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91
“호풍!”
한제는 상대를 가늠해볼 것도 없이 곧장 자신의 가장 강한 신통력을 사용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1등이었다. 재고 따질 필요가 없었다.
한 줄기 검은 바람이 불어왔다. 온 우주를 뒤덮을 듯 무궁무진한 검은 바람 아래, 한제를 봉쇄했던 검기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펑, 펑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파편들은 바람에 휘말려 나가떨어졌다.
모든 생명의 불씨를 꺼버릴 듯 한없이 차가운 한기를 품은 검은 바람은 이내 두 마리의 흑룡으로 변했다.
“캬오오오!”
각각의 흑룡은 그 길이가 1만 척에 달할 정도였고 움직일 때마다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거친 모습에서는 하늘과 같은 위엄은 물론 짙은 살기(煞氣)까지 느껴졌다. 이 살기는 한제에게서 기인한 것이었다.
흑룡들의 성난 포효가 끊임없이 메아리쳤고 한제는 덤덤한 표정으로 한 걸음씩 천천히 그 검은 옷의 사내를 향해 걸어갔다.
“덤비고 싶다면 그렇게 해라!”
담담하지만 서늘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순간, 사방에 있던 수련자들의 표정이 급변했다. 심지어 각 가문의 선조들도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이게 무슨 신통력이지?”
“빛의 장막으로 막혀 있는데도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라니… 온몸이 차갑게 얼어붙어서 체내의 원력을 가동하는 것도 불편해!”
“요가의 뇌풍술(雷風術)과 비슷한 것 같긴 한데 위력으로 보자면 비교도 안 되겠군!”
보라색 옷을 입은 뇌선전의 사자는 기이한 눈으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전주(殿主)께서는 허목 저자가 청수 선군의 먼 사제라 했지. 일리 있는 말이로군! 겨우 두 마리의 흑룡밖에 소환해내지 못하는 선제의 선술이 거의 성공에 이른 구곡천도보다 더 강할지는 모르겠지만⋯⋯.’
흑룡은 포효하며 한제의 걸음에 따라 음산한 바람을 내뿜었다. 그 바람은 곧장 흑의의 사내가 앉아 있는 붉은 돌에 미쳤고 사내는 전보다 더 밝은 눈빛을 번득이면서도 자리에 앉은 채로 결인을 그렸다.
순간 아홉 자루의 검 중 네 자루가 날아올라 교차하며 회전하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한 줄기 폭풍이 일어났다. 이 폭풍이 나타남과 동시에 사방의 우주에는 큰 균열이 생겨났다.
“천도참멸(天刀斬滅)!”
흑의의 사내가 거친 목소리로 외치자 네 자루의 검은 더욱 빠르게 회전했고 폭풍은 하늘을 베어버릴 듯한 천도(天刀)가 되어 두 마리 흑룡을 압박해갔다. 마치 세상 어떤 존재도 대항해낼 수 없을 것만 같은 힘이었다.
허나 청수가 발휘한 호풍을 두 차례나 직접 목격한 한제는 적지 않은 깨달음을 얻은 상태였다.
그 후로는 호풍을 통제할 때 장품각(藏品閣) 9층의 그림에서 본 그 동자가 된 듯 어떤 깨달음을 얻었고 두 마리의 흑룡에 섞여들려는 듯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이 순간, 그는 그 동자가 되어 선제(仙帝) 백범이 소환한 아홉 마리의 흑룡이 포효하며 모든 생명을 절멸시키는 광경을 직접 보고 있는 듯했다.
한제는 두 팔을 들어 결인을 그렸다. 순간 주위에서 성난 포효를 내지르던 흑룡들의 눈빛이 어스름해졌다.
그 깊은 빛에 두 마리의 흑룡은 생명을 가진 듯, 혹은 잠에서 깨어난 듯 보였다.
하늘을 내려다보는 듯한 위엄과 짙은 검은 바람을 품은 흑룡들은 네 자루의 천도(天刀)를 향해 곧장 돌진했다.
천도는 온 세상을 베어버릴 듯 날카로웠지만 흑룡의 혼까지 베어버리지는 못했다.
콰르릉!
격렬한 충돌 이후, 모든 것을 다 삼켜버릴 것 같은 기세를 품었던 첫 번째 검이 우주를 비틀고 갈라 균열을 낼 듯 휘청이며 떨어져 내렸다. 그때 한 마리 흑룡이 포효하며 머리를 쳐들고 곧장 그 검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
다시 한 번 격렬한 소리가 사방으로 퍼졌고 그 첫 번째 검은 끝에서부터 무너져 내려 수많은 파편으로 부서져 이내 완전히 소멸했다.
그때, 두 번째 검이 하늘에서부터 떨어졌다.
이 검은 맹렬한 폭풍을 형성했는데 그 폭풍이 어찌나 강한지 그 소리만으로도 놀랄 지경이었다.
또한 우주에는 쩌적 소리와 함께 큰 균열이 일었고 이전에 파편으로 무너져 내린 첫 번째 검은 곧장 두 번째 칼 안에 녹아들었다.
반경 1만 리가 진동하면서 콰쾅 하는 큰 소리를 냈고 이 소리는 사방의 모든 소리를 뒤덮으며 수련자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들 중 수준이 비교적 낮은 수련자들은 큰 충격을 받고 정신을 잃기까지 했다.
첫 번째 검의 위력까지 품은 두 번째 검은 곧장 떨어져 내리며 흑룡을 베려 했다.
“캬오오오!”
잔뜩 분노한 흑룡은 포효를 내지르더니 거대한 머리를 맹렬하게 휘둘렀다.
펑! 펑!
몇 차례의 충돌과 함께 격렬한 소리가 이어졌고 두 번째 검 역시 무너져 내렸다. 그러자 세 번째 검과 네 번째 검이 바로 달려들었다.
세 번째 검은 앞선 두 자루 검의 파편을 흡수하더니 스스로 네 번째 검에 녹아들었다.
그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빛이 이 마지막 한 자루의 검에서 뿜어져 나왔다.
흑룡은 격렬하게 포효하더니 거대한 검은 바람으로 변해 사방을 휩쓸었다. 동시에 네 번째 검 역시 붕괴했다.
콰르릉!
이 붕괴의 충격으로 반경 1천 리 빛의 장막도 버텨내지 못하고 파편으로 부서져 흩어졌다. 이에 그 붕괴의 힘은 어떤 저지도 없이 곧장 사방을 휩쓸었고 그 범위 안의 수련자들, 특히 각 가문의 선배들은 신통력을 발휘하여 가문 사람들을 보호하느라 바빴다.
사방을 가득 메운 푸른 돌들은 그 강력한 폭풍에 휩쓸려 뒤로 물러났고 심지어는 터져나갔다. 한순간 지염성 수만 리 반경은 엄청난 재앙을 맞닥뜨린 듯한 상황이 펼쳐졌다.
붉은 돌 위에 가부좌를 틀고 있던 흑의의 사내는 순간 창백해진 얼굴로 눈을 번득였다.
그가 앉아 있던 돌 역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갈라져 버렸고 이에 그는 날아올랐다.
돌에 꽂혀 있던 다섯 자루의 검이 사내의 뒤에 따라붙었다.
네 자루의 검은 한 마리의 흑룡을 베어 없앤 상태였다. 그 정도만 해도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흑룡이 포효를 내지르며 곧장 흑의의 사내를 향해 돌진했다.
“도전하겠다더니 어찌 도망가는 것이냐!”
앞으로 한 걸음 내딛은 한제는 흑룡에 녹아든 듯 흑의의 사내를 추격했다.
흑의의 사내는 짙은 전의가 어린 눈빛을 번득이며 우뚝 멈춰 서더니 두 손을 크게 휘둘렀다.
“천도도마(天刀屠魔)!”
그러자 그의 곁을 맴돌던 다섯 자루의 검이 부르르 떨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고 회전하며 다섯 갈래의 은빛으로 변하더니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쒜에엑!
바람을 가르며 달려드는 다섯 개의 은빛을 바라보며 흑룡은 어스름한 눈빛을 번득이며 돌진했다.
달려드는 다섯 자루의 천도를 바라보던 한제의 머릿속에서 장품각 9층에 걸려 있던 그 족자가 더욱 또렷해졌다.
“바람을 부리고 비를 부르네. 콩을 뿌려 병사로 만드네⋯⋯.”
한제의 머릿속에 그 족자에 적혀 있던 글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눈에서 번득이던 어스름한 빛이 더욱 짙어지는가 싶더니 흑룡은 입을 쩍 벌려 음산한 바람을 토해냈다. 그리고 이 음산한 바람 속에는…
비가 섞여 있었다.
찰나의 순간, 1백 방울 정도 되는 비가 섞인 검은 바람이 우주를 휩쓸었다. 이에 사방은 음산한 바람의 습기로 뒤덮였고 우뚝 멈춘 다섯 자루의 검에서는 빗방울과 부딪히며 팅, 팅 소리가 울렸다.
“쿠오오오!”
그때, 흑룡이 성난 포효를 내지르며 그 다섯 자루의 검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 쾅! 쾅!
격렬한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지며 계속해서 온 우주에 충격을 가했다. 1만 리 밖에 있던 수련자들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고 수준이 높은 수련자들만 그 충격 아래에서도 꼼짝 않고 형형한 눈으로 이 두 개의 강력한 신통력이 충돌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흑룡의 포효는 메아리로 남아 있었지만 그 모습은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우주를 휩쓸던 검은 바람도 자취 없이 사라졌고 한제는 창백한 얼굴로 두 눈을 번득이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강력한 자로군!’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몸을 훌쩍 날리더니 세상에 녹아들어 모습을 감추었다.
그 순간, 흑의의 사내도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다섯 자루의 천도가 붕괴하면서 내상을 입었으나 그의 눈에는 놀라움이 아닌 짙은 전의가 번득였다.
“크하하하! 통쾌하구나!”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린 그는 물러나던 몸을 멈추었다. 그때, 온 우주가 붕괴하는 듯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그의 뒤로 거대한 균열이 나타났다.
“이 남궁한은 검의 도를 완성 시킨 이래 같은 수준인 수련자들 중에는 적수를 맞닥뜨린 적이 없다. 문정기 수준이었던 당시 음의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이들 중 최고였고 양의의 수준에 이르렀을 때에는 규열기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이들 중 최고였다. 넌 분명 나의 적수가 될 자격을 가지고 있다.”
남궁한은 미친 듯이 웃으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뒤 휘둘렀다. 순간 사방의 우주가 뒤틀리면서 천도 아홉 자루의 허상이 나타났다.
한데 그 아홉 개의 허상이 나타난 순간, 그의 곁에서 파문이 일어더니 그 안에서 한제가 걸어 나와 오른손 두 손가락으로 남궁한을 두드렸다.
자신의 도와 규열기 수준의 원력이 깃든 한제의 손가락 끝에서 흑백으로 이루어진 음양의 문양이 회전하면서 나타나더니 남궁한의 몸에 마치 봉인처럼 찍혔다.
남궁한은 맹렬하게 몸을 돌리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허공에서 나타난 검의 허상들이 번개처럼 튀어나갔지만 한제의 등장이 너무도 갑작스러웠던 데다가 거리도 너무 가까웠던 까닭에 그중 앞을 가로막은 것은 두 자루뿐이었다.
‘늦었다.’
한제는 차게 웃으며 손을 뻗었고 그 순간 두 자루 검의 허상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한제의 두 손가락은 남궁한의 미간에 닿았다.
남궁한의 두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생사의 위기가 온몸에 드리웠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곧장 오른손을 펼쳐 한제의 손가락에 맞대고 은색 빛을 발산했다.
쾅!
맹렬한 원력 한 줄기가 남궁한의 체내로 뚫고 들어왔다. 그는 몸을 부르르 떨며 미친 듯이 뒤로 떠밀렸다. 울컥 솟아오르는 피를 억지로 삼켰다.
허나 그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체내로 뚫고 들어온 상대의 원력이 두 갈래의 흑백의 기운을 형성한 채 끊임없이 체내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강력하고 굳건한 그 기운에서는 경지의 파동까지 느껴졌다.
한편, 한제 역시 손가락의 감각을 잃은 상태였다. 기습에 성공하여 상대의 체내에 원력을 불어넣긴 했지만 상대의 저항은 강력했다. 이에 남궁한의 원력 역시 그의 체내로 뚫고 들어온 상태였고 그 원력은 날이 잘 선 칼처럼 그의 체내를 찢어놓고 있었다.
한제는 한 발 앞으로 나서며 허공에 녹아들었다.
‘헛! 이 무슨 신통술이란 말인가!’
남궁한은 또다시 한제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곧장 두 손으로 빠르게 결인을 그렸다.
“구곡도진(九曲刀陣)!”
순간, 허상으로 나타났다가 붕괴한 두 자루의 검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남아 있던 일곱 자루의 허상과 한데 모여 진을 형성했다.
그 진은 빠르게 회전하면서 수없이 많은 은색 실이 됐고 그 실은 곧장 남궁한의 주위를 맴돌며 바깥으로 맹렬하게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