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그녀의 커진 목소리에 접객실에 있던 ‘드넓은 대지’와 모히간 부족 사람들이 일제히 ‘찬란한 노을’을 쳐다봤다.
“…….”
‘게으른 비버’가 그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보고했다.
“…천장을 받치는 지지대가 무너진 게 원인인 것 같습니다. 현재 열 명 정도가 무너진 철광산에 빠져나오지 못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열 명의 사람이 광산에 매몰됐다는 말에 ‘찬란한 노을’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구조 상황은요?”
“일단, 건설부에 일하는 사람들을 다 동원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진 매몰된 사람만 빼고 크게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구조 인력이 부족할 것 같아 국방부와 농업부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잘하셨어요. 모히간 부족 사람들하고 얘기가 끝나면, 현장으로 바로 달려갈게요. 저 대신 현장을 지휘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게으른 비버’가 바쁜 걸음으로 접객실을 나가자 ‘드넓은 대지’가 ‘찬란한 노을’에게 다가왔다.
“외교부 수장으로서 여기는 제가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수석 보좌관께선 서둘러 현장을 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음!”
고민도 잠시 ‘찬란한 노을’이 ‘드넓은 대지’에게 신뢰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그럼, 믿고 가겠습니다.”
“그래요.”
‘찬란한 노을’이 ‘푸른 잎’과 모히간 부족 사람에게 양해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내부에 큰 문제가 생겨서 급히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푸른 잎’과 모히간 부족 사람들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만, 대충 분위기가 심각한 것을 보고 그녀의 양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네. 그러시죠. 협정서도 작성했고, 대충 얘기도 끝났으니 어서 가보세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외교부 수장님! 이분들을 잘 부탁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중에 서운한 말이 나오지 않게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푸른 잎’과 모히간 부족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 ‘드넓은 대지’가 일부러 큰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어느새 ‘찬란한 노을’이 접객실을 서둘러 뛰어나갔다.
* * *
무너진 철광산에 수많은 사람이 나와 구조 작업에 동참했다.
“삽이나 곡괭이를 더 가져와.”
“흙은 수레에 담아서 옮겨.”
“땅을 팔 때는 광산 안에 매몰된 사람들도 있을 수 있으니 조심히 파.”
건설부와 농업부의 사람들이 부족 사람들을 지휘하며 무너진 철광산을 조심스럽게 파 내려가기 시작했다.
때마침, ‘우렁찬 천둥’이 훈련소에 있던 전사들을 다 데리고 철광산에 나타났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군.”
바쁘게 돌아가는 구조 현장을 보고 ‘우렁찬 천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전사들에게 바로 지시를 내렸다.
“곧 날이 저물 것이다. 오늘 안으로 반드시 매몰된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 자! 다들 신속하게 움직여라!”
“네, 천인장님!”
잠시 후, ‘찬란한 노을’은 ‘게으른 비버’와 함께 철광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각 행정부서가 따로 노는 지휘체계부터 하나로 통일시켰다.
“지금부터 제가 책임지고, 구조 현장을 지휘하겠습니다.”
각 행정부서의 수장들 앞에서 ‘찬란한 노을’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냉철한 분석으로 노련하게 지시를 내렸다.
“건설부 수장님! 이번 철광산을 설계한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싶어요.”
“구조 현장에 모든 사람이 다 투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구조에 참여할 최대한의 인원을 파악한 뒤 조별로 나누죠. 그리고 각 조는 교대로 휴식하며 매몰된 사람들을 구조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됩니다.”
‘우렁찬 천둥’을 비롯해 각 행정부서의 수장들은 그녀의 의견에 딱히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찬란한 노을’의 통솔력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어느새 각 행정부서 수장들이 그녀의 지시를 받고 빠르게 흩어졌다.
“건설부 수장님! 철광산에 매몰된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냈나요?”
“네. 여기 있습니다.”
‘게으른 비버’가 건넨 종이를 ‘찬란한 노을’이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그녀의 눈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상처 입은 화살?!’
야만 부족을 정복할 때 우리 전사들을 꽤 난처하게 만들었던 야만 부족 대전사다.
어느새 냉정한 눈빛으로 변한 ‘찬란한 노을’이 대놓고 ‘게으른 비버’에게 물었다.
“이들이 살아있을 가능성은요?”
“그게….”
‘게으른 비버’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솔직히 반반입니다. 건설부의 책임자인 저로선 그들이 제발 살아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들이 살아있다는 가정 하에 최선을 다해 구해보죠.”
겉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찬란한 노을’은 광산에 매몰된 사람들이 죽었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시체라도 찾아 가족들 품에 돌려줘야지.’
한편으로는 기적이 일어나 그들이 살아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어떻게? 마른하늘에 왜 날벼락이야.”
“우리 남편 좀 구해줘요.”
“아들이 분명 살아있을 거예요.”
철광산에 매몰된 사람들의 가족들이 발을 동동 구른 채 울고 불며 구조하는 사람들에게 애원하고 또 애원했다.
그들을 지나치던 ‘찬란한 노을’이 또다시 다짐했다.
‘…시체라도 반드시 찾아야 돼.’
* * *
무너진 철광산 내부.
잠시 정신을 잃고 깨어난 ‘상처 입은 화살’이 횃불을 들고 혹시나 자신처럼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다녔다.
“거긴 누구 없습니까?”
“…….”
좁은 통로를 돌아다닌 지 여섯 시간째.
그래도 힘들게 고생한 결과가 있는지 지금까지 다섯 명의 사람을 구했다.
그리고 안타깝게 죽은 두 명의 사람들도.
그때, 또다시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잠깐만요. 저쪽에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은데?”
“…….”
‘상처 입은 화살’이 횃불을 들고 천천히 뒤돌아섰다.
자신이 구해준 사람 중 두 명이 구조 작업에 함께하고 있었다.
레나페 부족 말을 할 줄 모르는 ‘상처 입은 화살’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들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앞장서서 걸어갔다.
저벅저벅!
흙과 바위 더미로 가로막힌 입구 쪽을 횃불로 비추는 그 순간 사람의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여기요!”
“…….”
자신을 뒤따라온 레나페 부족 출신 사람들이 먼저 뛰쳐나갔다.
“저기에 사람이 있습니다.”
“젠장! 몸이 반쯤 묻혀 있네.”
잠시 후, ‘상처 입은 화살’과 두 명의 레나페 부족 사람이 거친 숨을 내쉬며 휴식하고 있었다.
온 힘을 다해 흙과 바위를 치운 지 두 시간.
다행히도 이번에 구조한 사람은 살아있었다.
“일단 구하기는 했는데…상처가 커서 큰일이네.”
“주술사도 없고 치료사도 없는데, 어떡하지?”
“일단 바깥에 나가야 할 텐데.”
“과연 우리를 구하러 올까?”
구하자마자 정신을 잃고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보며 두 명의 레나페 부족 사람이 우울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때, 아무 말 없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상처 입은 화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간‥다!”
레나페 부족 사람들이 ‘상처 입은 화살’을 도와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업을게요.”
* * *
철광산이 무너진 지 하루가 지났다.
밤새 ‘찬란한 노을’을 중심으로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 광산 입구를 막고 있는 흙과 바위들을 빠르게 치워나갔다.
그때,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던 사람들이 다급한 목소리로 연달아 소리쳤다.
“여기에 사람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숨이 붙어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갑자기 광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웅성웅성!
광산에 매몰된 남편과 아들이 제발 살아오기를 바라는 가족들이 여기저기서 절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울음을 터트렸다.
“죽었다고?”
“죽은 사람이 누구인데?”
“설마 우리 남편은 아니겠지….”
죽은 시신을 확인하려는 가족들을 전사들이 통제하느라 꽤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한편, ‘우렁찬 천둥’에게 그 소식을 전해 받은 ‘찬란한 노을’도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생사를 확인했으니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가족들에게 인계해 주세요.”
“…최선을 다해 멀쩡한 모습으로 가족들에게 인계하겠습니다.”
처참한 모습으로 현장에서 직접 시체를 발견한 ‘우렁찬 천둥’이 착잡한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건설부 수장님! 입구를 확인하려면 아직 멀었나요?”
사람들을 구조하는데, 시간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지 ‘게으른 비버’가 초조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어떻게든 오늘 안으로 입구를 뚫어 광산의 매몰된 사람들의 생사를 확인하겠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 작업하는 사람들의 안전도 중요하니 너무 무리하게 하지는 마세요.”
“…네, 안전을 최우선으로 구조 작업하겠습니다.”
‘게으른 비버’도 작업 현장으로 돌아가자 임시 막사에 혼자 남은 ‘찬란한 노을’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얼마 없는데… 큰일이네.”
* * *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줄어들자 광산 안을 비춰주던 횃불을 끌 수밖에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운 좋게 무너진 광산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젠장! 여기서 마냥 기다릴 수 없잖아.”
“어떻게든 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내 가족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여기선 정말 죽기 싫어. 흑흑!”
“시끄럽게 왜 울고 지랄이야!”
“분위기 더럽게 만들지 말고, 조용히 저기 가서 처 울어.”
이제는 초조함을 넘어 생존자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
한쪽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상처 입은 화살’도 거의 반포기 상태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곳이 꽤 마음에 들었는데….’
‘하늘의 태양’에서 여러 가지 작업에 투입되어 노예 같은 삶을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은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편안한 숙소, 하루에 세 번 나온 음식, 잘 정비된 도로와 건물, 깨끗한 물….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점들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고된 노동도 없었다.
예전과 달리 ‘하늘의 태양’ 연맹에 전향할 마음에 생긴 ‘상처 입은 화살’이 절망 가득한 눈빛으로 웃었다.
‘만약 포기하지 않고, 우리를 구하러 온다면….’
그 순간, 광산 입구 쪽에 한줄기 새하얀 빛이 들어오며 사람들의 목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입구가 뚫렸다!”
“거기에 누구 없습니까?”
“맙소사! 여기 생존자가 있다!”
잠시 후, 무너진 광산에서 구출된 사람들이 가족들을 만나자 그 주변이 기쁨의 눈물과 울음으로 뒤덮였다.
“아빠!”
“가슴이 얼마나 조마조마한 줄 알아?”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무너진 광산에서 구출된 사람들이 가족들을 만나자 그 주변이 기쁨의 눈물과 울음으로 뒤덮였다.
구조 작업을 했던 사람들도 그 모습을 기쁜 표정으로 지켜봤다.
심지어 그들과 함께 흐느끼며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번 구조 작업의 총 책임자인 ‘찬란한 노을’도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두 눈으로도 보고도 믿기지 않네요. 기적이라고 볼 수밖에….”
“하하하! 제가 말했지 않았습니까? 절망하기 아직 이르다고. 분명 광산 안에 생존자들이 있을 거라고.”
‘우렁찬 천둥’이 자신이 뿌듯하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말하자 ‘게으른 비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딴지를 걸었다.
“저는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우렁찬 천둥’이 몹시 당황하며 말했다.
“건, 건축부 수장님이 없을 때 수석 보좌관님께 얘기했습니다.”
그때, 한 남자가 ‘찬란한 노을’을 향해 다가왔다.
“…….”
‘상처 입은 화살’이 고개를 푹 숙이더니 급하게 배운 레나페 부족 말로 ‘찬란한 노을’에게 말했다.
“우리. 포기. 안 했다. 고맙다. 이제부터 난. 하늘의 태양. 대전사다.”
* * *
쇼니 부족, 너구리 일족 마을.
며칠간 이 마을에 머무르며 주변을 시찰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칠면조 일족 지역과 그다지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옥수수와 콩 같은 작물을 더해 여우 포도가 아주 잘 자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마을 회관에서 너구리 일족 대추장인 ‘흉터로 남다’를 만나 마을 발전에 관한 얘기를 심도 있게 나누었다.
“…며칠 뒤 마을에 독수리 축제가 있는데 황제 폐하께서 이 축제에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시면 좋겠습니다.”
“…….”
그의 예상치 못한 부탁에 조금 당황하긴 했다.
“독수리 축제요?”
“네.”
* * *
투스카로라(Tuscarora) 부족 – 투스카로라 ‘삼을 채집하는 사람들’의 의미. 실제로 삼을 재배해 옷이나 밧줄을 만들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북동쪽에 정착하며 살았던 투스카로라 부족은 추후 유럽인들한테 쫓겨 이로쿼이 연맹의 여섯 번째 부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