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66
탁삼의 시선은 봉계의 진을 관통할 수 있었다. 그 너머에 있는 자신의 기억 속 익숙한 고향도…
“어디서도 이한제의 기운을 찾지 못했다면 가능성은 하나. 그놈은 태고의 성신에 있는 것이다.”
탁삼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네가 태고의 성신으로 들어갔다 해도 난 너를 삼켜내고 완전해질 것이다!”
탁삼은 주먹을 움켜쥐고는 몸을 날렸다. 허공에 수많은 파문이 일었고 그 아래로 겹겹의 층이 일어나면서 거미줄처럼 빽빽한 봉계의 진을 드러냈다.
그 순간, 탁삼이 주먹을 날렸다. 고신, 그것도 왕족 고신의 주먹이었다.
콰쾅!
탁삼은 자신의 힘만으로 봉계의 진을 파괴할 생각이었다.
그의 주먹이 진과 충돌하자 허공이 진동하면서 온 세상을 뒤흔들 듯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대량의 파문의 퍼져 나갔다. 허공은 층층이 벗겨졌고 그 파문이 지나간 자리를 중심으로 공간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더 이상 허공이 아니라 사방을 빽빽하게 뒤덮은 거대한 진이었다. 심지어 거대한 탁삼도 그 진 앞에서는 보통 사람만큼이나 작아 보였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진에서는 일곱 색채의 빛이 어렴풋하게 맴돌았다.
팔령(八靈)의 출현
탁삼의 주먹에 진에서는 놀랄 만한 반동이 전해졌다. 그 엄청난 힘에 탁삼 역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탁삼은 가늘게 뜬 눈으로 진을 응시했다. 고고하고 오만한 왕족 고신인 그는 지금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다.
“어디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 보겠다! 하앗!”
낮게 기합을 넣은 그는 다시 앞으로 튀어나가며 온 힘을 실어 주먹을 휘둘렀다.
우웅!
진은 미약하게 흔들렸지만 여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탁삼이 아무리 때리고 두드려도 묵묵히 버텨냈다.
한편, 이 상황은 태고의 성신에서 진을 지키는 이들의 주의를 끌었다. 그러나 이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눈부신 빛 한 줄기가 응집되더니 진을 지키는 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은백색 빛은 마치 번개처럼 한 자루 긴 창의 허상이 되어 무궁무진한 천둥번개를 흘리면서 곧장 탁삼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쐐액!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가르며 나아간 창이 다가오자 탁삼은 고개를 쳐들고 오른손을 번개처럼 들어 올렸다가 내리쳤다.
콰쾅!
우주를 찢어발기는 듯한 소리와 함께 창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곧장 다시 응집돼 이전보다 더 강한 기세로 탁삼의 오른팔을 찔렀고 그곳을 중심으로 천둥번개가 탁삼의 전신을 향해 퍼져 나갔다. 천둥번개의 그물망은 순식간에 탁삼을 단단히 옭아맸다.
뒤이어 봉계의 진에서 또 한 번 빛이 응집됐다. 남색을 띤 이번 빛에서는 단검의 허상이 나타나더니 하늘을 뒤덮을 듯 짙은 검기와 한기를 품은 채 탁삼을 향해 돌진했다.
탁삼은 싸늘한 얼굴로 오른손을 하늘로 뻗었다. 순간 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줄기 거대한 균열이 허공에 나타나더니 멸신모가 모습을 드러냈다.
멸신모를 움켜쥔 탁삼은 낮게 울부짖으며 세차게 휘둘렀다. 순간, 하늘과 땅을 무너뜨릴 만큼 강력한 힘이 퍼져 나가며 남색 단검과 충돌했다.
콰쾅!
요란한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남색 단검은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그 상태로 다시 탁삼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봉계의 진이 또다시 번득였다. 이번에는 세 갈래의 서로 다른 빛이 발산됐는데 그중 금색 빛은 길이가 1천 척에 달하는 칼이 되어 탁삼을 향해 돌진했다.
두 번째 빛은 보라색으로 허공에서 수많은 문양이 새겨진 1만 척 길이의 채찍으로 응집됐다. 그러자 진은 왜곡되기 시작했고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와 함께 채찍은 마치 구렁이처럼 탁삼에게로 달려들었다.
세 번째 빛은 피처럼 붉은색이었다. 진을 가득 뒤덮은 핏빛은 구슬픈 곡성과 고통에 찬 포효와 함께 뿜어져 나왔고 머리가 아홉 개 달린 철퇴로 응집되었다. 아홉 개의 머리에서는 피를 뚝뚝 흘리는 철퇴 역시 곧장 탁삼에게로 돌진했다.
봉계의 진에 있는 총 아홉 개의 영혼 중 다섯이 탁삼에게 달려든 것이다.
탁삼의 표정은 보기 드물게 진중했다. 그는 멸신모를 쥔 채 왼손을 허공에 휘둘렀다. 그러자 왼팔에서 달빛이 발산되며 반달 모양 칼이 나타나 앞을 막아섰다.
콰쾅! 펑! 콰르릉!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진은 파괴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좋다, 얼마든지 와라!”
탁삼은 하늘과 땅을 뒤흔들 듯 고함을 내지르며 다섯 영과 맞섰다.
바로 그때, 진에서 무색(無色)의 빛이 번득이며 뜨거운 열기가 발산되었다. 그리고 그 열기가 나타남에 따라 봉계의 진 위로 수십만 척 길이의 무언가가 나타났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그것은 거대한 투석기였다. 그 위에는 무색이라 눈에 보이지 않는 한 덩어리 화염이 일었는데 심신으로 느껴지는 온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쾅!
투석기의 화염 덩어리가 탁삼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어서 투석기는 곧바로 다시 힘을 응집시켜 또 하나의 화염 공을 형성했다.
여섯 개의 혼은 탁삼이라도 대적하기 힘들었고 처음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내 분노로 얼굴이 뒤덮였다.
“강한 진이로구나! 계내의 수련자만이 아니라 우리 고신 일족을 봉쇄하기 위한 진일 터! 허나 이한제를 삼키고 진정한 8성급 왕족 고신으로 거듭난다면 이런 진은 나를 막지 못한다. 저 안에서 이한제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녀석은 태고의 성신에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이 진을 파괴하고 말 것이다!”
탁삼의 두 눈이 붉게 번득였다. 그는 뒤로 물러나면서도 오른손으로 미간을 두드렸다. 그러자 세 번째 반점이 전에 없던 빛을 발산했다. 동시에 세 번째 단계 본원의 기운 한 줄기도 뿜어져 나왔다.
“전력을 다한다면 돌아올 힘을 잃게 되겠지. 허나 상관없다. 진을 뚫고 나가 이한제를 삼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희생할 수 있다!”
그 순간, 세 번째 반점에서 본원의 기운이 점점 짙어지더니 하늘을 뒤덮을 듯한 빛을 발산했다. 그 빛이 허공과 진을 뒤덮자 세 번째 반점에서는 끔찍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바로 그때, 광기 어린 기운 한 줄기가 울려 퍼지면서 세 번째 반점이 튀어나와 유성이 되어 진을 향해 돌진했다.
탁삼 또한 몸이 줄어들어 유성과 같은 크기가 되더니 튀어나갔다. 그는 멸신모와 반달 모양의 칼을 든 채 세 번째 단계 본원의 기운을 품은 유성이 앞장서서 뚫어둔 길을 따라 나아갔다.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콰르릉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의 여섯 영혼이 그를 저지하려 했고 투석기는 계속해서 화염 공을 쏘아 보냈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탁삼은 점점 빠르게 돌진했다.
그때, 돌연 봉계의 진에서 또 한 번 빛이 발산됐다. 우주와 같은 검은색의 빛이 발산되고 검은 빛이 응집되면서 거대한 낭아봉이 나타났다. 검은 기운에 휩싸인 봉이 나타나자마자 심장을 움켜쥘 듯 강력한 기운이 발산됐다.
콰쾅!
낭아봉이 거센 기세로 탁삼에게 달려들었고 일곱 영혼은 한데 합쳐져 그를 막아섰다. 그러자 놀랍게도 탁삼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더니 입가로는 피를 흘리기까지 했다.
“대체 이것은… 어떤 자가 이런 진을 배치했단 말이냐! 이렇게 강한 진이 있을 수가!”
공격이 막히자 탁삼의 눈빛은 광기로 번들거렸지만 정신만은 냉정함을 유지했다. 이 고고하고 오만한 자는 평생토록 서사 이외의 누구도 두려워한 적이 없다.
“정면 돌파로 태고의 성신 안에서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를 찾아주지. 나를 막아서다니, 네놈들 또한 징벌해주마! 크하하!”
탁삼은 차게 코웃음을 치며 오른손을 다시 쳐들고 두 번째 반점을 두드렸다.
두 번째 반점에서는 이전보다 더 강한 본원의 기운이 발산되더니 또 하나의 유성이 되어 돌진했다. 첫 번째 유성보다 몇 배는 강력한 힘이었다.
“진을 부숴라!”
탁삼은 낮게 외치며 두 갈래 유성의 뒤를 따라 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봉계의 진은 단 한 번도 파괴된 적이 없었으나, 배치된 후로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진의 일곱 령은 끊임없이 탁삼을 저지하려 했다. 허나 탁삼은 두 유성의 힘을 빌려 오연하게 멸신모와 반달 모양 칼을 쳐들었다.
그때, 진은 또 한 번 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탁삼조차 심신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이에 더욱 속도를 드높였다.
허공에서 거대한 도끼가 나타났다.
도끼에서 풍겨나는 고신의 기운에 탁삼은 우뚝 멈춰 섰다. 이런 충격은 처음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저것이 진의 영혼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도끼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강한 기세를 뿜어내며 공격해왔다. 세상 모든 생령으로 하여금 도망치지도 저항하지도 못하게 하는 움직임이었다.
“흥! 조상의 무기면 뭐 어떻단 말인가! 누구도 무엇도 나를 막지는 못한다!”
차게 내뱉은 탁삼의 미간에서 첫 번째 반점이 본원의 힘을 폭발시키며 또 하나의 유성이 되어 앞선 두 개의 유성과 하나로 합쳐졌다. 탁삼을 이를 악물고 그 유성에 녹아들었다.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가 가진 본원의 힘을 지닌 세 개의 유성이 합쳐진 거대한 유성과 멸신모, 그리고 반달 모양의 칼이 가진 힘을 모두 발휘한 그는 어떤 공격에도 어떤 무기에도 굴하지 않고 돌진했다.
순간 일곱 영혼이 동시에 유성을 공격했다. 뒤이어 거대한 도끼가 유성을 강타했다.
콰쾅!
유성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탁삼은 피를 토해냈다. 하지만 그는 더욱 속도를 올려 진과 충돌했다.
하늘과 땅을 4대 선계 전체를 계외에서 급하게 달려오고 있는 진의 수호자들을 경악하게 할 만큼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 순간, 한 번도 파괴된 적 없던 봉계의 진이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직 훼손된 곳은 없었지만 탁삼은 충돌을 멈추지 않았다.
“묵류분신술!”
도끼가 휘둘러질 때마다 피를 토하던 탁삼은 서사가 생전에 완성하지 못했던 묵류분신술까지 발휘했다.
그 순간, 검은 안개가 탁삼의 전신에서 피어올랐다. 그러자 도끼는 뭔가 망설여지는 듯 움직임을 우뚝 멈추었다.
그 틈을 이용해 검은 안개가 진 안으로 스며들었다.
“폭발!”
탁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간, 그의 주위를 맴돌던 유성이 폭발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진을 강타했다. 이에 진에는 처음으로 한 줄기 균열이 일었다.
“크하하하! 드디어!”
균열이 나타난 순간, 탁삼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진 밖으로 뚫고 나갔다. 그리고는 피를 토해내며 어두워진 세 개의 유성을 미간으로 거두어들였다. 그러나 그중 하나는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이한제, 내가 왔다! 어디까지 도망칠 수 있는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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