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00
‘다시 본다라…….’
우라노스의 말은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았다.
만남은 짧았지만 인상은 강렬했다.
그의 눈에는 대체 단풍이 어떻게 보인 걸까.
대체 무슨 이유로 그는 자신의 심장을 남긴 걸까.
왜 제우스가 그의 심장 조각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왜, 무슨 근거로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말한 걸까…….
여러 해결할 수 없는 궁금증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어지럽혔다.
그것도 잠시.
스윽-.
볼에 닿는 감촉에 유원은 정신을 차렸다.
“어?”
판도라의 손.
볼에 닿은 손의 촉감에 유원이 놀라자 판도라는 눈을 부릅뜨며 입을 열었다.
“정신.”
짧은 단어 하나였지만 말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정신 차리라는 것이다.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답지 않게 괜히 생각이 많았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지금 당장 고민해 봤자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우라노스의 말대로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것까지 염두에 두면 될 일이다.
단풍에 대한 것은 차차 알게 될 것이다. 녀석이 처음 알에서 부화한 것처럼 또다시 성장하다 보면, 차차 본래의 모습을 찾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은,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생각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유원은 자신의 손에 끼워진 우라노스의 심장을 바라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반투명한 장갑처럼 보이는 아이템.
[우라노스의 심장]# 고대의 하이랭커가 수많은 랭커를 집어삼키고 완성한 심장이다.
# 심장에 저장된 힘을 사용할 수 있다.
설명은 단순하고, 그리 특별할 게 없었다.
이런 경우는 둘 중 하나였다.
‘그만큼 아이템이 보잘것없거나, 시스템이 아이템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문자화시킬 수 없을 때.’
후자의 경우는 드물었다. 아이템의 설명이 간략한 경우는 대부분 전자에 속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후자의 경우가 없는 건 아니었다.
‘오딘의 궁니르가 이랬지.’
탑 최강의 창.
궁니르는 시스템을 통해서도 제대로 효과를 알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그 효과는 오직 창을 손에 쥐어야지만, 그것도 오딘의 손 안에 있어야지만 제대로 발휘되었다.
‘그럼 이게, 그 궁니르에 비견되는 아이템이라는 건가.’
오히려 더 기대가 됐다.
유원은 설명을 자세히 보았다.
제아무리 단순한 설명이라 한들, 아이템에 대한 단서는 있었다.
‘일종의 동력원인 건가.’
심장에 저장된 힘을 사용할 수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고대에 홀로 거대 길드와 전쟁까지 벌였던 하이랭커 우라노스의 심장이었다.
그런 우라노스가 지니고 있던 힘을 끌어 낼 수 있다는 건 아이템 하나만으로 스탯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효과를 알 방법은 하나뿐이다.’
유원의 시선이 헤라클레스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자연스레 유원을 보고 있던 헤라클레스가 눈이 마주쳤다.
“왜?”
“헤라클레스.”
꾸욱-.
유원은 금방이라도 주먹을 뻗을 것처럼 쥐었다.
“받아줄 수 있겠냐?”
지난 한 달 남짓, 유원은 헤라클레스와 꽤 많은 대련을 치렀다.
사실 말이 대련이지 그것은 일방적인 폭행이었다. 헤라클레스의 주먹질 몇 방에 유원은 나가떨어지기 일쑤였고, 정작 유원의 주먹은 헤라클레스에게 제대로 된 상처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지금이라면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헤라클레스가 어서 들어와 보라는 듯, 가슴을 활짝 열고 섰다.
한 번 쳐 볼 테면 쳐 보라는 듯이.
그렇게 유원이 막 우라노스의 심장을 착용한 손을 뻗으려던 때.
“작업장 개판 내 놓을 일 있냐?”
헤파이스토스의 불퉁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쌈질은 나가서 해라. 여긴 신성한 공방이다.”
그 말에 잠시 흥분했던 유원은 자신이 실수했던 걸 깨달았다.
평소라면 모를까 우라노스의 심장은 자신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템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힘을 다루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과하게 힘이 들어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정말로 헤파이스토스의 공방에 피해가 갈 수도 있고.
저벅, 저벅-.
헤파이스토스가 몸을 돌려 창고를 나갔다.
우라노스의 심장을 제작하느라 오랫동안 쉬지 못한 그는, 먼저 자리를 벗어났다.
그런데.
“안 오고 뭐 하냐?”
창고 밖에서 헤파이스토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던 거 계속 안 할 거냐?”
아무래도 자신이 만든 아이템의 성능이 궁금하긴 한 모양이었다.
* * *
1층에는 빈 땅이 많았다.
분명 가장 많은 개발이 이루어진 층이지만, 그런 만큼 가장 넓은 땅을 보유하고 있는 층이기도 했다.
도시에서 꽤 멀리 떨어진 작은 산.
그 산의 중턱에서 유원과 헤라클레스는 서로 마주 보고 섰다.
“이쯤 떨어졌으면 됐겠지.”
헤라클레스는 저 아래 멀리 떨어져 보이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작게 보일 정도면 거리는 충분했다. 괜히 도시에서 가까운 곳에서 소란을 일으켜 구설수에 오르내릴 일도 없었다.
특히나 지금, 유원은 삼귀자에게 쫓기고 있는 입장이었다.
“한 번 들어와 봐라.”
쿵-.
헤라클레스는 활짝 열어젖힌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유원을 도발했다.
헤파이스토스와 판도라는 헤라클레스의 등 뒤쪽에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유원은 그중, 헤파이스토스를 힐끗 바라보았다.
‘판도라는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혹시…….’
하이랭커 중에서도 꽤 상위에 속하는 판도라는 유원이 걱정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문제는 헤파이스토스였다.
“뭘 걱정하고 있는 거냐?”
그때, 유원의 염려를 눈치챈 헤라클레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뒤쪽이 위험할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
자신감이 넘치는 호언장담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양팔을 활짝 벌렸다.
절대로 이 뒤쪽까지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는 자세였다.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내가 걱정할 녀석이 아니지.’
유원은 다시금 헤라클레스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를 떠올렸다.
탑 최강의 육체.
그의 몸을 뚫어 낸다는 건 설령 이 자리에 제우스가 오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실제로도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와의 싸움에서 벼락을 몇 방이나 얻어맞고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
‘전력으로 간다.’
꽈아악-.
[‘우라노스의 심장’을 사용합니다.]파스스스-.
유원의 손안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서로 다르게 나누어져 있던 세 개의 조각이 하나로 합쳐지며, 속성은 하나로 통일되었다.
본격적으로 아이템을 사용하기 시작한 지금.
유원은 시스템을 통해서 알 수 없던 사실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탑 최고의 대장장이라는 게 괜한 말이 아니란 말이지.’
헤파이스토스는 이 아이템을 완성하기 위한 재료로 세 개의 아이템을 사용했다.
벼락과 퀴네에, 트라이앵글.
모두 우라노스의 심장의 재료가 되는 아이템들이었다.
하지만 심장은 하나가 되기 전에 이미 헤파이스토스에 의해 각기 다른 아이템들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 심장에는 그런 헤파이스토스의 아쉬움이 깃들어 있었다.
[‘바다의 가호’가 몸에 깃듭니다.]이 심장에는 그간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아이템의 모든 기능들이 들어 있었다.
아니.
단순히 세 개의 아이템을 하나로 합친 것만이 아니었다.
[‘타르타로스’를 소환합니다.]퀴네에에 들어 있던, ‘지옥’의 이름이 바뀌었다.
지옥보다 더 깊은 지하.
죽은 자들 가운데 극심한 형벌을 필요로 하는 자들만이 빠지게 되는 그곳은, 위험한 자들을 가둬 둔 만큼 지옥보다 더 큰 힘이 존재했다.
42층에서 유원이 빠졌던 그 깊고 어두운 바다.
그곳이 바로, 타르타로스였다.
파즛, 즈즈즈-!
손안에서 터져 나오는 마력에 유원의 표정이 구겨졌다.
심장에서 뿜어지는 마력의 양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당연히 통제할 수 없는 마력은 자기 자신에게도 피해를 주기 마련이었다.
[상태이상 : 부식이 시작됩니다.]이렇게 빨리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새삼 자신의 스탯이 많이 부족하다는 게 느껴졌다.
아이템 하나도 감당하지 못해, 이렇게 쩔쩔매다니.
‘아니, 오히려 좋은 건가.’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우라노스의 심장이 지닌 힘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심장에 내재된 마력과 심장을 통해 연결된 타르타로스의 힘을 끌어 낼 수 있는 힘이 그 정도라는 것이니까.
현재 자신의 상태로는 아이템이 지닌 가치를 모두 활용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상태이상 : 부식이 2단계로 상승합니다.]손에 느껴지던 기분 나쁜 감각과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이제 시간이 많지 않았다.
‘지금.’
파직-!
오른손에서 터져 나오는 환한 빛무리.
그 빛무리는 유원이 뿜어낸 마력을 한꺼번에 잡아먹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번쩍-!
유원의 모습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콰릉-!
* * *
쿠르르릉-.
천둥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땅 위에서 터져 나온 전격이 하늘로 올라가, 벼락이 땅에서 하늘로 뿌려지는 듯한 현상을 만들었다.
부서진 샛노란 전격 사이, 새까만색상이 듬성듬성 나 있다.
어울릴 수 없는 두 가지 속성이 한데 섞인 마력.
헤파이스토스는 허공에 흩어져 안개처럼 뿌옇게 변한 전격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게…… 우라노스인가.”
자신의 손으로 만든 아이템의 힘을 직접 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곳까지 직접 온 것이고.
과연 세 개의 아이템이 하나로 합쳐졌을 때, 어떤 위력을 낼 수 있을까.
과연 자신이 직접 만든 최고의 걸작이, 제 주인을 만났을 때 얼마나 빛을 낼 수 있을까 해서.
그리고 헤파이스토스는 지금 그토록 바라던 걸 눈으로 보고 있었다.
‘저게 정말, 저놈이 뿌린 벼락이 맞는 건가?’
막대한 마력이었다.
순간,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가 직접 벼락을 뿌리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자연스레 헤파이스토스의 시선은 헤라클레스에게로 향했다.
‘그런데도 여기까지 마력이 닿지 않았다.’
그는 양팔을 벌린 채, 온몸으로 벼락을 받아 냈다.
헤라클레스는 조금도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고 자리에 서 있었다.
자신의 뒤에 있는 헤파이스토스와 판도라 때문이었다.
‘저 녀석도 진짜 괴물이구먼.’
헤라클레스.
제우스의 자식들 중 가장 강하다 알려져 있으며, 20위권 대의 최상위 하이랭커.
새삼스레 헤파이스토스는 상위권 하이랭커가 지니는 힘에 감탄했다.
저런 공격을 맨 몸뚱이 하나로 받아 낼 수 있다니.
파짓-.
헤라클레스는 아직까지도 몸에 남아 있는 전격의 따끔거림에 고개를 들었다.
조금 아플 거라고는 생각했다.
이미 유원은 전부터 자신에게 작은 상처를 남길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었으니까.
벼락보다 더 뛰어난 아이템을 얻은 지금이야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랬기에 헤라클레스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대련 때와는 달리 그는 진짜 싸움처럼 몸을 긴장했다. 그렇게 마력을 머금고 단단해진 몸은 세상의 그 어떤 방패보다도 단단해졌다.
그런데 설마.
‘마음먹고 막았는데…… 진짜 상처를 입을 줄이야.’
그런 자신의 가슴에, 상처가 생겨났다.
전격에 지져진, 살갗이 태워진 자국.
탑에서 가장 단단한 육체라 자부한 몸이었다. 설령 아테나의 아이기스라 한들 자신의 몸보다 단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몸에 상처가 생겨났다.
헤라클레스는 주먹을 부여잡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유원을 바라보았다.
“대체…….”
그리고 그런 유원의 얼굴 위.
“어떻게 한 거냐?”
헤라클레스는 순간, 제우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