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15
“이건 천벌이야. 저자의 수준으로 천벌을 일으킬 수 있을 줄이야. 요령의 땅에 떨어졌던 하늘의 위엄 역시 저자의 짓인 모양이군. 허나 천벌은 갈수록 강해질 테니 섣불리 나섰다가는 나도 휩쓸려 죽게 되겠지. 그저 저자가 천벌에 죽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혈조는 한이 어린 눈으로 전방의 조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허공에 떠 있는 조각은 구름층이 짙게 몰려들면서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응집된 대량의 구름 안에서 또 한 가닥의 천둥번개가 지면으로 내리꽂혔다.
콰릉!
땅은 다시 진동했고 지면의 가장자리 또한 조금 더 갈라졌다.
이런 일이 한 달 동안 이어졌다. 내리치는 천둥번개는 갈수록 많아졌고 혈조의 눈에 비친 구름층은 더 이상 그 가장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혈조는 구름층이 품고 있는 천벌의 힘에 휩쓸리기 싫다는 듯 뒤로 물러나면서 비릿하게 웃었다.
“좋아. 구름이 더 몰려들수록 이한제 저놈은 더욱 큰 타격을 받게 되겠지. 결국 하늘이 이 몸의 복수를 해주는 셈이다!”
며칠 뒤, 구름층이 사방을 모두 감싸 멀리서 보면 이 조각은 그저 구름 덩어리처럼 보였다.
마침내 천벌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강림하려는 듯했다.
끝없는 천둥번개가 구름층에서 나타나 땅에 내리꽂혔다. 전광은 이제 조각의 사방을 두른 구름층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거대한 천둥소리가 메아리쳤고 구름층으로 둘러싸인 육지는 이 거센 천둥번개에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면서 와해되어갔다. 대지에 내리친 천둥번개는 지면을 타고 흐르다가 한제의 몸에 스며들기를 반복했다.
한제의 전신은 천둥번개가 내리칠 때마다 경미하게 경련을 일으켰고 셀 수 없이 많은 천둥번개가 그의 몸 안에서 진동했다.
허이국은 깜짝 놀라 선검에 숨어든 채 감히 나오지도 못했다. 천둥번개의 힘은 그에게는 치명적이라 한 줄기만 맞아도 혼이 흩어져 버릴 터였다.
지금 한제의 체내에는 신비의 노인이 부여한 힘과 혈조의 혈신이 서로를 상쇄시키며 융합되는 중이었다. 이 과정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끊임없이 체내로 흘러드는 천둥번개의 힘 덕분에 시간이 훨씬 단축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한제 체내의 원력은 미친 듯이 늘어나고 있었다. 천벌의 천둥번개가 몸에 내리쳤지만 부상을 입히기는커녕 오히려 상상을 초월하는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그는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만약 깨어 있다면 천벌의 힘을 활용해 훨씬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터였다.
짙은 천둥번개들이 끊임없이 흘러들고 있는 이 조각은 마치 세상이라는 도가니 안에서 하늘에 의해 제련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는 당금의 수련계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었다. 하늘의 천둥번개가 가진 강력한 충격을 감당할 존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허나 뇌의 선계의 대지는 이를 감당할 수 있을 터였다. 이 대지는 뇌의 선계가 붕괴하기 전까지 억겁의 시간 동안 선뢰를 감당해왔으니, 지금은 무너져 갈라졌을지언정 여전히 뇌의 선계의 일부였다.
천둥번개의 충격에 대지의 가장자리는 끊임없이 무너져 내렸지만 그 내부는 오히려 더욱 견고해져 심지어 점점 하나의 법보가 되어가고 있는 것과 같았다. 선계의 조각을 재료로 한 데다가 하늘에 의해 제련되고 있는 이 법보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터였다.
혈조도 점차 이 사실을 알아차리게 됐고 두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그를 만족시킬 법보는 세상에 많지 않았지만 이 조각의 대륙은 달랐다.
“얻고 잃는 것은 하늘이 정하는 것이라지. 이번에 내가 잃은 것은 너무나도 많다. 허나 어쩌면 당시 붕괴하지 않았던 뇌의 선계가 가졌던 위력을 발휘할지도 모르는 이 선계의 조각은 분명 하늘이 나를 위해 준비한 것이다!”
혈조의 눈이 흥분으로 번득였다
한데 어느 순간, 돌연 모든 천둥번개가 사라지고 구름층이 들끓으면서 급격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그 안에서 한 줄기 검은색 천둥번개가 나타났다. 이 천둥번개야말로 진정한 천벌이었다.
그 검은색 천둥번개는 빠른 속도로 응집되기 시작하더니 곧장 대지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조각의 지하 깊은 곳에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한제가 두 눈을 번쩍 떴다.
하늘의 위엄을 짙게 품은 검은색 천둥번개가 떨어진 순간,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지면에는 쩍 하고 굵은 균열이 일었다. 그리고 그 균열 깊은 곳에는 바로 방금 눈을 뜬 한제가 있었다.
천둥번개는 곧장 균열을 파고들어 엄청난 속도로 한제의 몸을 강타했다.
쾅!
한제는 격렬하게 경련했고 흘러든 천둥번개는 폭풍처럼 그의 체내를 휘젓다가 곧 혈신과 신비의 노인이 부여한 힘에 부딪혔다.
서로 다른 세 힘은 한제의 육신을 전장으로 삼아 충돌하다가 결국 원력이 되어 육신을 뒤덮었다. 한제의 원신은 순식간에 원력을 흡수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의식을 완전히 회복한 지금, 한제의 눈이 기이한 빛을 발했다. 그는 정신을 차린 순간, 자신의 체내가 혼잡한 상태임을 알아차렸다.
“천벌⋯⋯.”
당시 요령의 땅에서 맞닥뜨렸던 천벌의 위력을 떠올린 한제는 찬 숨을 들이켰다.
“딱 알맞은 때에 찾아왔군!”
그는 천벌의 등장에도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뻐하더니 곧장 솟구쳐 올랐다.
곁에 있던 선검에서 허이국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저를 데리고 가세요! 저물대에 넣어주십시오! 너무 무섭습니다!”
한제는 날아오르는 와중에 손을 뻗어 선검을 끌어당겨 선계의 바위와 함께 저물대에 집어넣었다.
한제가 완전히 솟구쳐 오르자 사방을 가득 채운 구름층이 곧장 끓어오르기 시작했고 격렬하게 꿈틀거리면서 요령의 땅에 나타났던 것보다 더욱 강하고 짙은 하늘의 위엄을 발산했다.
이 하늘의 위엄 아래, 보이지 않는 두 개의 거대한 손에 짓눌린 듯 한제의 온몸에서 펑, 펑 하고 요란한 소리가 났다. 동시에 네 줄기의 검은색 천둥번개가 사방에서 모여들더니 한제의 몸에 내리쳤다. 허나 한제는 피하지 않고 두 팔을 벌려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 순간, 양옆의 구름층에서 튀어나온 천둥번개도 들이닥쳤다. 마지막으로 아래쪽의 구름층에서 튀어온 검은색 천둥번개가 대륙을 지나 한제의 몸에 떨어졌다.
네 줄기의 검은색 천둥번개는 한제의 체내에서 미친 듯이 폭발을 일으켰고 혈조의 혈신 반쪽과 노인이 부여한 힘에 다시 한 번 부딪혔다. 이번 충돌은 이전보다 훨씬 격렬해, 한제의 체내에서는 진짜 폭풍이 일어난 듯했다.
“크아아!”
한제는 입을 쩍 벌리고 포효를 내질렀다. 그의 온몸에서 미친 듯이 기운이 솟아올랐고 원신은 원력을 흡수하면서 점차 문정기 후기 절정에서 음의의 경계로 넘어가는 관문을 지나기 시작했다.
진정한 원신은 원력을 흡수해 그 원력으로부터 태어나는 것이다.
상고 시대의 수련자들이 수련하던 것은 기(氣)였다. 이 기는 곧 원기(元氣)로 체내에서 오랫동안 무르익으면서 원신(元神)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수련자들은 이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갔다. 또한 음의에 이르러야만 억지로나마 당시 수련자들의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이 순간, 강력한 원력이 가득 차면서 한제의 원신은 미친 듯한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진정한 원신으로의 전환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문정기 후기 절정의 돌파!
그 순간, 한제는 마치 자신의 도를 느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세상 만물이 돌연 그의 눈에 또렷하게 들어왔다. 그의 입에서는 긴 휘파람 소리가 흘러나왔고 그 소리는 구름층을 뚫고 끝도 없이 퍼져나갔다.
그 소리를 듣자 한제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고자 기다리고 있던 혈조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음의⋯⋯. 내 혈신 반쪽에 있던 원기로 천벌에 대항함과 동시에 음의에 이르게 한 모양이군. 허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을 텐데…”
그때, 그의 표정이 다시 한 번 크게 변했다.
“계속해서 오르고 있어!”
한편, 한제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체내의 선력은 빠르게 사라지고 대신 원신에서 원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방의 구름층은 마치 분노를 터뜨리듯 안에 품고 있던 하늘의 위엄을 발산했고 그와 동시에 위쪽의 구름층에서 여덟 갈래의 검은색 천벌이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크하하하! 오너라!”
한제는 광소(狂笑)했고 그의 미간에서 원신이 튀어나왔다. 더 이상 사람 형태가 아닌 태고의 뇌룡과 같은 모습의 그 원신은 여덟 갈래 번개를 남김없이 삼켜버렸다. 그러더니 다시 한제의 미간을 통해 사라졌다.
그때, 한제의 체내에서는 혈신 반쪽과 노인이 부여한 힘이 다시 한 번 폭발을 일으키면서 더 많은 원력을 내뿜었다. 이에 한제의 수준은 다시 한 번 미친 듯이 성장했고 음의의 수준이 안정되어가더니 이내 그 절정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음의와 양의 두 수준의 경계는 수련자들에게 첫 번째 단계와 두 번째 단계를 가르는 기준이 됐다.
음의는 원신의 변화가 일어나는 단계이고 양의는 선력의 소멸이 진행되는 단계로 이 두 단계를 거쳐 수련자의 체내에 존재하는 힘은 완전한 원력으로 대체된다.
화원(化元)이라 불리는 이 과정은 한 수련자를 고대의 수련자와 같은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고대의 수련자들이 사라지고 선계가 붕괴한 뒤, 극소수의 수련자만이 음의와 양의 두 수준을 동시에 통과했는데 이런 수련자들은 예외 없이 두 번째 단계의 최고봉에 이르게 됐다.
천운자조차 3백 년에 걸쳐 겨우 이 두 수준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고 능천후는 8백 년, 혈조는 거의 1천 년에 달하는 시간이 소요됐다. 이는 천부적인 자질이 아니라 원력과 큰 관계가 있었다.
지금 한제는 그 방향을 따라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천벌도 그에게는 양분이 됐고 혈신 반쪽과 신비의 노인이 부여한 힘도 그에게 원력의 원천이 됐다.
혈조의 눈에 드리운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철천지원수와 같은 자에게 도리어 도움을 주다니, 이게 무슨 꼴인가!”
그때, 한제가 고개를 들었다. 구름층에서는 천둥의 포효와 함께 일곱 빛깔 광채로 번득이는 천둥번개 한 줄기가 빠르게 응집되기 시작했다.
양의(陽意)! 반격!
한제는 지금처럼 천벌이 강림하기를 기대했던 적은 없었다. 그는 형형하게 빛나는 눈으로 구름층에서 응집되고 있는 일곱 빛깔 천둥번개를 바라보았다.
그가 봤던 천벌들 중 이 천둥번개가 가장 밝았다.
일곱 빛깔의 구름이 빠르게 응집되면서 더욱 짙은 천벌의 기운이 풍겼다. 그 압박감에 대륙 여기저기서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조각의 대륙 가장자리는 다시 한 번 무너져 내렸지만 그럴수록 남은 대지는 점점 더 단단해져 갔다.
쿵쾅, 쿵쾅!
끊임없이 심장이 뛰면서 한제의 원신 안에서도 진동이 전해져왔다. 원신이 진동할 때마다 체내의 원력은 더욱 빠르게 맴돌았다.
이 순간, 한제는 마침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힘을 장악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자신의 수준이 음의의 수준에 이르렀음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천벌아, 다시 오너라!”
한제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외쳤다.
이때, 눈부시도록 반짝이는 일곱 빛깔 광채를 번득이던 천둥번개가 맹렬히 응집되더니 사람의 혼을 홀릴 듯 사악하고 묘한 소리와 함께 들이닥쳤다.
순간, 한제는 주위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익숙한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한없이 덤덤하고 침착했다.
일곱 빛깔 광채가 파멸적인 위압감을 품은 채 한제에게로 달려들었다.
콰르릉!
그 천둥번개가 한제의 몸에 떨어진 그 순간, 하늘을 뒤흔들 듯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세상의 모든 소리를 압도했다.
쾅!
천둥번개의 힘이 스며든 한제의 몸은 곧장 추락해 땅에 처박혔다. 그러는 동안 혈신의 반쪽과 노인이 준 힘이 천둥번개의 힘을 끊임없이 공격했다.
“한 번 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한제의 온몸에 전광이 흘렀고 그의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허나 세상의 위압감은 저항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사방의 구름층이 미친 듯이 꿈틀거리며 몰려들었고 일곱 빛깔 천둥번개가 마치 비처럼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콰르릉!
그 천둥소리 외에는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한제는 천둥번개가 들끓는 지옥에 빠져든 것처럼 상하좌우 할 것 없이 온통 일곱 빛깔 천둥번개에 둘러싸여 있었다.
대륙은 또다시 무너져 내렸고 결국에는 폭이 1천 척도 안 될 정도로 줄었다. 그 위에 선 한제는 마치 도가니 속의 재료처럼 줄기줄기 천둥번개에 끊임없이 가격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