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05
하지만 거대한 팔은 바르르 진동하더니 기이한 힘을 발산했다. 그러자 천만 개의 검기는 순식간에 흩어져 버렸다.
그 대가는 고작 손바닥 가운데 피 한 방울이 배어 나온 것이 전부였다. 태고의 성신 남몽도존의 손가락을 파괴하기에도 충분한 위력이었음에도.
반면 한제는 피를 토했고 육신의 뼈가 짓눌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으며, 온몸이 찢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한제는 희망을 봤다. 그를 공격한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인 수도자 또한 비록 아주 작은 상처에 불과하더라도 분명 상처를 입은 것이다.
표정이 변하다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가 쇄열기 수준의 수련자 하나를 죽이려고 달려들었다가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 퍼져 나간다면 모두가 놀랄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전설과 같은 힘으로 그 수준에 오른 수련자는 세상 전체, 심지어 하늘과도 겨뤄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는 모든 수련자의 황제와 같은 존재라 할 만 했다.
쇄열기 수준 수련자라면 어느 종파서든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고 천쇠까지 겪는다면 태상장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에게는 그런 이들 역시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 있는 미물에 불과했다.
“내가 네 녀석을 얕잡아봤구나. 허나 네가 반항할수록 나는 너를 더욱 처참하게 죽일 것이다!”
하늘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거대한 손바닥이 사라지고 강력한 기운이 격렬하게 요동치는 사이 도포를 입은 동자가 걸어 나와 음산한 눈빛으로 한제를 바라보았다. 동자는 머리가 새하얗게 새어 있었지만 얼굴은 하얗고 맑았다.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가 이렇게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세상에 스스로를 녹여내 분신으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이들이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같은 수준의 수련자들과 싸우거나 교류할 때뿐이었다.
그러니 지금 수도자가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가 한제를 간절히 죽이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매우 신중한 상태임을 의미했다. 한제가 정말로 주인의 환생일지, 정말로 천역주를 가지고 있을지 걱정됐던 것이다.
백발의 동자가 안개 속에서 걸어 나온 순간, 한제의 두 눈에서 살기가 폭발했다. 상대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그가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오늘 살아남을 가능성을 따져서는 안 된다. 죽을 각오로 싸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퇴로를 전부 막은 그는 스스로를 절체절명의 상황에 내던질 생각이었다.
사실 수도자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그는 이미 절체절명의 자리에 선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한제는 두 손을 좌우로 휘두르며 하늘을 향해 낮게 포효했다.
“나를 죽이려거든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유성처럼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 순간, 1백여 개의 황량한 대륙 역시 함께 움직이면서 핏빛을 발산했다. 동시에 붉은 문양이 하늘을 빽빽하게 뒤덮었다.
붉은 문양들은 파멸적인 기운으로 우주 전체를 붉게 물들이면서 일제히 수도자에게 돌진했다.
“부족 문양의 술법도 쓸 줄 아는구나. 허나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수도자는 덤덤한 얼굴로 오른손을 대충 휘둘렀다.
“붕괴도(崩壞道)!”
수도자의 무감정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천신이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 포효는 갈수록 격렬해져 하늘과 땅을 뒤흔들면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콰쾅!
붉은 문양들은 수도자의 근처에도 이르지 못한 채 붕괴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 파괴력이 어찌나 강한지 거대한 균열이 일어나 5급 성역을 둘로 갈랐다.
“부록화혈(符籙化血)!”
한제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한 움큼 피를 토했다. 요사스러운 색깔의 피는 무너져 내린 문양에 흡수됐고 순식간에 새빨간 구를 이루었다.
쐐애액!
핏빛 구는 엄청난 속도로 수도자를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이 역시 수도자의 시선 한 번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수도자는 한제가 분출한 핏빛 구의 한 방울을 오른손으로 움켜쥐더니 삼켰다. 그 순간, 수도자의 두 눈이 번득였다.
‘주인님의 환생이 아니야!’
한편, 한제는 붉은 문양이 쉽게 무너져 내릴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천만 개의 검기는 뜻밖에도 상대에게 작은 상처를 남겼지만 상대는 세 번째 단계의 신통력으로 모든 법술을 붕괴시켰다. 때문에 붉은 문양은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했지만 그게 바로 한제가 노린 것이었다.
붉은 구체가 무너져 내리고 모든 문양이 파괴되자 세상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그때, 한제가 두 손을 휘두르며 크게 외쳤다.
“금도(禁道)!”
금제는 술법이 아니라 세상이 처음 열린 태고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도였다. 한제는 세 개의 금제를 하나로 합쳐 금도의 본원으로 거의 거슬러 올라간 상태였다.
백 개에 달하는 황량한 대륙이 동시에 진동하면서 빠른 속도로 수축하더니 한제의 손짓 아래 곧장 수도자를 향해 돌진했다.
“세상을 봉인하는 파멸금! 육신을 봉인하는 생사금! 원신을 봉인하는 세월금!”
한제가 두 손을 앞쪽으로 뻗으며 외쳤다.
콰쾅!
짧은 굉음과 함께 대륙들은 하나의 원형 진을 이루었다. 뒤이어 이 대륙들은 온 세상을 뒤흔들 위압감을 안고 사방에서 수도자를 향해 수축해 들었다. 동시에 모든 대륙 위에 새겨진 금제는 억눌러왔던 힘을 폭발시켰다.
파멸금은 주위를 맴돌며 거대한 우리를 이루어 온 세상을 가두었다.
생사금은 생과 사의 기운으로 나뉘어 주위를 맴돌며 수도자의 육신을 뒤덮고 앞뒤에서 그를 구속했다.
세월금은 신통력 유월 아래 5천 년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 황량한 기운은 형태 없이 나타나 퍼져나가며 수도자의 원신을 뒤덮었다.
“3대 금제! 네 번째 금술이 없는 것이 안타깝구나. 그것까지 있었더라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수도자는 눈을 번득이며 손을 세차게 휘둘렀다.
그 손짓 아래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이전에 발휘했던 붕괴도의 위력이 미처 흩어지기도 전에 온 세상의 영혼을 붕괴시킬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 발휘됐다.
콰르릉! 쾅! 퍼펑!
사방의 황량한 대륙들에 균열이 생겨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 하나하나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그 위에 걸린 세 개의 금제는 붉은 문양이 흩어져 사라지면서 남긴 붉은 빛을 흡수하더니 사방으로 퍼져나가 수도자를 가두었다.
3대 금제는 온 세상과 육신, 원신을 봉인할 수 있지만 혼까지 봉인할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을 하나로 합칠 네 번째 금제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한제는 붉은 문양을 파괴하여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인 수도자의 힘을 빌려 금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한낱 미물의 신통력으로 용을 써봐야 소용없다!”
수도자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섰을 뿐, 아무런 신통력도 발휘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 번째 단계에 이르도록 수련하면서 자신의 규칙을 완성한 그의 발길을 막을 수 있는 신통력은 없었고 걸음마다 길이 하나 생겨났다.
원신을 봉쇄한 세월금이 가장 먼저 무너져 내렸다. 뒤이어 육신을 옭아맨 생사금이, 마지막으로 세상을 봉인한 파멸금이 흩어져 사라졌다.
한데 3대 금제는 술법도 규칙도 아니었기에 그것들이 무너져 내리는 동안 수도자는 잠시 멈칫하게 됐다.
한제가 지금껏 해온 모든 것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사신차!”
한제의 두 눈이 붉게 번득였다.
뇌수로 형성된 사신차에 달린, 10만 척의 창이 긴 빛을 그리며 수도자에게 날아들었다. 그 기세에 5급 성역에는 균열이 일어났다.
뒤를 이어 1천 척 크기의 일곱 빛깔 전차가 번득이며 나타나더니 한 줄기 무지개를 응집해 수도자를 향해 돌진했다.
이 순간, 모든 규칙은 두 대의 사신차 앞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지금 이 사신차들을 막아설 수 있는 힘은 없었다. 그게 바로 사신차, 세상 모든 신령에 대적할 수 있는 위력이었다.
수도자의 표정이 처음으로 변했다.
사신차는 당시 우의 선계에서 미친 선인이라고 알려진 다보상인(多寶上人)이 만든 것이었다. 그가 사신차의 완성에 필요한 재료를 구하러 밖으로 나갔을 때, 선계는 엄청난 재난을 맞아 무너지고 말았다.
그는 짙은 아쉬움을 느꼈다. 평생 배우고 수련해왔던 것을 사신차에 쏟아 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어떤 것도 아끼지 않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재료를 모으고 고심하느라 수명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말년에 이르렀을 때는 백발이 성성했고 생기도 빠르게 쇠약해졌다. 선계에 대재난이 닥치지 않았더라도 사신차를 완성했을 즈음에는 죽었을 터였다.
그의 꿈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법보를 만드는 것이었다. 신을 죽일 수 있는 법보, 모든 규칙을 소멸시킬 수 있는 법보, 세상을 갈라버릴 수 있을 만큼 강한 법보.
그의 아쉬움은 옥패에 남아 한제의 손에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한제의 손에서 사신차는 처음으로 그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게 됐다.
수도자는 수만 년을 살아온 사람이고 일찍이 봉계의 주인의 종이었으며, 신종의 대장로였다.
하지만 그는 4대 선계의 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더욱이 다보(多普)라는 도호를 가진 선인이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를 위협할 정도로 강력한 법보를 만들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공열 법보가 아니다. 심지어 등급도 구분할 수 없어. 대체 무슨 법보란 말인가!”
수도자의 얼굴색이 변했다. 그가 염려했던 것은 오직 상대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천역주 뿐이었지 저런 법보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길게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길이가 10만 척에 달하는 창이 휙 튀어나와 하늘을 가르고 5급 성역을 가르면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소리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살기뿐이었다. 창은 마치 의식을 가진 듯, 반드시 상대를 죽이겠다는 의지를 풍겼다.
세 번째 단계의 뒤로 전력을 다해 싸운 적이 거의 없었던 수도자는 지금 매우 신중해진 상태였다.
그는 10만 척의 창이 달려든 순간, 오른손으로 전방을 힘껏 움켜쥐었다.
“절할도(切割道)!”
그의 오른손은 세상 모든 물질을 가르는 규칙이 된 듯 닿는 곳마다 펑 소리를 냈다. 허공이 순식간에 갈라지며 균열이 생겨났다.
균열은 순식간에 확대되면서 톱니 모양으로 사방을 향해 퍼져나가더니 엄청난 속도로 휙 달려들던 창과 충돌했다. 그 순간.
쾅!
고막을 찢을 듯 격렬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5급 성역은 물론 6급 성역 수련자들도 피를 토해냈다.
창은 톱니 모양의 균열에 휩싸인 채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냈다.
이 소리는 파도처럼 퍼져갔고 한제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칠규로 피를 흘렸다. 육신까지 갈라지는 듯한 고통에 그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수도자는 한층 신중한 표정으로 눈을 번득이더니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가 아래로 힘차게 내리 그었다.
“절할도로 세상의 모든 규칙을 파괴한다!”
쾅!
수도자의 앞에 별안간 거대한 균열이 일어나더니 하늘과 땅 사이를 이었고 곧장 전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우주건 하늘이건 땅이건, 균열은 닿는 모든 것을 둘로 갈라버리면서 10만 척 길이의 창을 강하게 훑었다.
콰콰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