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살인 사건이라는 말에 자경단 단장이 놀란 눈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살인 사건?”
“네.”
“젠장!”
보통 자경단에 신고된 사건은 강도나 절도가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살인 사건이 접수된 것은 ‘하늘의 태양’에서 법이 제정되고, 자경단이 생긴 이래 처음이었다.
이 마을의 자경단 단장이 곧바로 나갈 준비를 하면서 다급히 지시를 내렸다.
“내가 갈 때까지 사건 현장에 인원을 더 추가해서라도 철저히 관리해.”
“알겠습니다. 단장님!”
* * *
마을에서 떨어진 깊은 산 속에 지어진 통나무 집.
살인 사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이미 도착한 수십 명의 자경단원이 통나무 집을 에워싸며 경계를 서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철저하게 막아.”
“주변에 증거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때, 자경단원 몇 명과 함께 자경단 단장이 살인 사건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해자는 어디 있나?”
“집 안에 있습니다.”
“그래. 안으로 들어가지.”
이번 사건을 담당할 자경단 상급자가 그들을 살인 현장으로 조심스럽게 안내했다.
통나무 집 안으로 들어가자 진한 피비린내가 제일 먼저 자경단 단장을 맞이했다.
“…지독하군.”
통나무 집의 구조는 간단했다.
부엌을 겸한 거실 하나와 방 두 개.
거실은 거친 몸싸움이 일어났는지 의자나 탁자가 부서지거나 여러 물건이 어지럽혀져 있었다.
그리고 거실 바닥에 선명하게 보이는 핏자국.
그 핏자구은 방 하나와 쭉 연결되어 있었다.
“발자국 흔적을 보니 두 명인가?”
“네,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최초의 신고자는 누구지?”
“피해자의 부인입니다.”
“그렇군.”
어느새 피해자가 처참하게 죽어있는 방 안으로 들어가자 마을 자경단 단장이 손으로 코를 부여잡으며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피해자를 아주 난자하다시피 죽여났군. 살인한 도구는 칼은 아닌 것 같고. 뭐지?”
“낫입니다.”
이 사건의 담당자가 건넨 붉은 피가 묻어있는 낫을 자경단 단장이 유심히 살펴보더니 다시금 물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건가?”
“네. 피해자인 약초꾼이 사용하는 낫으로 추정됩니다.”
“…음!”
이 사건을 담당할 자경단원의 보고에 자경단 단장이 그 자리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일단, 증거가 될 만한 단서들을 다 찾아본 뒤 이따가 다시 얘기하지.”
“네, 단장님!”
잠시 후, 통나무 집 안과 그 주변을 조사한 자경단원들이 자경단 단장을 중심으로 모여 의견을 나누었다.
“…시체가 부패한 정도를 봤을 때 최소 사흘 전에 죽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피해자 부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평소대로 약초를 캐기 위해 열흘 전에 떠났다고 합니다.”
‘하늘의 태양’의 다른 마을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렇게 산속에 임시 통나무 집을 짓고, 약초나 버섯을 캐며 돈을 버는 약초꾼들이 꽤 많았다.
그리고 약초꾼들은 산에서 맹수나 위험한 상황을 자주 맞닥뜨릴 수 있기에 혼자 다니지 않고, 다른 동료들과 함께 움직였다.
“혹시, 부인이 남편을 죽일 가능성은?”
“마을에서 계속 거주 중이었고, 목격자도 있는 걸 보면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만… 어쨌든 계속 조사 중입니다.”
“피해자와 함께한 다른 약초꾼들은 뭐래?”
“닷새 전에 다들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약초꾼들이 하나같이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 “의심되는 자는 없었어?”
“아직까진 의심되는 행동을 보이는 약초꾼은 없었습니다.”
그때, 자경단원 중 추적에 경험이 많은 중년 남자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단장님! 제가 봤을 땐 통나무 집에 침입한 흔적이 없는 걸 보면, 살인자와 피해자가 서로 아는 사이인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거실에 음식과 접시가 어지럽혀져 있는 걸 보면 살인이 일어나기 전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눴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 의견이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마을 자경단 단장이 순간 눈을 반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아는 사이라… 그래, 그래. 증거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
이번 살인 사건의 실마리가 보이자 자경단 단장은 바로 수사 방향을 정했다.
“당분간 피해자의 지인들을 집중적으로 수사해봐. 인원이 필요하면 말하고”
“알겠습니다. 단장님!”
현장을 둘러본 자경단 단장이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뒤돌아섰다.
‘시간이 꽤 걸리겠어.’
* * *
체로키(홀스턴 강) 서쪽, 우거진 숲.
숲 한가운데에 체로키 부족 전사들의 임시 주둔지가 있었다.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만든 임시 움막들이 나무들 사이로 지어져 있고, 체로키 부족 전사들이 오고 가며 주둔지를 삼엄하게 경계하고 있었다.
“카토바 부족 놈들이 요즘 조용하네.”
“그래도 언제 기습할지 몰라.”
“그나저나 큰일이네. ‘아주 큰’ 강 부족 전사들이 쳐들어올 줄이야.”
한편, 체로키 부족 대추장이 머무는 임시 움막에선 긴급회의가 열렸다.
“… ‘아주 큰’ 강 부족이 우리 부족 사람들이 많이 잡아갔습니다. 카토바 부족과 전쟁 중이라고 하지만, ‘아주 큰’ 강 부족이 우리 영토에 다시는 얼씬도 못 하게 복수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카토바 부족과 팽팽하게 대치된 상황에서 여기에 주둔하고 있는 전사들을 후방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도시 부족 전사들의 침략에 체로키 부족 대전사들 사이에서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때, ‘거대한 주먹’이 손을 들어 대추장인 ‘마지막 숨’에게 강한 어조로 말했다.
“대추장님! 저에게 백 명의 전사들과 ‘하늘의 태양’의 신의 무기를 지원해주시면 제가 ‘아주 큰’ 강 부족 전사들을 쫓아내겠습니다.”
“…….”
‘마지막 숨’이 그 제안에 고민에 잠겼다.
어쨌든 이 최악의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다.
‘…설사 실패한다 해도 정적을 제거할 수 기회이기도 하지.’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원로들과 대전사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나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니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군.”
잠시 후, 거수로 투표가 결정이 나자 ‘마지막 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땅을 팔아서라도 ‘하늘의 태양’에서 최대한 많이 신의 무기를 사들인다.”
* * *
‘하늘의 태양’ 난티 코크 항.
가을 막바지.
날이 밝자, 항구에 수많은 어선이 출항할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그물은 챙겼어?”
“잘 챙겼습니다.”
“선원들의 인원은 확인했나?”
“아직 두 명이 안 왔습니다.”
“자자! 물고기를 잡을 준비가 끝났으니 돛을 올려!”
“알겠습니다.”
어선 대부분은 나라에서 운영하지만, 몇몇 어선은 주인이 따로 있었다.
물고기를 잡아 돈을 번 그들은 나라에서 어선을 사 선원을 직접 고용해 바다로 나갔다.
“다들 알지? 오늘도 청어를 많이 잡자고.”
“네, 선장님!”
항구에 마지막 남은 어선이 출항했다.
돛이 바닷바람을 맞이하자 어선들이 바다를 빠르게 나아갔다.
잠시 후, 난티 코크 항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다에서 청어 떼를 만나자 어선들이 두세 척씩 힘을 합쳐 그물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쪽이야!”
“우리랑 같이합시다!”
올해도 대 풍어를 직감했는지 선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예전부터 내려오는 부족의 전통 노래를 부르며 그물에 갇힌 청어 떼를 끌어올렸다.
몸길이가 대략 45cm 정도 되는 청어들이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은색 비늘을 사방으로 뿌리며 팔딱팔딱 뛰었다.
“엄청나군!”
“오늘도 만선으로 돌아가겠어.”
세 척의 어선이 그물을 끌어올리며 점점 좁혀지자 그물망 작대기를 든 선원들이 청어들을 쉴 새 없이 건져 올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쯤에 모든 어선이 만선이 되어 난티 코크 항으로 향했다.
* * *
“어선들이 온다!”
“다들 청어를 운반할 준비를 해.”
항구 선착장에 청어를 운반할 인부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선들이 하나둘씩 항구에 도착하자 선착장에 있던 인부들이 오늘 잡은 청어들을 능숙한 동작으로 바구니에 담았다.
“청어들이 싱싱해 보이네.”
“빛깔도 좋고.”
“그러면 뭐해? 금방 죽을 텐데. 해부작업장으로 옮기자고.”
“그래.”
바구니에 청어를 가득 실은 수레들이 해부작업장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출발!”
잠시 후, 생선 비린내로 가득한 해부작업장에선 삼삼오오 앉은 여자들이 칼을 들고 엄청나게 빠른 손놀림으로 배를 가르며 내장으로 분리했다.
스으윽! 휘릭!
깔끔하게 내장을 빼낸 청어는 깨끗한 물로 씻기 위해 또 다른 바구니에 담아졌다.
“많이도 잡아왔네.”
“오늘도 늦은 저녁에 돼서야 일이 끝나겠어.”
“어차피 야간 수당도 주잖아. 돈 많이 벌면 좋지.”
“그래. 이때 아니면 돈을 언제 벌어.”
“난 내년에 남편한테 어선을 사주려고.”
“어머! 축하해!”
해부작업장에서 일하는 여자들 대부분은 남편들이 선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청어를 손질하는 여자들은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즐겁게 일했다.
그때, 인부들을 관리하는 농업부 직원이 지나가면서 다시 한 번 주의를 시켰다.
“내년에 퇴비로 사용할 예정이니 내장도 버리면 안 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내장도 따로 분리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한편, 해부작업장 한 편에는 여러 대의 펌프가 설치되어 있었다.
펌프 손잡이를 열심히 위아래도 당기자 깨끗한 지하수 물이 콸콸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 작업을 맡은 여자들이 대야의 물을 바가지로 떠 바구니에 내장에 분리된 청어들을 깨끗이 씻기 시작했다.
쫘아아아아악!
“저 청어에 이물질이 아직 남아 있네요.”
“솔로 문지를게요.”
물을 붓고, 솔로 문지르고를 반복하며 깨끗하게 씻은 청어들을 또 다른 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그 바구니들은 수레에 싣고 또다시 어딘가를 향해 이동했다.
“건조 작업장으로 출발!”
“출발!”
* * *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햇빛도 강했다.
건조 작업장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건조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중앙 흙길을 중심으로 오른쪽 건조대에는 아가미와 입을 묶은 두 개의 청어들이 짝을 지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걸어져 있었다.
“자, 청어들을 가지고 와서 여기서부터 걸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건조 작업장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어제처럼 건조대에 청어들을 걸기 시작했다.
삼 층 구조로 된 건조대.
제일 상층은 인부들의 손이 닿지 않았다.
몇 명의 인부가 건조대에 올라가 밑에서 작대기로 건넨 청어들을 줄 맞춰서 걸었다.
“바닷바람 맞으며 잘 건조돼야 돼.”
“겨울을 잘 버텨서 내년 봄에 보자.”
“최상품으로 거듭나야 돼.”
건조 작업장에 일하는 인부들이 마치 작은 기도라도 하는 듯 겨울 동안 청어들이 잘 건조되길 바랐다.
* * *
동부 다코타 부족, 나뭇잎 마을.
‘용감하고 명예로운 전사’의 시험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를 천둥새 신으로 인정한 동부 다코타 부족 일족은 셋.
마을을 방문할 때마다 그 일족의 대전사들을 간단히 제압했다.
“제가 티피로 안내하겠습니다. 천둥새 신이여!”
바닥에 누워있는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을 뒤로 한 채 난 이 마을의 대추장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경외감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다코타 부족 사람들을 사이로 뭔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는 몇 명의 여자들이 손에 쥐고 있는 작물들.
유난히 뿌리에 있는 작은 덩어리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추측하는 게 맞는다면…’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여기서 실컷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난 흥분한 목소리로 옆에 나란히 걷고 있는 ‘들소와 춤을 추다’에게 물었다.
“저 식물은 뭐지?”