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54
“반칙이라…….”
아레스의 시선이 힐끗, 아서를 훑고 돌아왔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러고도 날 이길 수 있다? 대충 그런 말이냐?”
“대충이 아니라, 딱 봐도 그런 말 같지 않나?”
“하, 하하…….”
입가를 비집고 새어 나오는 헛웃음.
도발적인 말에 발끈한 건 오히려 아레스의 수하들이었다. 그들은 당장에라도 유원을 향해 무기를 빼어 들며 달려들고 싶었지만, 그 앞에는 아서가 텅 빈 눈동자 속을 시퍼런 마나로 일렁거리며 버티고 서 있었다.
“살다 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다 겪어 보는군.”
웃음이 뚝 그치며, 아레스의 검이 움직였다.
스캇-.
쩍-.
유원의 뒤쪽 벽면이 갈라졌다.
가볍게 움직인 아레스의 검은 한참이나 거리를 뛰어넘어 날카로운 검기를 전달했다.
“그러다 금방 목 날아가.”
“허세는.”
화륵-.
유원의 눈이 빨갛게 타올랐다.
[‘화안’이 ‘검’을 읽습니다.] [‘감각지대’가 활성화됩니다.]화안과 감각지대.
두 개의 스킬이 모습을 드러내자, 신전 안의 모든 게 손바닥 위처럼 훤히 들여다보였다.
“애초에 벨 생각도 없었잖아?”
“아, 알고 있었어?”
아레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느 정도 유원에 대한 정보가 알려진 건지, 그는 화안을 보고도 그리 당황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럼 어디…….”
스캉-!
빠르게 날아온 창끝.
유원이 검을 들어 그것을 옆으로 쳐 내는 순간, 아레스의 몸이 위에서 나타났다.
“이것도 막아 보든지!”
쩌어어엉-!
구우웅-.
내리친 검을 막자, 그 무게에 유원이 서 있는 신적의 바닥이 한 뼘 내려앉았다.
아레스는 가볍게 집어던졌던 단창을 어느새 회수한 후, 유원을 향해 곧장 창을 찔러 왔다.
픽, 피피픽-.
빠르게 이루어진 찌르기.
유원이 여유로이 그 궤적을 피하며 물었다.
“괜찮겠어?”
“뭐?”
아레스가 그게 무슨 뜻이냐는 표정을 짓는 순간.
파지지직-!
전격을 휘감은 주먹이 앞으로 뻗어졌다.
콰릉-!
신전의 바닥이 뒤집어지고, 사방에 전격의 힘이 뿜어졌다.
유원을 향해 신나게 공세를 퍼붓던 아레스의 몸이 뒤로 죽 밀려났다. 처음으로 그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사는 집이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너, 이 힘…….”
제우스, 하르간과 같은 전격의 힘.
그것은 제우스의 핏줄을 강하게 이어받은 직계 자손에게만 나타나는 힘이었다. 아레스조차 이어받지 못한 그 힘을, 지금 이 자리에서 유원이 사용한 것이다.
“네가 질투한 힘이지.”
유원은 아레스의 추한 부분을 알고 있었다.
“하르간에게 말이야.”
질투.
그것은 전쟁과 투쟁의 권좌에 앉은 아레스에게 결코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레스가 질투를 느끼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는 살아생전, 단 한 명에게 질투를 느꼈다.
하르간.
긴 역사, 그리고 유원이 아는 먼 미래를 아우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제우스의 자손들 중에서도 가장 피를 강하게 이어받은 그를, 아레스는 계속해서 질투했다.
빠직-.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역린을 건드리자 반응이 바로 왔다.
“함부로 입을 놀리느냐!”
기이이잉-.
방금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의 마나가 검에 맺힌다.
지금까지는 신전이 무너질 게 염려되어 조심했다면, 이제는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다는 자세였다.
콰드드득-!
신전의 바닥이 갈라지고, 뒤집어진 바닥의 파편이 수백 수천 갈래로 튀었다.
유원은 검과 함께 튄 파편을 손으로 쳐 내며 웃음을 지었다.
“정곡을 찔렸나 봐?”
“닥쳐라!”
번쩍-!
황금빛의 마나가 터져 나오며 아레스의 검이 같은 색으로 물들었다.
그 무엇보다 날카롭고 예리한 검.
유원은 그 검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다.
[거인의 힘이 전신에 깃듭니다.] [‘체력’ 스탯이 일시적으로 ‘근력’으로 치환됩니다.]화르륵-.
거인화와 함께, 성화가 검에 깃든다.
그와 동시에 황금빛의 마나와 유원의 성화가 신전 한가운데에서 부딪쳤다.
투확-!
쏴아아아아-!
“무슨 마력이……!”
“모두 우리 뒤쪽으로 와라!”
두 강대한 힘의 격돌에 당황한 건 장내에 모여 있던 랭커들이었다.
갑작스러운 마나의 충돌로 인한 여파가 신전 곳곳에 퍼졌다. 각각의 속성을 띈 마나는 두 사람의 검에 입혀져 수백 가닥의 검파를 흩뿌렸다.
보이지 않는 두 개의 마나의 파도 속.
쩡, 쩌저정-!
콰드드드, 차앙-!
쉬지 않고 검과 창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둘이 싸우는 충격으로 신전의 벽에 금이 가고, 바닥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정말 저기서 싸우고 있는 게, 김유원이라는 플레이어인가?’
유원은 이제 막 40층을 넘어선 플레이어였다.
이제 저층 구간을 벗어나, 꽤 높은 층까지 올라선 건 사실이었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라니.
‘마치, 또 한 명의 하이랭커와 싸우고 계시는 것 같다.’
믿기지 않는 상황이었다.
처음 유원이 신전에 쳐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혹시 미친 게 아닌가,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했었다.
물론, 지금껏 유례가 없을 만큼 올림포스를 뒤흔든 플레이어기는 했다.
하지만 고작 플레이어란 생각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것은 오판이었다.
애초에 그런 그가 정말 아무런 승산도 없는 싸움을 걸어올 리 없었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아니, 어쩌면 확신을 가지고 이곳에 온 것일지도 모른다.
“제법 손이 맵군.”
지이잉-.
떨어진 검을 통해 강렬한 충격이 전해진다.
검의 내구도도 내구도지만, 검을 휘두르는 힘이 상당했다.
“거인화 덕분인가?”
이미 유원을 대표하는 스킬인 거인화는 올림포스에 꽤 알려진 상태였다.
근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헤라클레스의 상징과도 같은 스킬.
아레스 역시 오래전부터 탐내던 스킬이기도 했다.
워낙 구하기가 어려운 탓에 포기하긴 했지만…….
‘탐나는군.’
유원을 바라보는 아레스의 눈이 번들거렸다.
지금 이 순간순간에도 계속해서 놀란다.
하르간과 함께 탑에 들어온 플레이어.
대체 어떻게 이렇게 단기간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는지, 하이랭커가 된 그였기에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바다의 돌에 거인화, 화안.
그리고 제우스의 상징인 전격의 힘까지.
그는 이 탑의 하이랭커들조차 탐내 할 만한 온갖 스킬과 아이템들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 녀석을 쓰러뜨리고, 그중 하나라도 얻게 된다면…….’
아레스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언젠가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파악-!
아레스의 몸이 앞으로 기울며, 순간 속도가 올라갔다.
유원은 갑작스레 깊이 파고 들어오는 아레스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아레스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더 더 깊이 파고들며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위를 잘 봐야지.”
“……?”
그제야 위쪽에서 느껴진 마력.
고개를 들어 올린 아레스의 시야에 눈부신 세 개의 빛이 들어왔다.
[벼락]콰르릉-!
아레스의 머리 위로 세 개의 벼락이 떨어졌다. 황금빛 갑옷을 입은 아레스의 몸이 노랗게 변하고, 순간 유원의 검이 그의 몸을 갈랐다.
그런데.
쩌어엉-!
“……!”
아레스의 검에 더 큰 힘이 실렸다.
벼락에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은 모습.
“그 빛은 내 아버지가 쓰던 힘이다.”
아레스가 유원을 향해 더 가까이 접근해 왔다.
상대의 눈동자 속에 비친 모습까지도 보일 만큼 가까운 거리.
스칵-.
픽-.
“그런 내가 설마, 그 힘에 당할 것 같으냐?”
아레스의 검이 유원의 머리카락 끝을 잘라 냈다.
처음으로 아레스의 검이 유원의 몸을 건드린 순간이었다.
‘섬뜩하군.’
아레스의 눈을 바라보던 유원의 눈이 가늘게 좁아졌다.
검에 더 진한 살기가 실리고, 아레스의 몸에 흐르던 황금빛의 기운이 강해졌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듯, 두 개의 창칼을 움직이는 그의 손이 더 어지러워졌다.
슈아악-.
콰드드드득-!
단창의 끝이 움직이며, 신전의 한가운데 기다란 선이 생겨났다.
그러자.
“끄아아아악!”
“아, 아레스 님!”
“저희가 뒤에 있습니다! 아레스…… 아아악!”
자연스레 신전이 베어지며 거기에 휘말리는 자들도 생겨났다.
랭커조차 휘말리면 살아남기 어려운 일격들. 하물며 그 휘하에 있는 플레이어들이야 두말할 것도 없었다.
흘리는 피는 모두, 아레스의 밑에 있는 자들뿐이었다.
그 순간.
기이이잉-.
쩌정-!
유원과의 싸움의 여파로 날아오던 검격.
한 플레이어의 앞을 아서가 막아섰다.
-가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군.
아레스는 싸움에 정신이 팔려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수하들의 안위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는 아서가 가장 혐오하는 모습의 사람이 되어, 유원과 싸우고 있었다.
쿠르르르-.
대체 어떤 재질로 만들어진 건지는 모르지만, 신전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포인트를 한두 푼 들인 게 아닌 모양이었다.
-이게 뭐가 전쟁이란 말이냐.
아레스.
전쟁과 투쟁을 상징하는 올림포스의 하이랭커.
-전쟁이란 본디, 혼자 하는 게 아니건만…….
텅 빈 눈동자 속에서 시퍼런 안광이 번뜩인다.
유원의 명령이 있기에 움직이지는 않고 있지만 아서는 금방이라도 달려가 아레스의 목을 쳐 내고 싶었다.
챙, 카가가각-.
슈카아악-!
유원은 아레스의 검에 집중했다.
검을 쳐 내고, 흘려낸다. 뿜어지는 마나로부터는 성화를 일으켜 몸을 보호했다.
화안과 감각지대.
두 개의 효과 덕분인지, 그의 칼창을 피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때였다.
-언제까지 간만 보실 생각입니까?
귓가로 흘러들어온 아서의 목소리.
어딘가 잔뜩 화가 난 듯한 목소리였다. 그제야 유원은 아서가 다른 플레이어와 랭커들을 보호하고 서 있는 걸 발견했다.
‘화가 났나.’
하긴.
아서는 살아생전 기사왕으로 불렸던 존재였다.
기사도는 그가 추구하던 정신이었으며, 기사왕의 모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런 아서의 눈에 아레스가 얼마나 역겨워 보일까.
‘감이 좀 돌아오나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뭐?”
뭐가 안 되겠다는 걸까.
아레스는 움직이던 검을 멈추지 않은 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슷-.
목젖을 노리고 찔러 오는 검끝.
깜짝 놀란 아레스가 서둘러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레스는 곧장 단창을 움직여 유원의 몸을 반으로 갈라갔다.
그런데.
오싹-.
아레스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유원의 몸을 감싸고 있던 불길.
그 속에서 아주 잠깐이나마, 제우스의 모습을 본 것 같은 착각이 일었던 것이다.
‘방금 대체 뭐가…….’
“이건 네 아빠가 쓰던 힘이라고 했나?”
파지직-!
유원의 왼손에 전격이 터져 나왔다.
익숙한 힘.
또한, 전격에 대한 내성이 유난히 높은 아레스로서는 전혀 두렵지 않은 능력이었다.
“……그런데?”
“그럼 그 반대는 어떨지 모르겠군.”
“반대?”
‘어둠 속성의 마나를 말하는 건가?’
생각해 보면, 아레스가 알고 있는 유원의 정보에는 그가 어둠 속성의 마나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마, 아가멤논인가 하는 무능한 수하를 통해 얻게 된 정보였을 것이다.
불과 전격, 어둠에 이르기까지.
그 다양한 속성의 마나를 모두 사용하는 건 가히 천부적인 재능이나, 속성이 달라진다고 해서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
‘속성이 달라진다고 해서 마나의 절대적인 힘이 상승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안 그래도 나도 궁금했단 말이지.”
파스스슷-.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쩌-억-.
지금껏 다 열리지 않았던 퀴네에의 눈이 활짝 열리고-
“그 차이가 어떤 건지 말이야.”
[‘지옥’이 ‘죽은 자들의 왕’을 경배합니다.]-그 속에서, 무한에 가깝던 힘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