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221)
221화
큰 바다(슈피리어 호수) 호수 남쪽, 메노미니 부족 마을.
‘깊은 나무뿌리’가 이끄는 ‘흙’ 상단 사람들이 드디어 긴 이동 끝에 메노미니 부족 마을에 들어섰다.
역시나 호청크 부족 사람들과 ‘무자비한 방패’가 얘기한 것처럼 메노미니 부족 사람들은 무척이나 호의적이었다.
“환영합니다!”
“반가워요!”
마을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게다가 메노미아 부족 사람들은 하나같이 선한 얼굴이었다.
그때, 메노미아 부족 대추장과 안면이 있는 ‘무자비한 방패가 먼저 인사를 나누더니 바로 ‘깊은 나무뿌리’를 소개했다.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라고 했죠?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깊은 나무뿌리입니다.”
‘깊은 나무뿌리’는 그들의 환영에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메노미아 부족 전체와 곰 일족을 이끄는 대추장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곰 일족 출신 느릿느릿한 곰입니다. 먼 길을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감사합니다.”
호청크 부족처럼 메노미니 부족도 초반부터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깊은 나무뿌리’는 메노미니 부족 대추장의 안내를 받으며 마을을 슬쩍 둘러봤다.
‘호청크 부족과 별반 다르지 않네.’
마을 구조도 거의 비슷하고, 집도 직사각형의 자작나무 껍질 집이었다.
그리고 아주 가끔 동그란 오두막집도 보였다.
‘다들 털가죽을 입었네.’
아무래도 메노미니 부족이 자리 잡은 땅이 북쪽이라서 지금 계절이 가을이라도 제법 날씨가 쌀쌀했다.
더구나 이 지역은 일교차가 심해서 해가 지고 밤이 되면 몸이 으슬으슬할 정도로 추웠다.
잠시 후, 마을 중앙에 자리 잡은 자작나무 껍질 집에 들어온 ‘깊은 나무뿌리’는 메노미아 부족 사람들이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었다.
“이 물고기는 뭡니까? 육질이 연해서 입안에 사르르 녹네요.”
“아! 철갑상어입니다. 야생 쌀과 더불어 우리 주식이죠.”
“철갑상어는 작살로 잡는 겁니까?”
“작살로 잡기도 하지만 주로 그물을 이용해서 철갑상어를 잡죠. 다행히도 큰 바다 호수와 가까워 우리 부족 사람들이 풍요로운 식량을 얻을 수 있죠. 그래서 늘 신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깊은 나무뿌리’의 질문에 메노미아 부족 대추장 ‘느릿느릿한 곰’이 친절하게 계속 설명해주었다.
‘무자비한 방패’와 호청크 부족 사람들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메노미아 부족 사람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깊은 나무뿌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두 부족이 형제 부족처럼 친하군.’
때마침, ‘무자비한 방패’가 우리 ‘하늘의 태양’ 사람들과 인연에 대해 메노미아 부족 대추장과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다코타 부족 전사들한테 약탈당할 뻔해서 올해는 메노미아 부족에 못 올 줄 알았습니다. 그때, 운 좋게 ‘하늘의 태양’ 사람들을 만난 거죠.”
한동안 그녀의 흥미진진한 얘기는 계속됐다.
중간중간 메노미아 부족 사람들이 ‘깊은 나무뿌리’와 ‘흙’ 상단 사람들을 호감 가득한 눈길로 쳐다봤다.
* * *
다음날.
‘깊은 나무뿌리’와 ‘흙’ 상단 주요 인물들은 메노미아 부족 대추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젯밤에 준 물건들은 잘 사용해 봤습니다. 우리 부족 사람들한테 많은 도움이 되겠더군요.”
“다행이네요.”
“그래. 우리 부족에 교역소를 설치하고 싶다고요?”
‘느릿느릿한 곰’의 말에 ‘깊은 나무뿌리’가 신중한 모습으로 접근했다.
“네, 아무래도 교역소가 설치된다면 정기적인 거래가 아닌 수시로 거래할 수 있으니까 저희도 좋고 메노미아 부족도 좋을 거라 생각됩니다.”
“알겠습니다. 교역소를 설치하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깊은 나무뿌리’는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일단, 일차적인 목표인 교역소를 설치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메노미아 부족을 경제적으로 종속하는 게 주목적이었다.
“근데 우리 부족으로선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데, ‘하늘의 태양’에서도 야생 쌀을 재배한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렇긴 합니다.”
“그럼, 저희 부족이 ‘하늘의 태양’과 뭘 거래해야 할까요? 우리 부족의 주 거래 품은 야생 쌀인데.”
그의 말이 맞긴 했다.
솔직히 메노미아 부족과 특별히 거래한 물품이나 가치 있는 상품은 없었다.
하지만, ‘깊은 나무뿌리’는 이 지역에 어마어마하게 매장되어 있는 철광석 자원을 떠올리며 차분하게 얘기했다.
“뭐든 상관없습니다. 철갑상어, 야생 쌀, 야생 양파마늘, 사슴 가죽도 괜찮습니다.”
“음! 정말 그것만으로 거래해도 괜찮겠습니까? 하나같이 귀한 물건이던데.”
메노미아 부족 대추장 ‘느릿느릿한 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깊은 나무뿌리’가 고민 끝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저희 ‘하늘의 태양’은 땅도 거래하고 있습니다.”
“땅이요?”
“네.”
“신이 주신 땅을 거래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하늘의 태양’의 거래 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느릿느릿한 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깊은 나무뿌리’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네, 대추장님이 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 ‘하늘의 태양’은 신이 주신 자연을 더욱 가꾸는 게 인간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땅도 거래할 수 있습니다.”
“자연을 더욱 가꾸는 게 의무다···”
‘느릿느릿한 곰’이 아주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 입가에 미소가 번져갔다.
“그렇군요. ‘하늘의 태양’이 왜 땅을 거래하는지 알겠습니다.”
혹시나 교역소도 설치 건도 무산될까 봐, 조금 긴장했던 ‘깊은 나무뿌리’가 그제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반응이 똑같군. 하긴, 나도 그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으니까.’
잠시 후,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하늘의 태양’과 메노미아 부족이 교역소 설치에 대해 합의를 봤다.
“앞으로도 자주 뵙도록 합시다.”
“네, 대추장님과 여기 계신 원로님들을 정식으로 ‘하늘의 태양’에 초대하겠습니다.”
* * *
‘하늘의 태양’ 수도, ‘아주 큰’ 도시.
관청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찬란한 노을’은 드디어 기다리던 소식이 들려왔다.
‘발 빠른 사슴’도 신이 난 듯 얘기를 했다.
“···황제 폐하와 특수 부대 전사들이 방문단 사람들을 무사히 구출했다고 하네. 게다가 와이언도트 부족도 ‘하늘의 태양’에 들어오기로 했고.”
“정말 잘됐네요.”
“그러게 말이야.”
“근데, 다른 부족들의 반응은 어때요?”
“너의 계획대로 북쪽에 있는 부족들이 황제 폐하를 천둥새 신으로 믿고 있어.”
그제야 ‘찬란한 노을’의 얼굴이 환하게 펴지더니 또다시 뭔가를 구상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들 말고도 천둥새 신을 믿는 부족들이 많을 거예요. 아무래도 정보감찰부에서 힘을 더 써야 할 것 같아요.”
‘찬란한 노을’이 말하는 의도를 ‘발 빠른 사슴’이 단번에 알아챘다.
“천둥새 신을 믿는 부족이 더 있는지 조사해서 소문을 계속 퍼트리라는 얘기지?”
“오. 수장님! 이젠 눈치도 빠르고, 대화도 통하는데요.”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아니요. 그만큼 정보감찰부 수장으로서 제가 존경한다는 의미죠.”
‘발 빠른 사슴’이 찝찝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그래, 그렇다고 하자. 일단, 내년 봄에 황제 폐하께서 북쪽을 방문하기로 했으니 지금부터 약을 팍팍 쳐야겠지?”
“네, 부탁드릴게요.”
‘찬란한 노을’과 ‘발 빠른 사슴’이 서로 마주 보며 환하게 웃었다.
* * *
‘아주 큰’ 도시 남쪽, 과수원.
가을에 되자 과수원 구역마다 여러 과일이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포포나무 과일, 주머니쥐 감, 여우 포도 등등.
그리고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 과수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과일을 따 바구니에 조심스럽게 담고 있었다.
“올해도 과일이 풍년이네.”
“그러게. 처음 과일나무를 심을 때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제는 중간중간 관리만 잘해주면 되고.”
“이게 다 황제 폐하 덕분이지.”
“맞아.”
“그나저나 저쪽에 지어진 유리 건물은 뭐야?”
“아! 이번에 황제 폐하께서 가져온 씨앗이나 작물을 저 유리 건물에서 키운다고 하던데.”
“그래.”
한편, 최근에 완공된 유리 집 안으로 농업부 직원들이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천장에 유리 좀 봐.”
“아! 작업하다가 유리가 떨어질까 봐 겁나네.”
“걱정하지 마. 건설부에서 유리 천장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야.”
그때, 농업부 상급자가 유리 집 안을 신기하게 둘러보던 직원들에게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자! 다들 잡담하지 말고, 지금부터 황제 폐하께서 가져온 묘목을 심겠습니다.”
“저쪽은 고추와 목화, 여기는 감자와 토마토.”
황제 폐하가 가져온 묘목은 얼마 되지 않았다.
다만, 그 작물의 씨앗은 내년 봄을 위해 농업 연구소에 따로 보관한 상태고.
농업부 직원들이 조별로 묘목이 심어진 화분을 들고 빠르게 흩어졌다.
땅을 파고, 화분에서 묘목을 분리하고, 구덩이에 묘목을 심고, 흙을 조심스럽게 덮는 과정이 계속됐다.
“유리집 안이 제법 덥네.”
“그러게. 햇빛도 따갑고.”
“한겨울에도 따뜻할 것 같아.”
오십 평 정도 되는 유리 집 안에서 얼마 있지도 않았는데, 농업부 직원들은 땀을 뻘뻘 흘렸다.
“자, 마지막입니다. 뿌리가 잘 정착할 수 있게 물을 뿌립시다.”
“알겠습니다.”
상급자의 지시에 농림부 직원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 * *
온타리오 호수 북쪽, 와이언도트 부족 마을.
어젯밤, ‘세찬 눈보라’와 ‘우직한 곰’이 이끄는 친위대 전사들이 도착했다.
특히나 ‘우직한 곰’은 목숨을 잃을 뻔한 ‘붉은 열매’와 감격스러운 상봉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수도로 돌아가는 날이다.
날이 밝자마자 난 ‘용맹한 독수리’를 불러 인수인계 사항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와이언도트 부족이 안정화될 때까지 그들을 최대한 존중하도록 해.”
“네, 황제 폐하!”
난 신뢰 가득한 눈빛으로 ‘용맹한 독수리’를 한번 쳐다봤다.
그라면 아무 문제 없이 와이언도트 부족을 잘 이끌어 갈 것이다.
인수인계 끝나자 마침 긴집 안으로 ‘세찬 눈보라’가 들어왔다.
“황제 폐하! 방문단을 데리고 떠날 준비가 끝났습니다.”
“수고했어. 곧 나갈게.”
“네.”
‘용맹한 독수리’와 ‘세찬 눈보라’가 차례로 나가자 오랜만에 ‘우직한 곰’과 단둘이 남았다.
어젯밤, ‘붉은 열매’와 부둥켜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우직한 곰’의 눈가 주위가 아직도 부어 있었다.
더구나 ‘붉은 열매’는 ‘우직한 곰’의 아이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또다시 긴집 안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황··제 폐하! 아··내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황··제 폐하가 아니었다면 아내도 제 아··이도 영영 못 볼뻔했습니다.”
떠날 준비를 하며 갑옷과 무기를 챙기던 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젠 그만해도 되지 않나?’
‘우직한 곰’은 틈날 때마다 지겨울 정도로 감사를 표했다.
“정··말로 감사···”
“그만.”
“······.”
“네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더는 감사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돼. 알았지?”
“그래도···”
“됐고. 다음에 나나 내 가족이 위험이 처했을 때 네가 도와줘.”
‘우직한 곰’이 굳게 다짐하듯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네. 반··드시 구하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됐어. 가자! 사람들이 기다린다.”
“네, 황제 폐하!”
* * *
‘하늘의 태양’, 모히간 부족 작은 마을.
어두컴컴한 밤.
자경단원이 혼자서 마을 외곽에 있는 건물들을 은밀히 수색하고 있었다.
‘어디에 있을까?’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뭔가를 찾으려는 듯 자경단원이 허름한 창고 안으로 조용히 들어가자마자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많이···’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냥 모르고 지나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