그래? 역시 내 동생답군.”
차르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투.
“저거 잘 챙겨.”
다니엘 쪽 화면과 달리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다른 화면.
덫에 제대로 걸린 한 남자가 쾌락에 젖어 지옥인지도 모르고 환락에 빠져 있었다.
***
“트럼프와 러시아라……. 그것도 모스크바.”
존 피어스는 예민했다.
상원에 설치된 정보위원회 위원장이 그였다.
1급 비밀로 취급될 만한 건을 인가받았다.
하원 정보위원장과 달리 전달받을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넓고 깊었다.
대통령에 살짝 못 미치는 엄청난 권한.
그 힘을 이용해 다니엘 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했다.
딸 엠마와의 데이트 직후 바로 러시아로 떠난 다니엘 장.
놀랍게도 트럼프와 동행했다.
그것도 모스크바에 위치한 공군 비행장에 착륙했다.
인공위성과 스파이들의 보고에 의하면 푸틴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고 했다.
“트럼프와 푸틴……. 도대체 무슨 꿍꿍인 거야?”
다니엘의 행동이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걸 존 피어스는 알고 있었다.
일반적인 투자가나 사업가의 행보를 벗어나 있었다.
뒤에서 미국 대통령을 만들어 냈을 정도다.
드러나 있지 않은 오바마의 진짜 후원자.
그러나 어려도 너무 어렸다.
심증은 물론 증거 또한 넘치지만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런 다니엘 장이 다음 대 미국 대통령으로 투기꾼을 밀고 있었다.
이유는 짐작할 수 없었다.
“새로운 미국을 보게 될 거라고……. 저주인지 축복인지.”
불편한 거부감 속에서도 자꾸 신경이 쓰였다.
장태산의 조건은 생각 밖이었다.
다음 대선 공화당 미국 대통령 후보를 어떻게든 막으라는 거였다.
알쏭달쏭한 조건.
만약 승부에서 패하면 자신의 로비스트가 되라는 말이었다.
패배 대가는 더 당황스러웠다.
존 피어스의 목숨 연장과 미국의 안위 보장.
생각할수록 말이 안 되는 조건과 대가였다.
그 때문에 더 다니엘에게 바짝 신경이 쓰이는 존 피어스.
“대통령만 볼 수 있는 정보에 뭐가 있는 거지? 오바마는 뭘 생각하는 거야?”
다니엘에 대한 S급 정보도 있었다.
오직 대통령과 최측근만 열람할 수 있는 최고급 정보.
존 피어스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삐이잇.
– 의원님, 리처드 요한슨 상원의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리처드 요한슨이?’
같은 공화당 소속이지만 라인이 달랐다.
보수에서도 진보로 꼽히는 존 피어스와 달리 리처드 요한슨은 중도파였다.
접점이 없다 보니 의원 파티에서나 한두 번 볼까 말까한 정치 파트너.
“모시게.”
– 네. 의원님.
존 피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끼릭.
묵직한 의원실 문이 열렸다.
“의원님, 바쁘신데……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활짝 웃으며 리처드 요한슨이 들어섰다.
“하하. 무슨 말씀입니까. 앉으십시오. 리처드 의원님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존 피어스가 자리를 권했다.
“차 마시겠습니까?”
“마시고 왔습니다. 그것보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지?’
직접 찾아온 적이 한 번도 없는 리처드 요한슨 의원이었다.
존 피어스가 자리에 앉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시기에 이렇게 급한 발걸음을 하셨습니까.”
보통 보좌관들을 통해 의원 발의가 진행됐다.
“오바마 케어에 대해 의원님이 찬성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당 차원에서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 난 사안입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헌법에 보장된 상원의원의 권한입니다. 제 양심에 따라 찬성표를 던질 생각입니다. 치료를 받지 못해 병원 한 번 못 가본 시민들 숫자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습니다. 위대한 미국 내에서 이럴 수는 없습니다.”
요즘 핫 이슈가 되고 있는 오바마 케어.
존 피어스는 소신껏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통과될 가능성이 크겠군요.”
비등비등한 상원의원 중에서 한 표라도 이탈이 되면 법안은 통과될 수밖에 없었다.
“신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방문 목적이 오바마 케어는 아닌 듯한데……?’
공개적으로 오바마 지지를 표명했기에 상의 대상이 아니었다.
상원의원의 말은 그렇게 쉽게 바뀌면 안 되는 것이었다.
“리처드 의원님.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은데……. 편안하게 하셔도 됩니다.”
존 피어스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직도 정치인으로서 모자란 것 같습니다. 얼굴에 다 표시가 납니까?”
빙긋 웃는 리처드 요한슨.
“그럼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리처드 요한슨이 자세를 바로 잡았다.
“말씀하십시오.”
“먼저 엠마 양의 무사 귀환을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갑자기 언급하는 엠마와 관련한 일.
존 피어스는 금세 얼굴이 굳어졌다.
뒤에 이어 나올 말이 어떤 사안일지 짐작 가능했다.
밖으로 알려져 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개인의 군사력 사용.
리처드 요한슨에게 발각된 게 확실했다.
“다니엘 장에 대한 정보 수집을 그만 두셨으면 합니다.”
“네?”
그러나 이어진 리처드 요한의 대답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짐작했던 내용이 아니었다.
“그는 가문의 보호를 받는 사내입니다.”
“!!!”
리처드 요한슨의 한마디에 존 피어스는 숨이 턱 막혔다.
미국과 세계 경제를 손아귀에 쥐고 있는 차일드 가문까지 연관이 되어 있는 다니엘 장.
“다니엘 장에게 해를 가하면 여러 가지로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본 가문의 전체 의사이기도 합니다.”
수위가 높은 경고였다.
방계와 본가의 합동 의견.
“으음…….”
존 피어스는 그만 신음을 흘렸다.
자신의 정치력으로도 상대하기가 불가능한 차일드 가문의 압력.
“……알겠습니다. 그 뜻을 따르겠습니다.”
존 피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니엘 장! 도대체……!’
자신에게까지 전해져 오는 다니엘의 힘.
존 피어스는 상원의원이 된 이후 처음으로 정치적 무력감에 힘이 쭉 빠졌다.
***
“요즘 왜 이렇게 바빠?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아도 얼굴 보기가 조선시대 임금님 보기보다 힘든 것 같아? 학생이 그래도 돼?”
오랜만에 고연지를 만났다.
같이 학교를 다닐 때는 자주 만났던 고연지.
그녀가 졸업한 뒤로 1년에 한 번 정도 연중행사로 얼굴을 보게 됐다.
“네가 다니던 시절과 달라. 세상이 변했다.”
“무슨 소리야. 나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푸릇푸릇한 사회초년생이라고.”
“몸이 세 개라도 부족하다. 변호사 업무도 봐야지, 학교도 다녀야지. 세계 평화를 위해서 계획도 짜고……. 나 어제 러시아에서 왔다.”
정말 바빴다.
과거 차르와 트럼프를 연결했던 중간 마담 뚜 역할을 이번에는 내가 맡았다.
두 사람은 다음 날까지 브로맨스 불꽃을 튀겼다.
트럼프는 사냥도 하고 하룻밤 보낸 러시아 미녀와 오래된 애인처럼 지냈다.
촘촘한 그물에 걸린 것도 모르고 마냥 행복하던 트럼프 아재.
솔직히 미국 국민들이 불쌍했다.
어차피 내가 수를 쓰지 않아도 대통령이 될 자.
경찰 노릇한다고 세계인들이 용돈 모아 지원해 풍족하게 살게 해 준 것도 모르는 미국.
배가 부를 만큼 불렀다.
그런 그들이 뽑을 새로운 미국 대통령상에 입맛이 씁쓸했다.
하지만 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착실하게 트럼프와 차르를 연결하고 정보를 빼돌렸다.
한 번은 부딪히고 가야 할 홍역 같은 인물.
미국 시민들도 깨달아야 했다.
그들이 품은 욕망에 의해 선출된 부동산 업자가 대통령이 되어 어떤 짓을 하게 되는지 말이다.
“세계평화는 뭐야? 러시아? 새로운 사업해? 소문에 듣자하니 블라디보스토크에 TS그룹이 투자한다던데……. 정말이야?”
다다다 쉬지 않고 묻는 고연지.
“스파이야?”
“……무슨 소리야. 너와 난 친구야. 친구!”
“얼굴에 관심 300%라고 드러난다. 고연지 팀장님.”
“흐흐. 집안일 하다 보니까 나도 변하는 것 같아. 태산이 너와 교양 과목으로 시나 읊을 때가 좋았다. 코하네와 같이 어울려 다닐 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어. 월급쟁이 생활하니까 주말이 막 기다려지는 거 있지? 학생이라 너는 잘 모르겠지만~.”
고연지 많이 컸다.
과거에 비해 넉살이 좋아졌다.
아빠가 아무리 회장이라 해도 회사 생활이란 게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전진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특히 대한민국 내에서 그룹의 자손들은 암암리에 개인이기보다 공인 취급을 받았다.
더 엄격하게 자신을 관리하지 않으면 미래에 사업가 재목이 될 수 없었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만큼 정보가 과거에 비해 빠르게 공유됐다.
향후 몇 년 후면 정치인들이 그토록 원하지 않는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IT 강국.
배울 만큼 배우고 깨어날 만큼 깨어난 국민들이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아직도 386시대의 사고로 살아가는 정치인들을 국민들의 의식이 압도하게 되는 것이다.
미래에 가서도 정치인들은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자신들의 주도하에 정치가 이루어진다는 착각 속에 빠진다.
과거처럼 당선되는 순간 모든 게 끝나는 줄 알고 있는 정치인들.
그들 머리 위에서 시민들의 눈이 매섭게 지켜보고 있다는 걸 절대 알지 못했다.
“월급 탔다고 한 턱 쏜다는 곳이 순댓국이야?”
“왜? 맛없어? 난 순댓국에 소주가 제일 맛있어. 직원들이 회식하자면 내 눈치 보느라 레스토랑에만 가는 거 있지. 나도 삼겹살에 소주 좋아하는데. 재벌들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커. 그들도 부부 싸움하고 돈과 자식 걱정에 한숨 쉴 때가 많은데 말이야.”
“그게 바로 배부른 투정이잖아. 아버지가 회장이면 대부분 고급 외제차 타고 맛있는 거 먹고 좋은 집에서 사는 게 보편적이잖아.”
“그게 아빠 돈이지 내 거야? 우리 집안 여자들은 시집가면 그냥 조용히 살아. 사회적 편견이야. 나도 남편이 벌어다주는 월급 받아서 살림만 하고 싶어. 토끼 같은 애들 키우고~.”
다 좋은데 고연지의 눈빛은 왜 나를 향하는지?
고연지는 확실히 다르긴 달랐다.
임윤아보다 소박했다.
“넌 잘 살 거다. 걱정 마. 적어도 남편과 순대에 소주를 기울일 수 있는 기본자세는 돼 있잖아.”
“고마워. 난 네 말만 들으면 뭔지 안심이 돼. 마법의 주문 같다고나 할까?”
고연지 말투와 눈빛에서 어떤 욕망이 보였다.
과거에는 보이지 않았던 성취욕.
“오! 미래에 회장님 나오는 거야?”
“능력되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어? 나도 사람인데.”
“보기 좋네. 그런 의미에서 한 잔!”
팅반쯤 채워진 소주잔을 들어 부딪쳤다.
러시아에서 미녀들과 함께 마시던 보드카보다 훨씬 달았다.
술자리는 분위기가 99%를 차지하는 법.
좋은 사람과는 소소하게 캔 맥주 하나 나눠 마셔도 기분이 좋아진다.
“저기 태산아……. 너에게 부탁 하나 해도 돼?”
“뭐?”
소주를 비우고 순대국을 한 숟갈 떠먹는 사이 고연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오늘…… 한 사람을 초대했는데…… 괜찮지? 너를 너무 보고 싶어 해서 말이야.”
“한 사람? 누군데?”
“……네 뒤에 왔어.”
“???”
호기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어!”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