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11
* * *
상황이 상황이었음에도, 크로노스는 적잖이 고민했다.
한 시가 급한 상황. 하지만 유원과 오딘은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다림에, 크라노스가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부흥했다.
“……다시 올림포스로 가야겠다.”
크로노스의 말에 오딘이 손으로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그의 손짓에 따라 생겨난 마법진과 함께, 세 사람의 모습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리 먼 거리를 걸어왔던 건 아니지만, 다시 올림포스로 돌아온 것이다.
그것도 원래 있던 마을의 중심부가 아닌.
‘왕성인가.’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웅장한 왕성에 도착했다.
올림포스의 왕성에는 몇 번 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하늘까지 솟은 올림포스의 성과 눈앞의 성은 정반대의 성격으로 보였다.
‘넓다.’
올림포스의 왕성은 도시의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었다.
이 정도면 성 하나가 아닌 작은 도시라 해도 믿을 정도의 규모였다.
저벅-.
크로노스는 말없이 왕성의 입구로 향했다.
유원과 오딘이 그 뒤를 따랐다.
그러자.
“기다리십시오.”
왕성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랭커들이 크로노스를 가로막았다.
크로노스를 모를 리 없는 랭커들이었다. 크로노스 역시 그들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앞을 막다니.
“무슨 짓이냐?”
“왕께서 명령하셨습니다.”
“왕? 아버지 말이냐?”
“예.”
“나까지 들여보내지 말라고 그러셨나? 아니,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예. 그러셨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올림포스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로운 나라가 바로 올림포스였다.
무엇보다 시기가 이런 때 하필.
“……벌써 움직이셨군.”
저벅-.
크로노스가 계속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힘에서 밀린 랭커들이 뒤로 주춤거렸다. 깜짝 놀란 랭커들이 언성을 높였다.
“왕자님!”
“좋은 말로 할 때 비켜라.”
“이러시면 안 됩…….”
“이러면 안 되는 건 아버지야!”
구우우우-.
랭커들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무릎을 꿇고, 바닥에 쓰러진 랭커들을 내려다보던 크로노스가 성문을 지나쳐갔다.
문지기들을 내려다보던 오딘이 손짓했다.
그러자, 문지기들이 잠에 빠져들었다. 조용히 넘기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이미 손을 쓴 상태군.”
“이러면 성 안에는 아무도 없다고 봐야지.”
성 안으로 들어서자 느껴지는 조용한 공기에 유원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런데 여긴 왜?”
분명 자신은 우라노스의 다음 목표가 타르타로스일 거라 말했다.
그런데 크로노스는 타르타로스가 아닌 왕성으로 돌아왔다.
대체 왜.
“서둘러 44층으로 가야 하지 않나?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을 텐데.”
“무슨 소리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냐는 듯, 오딘이 유원을 돌아보았다.
“여기가 44층이다.”
“……뭐?”
쿵-, 무언가 머릿속에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구 올림포스가 있던 층이 44층이라니.
유원이 알고 있는 44층은 세계의 이름이 ‘지옥’이라 불릴 정도로 황폐하고 어두웠다.
사람이 사는 것조차 어려워 그저 윗 세계로 향하는 길목으로만 생각하는 플레이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지옥에 유일하게 적응하고 살아가는 랭커는 하데스뿐.
그런데…….
‘여기가 그 지옥이라고?’
이 왕성은 어떠한가.
유원의 눈에 아름다운 그림과 반짝이는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왕성의 내부가 들어왔다.
이곳만이 아니었다.
왕성 바깥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하늘은 푸르고, 마을 곳곳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나 있었다. 생기로 가득한 이 세상은 지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유원의 머릿속에 한 가지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옛날엔 여기도 이러지 않았는데.”
44층.
지옥에 나타난 외신과의 싸움에서 크로노스가 중얼거렸던 말이었다.
당시에는 그 말을 별로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 아우터와의 싸움으로 황폐해진 세계는 얼마든지 있었으니, 관심을 가질 만한 말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지옥은 더 망가질 것도 없는 세계였다.
‘그 말이 이런 뜻이었나.’
유원의 생각보다도 지옥은 훨씬 더 살기 좋은 세계였다.
구 올림포스. 여타 다른 층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오히려 훨씬 살기 좋은 곳.
이 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
하나의 세계가 뒤바뀔 만한 거대한 사건이.
그리고 그 사건 끝에.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이 세계는 곧, 유원이 알고 있는 그 ‘지옥’으로 바뀔 것이다.
* * *
뚜벅-.
발소리가 천장에 부딪쳐 울렸다.
크로노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쥐새끼 한 마리 없군.”
뒤따라가던 오딘이 꺼낸 말이었다.
왕성의 지하로 이어진 계단. 성의 가장 아래층에 위치해 있던 계단은 아무리 내려가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얼마나 내려온 거지?”
“몇백 층은 될 거다.”
오딘의 물음에 유원이 답했다.
정확한 깊이는 알 수 없지만 지하로 이어진 계단은 방향이 위로 향했다면 이미 구름까지 도달했을 만큼 길게 이어져 있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깊게 지하를 파 놓은 건지.
내내 침묵하던 크로노스가 입을 연 건 그때였다.
“지금부터 보여 줄 건, 올림포스의 가장 큰 치부다.”
치부.
유원이 아는 크로노스는 그 누구보다 떳떳한 사람이었다.
그는 헤라클레스처럼 정의롭지는 않더라도 누구에게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으며, 끝내 자신을 희생할 만한 용기도 있었다.
그런 크로노스가 치부라고 말했다.
그만큼 타르타로스에 감춰진 게 크다는 뜻이다.
스, 스르-.
얼마나 더 내려갔을까, 빛도 한 점 들어오지 않고 발끝의 감각만으로 계속 계단을 내려가던 때였다.
유원의 발끝에 익숙한 마력이 느껴졌다.
“도착했군.”
척-.
유원이 계단을 내려가던 걸 멈추었다.
더 이상 걷는 건 의미가 없었다.
“타르타로스다.”
스으으-.
계속 내려 오던 계단이 사라졌다. 깜깜하던 주위는 여전했지만, 감각적으로 주위가 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은 성 내부나 계단을 통해 이어진 지하 따위가 아니었다.
세 사람은 탑을 오르내리는 것처럼 세상을 넘어가 전혀 다른 세상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은.
[‘타르타로스’에 입장하였습니다.]유원이 그토록 가고자 하던 장소였다.
‘이렇게 올 줄이야.’
진짜 타르타로스는 아니었다. 여긴 어디까지나 우라노스의 기억과 시스템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장소일 뿐이었다.
하지만 우라노스가 진짜 타르타로스에 가 본 적이 있다면, 크로노스가 타르타로스의 존재를 아는 게 맞다면.
이 장소는 진짜 타르타로스와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불쾌한 느낌이군.”
오딘의 중얼거림에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빛과 전격 속성의 마력을 주로 다루는 오딘에게는 더 그럴 것이다.
마나는 세상 어디에나 존재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공기에도, 물에도, 불에도, 땅과 바위에도. 심지어는 시간에도. 모든 것들은 마나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렇기에 마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 타르타로스에는 한 종류의 마나만이 느껴졌다.
어둠.
발을 들이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 정신이 사라질 것만 같은 공간.
질식되어 숨이 턱 막힐 것 같았다. 유원은 지금 같은 기분을 느껴 본 적이 있었다.
화륵-.
[‘화안금정’이 길을 밝힙니다.]제아무리 어둡다 한들, 길을 찾을 방법은 있었다.
유원의 두 눈에서 빛이 뿜어졌다. 새빨간 불길과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눈동자에 더없이 넓고 평평한 땅이 들어왔다.
오딘과 크로노스 역시 각자의 방법으로 시야를 밝혔다.
밝아진 시야 속에서 세 사람은 서로를 전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온통 먹물처럼 새까만 천장과 바닥.
동시에 그들의 눈에 들어온 건, 좌우로 길게 이어진 철창들이었다.
‘감옥인가?’
얇고 촘촘한 철창에서는 불길한 느낌이 스멀스멀 풍겼다.
유원과 오딘은 그 속을 들여다보았다.
저 안에 무엇이 있는 건지.
그 순간 꿈틀, 철창 속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우라노스의 아들 크로노스가 큰아버님들을 뵙습니다.”
쿵-.
묵직한 발소리가 철창을 흔들었다.
철창 속에서 눈동자가 떠올랐다.
눈은 유원이나 오딘, 크로노스보다 훨씬 높은 높이에 있었다.
-우라노스…….
-지금, 우라노스라고 했나?
-감히 어디서 그 이름을…….
-그놈 아들이라고?
검은 영혼들이 꿈틀거렸다. 감정이 격해짐에 따라 타르타로스의 어둠에 잡아먹혀 있던 거인들의 모습이 조금씩 선명해져 갔다.
거인들의 숫자는 열 명 남짓.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유원은 지금껏 여러 거인들을 보아 왔고, 라그나로크에서 수십만에 달하는 거인족의 군대와 싸워 본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의 기세는 특별했다.
하나하나가 기간테스급의 힘을 가진 존재들.
만약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간다면 탑의 랭킹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여기 있는 모든 거인들이 랭킹 100위 안쪽을 꿰찰 테니까.
쿵, 쿵쿵-.
-또 너구나, 크로노스!
-이리로 와라!
-너도 이곳에 갇혀야 해!
-우라노스를 불러 와라! 그 녀석도 이 고통을 알아야 한다!
-타르타로스에서 우리가……!
비명 소리와 같은 외침들이 귀를 울렸다. 억울함과 원한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그 외침에 섞여 철창 밖으로 빠져나왔다.
크로노스가 토할 것 같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형제들이다.”
우라노스의 형제들이 타르타로스에 갇혔다.
거인족으로 태어난 그들은 올림포스와의 싸움에서 패해 타르타로스에 갇혔으며, 끝내 우라노스에게 잡아먹힌다.
실로 비극적인 운명.
올림포스의 역사에 그들은 올림포스의 반역자이며 ‘거인’이 아닌 ‘괴물’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나도 이분들이 잘못된 거라 생각했다. 너무 강한 힘을 가진 나머지 제 힘을 남용했다고, 그렇게 배웠지.”
비단 크로노스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올림포스에 살아가는 플레이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크로노스는 뒤늦게 다른 거인족을 만나 왜곡된 역사의 진실을 알았다.
그리고 이곳.
타르타로스에 들어와, 그 사실을 확인했다.
“우린 이분들을 이용한 거다. 올림포스를 세우기 위해서. 그렇게 단물을 다 빼고, 여기 버려진 거지.”
“그런데도 왜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지?”
오딘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걸 다 알면서도 왜 가만히 있었느냐는, 질책의 눈빛이었다.
“지금에 와서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은데.”
하지만.
크로노스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이들이 밖으로 나오면 올림포스는 무너진다.”
그는 보다 먼 미래를 보았다.
타르타로스의 거인들을 해방시켰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피바람이 불겠지. 전쟁이 벌어질 거다. 기간토마키아. 아버지께서 말한 미래의 예언이 현실이 된단 말이다.”
올림포스를 멸망으로 이끌 전쟁. 그것을 생각하면, 크로노스는 도저히 타르타로스의 거인들을 풀어 줄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저벅-.
“……?”
유원이 철창을 향해 한 걸음 걸어갔다.
무엇을 하려는 걸까.
크로노스와 오딘의 시선이 유원에게로 향했다.
유원이 철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죽은 자들이 당신을 경배합니다.] [타르타로스가 ‘죽은 자들의 왕’을 경배합니다.]기간토마키아?
올림포스의 멸망?
‘어차피 이대로는 다 글렀다.’
이대로라면 그 일들은 반드시 일어난다.
타르타로스는 해방되어야 한다.
그게 바로, 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철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