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91
머리가 굴렸다.
인드라의 갑옷을 뚫어 낼 만한 강력한 한 방.
그런 게 뭐가 있는지.
여기가 바로 문제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런 한 방이 떠오르질 않았다.
“아, 모르겠다.”
터질 것 같은 머리를 긁적인 손오공은 다시금 여의봉을 들어 올렸다.
어차피 인드라에 대한 정보는 이미 전달한 상태였다.
그것으로 자신의 역할은 끝난 셈.
펑, 퍼퍼퍼펑-!
인드라를 중심으로 수많은 손오공들이 나타났다.
분신술.
화안금정과 함께 손오공을 상징하는 스킬.
“장관이로군.”
장장 백 명이 넘는 분신들의 가운데에 서고도 인드라는 기가 죽지 않았다.
오히려.
콰직-.
두 다리에 힘을 단단히 준 채, 들어올 테면 들어와 보라는 듯 굳건히 허리를 세웠다.
“커져라-.”
“커져라-.”
“커…….”
겨눠지는 수십 자루의 여의봉들.
여의-.
투쾅-!
여러 방향에서 날아온 여의봉이 인드라의 몸을 깔아뭉갰다.
아니.
깔아뭉갠 것처럼 보였다.
콰직, 쾅-!
여의봉들이 부서졌다. 분신이 손에 쥔 가짜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손쉽게 부서질 물건은 아니었다.
쾅, 쾅쾅-!
주먹으로 여의봉을 부수고, 분신을 하나하나 깨부순다.
그렇게 인드라가 손오공에게까지 도달한 순간.
“뭐야, 네가 먼저 왔냐?”
인드라는 사라진 분신의 뒤에서 중얼거리는 손오공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뒤.
화아악-.
붉은 마력의 어스름과 함께, 여섯 개의 팔과 여섯 자루의 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수라참마도]여섯 자루의 검이 동시에 한 점을 베어 온다.
손오공을 향해 달려들던 인드라가 바닥에 몸을 굳히고, 양손을 교차해 몸을 보호했다.
다음 순간.
쫘아아악-!
아수라의 검이 인드라의 가슴을 베어 냈다.
* * *
쿵, 쿠구구구구-.
몸이 뒤로 날아갔다.
버티지 못했다. 바위산을 뚫고 들어가 그 잔해에 파묻힌 인드라는 가슴에 난 상처를 만져 보았다.
피가 묻어 나왔다.
“벌써 두 번…….”
상처를 두 번이나 입었다.
미세하지만 갑옷을 뚫고 들어온 공격이 있다는 뜻이었다. 방심이든 뭐든, 이건 자신의 실수였다.
후두두둑-.
몸을 깔고 있는 바위들의 잔해를 들고 일어나며 인드라가 멀리 나타난 랭커를 바라보았다.
세 개의 머리.
여섯 개의 팔.
손오공에게 붙잡혀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자신을 향해 달려들려는 모습이었다.
쉽게 잊기 어려운 외형.
뿐만 아니라 그는 이 탑에서도 꽤 유명한 하이랭커였다.
“아수라인가.”
삼두육비의 괴물.
녀석을 만든 건 자신이었다.
툭, 툭-.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내며.
“징그러운 놈이군.”
인드라는 몸을 회복하고 반쯤 일어난 파프니르를 바라보았다.
뚜둑, 뚝-.
파프니르를 잡기 위해 움직였던 싸움이었다.
그런데 제천대성에 아수라까지, 조금씩 판이 커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큰 상관은 없었다.
상처를 입었다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생채기라 부를 만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제천대성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지만…….’
두 마리의 용.
그리고 아수라까지.
눈앞에 나타난 적을 보며, 인드라는 어떤 묘한 느낌을 받았다.
간질간질하고 답답한 느낌.
이런 느낌은 대부분 빗나가는 일이 없었다.
“여기가 내 분기점이라는 건가.”
브리트라와 파프니르.
두 용을 죽이고 나면 자신의 목적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고 봐야 했다.
우두머리를 잃어버린 종족은 무너지기 마련. 그렇게만 되면 이제 남은 건 우두머리가 사라진 용들을 찢어발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끝이 눈앞에 있다.”
파지지-.
인드라는 눈앞에 나타난 손오공과 아수라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 * *
“놔라.”
꽈아악-.
아수라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팔을 붙잡고 있는 손오공. 그가 다른 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자살이라도 하게?”
“말로는 안 통하는군.”
첫 번째 머리의 눈에 살기가 떠올랐다. 곧이어 그의 두 팔에 쥐어진 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손오공은 급히 검을 피하며 다른 머리를 찾았다.
“야, 세 번째.”
세 번째 아수라.
그나마 말이 통하는 녀석이었다.
“너 진짜 나랑 싸우게? 그럼 저 녀석이랑 싸울 힘도 안 남을 텐데?”
“…….”
잠깐 대답이 없던 아수라.
하지만 이내.
턱-.
다른 두 개의 손이 손오공을 향해 검을 휘두르던 손을 붙잡았다.
“뭐 하는 거냐?”
“어리석은 짓하지 마라.”
두 번째 머리는 침묵했고, 세 번째 머리가 첫 번째 머리를 말렸다.
“인드라와 제천대성을 둘 다 상대하는 건 무리다.”
“그래, 그래.”
역시 세 번째 머리는 조금 말이 통했다.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손오공은 아수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같이 싸우자고, 우리.”
“……같이?”
아수라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손오공을 바라보았다.
네가 왜? 라고 묻는 표정이었다.
“어림없다. 저 녀석은 내 거다.”
첫 번째 머리의 말.
“이미 그 녀석들과 이야기하지 않았나? 저 녀석을 잡는 데에 혼자를 고집하지 않기로.”
두 번째 머리의 말에 손오공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마음에는 안 들기는 마찬가지야. 그런데 말이야…….”
콰릉-!
하늘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전격의 기둥.
“저 녀석, 혼자 잡을 자신 있어?”
“…….”
저릿, 저릿-.
아수라는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마력에 미간을 구겼다.
“못 이긴다.”
그간 침묵하고 있던 두 번째 머리가 입을 열었다.
“또 도망치자는 거냐?”
“아니.”
“그럼?”
두 번째 아수라와 세 번째 아수라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당연하게도 첫 번째 아수라는 얼굴을 구겼다.
“정말 같이 싸우자고?”
말도 안 된다는 듯, 살벌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쿠르르르-.
하늘에 자욱이 깔리기 시작한 먹구름에 그 역시 몸이 떨렸다.
“도망치거나, 싸우다 개죽음을 당하거나.”
“아니면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거나.”
세 번째 머리의 말에 두 번째 머리가 이어 받았다.
지푸라기.
무려 제천대성에 두 용왕과 함께 하는 싸움에서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지금 이 상황에서 그 말을 부정하지는 못했다.
눈앞에 있는 인드라는, 과연 그만한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저 녀석은 차원이 다른 괴물이다. 복수를 하려거든 이 방법뿐이다.”
“……알았다.”
탑의 윗 세계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아수라 역시 그가 자신들보다 한 차원 위의 존재임은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존심 강한 첫 번째 머리조차 결국 빳빳한 자존심을 접는 수밖에 없었다.
“대신, 저 녀석의 목은 내 거다.”
이것만큼은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듯, 단호한 목소리.
물론, 그런 거에 연연할 손오공이 아니었다.
“그러든가.”
파직, 파지직-.
높게 솟은 전격의 기둥 속.
인드라가 어느새 가슴의 상처를 회복하고 걸어 나왔다.
“일단 이길 수나 있다면 말이지.”
긴장감으로 인해 손오공의 이마에 땀이 흘러내렸다.
오랜만이었다.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싸움은.
아마도 아우터와의 싸움 이후 처음인 것 같았다. 수르트 역시 현재의 손오공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상대였지만, 당시에는 오딘이라는 최강의 아군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까지 강력한 아군이 없었다. 인드라의 힘은 단숨에 랭킹 5위 안쪽을 넘어, 수르트의 랭킹을 위협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렇기에.
씨익-.
손오공은 이 순간, 누구보다 즐겁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아수라.”
“왜 그러지?”
“문파의 일은 유감이다.”
아수라들의 고개가 일제히 손오공에게로 돌아갔다.
문파의 일.
그 일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는 아수라들 모두가 바로 알아차렸다.
“너, 어떻…….”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고, 그렇게 물으려던 때.
쾅-!
손오공의 몸이 날아갔다.
슈우우욱-.
쩌어어엉-!
손오공과 인드라가 충돌했다. 뒤로 조금 밀려난 손오공은 이내 봉을 한 손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부우웅-.
쩌억, 쩌저적-!
세 방향에서 휘둘러진 봉.
인드라의 몸 위에 꽂히는 봉은 별다른 타격 없이 흘러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오공은 쉼 없이 봉을 휘둘렀다.
‘뭐냐, 저건 또.’
‘익숙한 움직임이다.’
‘모르겠냐?’
휘릭, 휘리리릭-.
부드럽지만 한 방 한 방 위력적인 봉의 움직임.
‘우리들이 쓰는 봉술이다.’
게다가 멀리서 봐도 확연히 보일 만큼 완성도가 있었다.
거기다 자신의 문파에 관한 언급까지.
이게 과연 우연일까.
아니.
다른 건 몰라도 저 봉술은 절대 우연이나 치부할 수 없었다. 정보야 어디서 주워 들을 수 있다지만, 하나의 학문은 배우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법이다.
“뭘 멍하니 있는 거냐?”
아수라의 두 팔이 먼저 움직였다.
“안 싸울 거냐?”
꾸득-.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인드라와 싸우고 있는 손오공을 바라보던 아수라가 여섯 개의 팔을 모두 움직였다.
“당연한 소리를.”
부드럽게 움직이는 팔들.
그와 동시에.
웅-.
아수라가 축지를 밟았다.
부웅-.
쩌어억-!
인드라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검이 머리를 후려쳤다. 충격에 몸이 잠시 휘청거리고, 이내 그 눈동자가 아수라에게로 향했다.
인드라의 주먹이 앞으로 뻗어졌다.
파지직-.
콰릉-!
주먹과 함께, 전방으로 거대한 전격이 뿜어진다.
아수라와 손오공.
두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듯, 좌우로 갈라져 움직였다.
‘확실히 둘 다, 손재간이나 움직임은 좋다.’
화아악-!
동시에 뻗어 오는 검과 봉.
쿠과과과과-!
양 팔을 교차해 봉과 검을 막아 낸 인드라의 양쪽 눈에 손오공과 아수라의 모습이 비춰졌다.
‘배우고 싶을 정도로 말이지.’
단순한 힘의 문제가 아니었다.
손오공은 언뜻 단순하고 무식해 보이지만 그의 봉은 빳빳하지 않았고 마치 유연하게 휘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변화무쌍했다.
아수라는 여섯 자루의 무기 다루면서도 그것을 모두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줄 알았다. 더군다나 하나하나가 모두 손오공만큼이나 완성도가 있는 무기술이었다.
실로 기술적으로 완벽했다.
하지만.
쩡, 쩌저저정-!
제아무리 완벽한 기술이라 한들,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무의미한 바.
쿵-.
인드라는 맨 몸으로 두 사람의 무기 속으로 들어갔다.
먼저 반응한 건 손오공이었다.
“커져…….”
“늦었다.”
곧장 여의봉을 이용해 인드라를 밀쳐 내려던 손오공을 향해.
주먹이 앞으로 뻗어졌다.
콰릉-!
지상에서 천둥소리가 터져 나왔다. 빛이 한 번 크게 번쩍이며 손오공의 몸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날아갔다.
아수라는 본능적으로 거리를 벌렸다.
아니, 벌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겁먹지 마라.”
세 번째 머리가 몸의 주축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싸우기로 마음먹었다면, 물러서지 않아야 함이니.”
인드라의 기세가 강해지며, 동시에 아수라 역시 마력을 끌어올렸다.
구구구-.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아수라가 앞으로 나아갔다. 스스로 전격의 파도 속으로 들어오는 아수라의 모습을 인드라가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기세가 좋은 녀석이군.”
그렇게 두 사람에게 잠시 정신이 팔려 있던 사이.
펄럭-.
몸을 회복한 두 마리의 용이, 다시금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내 목표는 역시…….’
인드라가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용들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