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43
* * *
황금사과는 여러 이름과 상징을 지니고 있었다.
올림포스에서는 황금사과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움과 부의 상징을.
하늘에서는 선악과라는 이름으로, 영생과 구원의 상징을.
그밖에도 여러 길드에서 황금사과를 다른 이름과 상징으로 여기며, 그것을 보물처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 황금사과를 찾으라는 이 열한 번째 과업이야말로 모든 과업 중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
분명 그랬을 텐데.
‘다른 계획들은 포기한 건가.’
황금사과는 탑 바깥의 힘을 품은 과일이었다.
더구나 그것은 하나하나가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어, 대단한 랭킹의 하이랭커들마저도 홀리게 만들었다.
그 황금사과가 문제였다.
하늘의 천사들과 인간의 분쟁.
헤라, 아테나, 아르테미스와 같은 올림포스 소속의 하이랭커들의 반목.
그와 같은 일들이 모두 바로 저 황금사과로부터 일어났다.
그리고 그것들이 바로 어리석은 혼돈의 계획이었다.
‘생각보다도 더 투자를 많이 했군.’
황금사과를 가리켜 유원을 비롯한 동료들은 ‘열매’라 불렀다.
그 열매 하나로 인해 벌어진 내부의 불화를 막기 위해 그 싹을 반드시 제거할 생각이었다.
당연히 헤라클레스와 함께하는 이번 과업에서 유원은 열매를 모두 제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열매를 모두 아틀라스가 먹어치우고 있었으니.
쿵-.
그리고 그 열매가 필요한 건 헤라클레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뭘 먹고 있는 거냐!”
부우웅-.
이그드라실의 곤봉을 휘두르며, 헤라클레스가 아틀라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쾅-!
곤봉에 배를 얻어맞은 아틀라스가 뒤로 죽 밀려 나갔다. 자연스레 손에 들고 있던 열매를 놓치고, 성인의 머리통만 한 크기의 열매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미 아틀라스가 한 입에 반쯤 먹어치운 열매였다.
그 직후.
툭, 투두두두-.
활짝 열려 있던 아틀라스의 주머니에서 몇 개의 황금사과가 떨어져 내렸다.
모두, 아틀라스가 훔친 것들이었다.
턱-.
헤라클레스가 자신의 발 앞으로 굴러 온 열매를 주워 들었다.
드디어 얻어 냈다.
황금사과.
올림포스에는 전설로만 전해지던 영약.
‘이상하군.’
헤라클레스는 스스로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는 황금사과의 표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영약…… 이라.’
묘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이건 천고의 보물일진대.
어째서인지, 손에 쥐면 안 될 독을 쥔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가 이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웅, 웅웅-.
다른 한 손에 쥔 이그드라실의 곤봉이었다.
“내…… 놔…….”
쿵-.
아틀라스가 발작을 시작했다.
“내- 놔!”
헤라클레스의 손에 쥐어진 열매를 본 순간, 아틀라스가 그 자리에서 박차고 날아들었다.
열매를 먹고 힘을 보충했기 때문일까.
헤라클레스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온 아틀라스의 모습에 눈을 크게 뜨며 서둘러 양팔을 교차했다.
콰앙-!
헤라클레스의 몸이 뒤로 몇 발자국 밀려났다. 힘과 힘의 충돌에서 헤라클레스가 밀려난 건, 유원도 본 적이 없는 경우였다.
휘익-.
턱-.
유원은 눈앞으로 날아온 열매를 얼떨결에 받아 들었다.
그 짧은 사이, 헤라클레스는 열매를 지키기 위해 유원에게 열매를 던진 것이다.
“집념은 알아줘야겠군.”
쾅, 쾅쾅-!
유원은 눈앞에서 다시 싸움을 시작한 헤라클레스와 아틀라스를 바라보았다.
어느새인가부터 헤라클레스가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틀라스는 헤라클레스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면서도 시선을 유원에게로 향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원은 열매를 손에 쥔 채 손을 흔들었다.
휙-.
스윽-.
열매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아틀라스의 시선이 움직였다.
그렇게 몇 번.
유원은 손에 든 열매를 흔들어 보였다.
그런데.
“바앗-.”
어디선가 또 한 명.
열매를 노리고 있는 쪼그마한 녀석이 있었다.
“……넌 또 왜?”
“바앗, 바바-.”
달라는 손짓 발짓.
어린아이 투정처럼 보이지만 녀석이 달라는 건 무려 황금사과였다.
마약보다도 더 달콤하고, 더 큰 힘을 숨기고 있으며 그 어떤 독보다도 위험한 열매.
부모 마음에 대못을 박아도 유분수지, 이런 걸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유원은 손가락으로 아틀라스를 가리켰다.
“저 녀석 안 보이냐?”
“바아?”
“이거 먹으면 저렇게 되는 거야.”
입에 침을 질질 흘리며 유원에게 달려들려는 아틀라스.
“내…… 놔!”
쾅-!
그리고 그런 아틀라스의 턱 아래를 헤라클레스의 곤봉이 후려쳤다.
쿵쿵-.
그 충격에 뒷걸음질을 친 아틀라스가 머리를 몇 번 흔들었다.
곤봉에 턱을 얻어맞았음에도 그리 큰 충격을 받지 않은 듯한 모습.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반쯤 풀린 눈으로 소리를 질렀다.
“내놔아-!”
지이이잉-.
고막이 터질 듯한 외침이었다.
유원은 혀를 차며 아틀라스를 손가락질했다.
“알겠냐?”
“빠아…….”
아쉬운 듯 김이 샌 목소리.
하지만 덕분에 유원은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빠?”
“덫을 놓고…….”
유원은 헤라클레스와 부딪치고 있는 아틀라스를 바라보았다.
“멧돼지를 잡는 거다.”
* * *
뻐억-!
드드드드-!
아틀라스의 발에 얻어맞은 헤라클레스가 뒤로 죽 밀려 날아갔다.
탑을 정상까지 오르고, 랭커가 된 후 힘으로 누군가에게 밀리기는 처음이었다.
처음에만 하더라도 아틀라스에게 밀린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쩐지 점점 반대가 되어 가는 것 같았다.
다른 무엇보다.
‘왜 이 녀석은 지치지 않지?’
몸을 보호한 팔을 치우고 다시 시야를 확보한 헤라클레스의 두 눈동자에 다시 아틀라스의 모습이 비춰졌다.
쩌억-!
일직선으로 뻗어 온 주먹.
쾅, 쾅쾅쾅-!
무서운 속도로 휘둘러진 주먹에 헤라클레스는 온몸이 욱씬거리는 걸 느꼈다.
바위처럼 단단한 자신의 몸이, 쩍쩍 금이 가는 듯한 느낌.
이렇게 몸으로 부딪치는 싸움이 대체 얼마 만인지.
꽈아악-.
곤봉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
양 팔로 아틀라스의 주먹을 방어해 내던 헤라클레스의 눈이 반짝였다.
‘이 녀석은 계속 황금사과에 눈이 팔려 있다.’
싸우면서 지금처럼 머리를 굴린 게 얼마 만인지.
‘그 사각을 노린다.’
양 팔을 교차한 채, 미세한 틈으로 아틀라스의 표정을 살핀다.
자신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던 아틀라스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유원이 있는 방향.
잃어버린 하나의 황금사과에 정신이 팔린 그 찰나의 틈이었다.
부웅-.
방어 자세를 풀어헤치며, 헤라클레스가 앞으로 내달렸다.
있는 힘껏 곤봉을 휘두르기 위해서.
그런데.
씨익-.
아틀라스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다시 고개를 돌려 녀석이 헤라클레스를 바라보았다.
눈이 정면에서 마주쳤다.
‘이 녀석 설마…….’
부우웅-.
헤라클레스의 몸통만 한 크기의 주먹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일부러-.’
꽈앙-!
잠시지만 의식이 멀어지는 듯한 느낌.
계속 방어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정통으로 얻어맞은 건 처음이었다.
“큭…….”
순간 다리가 풀린 헤라클레스의 눈에 히죽거리는 아틀라스의 표정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앙-!
헤라클레스의 곤봉이 바닥을 내리찍었다.
자욱이 퍼지는 연기. 헤라클레스가 잠시 동안 몸을 피했다.
‘노리고 있었다.’
황금사과에 취해 눈이 뒤집힌 것처럼 보였는데, 그런 것까지 모두 연기였던 걸까.
단순히 무식하게 힘만 강한 게 아니었다. 육체적인 능력이나, 체력이나, 모든 면에서 뒤떨어져 있었는데 심지어는 전략에서까지 녀석은 한 수 앞서 있었다.
덫에 걸려 든 느낌이었다.
대체 자신은 무엇과 싸우고 있는 것인지.
화악-.
거대한 손바닥으로 피어오른 연기를 걷어 내며 아틀라스가 헤라클레스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왔다.
그 직후, 녀석의 이빨이 헤라클레스의 머리를 향해 다가왔다.
콰드득-!
머리 대신, 헤라클레스는 팔을 내줬다.
찢겨진 팔뚝에서 피가 뚝뚝 흘렀다. 그대로 뜯겨져 나가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을 만큼 억센 치악력이었다.
“푸흐, 흐흐흐-.”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비웃음.
이걸로 확실히 알았다.
녀석은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다.
입안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황금사과를 먹고 싶어 군침을 줄줄 흘리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을 먼저 제거하고자 함정을 팠다.
자신은 어느새 모르게 덫에 걸린 들짐승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짜증 나는 녀석이구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을 흘리며 헤라클레스가 팔에 힘을 주었다.
거인화가 꿈틀거렸다. 이런 녀석에게 지지 말라며, 마력을 폭발시켰다.
하지만.
까득, 까드득-.
아틀라스의 이빨은 헤라클레스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마치, 팔을 그대로 물어뜯어 먹어 치우겠다는 듯이.
그리고-.
‘황금사과를 지키고 있던 라돈도. 그리고 다른 황금사과도…….’
그 이빨을 통해 헤라클레스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전부 이 녀석이 먹어치웠다.’
황금사과를 지키고 있던 용, 라돈.
그리고 그 라돈이 지키고 있던 황금사과.
그것들을 모두 먹어치운 아틀라스는 헤라클레스조차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 있었다.
그때였다.
툭-.
헤라클레스의 팔을 물어뜯고 있던 아틀라스의 머리 위로, 작은 돌조각 하나가 떨어진 건.
툭, 툭툭-.
분명 있는 힘껏 던진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 돌멩이를 얻어맞는다면 웬만한 플레이어 들은 머리가 깨져 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틀라스의 단단한 피부는 그 정도 돌멩이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야.”
휙-.
위로 던져 올라가는 아름다운 빛깔의 과실.
턱-.
유원은 황금사과를 가볍게 던졌다가 받았다.
위험에 빠진 헤라클레스로부터 아틀라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여기 봐, 여기.”
“을…… 매…….”
헤라클레스의 팔뚝을 문 채, 아틀라스가 어눌하게 중얼거렸다.
조금씩이지만 아틀라스의 눈이 돌아가고 있었다. 팔뚝을 물어뜯던 치악력이 약해지며, 아틀라스의 발끝이 돌아갔다.
이런 상황을 헤라클레스는 조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저 바보 같은 게……!”
헤라클레스는 저도 모르게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심한 욕을 중얼거렸다.
시선을 끄는 건 자신의 역할이었다.
만약 이 싸움에 유원이 할 일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창을 준비하는 것일 터.
하지만 유원의 손에는 벼락은커녕, 조잡한 창 한 자루도 들려 있지 않았다.
“창을 준비했어야지!”
뒤늦게 꾸짖어 봤지만 이미 한 발 늦은 채였다.
쿵-.
아틀라스가 향하는 방향이 유원에게로 돌아갔다. 더 이상 헤라클레스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이 보였다.
어떻게든 유원에게로 달려드는 아틀라스를 붙잡아 보려 했지만.
휘청-.
너덜너덜해진 팔뚝과, 아틀라스에게 얻어맞은 충격으로 인해 헤라클레스는 잠시 몸의 균형을 잃었다.
그리고 그 짧은 틈이면 충분했다.
콰앙-!
아틀라스가 땅을 박차, 유원을 향해 달려들기에는.
화아악-.
빠르게 거리를 좁혀 오는 아틀라스.
유원은 그 무식한 기세에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준비됐지?”
달려들어 오는 아틀라스라는 멧돼지를 향해, 준비하고 있던 ‘덫’을 꺼내 들었다.
[‘단풍’이 ‘신력’을 사용합니다.] [‘포식자’가 군침을 삼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