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79
녀석은 한제가 명을 내리기도 전에 날아올라 후퇴하고 있는 백혈마수에게로 달려들었다.
“캬아아아!”
백혈마수의 포효와 함께 온몸을 뒤덮은 털들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나와 하나하나가 비검처럼 날아들었다.
허나 금혈마수는 기세를 줄이기는커녕 더욱 빠르게 돌진했다. 지금껏 동족과의 싸움 경험은 많지 않았지만 녀석은 빠른 속도로 배워나갔다.
앞으로 달려들던 순간, 금혈마수의 털에서 남색 빛이 번득이더니 눈 깜짝할 사이 가닥가닥의 털들이 수백 척으로 늘어났다.
금혈마수는 돌진하는 상태 그대로 백혈마수를 향해 그 털들을 뿜어냈다. 녀석에게서 떨어져 나온 털들은 비검처럼 쏘아져 나갔다.
백혈마수를 흉내 낸 공격이었다.
콰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충돌이 일었고 그로 인한 충격과 파동이 사방으로 몰아쳤다. 이에 주위의 흡혈마수들은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금혈마수는 후퇴하기는커녕 폭발의 중심으로 달려들면서 백혈마수의 몸뚱이에 거대한 주둥이를 찔러 넣을 기회를 엿보았다.
백혈마수는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한데 그때, 극강의 기운이 산맥 안쪽에서 발산되었다. 위압감을 품은 이 기운은 모든 흡혈마수들을 다 굴종시킬 수 있을 듯 위엄이 대단했다.
동시에 또 한 마리의 백혈마수가 날아오르며 울부짖었다.
“캬오오오!”
포효가 울려 퍼지고 산꼭대기에서 거대한 균열이 일어났다. 마치 누군가가 산을 찢어발기고 있는 것처럼, 균열은 쩌적 소리와 함께 산 아래까지 이어졌다.
뒤이어 한 줄기 보라색 빛이 균열 안에서 발산되었고 아주 오래된 듯한 기운이 확산됐으며, 균열 밖으로 보라색 안개가 흘러나왔다.
안개는 한데 응집해 1천 척 크기의 보라색 흡혈마수를 형성했다.
녀석이 나타난 순간, 모든 흡혈마수는 숨을 죽였다.
송낙해는 바짝 졸아든 눈동자로 보라색 흡혈마수를 응시했다. 그 눈에서 탐욕의 빛이 번득였다.
“흡혈마수의 왕!”
한편, 보라색 흡혈마수는 냉랭한 눈으로 사방을 훑었다. 녀석의 시선은 송낙해가 숨은 곳을 무심히 지나쳐 가더니 금혈마수에게 딱 고정되었다.
“크오오오!”
한참 뒤, 녀석은 낮게 포효했다.
흡혈마수 왕의 위엄이 밴 소리에 모든 흡혈마수는 복종하는 수밖에 없었다.
금혈마수 또한 이 자혈마수(紫血魔獸) 앞에 납죽 엎드리며 이곳에 있는 흡혈마수 무리의 구성원 중 하나인 척했다. 바로 이게 한제의 목표였다.
자혈마수의 포효에 금혈마수는 종처럼 공명하며 한제의 통제에 따라 느릿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와 자혈마수 사이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
한제는 자혈마수에게서 쇄열기 중기 수준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흡혈마수 왕은 절대적으로 강한 것은 아니었고 평소 산맥 안쪽에서 천천히 탈변을 진행할 뿐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자혈마수가 금혈마수가 숨기고 있는 기운을 알아차리기는 힘들 터였다.
순종적인 금혈마수의 모습에 다른 흡혈마수들도 시선을 거두었다. 두 마리 백혈마수도 그저 냉랭한 눈으로 금혈마수를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때 금혈마수와 자혈마수의 거리는 1백 척도 되지 않았다.
뭔가 의아함을 느낀 듯 자혈마수가 낮게 그르릉거렸다.
그 순간, 금혈마수는 속도를 올려 순식간에 자혈마수에게로 달려들었다. 주위의 흡혈마수들은 그제야 격렬하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두 마리 백혈마수도 서늘한 눈빛으로 달려들려 했다. 자혈마수도 온몸으로 음산한 기운을 퍼뜨렸다.
한데 그 순간, 금혈마수에 찍혀 있던 규칙의 반점이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날아올라 허공에서 눈부신 빛을 발산했다. 그리고 그 빛이 하늘과 땅을 뒤덮은 순간, 한제의 원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출현에 흡혈마수들은 화들짝 놀라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달려들려고 했다.
허나 한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 작전은 분명 위험했지만 그는 성공 가능성이 8할 이상이라 확신했다. 단,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진행되어야만 했다.
한제의 원신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오른손을 휘둘렀다.
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응집된 원력은 광풍이 되어 몰아치며 자혈마수의 앞을 막아 선 두 마리 백혈마수를 그대로 밀어냈다.
자혈마수는 곧장 후퇴했으나, 바로 그때 달려든 한제가 왼손으로 허공을 후려쳤다. 순간 원력이 응집됐고 그와 동시에 한제는 오른손으로 왼손 손등을 두드렸다.
선력까지 깃든 무궁무진한 원력이 집중되어 한제의 왼손 손등에서 빛났고 규칙의 반점 문양이 검지로 이동하며 번득이기 시작했다.
“캬오오!”
자혈마수는 긴 삶을 통틀어 몇 번 느껴본 적 없던 생명의 위기를 느끼며 미친 듯이 물러났다.
허나 한제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서며 오른손을 내려쳤고 동시에 두 번째 손가락을 뻗었다.
수없이 많은 천둥번개가 내리친 듯 거대한 소리가 대지를 진동시켰다.
한제의 손등에 나타난 두 번째 규칙의 반점이 이번에는 중지로 이동했다.
한제는 앞으로 나아가면서 또 한 번 오른손을 휘둘렀고 세 번째 손가락을 뻗어 왼손 손등을 두드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온 대지에 균열이 일었고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원력으로 형성된 거대한 회오리가 나타나 한제의 왼손 손등으로 스며들었다.
세 번째로 나타난 규칙의 반점은 넷째 손가락으로 향했다.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한제는 허공에 뜬 채로 세 걸음 나아갔다. 반면 자혈마수는 뒤로 수백 척 물러나며 온몸에서 보라색 빛을 번득였다.
이에 아래로 축 늘어졌던 털들이 뻣뻣하게 세워지기 시작했다.
주위의 흡혈마수들이 달려들면서 하늘을 뒤덮을 듯 짙은 살기가 한제를 찢어발길 듯했다. 멀리서 더 많은 흡혈마수들이 돌진해왔다.
한제가 네 번째 걸음을 내딛고는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회오리가 나타났다.
그것은 급속도로 줄어들어 손가락을 타고 왼손 손등으로 스며들었다. 뒤이어 손등에 네 번째 규칙의 문양이 나타났다.
이제 한제의 왼손 다섯 손가락 중 네 개에서 규칙의 표식이 드러났다. 마치 그의 손이 그 자체로 하나의 규칙이 된 듯했다.
그가 네 번째로 왼손 손등을 두드렸을 때,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거대한 손자국이 자혈마수에게 찍혔다. 그리고 그 순간, 풍의 선계 가득했던 바람마저 우뚝 멈추었다.
콰쾅!
굉음과 함께 자혈마수의 체내에서 펑 소리가 흘러나왔다. 거대한 주둥이에 균열이 일었고 미간에 손자국이 남은 채로 녀석은 급속히 무너져갔다.
손자국에서 피가 분수처럼 치솟으면서 자혈마수는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물러났다. 보라색 안개는 흩어졌다가 곧 급속도로 자혈마수의 체내로 몰려들었다.
이런 과정은 순식간에 세 번이나 반복되었다. 보라색 안개가 발산되었다가 응축될 때마다 미간의 손자국은 조금씩 흐릿해졌다.
이런 식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동시에 녀석은 뒤로 물러나면서 온몸의 털을 바짝 세웠다. 규칙의 힘을 온몸에 두른 듯한 모습이었고 쇄열기 수련자가 신통력을 발휘하기 전에 보이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때, 뒤로 밀려났던 두 마리 백혈마수가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달려들었다.
주위에서는 수백 마리의 남혈마수도 맹렬히 돌진해왔다.
수천 마리의 붉은 흡혈마수가 그 주위를 선회하며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았다.
금혈마수의 온몸이 남색 빛으로 번득였다. 눈 깜짝할 사이 이 남색 빛은 사방을 뒤덮었고 곧장 무너져 내렸다. 그러자 그 안에서는 금색 빛이 발산돼 반경 수만 리를 뒤덮었다.
이 순간, 금혈마수는 하늘을 향해 우렁차게 울부짖었다. 왕의 포효였다.
“캬오오오!”
붉은 흡혈마수들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우뚝 멈춰 서더니 바들바들 떨었다.
수백 마리의 남혈마수는 무언가 갈등하는 듯했으나 더 이상 다가오지는 못했다. 심지어 두 마리 백혈마수 또한 바들바들 경련을 일으키며 주변만 뱅뱅 맴돌았다.
뒤로 물러나며 상처를 치료하는 중이던 자혈마수도 흠칫 놀랐다. 허나 녀석의 두 눈은 곧 살기로 번득였고 금혈마수가 울부짖는 순간 격렬하게 포효했다.
“크아아아!”
이제 상황은 수련자 한제와 자혈마수의 전투가 아니라 두 흡혈마수 왕의 전투가 되어 있었다. 흡혈마수 왕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전투로 당사자가 아닌 이상 참여할 수도 없고 참여해서도 안 됐다. 그리고 이는 한제의 계획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이기도 했다.
귀원종
금혈마수는 금빛을 발산하며 하늘을 향해 울부짖더니 금빛 번개처럼 돌진했다.
동시에 한제의 원신 또한 급속도로 흩어져 다시 규칙의 반점이 되어서는 흡혈마수의 몸에 찍혔다.
그리고 그 반점이 찍힌 순간, 한제의 원신은 오른손을 들어 자혈마수를 가리켰다.
정신술!
그 손짓 한 번에 온 세상이 진동하면서 풍의 선계에 가득한 선력이 응집되었다.
선계의 기운을 흡수한 정신술은 더욱 강력했고 이에 자혈마수는 순간적으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 틈을 타 금혈마수는 곧장 달려들어 금빛으로 번득이는 거대한 주둥이를 자혈마수의 몸에 찔러 넣고 힘차게 빨아들였다.
“캬오오오!”
금혈마수의 주둥이가 박힌 순간 바르르 떨던 자혈마수는 순식간에 쪼그라들더니 흩어졌다. 그리고 흩어진 육신마저 금혈마수에게 말끔히 흡수되었다.
“캬오오오!”
금혈마수는 기쁨에 차 포효하더니 쉭, 쉭 소리를 냈다. 동시에 강력한 위압감으로 사방을 뒤덮었다.
“새로운 흡혈마수 왕이 탄생했다!”
바위 뒤에 숨어 있던 송낙해의 심신이 진동했다.
방금 본 광경에 그는 경악한 상태였다.
특히 한제의 원신이 나타난 순간, 그는 놀라운 신통력을 발휘한 것이 금혈마수가 아니라 그 원신임을 알아챘다.
“금혈마수에게 수련자의 원신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