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86
조성살은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사제, 따라오게. 스승님은 이미 자네가 거처할 자운각을 내어주셨네.”
말을 마친 조성살은 앞으로 훌쩍 날아갔고 한제는 얼른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긴 잔영을 그리며 산속 깊은 곳으로 향했다.
자운각으로 이동하는 동안 조성살은 천운종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었는데 그 이야기가 퍽 재미있어 한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조 사형, 제게 사형과 사매는 몇 명이 있는 겁니까?”
한제의 물음에 조성살은 빙그레 웃으며 결인한 오른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러자 구름이 흩어지면서 통로가 나타났다. 조성살은 그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스승님은 총 일곱 계열의 제자를 두고 계시네. 각각 적(赤), 등(橙), 황(黃), 녹(綠), 청(靑), 남(藍), 자(紫)로 나뉘지. 자네와 나는 같은 자계 제자라네!”
“자계⋯⋯.”
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성살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일곱 계열의 제자들 중 우리 자계 제자들의 실력이 가장 약하지. 음, 이 일에 대해서는 차차 알게 될 테니 더는 말 않겠네.”
잠시 후, 십만대산을 지나자 전방에 구름을 뚫을 듯 높이 솟은 봉우리가 나타났다. 그 위에는 호화롭고 높은 탑이 있었고 그 탑이 뿜는 보라색 빛이 고리를 이루었다. 이에 주위의 바위와 나무는 모두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이 탑을 보는 순간, 한제는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 사제, 따라오게!”
조성살이 몸을 훌쩍 날려 그 산봉우리 위로 올랐고 한제는 뒤를 따랐다.
산봉우리 정상의 보탑 아래에는 수많은 천운종 제자들이 좌선을 하고 있었다. 빽빽하게 모여 있는 그들의 수는 적어도 수만 명은 될 것 같았다.
그 산봉우리 뒤로는 셀 수 없이 많은 건물이 빼곡하게 있었는데 그 안에서 제자들은 법술을 연구하거나 좌선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본 것만 해도 이곳의 제자는 10만 명을 훌쩍 넘길 것 같았다.
이 산봉우리는 매우 거대했고 그 뒤로는 엎드린 용처럼 산맥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었다. 한눈에 그 끝이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이곳은 우리 운천종 자종(紫宗)이네. 이 사제, 이곳에서 서쪽으로 가면 자운각이 있을 거야. 신식으로 바로 찾을 수 있을 것이네. 나는 일이 있어 이만 가봐야겠네.”
포권을 취한 조성살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제 또한 마주 포권을 취한 뒤 번개처럼 서쪽을 향해 내달렸다.
멀어져가는 한제를 바라보는 조성살의 미소는 여전히 선량했지만 그의 눈에서는 기이한 빛이 스쳐갔다.
한편, 혼자 남은 한제는 차게 웃었다. 그는 조성살을 본 순간,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인(人)의 관문에서 일곱 빛깔 광채를 쏘아 보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잠시 후, 신식으로 사방을 훑던 한제는 옅은 보라색 빛을 발하는 누각을 발견했다. 그 누각에는 ‘자운각’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었다.
“천운종은 정말로 넓군. 가장 약하다는 자종의 규모만 해도 이 정도이니 다른 여섯 종파까지 더하면⋯⋯ 더구나 천운종의 본종은 더욱 엄청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한제는 자운각에 이르렀다. 허나 그 안에 들어서려던 순간, 한제는 싸늘한 표정으로 멈춰 섰다.
자운각 안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금색의 작은 꽃이 수놓인 보라색 옷을 입은 그 여인은 아름다웠지만 살기등등한 눈으로 한제를 바라보았다.
“넌 이곳에서 살 수 없다!”
한제는 여인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물었다.
“왜지?”
여인의 얼굴에 드리운 살기가 더욱 짙어지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이유는 없다. 다른 곳 어디든 상관없지만 이곳에서는 살 수 없어!”
잠시 말없이 자운각을 바라보던 한제는 몸을 돌려 뒤로 몇 걸음 물러난 뒤 가부좌를 틀고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천운성에 이제 막 도착한 만큼 여러 사람의 원성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 발붙이고 살 곳을 얻자고 누군가와 원수를 질 필요는 더더욱 없었다.
게다가 이곳의 상황은 너무 복잡했다. 한제가 보기에 그런 상황은 자운각과 큰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여인은 한제가 가부좌를 틀고 앉는 것을 보고 미간을 구기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이곳도 안 된다. 자운각으로부터 1백 리 안에는 발을 들이지 마라!”
한제는 감았던 눈을 슬쩍 뜨고는 살기어린 눈으로 여인을 쳐다보았다. 여인은 영변기 초기 수준이었다. 여인도 피하지 않고 한제를 마주보았다.
잠시 후, 한제는 시선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먼 곳으로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여인은 불어오는 바람에 자신의 등이 축축하게 젖어 있음을 깨달았다.
여인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시선을 거둔 뒤 천천히 자운각에서 걸어 나와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손운 사형, 이 사매가 있는 한 누구도 사형의 자리를 차지하게 두지는 않을 거예요. 상대가 그 누구라 해도!”
★ ★ ★
자운각으로부터 1백 리 밖에는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는 절벽이 있었다.
한제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한 줄기 검광이 저물대에서 튀어나와 절벽을 깎아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 하나가 만들어졌다.
한제는 비검을 거두고 그 안으로 들어가 금제를 몇 개 설치한 뒤 가부좌를 틀고 앉아 깊이 숨을 들이마신 채 사색에 잠겼다.
‘천운종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군. 입문에 필요한 세 관문을 다 통과한 것도 아닌데 그 조성살이라는 자는 나를 사제라 불렀다. 한데 천운자가 나를 배치했다는 자운각에서는 웬 여인이 진입조차 하지 못하게 막고 있으니⋯⋯. 이 의심스러운 상황을 특히 자운각에 대한 상황을 간파할 방법이 필요해!’
깊은 밤에 접어든 천운종 자종(紫宗)은 고요했다. 경계를 맡은 몇몇 제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좌선 중이었다.
이 깊은 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동굴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본 후 발을 굴러 한 줄기 검은 연기가 되어 자취를 감추었다.
잠시 후, 그는 잠든 듯 고요한 자운각 안으로 침투했다.
자운각은 총 세 층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제가 들어간 1층에는 간단한 집기들이 놓여 있었다.
주위를 둘러본 한제는 2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침상 하나와 방석 여러 개가 놓여 있었고 벽에는 산수화가 한 점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 옆에는 한 자루의 오래된 검이 있었다. 지극히 평범한 광경이었다.
3층은 밀실이었다. 평소 좌선하는 곳인 듯한 이 방의 천장은 한제가 알 수 없는 재질로 되어 있어 고개를 들어보면 아무런 방해 없이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한제는 그 어떤 실마리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가 눈 깜짝할 사이에 한제가 천운종 조종에 들어온 지 벌써 보름이 되었다.
그 보름동안 그를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다른 제자들은 한제를 보면 무슨 귀신이라도 본 듯 묘한 표정으로 황망히 달아나곤 했다.
천운자는 마치 한제를 잊기라도 한 듯 아무런 기별도 해오지 않았다.
심지어 한제가 파놓은 동굴을 중심으로 반경 10리 안에 발을 들이는 사람조차 없었다. 마치 그 주위를 빙 둘러 다니는 듯했다.
조성살 역시 처음 봤던 이후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한편 매일 해가 뜰 때쯤 그 보라색 옷을 입은 여인은 자운각으로 와 온종일 멍하니 누각을 바라보았다. 보름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그랬다.
허나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한제에게는 별 상관이 없었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수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데 열일곱 번째 되던 날 오후, 동굴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좌선을 하고 있던 한제의 표정이 변했다.
동굴 밖에서 두 갈래의 빛이 사방을 잠시 배회하다가 멀지 않은 곳에 착지하더니 옅은 보라색 옷을 입은 두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명은 퉁퉁하고 한 명은 비쩍 말랐지만 표정만큼은 둘 다 냉랭했다.
한제가 있는 동굴을 바라보던 노인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장로의 허락도 받지 않고 감히 멋대로 동굴을 파다니, 썩 나오거라!”
한제는 동굴 밖으로 나가 덤덤한 얼굴로 두 노인을 훑어보았다. 노인들은 모두 영변기 초기 수준이었다.
“누가 네게 이곳에 동굴을 파도 된다고 허락하더냐? 2각 안에 동굴을 철거해라. 만약 계속 동굴을 사용하고 싶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노인이 꾸짖듯 말하자 한제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툭 내뱉었다.
“당신들은 누구지?”
“자종의 집행장로다!”
줄곧 말이 없던 노인이 덤덤하게 말했다.
한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른손으로 뒤쪽을 툭 쳤고 그러자 동굴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재와 먼지 속에서 한제는 여전히 덤덤한 눈으로 노인들을 살폈다.
“규칙을 어겼으니 따라오너라. 대전에 가 죄를 묻겠다!”
한 노인이 꼬장꼬장하게 외쳤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덤덤하게 말했다.
“그저 조용히 수련할 곳이 필요했을 뿐이건만 이곳에 온 이래 계속해서 이런 일만 일어나는군!”
말을 마친 그는 앞으로 나서며 어느새 곤극 채찍을 꺼내 들고 휘둘렀다.
파밧!
채찍은 마치 교룡처럼 튀어나갔다. 이에 두 노인은 대번에 안색이 변하더니 황망히 뒤로 물러나면서 주문을 외고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검고 하얀 빛이 두 사람의 몸으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대담하구나! 감히 집행장로를 공격하다니!”
한 노인이 꽥 하고 외쳤으나, 한제는 거침없이 채찍을 휘둘렀다. 그 속도는 매우 빨랐고 잔영을 그리며 튀어나간 채찍이 내리친 순간 노인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크흑!”
노인은 뒤로 한참이나 물러나더니 한 움큼의 선혈을 토해냈다. 심지어 원신이 육신으로부터 3척이나 빠져나간 상태였다.
횡포를 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