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91
“크아아!”
그는 애써 두려움을 억누르며 포효를 내지르더니 한제를 향해 두 팔을 뻗으며 손을 꽉 움켜쥐었다.
순간 검은 안개가 하늘을 뒤덮더니 사방에서 응집된 폭풍이 줄기줄기 한제를 향해 몰려들었다.
동시에 타지아는 고마족의 언어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수백 개의 검은 칼날이 나타났다. 그는 그 칼날들을 쥐어 한꺼번에 내던졌다.
허나 한제는 침착한 얼굴로 오른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사방에서 몰려들던 회오리와 날아들던 검은 칼날들이 순간 우뚝 멈추었다.
“호풍(呼風)!”
한제가 침착하게 외치자 대지가 진동하면서 하늘을 뒤덮은 검은 안개가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졌고 그 대신 끝없는 검은 바람이 나타났다. 이 바람 속에는 용의 그림자가 교차되어 있었는데 그 그림자는 무려 열세 개나 됐다.
“캬오오오!”
열세 마리의 검은 용들은 일제히 포효를 내지르며 고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엄청난 기세에 타지아는 얼른 뒤로 물러나더니 눈동자의 여덟 개 별을 회전시키며 또다시 고마족의 언어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고마술(古魔術), 경계!”
타지아는 신중한 얼굴로 낮게 외치며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려 휘둘렀다. 그러자 앞에 한 줄기 검은 선이 나타나 그의 주위를 맴돌면서 마치 하나의 경계가 된 듯 세상을 그 안과 밖 두 구역으로 나누었다. 외부의 어떤 신통력도 그 경계 너머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고마술, 탄천(吞天)!”
타지아는 이어서 다시 크게 외쳤다. 순간 그의 뒤에서 마기가 솟구쳐 올라 거대하고 음산한 입이 되어 앞을 막는 모든 것을 삼키려는 듯 달려들었다. 온 세상을 집어삼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거대한 입이었다.
하지만 한제의 표정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그때, 열세 마리 용이 순식간에 서로 얽혀 검은 바람을 일으키더니 한 자루 검은색 창이 되어 곧장 선기를 발산하면서 타지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선존 백범은 선술을 보물로 만들 수 있었지. 또한 선존께서는 선술을 만들어내실 때마다 제(祭)를 올려 각 보물에 세상의 규칙을 녹여 넣으셨다. 만약 각 선술을 극한까지 익히게 되면 그 보물을 소환할 수 있으며, 그 보물로 발휘하는 신통술은 그 위력이 몇 배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하셨지.”
한제의 머릿속에 울린 목소리는 청림이 아닌 청수의 것이었다. 아마도 청수는 봉인된 선술을 가르쳐줄 때 각 신통술에 대한 한제의 수준이 절정에 이르면 그 봉인이 저절로 풀리도록 해둔 것이리라.
콰쾅!
검은색 창이 순식간에 타지아가 만들어낸 거대한 입을 뚫고 지나가면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창에 관통당한 부분에서는 엄청난 양의 마기가 발산되면서 결국 그 입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심지어 타지아의 주위를 두른 경계까지 파괴된 상황이었다.
사실 백범이 살아서 이 모습을 봤다 해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당시의 그가 소환할 수 있었던 흑룡도 최대 열한 마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고마의 도문(道紋)
퍼펑!
탄천과 경계를 파괴한 검은 창은 멈추지 않고 타지아의 몸까지 뚫고 들어갔는데 완전히 뚫고 나오지 못하고 그 체내에서 폭발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을 발휘했다.
타지아의 몸은 순식간에 와해되어 수없이 많은 마기로 흩어졌다가 다시 응집했다. 하지만 그는 두려움에 질린 채 몸을 홱 돌려 도망치려 했다.
“넌 도망치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은 이제 시작일 뿐. 지금부터 진정한 세 번째 단계의 신통력을 맛보게 될 것이다.”
한제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타지아는 투명한 벽에 가로막힌 듯 우뚝 멈춰 섰다. 그는 이 의식의 바다에 녹아든 수없이 많은 규칙의 힘이 완벽하게 하나로 합쳐져 보이지 않는 철창을 이루고 있음을 똑똑하게 느낄 수 있었다.
타지아는 맹렬히 몸을 돌리더니 분노에 찬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 눈동자 안의 여덟 개 별 중 세 개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고마의 쇄성!
흘러넘칠 듯한 마기가 무너져 내린 별로부터 뿜어져 나오더니 눈 깜짝할 사이 청림의 의식의 바다를 맴돌면서 거대한 회오리를 형성했다.
이 회오리는 타지아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지면의 모래는 서서히 그 회오리로 끌려갔고 한제의 옷자락 역시 그 흡입력의 영향으로 퍼덕였다.
하지만 그의 하얀 머리카락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그의 두 눈은 덤덤히 타지아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타지아의 쇄성을 막을 필요가 없었다. 이오, 호연, 청상 그리고 주일의 힘에 청림 본인의 수준까지 더해진 현재 그의 상태는 말 그대로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런 상태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귀한 행운이었다. 지금 격렬한 전투를 치를수록 얻을 수 있는 것도 늘어날 터였다. 자칫하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버릴 수도 있는 깨달음을 붙잡을 수 있는 기회였으니 타지아와의 전투는 길고 격렬할수록 좋은 셈이었다.
세 개의 별을 한꺼번에 무너뜨린 탓에 마기로 이루어진 타지아의 몸은 순식간에 줄어들어 이제 겨우 천 척 정도에 불과했지만 대신 전보다 더 실제에 가까웠다.
“이 타지아는 일평생 고요 배이라와 세 동족을 삼켜 응집시킴으로서 분노, 슬픔, 질투, 욕심이라는 네 개의 감정으로 제련해 고마 일족의 신통력으로 만들었다!”
타지아의 몸은 붕 떠올라 마기로 뒤덮였고 그 목소리는 바람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고마의 천도 사욕일지(四欲一指)!”
타지아의 두 눈에서 밝은 빛이 번득였다. 그 안에 담긴 하늘을 뒤덮을 듯한 분노는 곧장 슬픔으로 변했다가 또다시 광기 어린 질투가 됐으며, 이어서 흘러넘칠 듯한 탐욕으로 바뀌었다.
네 가지 감정이 타지아의 눈에서 빠르게 뒤바뀌는 동안 타지아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서로 다른 네 갈래 마기가 그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와 오른손으로 응집돼 맴돌았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손으로 스며들어 검은 빛이 되더니 한제를 가리킨 검지 끝에 응집되었다.
검은 빛이 나타난 순간,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릴 듯 울렸고 한제의 신통력 아래 사막이 됐던 그 공간은 곧장 왜곡되기 시작하면서 붕괴할 조짐을 보였다.
그때, 타지아가 곧장 몸을 날리면서 왼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더니 낮게 외쳤다.
“천도에는 분노가 있다! 하늘에 거역하려는 자는 이 분노를 맞게 된다! 하지만 우리 고마족의 구욕지(九欲指)는 이 분노를 흡수하여 하늘의 분노로 천도에 대항하지!”
그 순간, 하늘을 가르며 요란한 벼락 소리가 울려 퍼졌고 하늘에서 붉은 기운이 줄기줄기 나타나 타지아의 오른손 검지 끝의 검은 빛으로 응집돼 녹아들었다. 순식간에 그 검은 빛은 세상 절반을 뒤덮을 만큼 위엄을 발했다.
“천도에는 슬픔이 있다! 이 슬픔은 천도의 슬픔을 흡수해 우리 고마족의 신통술을 완성하지!”
순간 세상에서는 수없이 많은 남색 기운이 나타나 그 검은 빛을 향해 빠르게 응집됐다.
“천도는 영재를 질투한다. 하늘 가장 높은 곳에 이를 자격이 있는 자라면 천도의 질투를 받게 되지! 천도는 또한 탐욕스럽다. 세상에 존재하는 규칙의 변화를 탐내고 세상 모든 것을 탐내지. 분노와 슬픔, 질투 그리고 탐욕, 네 가지 커다란 욕구에게 고하노니, 이 타지아의 명에 따라 고마족의 사욕지(四欲指)가 되어라! 모든 장벽을 파괴하고 고신을 멸하고 고요를 죽이고 천도를 처단하라!”
말을 마친 타지아는 한 발 내딛으며 하늘을 뒤덮을 듯 강한 검은 빛을 발하는 검지로 한제를 가리켰다.
순간 상공에서 한 줄기 천도의 힘이 나타나 네 갈래의 폭풍을 형성해 아래로 떨어져 내렸고 그 순간 네 갈래 폭풍이 사방에서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심상치 않다!’
한제는 다소 긴장한 눈빛으로 오른손을 크게 휘둘렀다. 순간 사방에서 빗방울이 나타나 한 줄기 강을 이루었다. 크지 않아 보이는 빗방울 하나하나가 실상은 각자의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이 강은 한제의 주위를 맴돌다가 사방에서 몰려든 네 갈래 폭풍과 부딪혔고 그 순간 하나로 응집해 끊임없이 압축됐다. 그러더니 결국 흘러넘칠 듯하던 강은 하나의 물방울로 졸아들었다.
그 수정 같은 빗방울 안에서는 눈부신 빛이 번득였다. 이 한 방울의 물은 환우(喚雨)의 극치였으나 지금의 한제가 발휘할 수 있는 신통술의 극치는 아니었다. 그가 발휘했던 호풍이 백범의 호풍을 뛰어넘었던 것처럼, 이 한 방울의 물은 다시 압축되기 시작했다.
콰르릉! 쾅!
천둥소리와 함께 다시 압축되던 빗방울은 결국 보이지 않는 수증기로 변해버렸다. 허나 보이지 않아도 그 존재는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한제가 오른손을 흔들자 이 수증기는 그의 몸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더니 어렴풋한 네 개의 남색 검이 되어 수증기에 휩싸인 채 튀어나갔다.
쾅! 쾅! 쾅! 쾅!
눈 깜짝할 사이 네 자루의 검과 네 개의 폭풍이 충돌했고 네 번의 굉음과 함께 네 갈래 폭풍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순간 온 세상이 바르르 떨렸고 사막은 뒤틀리고 갈라지면서 이전의 검은 바다로 되돌아갔다.
그 바다 위에 뜬 한제는 오른손으로 호를 하나 그렸다. 그러자 사방에 남아 있던 수증기가 다시 네 자루의 남색 세검(細劍)을 형성했다.
한제는 덤덤하게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네 자루 세검이 무너져 내렸다가 여덟 자루가 됐다. 한제가 한 번 손을 휘두를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되더니 눈 깜짝할 사이 총 128자루의 세검이 생겨났다.
“가라!”
한제가 짧게 외치며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그 검들은 한꺼번에 타지아에게 달려들었다.
타지아로서는 고마의 네 가지 욕망을 동원해 발휘한 신통력이 너무도 간단히 파괴된 것만으로도 충격이었지만 그보다는 한제의 침착함이 더욱 두렵게 느껴졌다.
그는 곧장 뒤로 물러나면서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 눈에서는 광기가 번득이고 있었다.
“고마의 혼으로 고마의 도문(道紋)을 나타낸다!”
뒤이어 타지아는 두 손을 기이하게 흔들었는데 한 번 흔들 때마다 검은색 파문 한 줄기가 두 손에서 확산됐다. 이윽고 수천 개가 넘는 검은색 파문이 생겨나 백 자루가 넘는 세검을 향해 달려들었다.
펑! 펑!
끝없는 충돌음이 울려 퍼지면서 남색 검들은 바들바들 떨더니 어느 순간 방향을 틀어 한제에게 돌진했다.
타지아는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면서도 두 손을 더욱 격렬하게 흔들었다. 한데 그의 두 눈에서 번득이는 광기는 점차 짙어졌다. 이 고마의 도문을 사용하기 위해 자신의 혼을 소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사용하지 않았을 신통술이었다.
허나 한제는 여전히 침착했다. 그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서서 파문의 범위 안으로 들어섰다. 만약 위에서 내려다본다면 해수면 전체에 줄기줄기 검은색 파문이 퍼져나가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을 터였다.
한제는 그 파문이 원신만 공격하는 것임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공격은 막대한 해를 끼쳐 원신을 약화시키고 붕괴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네가 9성급 고마였다면 이 도문의 위력이 내게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지.”
한제는 피식 웃더니 한 걸음 더 내딛었다. 그의 발이 닿은 곳은 두 갈래의 파문 사이였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걸어 나가면서도 어떤 파문과도 접촉하지 않았다. 마치 파문 사이로 유유히 관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규칙의 몸⋯⋯ 청림이 규칙의 몸까지 준 것인가!”
타지아는 빠르게 뒤로 물러났지만 한제는 어느새 그의 바로 앞으로 다가와 가볍게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정(定).”
그 손짓에 세상의 규칙이 강림하여 타지아의 몸을 그대로 옭아맸다. 그리고 그 순간, 한제는 타지아의 미간을 살짝 두드렸다.
쾅!
굉음과 함께 마기로 이루어진 타지아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와 하늘을 뒤덮을 듯 검은 안개가 되더니 계속해서 물러났다.
“크아아악!”
타지아는 비명을 내질렀으나 정신술에 묶여 뒤로 몸이 뒤로 밀려날 뿐,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마기조차 통제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별을 터뜨려보시지!”
한제는 고마의 곁에 바싹 붙어 오른손으로 고마의 몸을 두드렸다. 그의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타지아의 몸에서는 검은 마기가 솟구쳐 올랐다.
쾅! 쾅! 쾅!
한제는 연이어 일곱 번이나 타지아의 몸을 두드렸고 그때마다 타지아의 몸은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한제는 곧장 따라붙었다.
일곱 번째로 밀려났을 때, 타지아의 전신을 이루고 있던 마기의 절반은 흩어진 상태였다. 그의 눈에 담긴 두려움은 서서히 분노로 바뀌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의 눈동자를 맴돌던 다섯 개의 별이 일제히 폭발했다.
콰콰쾅!
허나 한제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재빨리 손을 거두더니 구름처럼 뒤로 몸을 날렸다. 그가 단숨에 타지아를 제압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것은 바로 상대가 쇄성을 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이를 통해 더욱 큰 깨달음을 얻을 생각이었다.
한꺼번에 다섯 개의 별이 무너져 내리면서 좀 전보다 몇 배나 강한 힘이 타지아의 체내에서 터져 나왔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내 죽더라도 혼자 죽지는 않겠다! 자기마겁(紫氣魔劫)!”
성난 고함과 함께 몸을 날린 타지아는 정신술에서 쉽게 빠져나왔다. 그의 몸에서는 마기가 폭발하며 솟구쳐 올랐다. 동시에 이전에 세 개의 별을 쇄성하면서 얻은 힘과 합쳐지면서 9성급 고마의 신통술인 자기마겁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