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26
* * *
대천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라파엘, 우리엘, 라마엘, 수리엘 등등…….
천마대전을 목전에 둔 지금, 대천사들이 혼란에 빠졌다.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새하얀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우리엘이 황급히 라파엘을 향해 다가왔다.
황금색 머릿결의 거구, 라파엘은 주먹에 힘을 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닐 거다.”
“대체 왜 왕께서…….”
“반역이라더군.”
“반역? 미카엘이?”
“자세한 사정은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일단은 명령이 떨어졌으니 들어야겠지.”
하늘성으로의 소집.
그리고 미카엘의 척결.
그것이 바로 메타트론의 명령이었다. 그 명령에 따라 라파엘은 군대와 대천사들을 소집했다.
말도 안 되는 명령이라 해도 천왕의 명령이었다.
하늘은 그의 말에 따라야 했다.
“옆에 있는 김유원이 문제일 겁니다.”
한참 동안 앉아서 생각하던 수리엘의 말이었다.
라파엘과 우리엘의 고개가 돌아갔다.
“김유원?”
“길드에 끌어들이기 위해 접촉한 적이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제부터 미카엘과 함께 움직였다고 하더군요.”
“그 녀석이 미카엘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건가?”
“무슨 짓을 한다고 당할 미카엘입니까? 아마, 믿음을 흔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믿음을…….”
하긴.
제우스에게 당했다고는 하지만 미카엘은 메타트론을 제외하고서 하늘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하이랭커였다.
실력에 있어서 누구에게 뒤질 녀석도 아니고, 약점을 잡혔다거나 할 녀석도 아니었다.
하지만 김유원이라는 녀석이 옆에서 귀에 바람을 분 거라면.
그게 아니고서야 미카엘이 일으킨 반역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제아무리 그래도, 미카엘이 왜?’
미카엘의 믿음은 다른 대천사들과 마찬가지로 두텁고 단단했다.
제아무리 말로서 현혹한다 해도 쉽게 넘어갈 리 없을 터.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뭐 하시오, 라파엘?”
저벅-.
잠깐 생각에 빠진 사이, 다른 대천사들은 이미 저만치 움직이고 있었다.
라파엘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간다, 가.”
그래.
자세한 상황은 나중에 알아봐도 된다.
지금은 반역을 일으킨 미카엘로 인해 메타트론의 안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생각은 나중에.
‘우선은 미카엘을 제압한다.’
* * *
하늘성.
하늘의 왕이 기거하며, 구름 위에서 가장 숭고하고 거룩한 장소.
평범한 천사라면 한 번 발을 들이는 것조차 불가능하고 그것을 평생의 소원으로 생각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바로 지금.
쫘아악-.
그 안에서 피바람이 불었다.
“아아악!”
새빨간 검신이 천사의 날개를 베어 냈다.
날개를 잃은 천사가 비명을 지르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붉은 선은 멈추지 않았다.
슷, 스읏-.
피잇-.
달려들던 천사가 창과 함께 목이 베어졌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천사의 몸뚱이와 목이 땅에 추락했다.
퍼억-!
둔탁한 소리에 유원의 고개가 돌아갔다.
창을 휘두른 미카엘이 달려들던 천사들을 창대로 후려치고 있었다.
유원의 미간이 구겨졌다.
“제대로 안 하십니까?”
흠칫-.
유원의 다그침에 미카엘이 놀라 창을 쥔 손을 잘게 떨었다.
싸움이 시작된 후, 지금껏 미카엘은 단 한 명의 천사도 죽이지 않은 상태였다.
메타트론에게 조종당한 천사들.
미카엘은 차마 그들의 목을 찌를 수 없었다.
“지금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닐 텐데요.”
“……나도 안다. 하지만.”
빠득-.
미카엘은 눈앞으로 찔러 오는 창끝을 바라보았다.
“메타트론에게 놀아난 녀석들이다.”
콱-.
부우우웅-.
찔러 오는 창을 손으로 잡아내고, 창과 함께 천사를 자신의 품 안으로 잡아당긴다.
직후, 미카엘의 발이 천사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퍼어억-!
“컥!”
물 흐르듯 깔끔한 동작.
미카엘의 전투 감각은 유원이 보기에도 탁월한 데가 있었다.
다만, 그의 손에는 불필요한 게 가득 쥐어져 있었다.
방금 전에도 그랬다.
목을 분지르거나 벨 수도 있었으면서, 미카엘은 그러지 않았다.
상대를 죽이지 않기 위해 머릿속에서 한 번 생각을 거치고 힘을 조절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자비라도 베풀겠다고요?”
“그런 건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주저하는 듯한 반응.
이런 건 단기간에 바꿀 수 없었다.
미카엘은 평생 동안 하늘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왔다. 그의 눈에 비친 천사들은 메타트론의 손에 놀아난 가여운 자들이며, 죽여야 할 대상이 아닌 보호해야 할 어린 양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지금, 싸워야 할 때라는 걸 알면서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이래서는 어쩔 수 없었다.
“메타트론은 죽일 수 있겠습니까?”
유원의 물음에 미카엘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그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이번에는 망설이지 마십시오.”
화륵-.
유원의 손끝에서 불꽃이 뿜어졌다.
불꽃은 유원의 머리 위로 솟아올랐다. 마구잡이로 뿜어지는 게 아닌, 일정한 형체를 갖추기 시작한 불꽃은 곧 거인의 형상을 이루었다.
화르륵-.
천마령(天魔靈)은 성화를 담는 그릇.
그리고 그 형체를 정하는 건 천마령을 다루는 본인이었다.
그리고 불꽃의 이미지라면, 가장 완벽한 그림이 있었다.
‘불꽃을 다루는 거인.’
수르트.
그는 유원이 아는, 가장 큰 불을 가진 랭커였다.
불꽃의 검을 다루며 오딘과 맞서던 그의 모습은 유원의 머릿속에 깊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수르트가 원하던 ‘불’은, 유원의 심장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수르트……?”
유원의 천마령을 발견한 미카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덩치는 훨씬 작았지만 유원의 천마령은 분명히 수르트와 닮아 있었다.
‘필요한 건 한 방이다.’
화르르르-.
천마령의 손에 거대한 불꽃의 검이 쥐어졌다.
[‘불의 심장’이 타오릅니다.]가슴이 확 뜨거워졌다.
불의 심장은 지금의 유원이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엔진이었다. 그것을 강제로 작동시켜 일으키니, 당연히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방이라면 상관없다.
유원의 눈동자가 저 멀리, 천사들을 방패막이 치고 서 있는 메타트론에게로 향했다.
목표로 한 메타트론까지 도달하기 위한 길.
그 길을 만들기 위해, 유원은 천마령을 움직였다.
화아아악-!
“피, 피해라!”
“아니, 피하지 마!”
“뒤에는 천왕께서…….”
“이건 못 막아!”
천마령에 압도된 천사들이 우왕좌왕하며 황급히 힘을 끌어올렸다.
수십 명의 수호천사들이 일제히 창과 검, 방패를 들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퍼어어엉-!
천마령의 검이 떨어졌다.
천사들이 불길에 휩싸이고, 불꽃이 그들의 비명 소리를 잡아먹었다.
눈앞에 생겨난 길.
펄럭-.
미카엘의 날개가 활짝 펴졌다.
다음 순간.
투확-!
미카엘이 메타트론을 향해 날아들었다.
“메타트론-!”
창끝에 바람이 모아졌다. 그 어떤 창보다도 날카로운 예기를 지닌 창이 메타트론의 목을 꿰뚫어 갔다.
그 순간.
메타트론의 손이 앞으로 뻗어졌다.
기이이잉-.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듯, 미카엘의 창이 허공에서 멈췄다.
미카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창은 메타트론의 손에도 닿지 못했다.
“어떻게……?”
“세례식을 기억하십니까?”
“세례식?”
미카엘의 머릿속에 오래전의 일이 떠올랐다.
때는 수천 년 전.
미카엘이 처음 천사장에서 대천사로 승격되던 때.
“하늘을 위해 목숨을 다 바칠 것을 맹세하며, 나의 왕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미카엘은 무릎을 꿇고 메타트론에게 맹세했다.
덜, 덜덜-.
미카엘은 메타트론에게 닿지 않은 자신의 창끝을 바라보았다.
이건 무언가에 가로막힌 게 아니었다.
메타트론을 향해 창을 내지르는 그 순간, 더 이상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설마 그때……?”
“저로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푹, 푸부북-!
“……!”
등을 꿰뚫고 가슴 밖으로 튀어나온 세 개의 칼날.
거기에 더해, 미카엘의 양 날개가 또 다른 칼에 꿰뚫렸다.
“당신처럼 강한 천사는 저에게도 위협이 되니까요.”
“그때부터 계속…….”
파앗, 팟-.
미카엘의 뒤로 천사들이 창칼을 겨누며 날아들었다.
억울함에 이를 갈며 미카엘이 몸을 돌렸다.
화아아악-.
투화악-!
창끝에서 뿜어진 바람이 천사들을 날려 보냈다. 그리고 그 순간, 무방비 상태가 된 미카엘의 등을 향해 메타트론의 손이 뻗어졌다.
촤아아아-.
새하얀 그물이 미카엘을 덮쳤다. 급히 창을 휘둘러 끊어 내려 해도, 마치 질긴 거미줄처럼 늘어지기만 할 뿐 그물은 끊어지지 않았다.
“무림계의 아랫것들이 쓰는 전술 중, ‘천라지망’이라는 게 있다더군요.”
천라지망(天羅地網).
하늘과 땅을 엮은 그물이라는 뜻을 지닌 무림계의 전술이었다.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포위망.
하지만 그 전술을 듣고 난 메타트론은 마냥 우스울 따름이었다.
“우습지 않습니까? 진짜 하늘의 그물이란, 바로 이런 것인데.”
저벅-.
메타트론이 미카엘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그의 주위로 순백의 검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손을 뻗어 그중 하나를 쥔 메타트론이 그물에 갇힌 미카엘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던 때였다.
파지지지-!
쩌어엉-!
어디선가 날아온 황금빛의 전격에 메타트론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물에 갇혀 있던 미카엘이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새빨간 검이 날아들었다.
핏, 피피픽-.
툭, 투두두-.
수십 번씩이나 빠르게 내지른 검은 미카엘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몸에 딱 붙어 있던 그물 하나까지. 정확하게 그물만을 베어 냈다.
그야말로 귀신같은 칼솜씨였다.
-하늘도 별거 없었군.
스윽-.
스사노오가 미카엘을 향해 쿠사나기의 칼끝을 겨눴다.
-이런 나약한 게 최강의 대천사라니 말이야.
스사노오의 책망에도 미카엘은 달리 반박할 수 없었다.
전격을 날린 것도, 스사노오를 불러 자신을 구한 것도 모두 유원이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계속 방해를 하는군.”
다 잡은 미카엘을 놓친 까닭에 메타트론은 처음으로 미간을 구겨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스사노오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유원의 주위로 아서와 아레스가 나타나, 다른 천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제 막 그물에서 풀려난 미카엘.
유원은 그런 미카엘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메타트론은 제가 상대해야겠습니다.”
무슨 까닭인지 미카엘은 메타트론을 공격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이것 역시 메타트론이 손을 써 놓은 수작질인 듯했다.
“당신이 할 일은 지금부터 알아서 찾아보십시오.”
“내가 할 일…….”
유원과 눈이 마주친 미카엘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한심하군.’
대체 자신은 뭘 한 거란 말인가.
용기가 없어 과감히 손을 쓰지도 못하고, 어떻게든 메타트론을 잡겠노라 달려들었는데 결국은 이 꼴이었다.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건 유원이었다.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었다.
콰앙-!
하늘성의 벽면이 부서진 건 그때였다.
유원과 미카엘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부서진 벽 밖으로 향했다.
“미카엘-!”
굵고 우렁찬 목소리.
쿵-.
두 주먹을 있는 힘껏 부딪치며, 황금빛 머리카락을 지닌 거구의 천사가 성 내로 걸어 들어왔다.
“라파엘.”
미카엘의 얼굴 위로 확신 같은 것이 생겨났다.
하늘성에 들어온 대천사들.
자리에서 일어난 미카엘이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